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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빨 좋은 스트라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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힝퓨퓻
작품등록일 :
2022.05.11 16:00
최근연재일 :
2022.05.2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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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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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DUMMY

11화




최종수비수가 없는 상황에서 골키퍼가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달려 나와서 슈팅 각도를 줄이는 것이 전부였다.

전반전에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득점을 기록한 적이 있었고, 자신감은 당연히 차 있었다.

어떤 방법으로든 골을 넣을 수 있단 자신감이.

-일대일의 상황은 공격수에게 무척 유리하거든요?

-유리하죠. 아무래도 공격수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넓지 않습니까? 그리고 골키퍼는 자칫 잘못하면 페널티킥을 내줄 수도 있어서 움츠릴 수밖에 없어요.

-골키퍼에게 상황이 너무 불리합니다.

스루패스처럼 볼이 먼저 골문으로 들어올 경우, 골키퍼가 먼저 볼을 건드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공격수가 직접 공을 끌고 움직인다면, 골키퍼로서는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었다.

자칫 잘못해서 볼이 아닌 공격수의 발을 건들기만 하더라도 페널티킥을 제공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아.”

골키퍼, 마르빈 히츠는 한숨을 내쉬었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골키퍼가 일대일의 상황에 노출되는 일만큼은 꺼리는 게 정상이었다.

‘젠장, 재수도 없지.’

마르빈 히츠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더는 잡생각을 할 여력은 없었다.

지금은 오직 이상진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정신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이었다.

경기에서 이기고 있었지만, 대량 실점을 허용한 탓에 주전 골키퍼의 자리가 흔들림을 느꼈다.

숨을 두어 번 내쉬고 마르빈 하츠가 이상진을 향해 낮은 자세로 달려들었다.

곧이어 이상진이 나아갈 방향을 향해 몸을 내던졌다.

하지만 그 순간, 이상진은 기다렸다는 듯 몸을 틀어서 방향을 전환했다.

순식간에 방향을 틀어버렸다. 마르빈 히츠는 자신을 지나쳐 골문으로 달려가는 이상진을 허무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 이상진···! 골키퍼를 제치고 골문으로 달려갑니다. 지금 도르트문트에서 이상진을 막을 선수가 없어요!

-해트트릭입니다! 고오오올! 데뷔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합니다.

-그냥 해트트릭이 아니죠! 퍼펙트 해트트릭을 기록합니다. 선수들도 평생 하기 힘들다는 퍼펙트 해트트릭을 데뷔전에서 기록하네요······!

퍼펙트 해트트릭은 순서에 상관없이 오른발과 왼발, 그리고 머리로 골을 기록하는 것을 말했다.

그리고 나는 이 퍼펙트 해트트릭을 의식하고 일부러 왼발로 찼다.

어차피 하는 해트트릭이라면,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기 위해서였다.

주먹을 불끈 쥐고 두 손을 들어 올렸다

굳이 어렵게 세리머니를 할 생각은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단순하고 간단한 것이 오히려 짙은 여운을 남길 테니까.

이 여운을 즐기기도 전에 뒤에서 달려온 선수들이 나를 덮쳤다.

말 그대로 덮친 탓에 균형을 잡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지 못했는데, 이건 너무 과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람들의 무게에 잔뜩 짓눌린 채 힘겹게 말을 꺼냈다.

“경기 안 끝났······.”

하지만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심판이 휘슬을 불었다.

삑.

-아, 심판이 휘슬을 불며 경기를 끝내네요. 아쉽습니다. 후반전에 들어서 아우크스부르크의 집중력이 확 무너졌거든요······!

-예. 그 부분이 제일 아쉽습니다. 경기 준비를 잘해왔는데, 아무래도 전반전에 체력을 많이 소모한 탓에······.

아우크스부르크는 전반전부터 도르트문트보다 훨씬 많이 뛰었다.

체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전·후반전을 미친 듯이 뛰는 것은 불가능했다.

체력은 무한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우크스부르크가 개막전에서 좋은 시작을 보여주면서 이번 시즌에 기대를······!

해트트릭을 달성하고 이 기쁜 마음을 관중들과 나누기 위해 원정석으로 다가가서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에 화답하기라도 하듯 관중들도 환호성을 내질렀다.

‘···졌지만, 관중들도 만족하겠지.’

경기에서 패배하면 관중들이 화를 내기 마련이지만, 경기력이 좋다는 생각이 들면 관중들은 좋아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난 혜성처럼 나타난 선수였다. 지난 시즌 강등권에서 허덕이던 팀이었다.

“리······!”

원정석이라 관중들이 많지 않았지만, 그들의 목소리가 내 귀에 쏙쏙 들려왔다.

당장 위급한 상황에 부닥친 것은 아니었지만, 지난 시즌 강등권을 허우적거리던 팀이었다.

그런 팀에 이번 시즌에 데뷔한 선수가 해트트릭을 기록한다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괜히 사람들이 영웅 서사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 * *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라커룸으로 돌아갔다.

샤워실에는 선수들이 먼저 씻고 있었다.

세면도구를 챙기기 위해 내 자리로 돌아갔다.

“상진아!”

뒤이어 들어온 성환이가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성환아, 봤어? 흐흐.”

“봤지. 경기장에 올 때부터 긴장하지 않더니, 기어이 사고를 치네.”

“흐흐, 좋은 의미로 사고를 친 거잖아? 다음에는 같이 뛰자고.”

성환이는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출전하지 못했다.

공격수의 합이 워낙 좋아서 교체로 들어올 타이밍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 다음에는 꼭······!”

알겠다고 대답한 뒤 샤워실로 가서 몸을 씻고 나왔다.

선수들의 이야기가 귀에 들려왔다.

“아, 아까웠어.”

“아까 걔들 표정 봤어? 동점 골 먹힐 때마다 안색이 안 좋아지는 거.”

경기에서 패배했지만, 라커룸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간혹 경기에서 패배하면 승부욕을 참지 못해 라커룸이 싸늘하게 얼어붙은 일이 흔한 편이었다.

그런 걸 생각하면 아우크스부르크의 라커룸의 분위기는 참 좋은 편이었다.

과도한 승부욕은 때론 불화를 일으킬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쉽다. 한 골만 더 넣었어도 승점을 챙겼을 텐데······.”

“그러게. 승점이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거 같네.”

“우리가 실수하면 안 됐는데. 실수하지만 않았으면 우리가 이겼을 텐데.”

오히려 수비를 맡은 선수들은 자책하고 있었다.

그들 또한 이번 경기에서 수비 실책이 많단 것을 인지했다.

후반전에 집중력이 무너지지만 않았더라면, 경기에서 이길 수 있단 확률이 있었다.

“괜찮아. 이제 한 경기를 치렀고, 또 경기력이 나쁜 것도 아녔는데, 다음 경기에서 더 잘하면 되는 거지. 안 그래?”

내 말에 다니엘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상진이 말이 맞아. 다음부터 우리가 실수한 부분을 조금씩 줄여나가면 될 일이니까······.”

다니엘 바이어는 이번 대량 실점에서 자신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상대 공격진이 수비수에게 넘어가지 못하도록 앞에서 잘 막았어야만 했다.

그런데 제대로 막지 못한 채 공격수와 수비수를 마주하게 만든 것이 큰 잘못이었다.

“맞아. 느낌이 좋았어. 패배에서 배운다는 말이 있잖아? 다음부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되지.”

“흐흐.”

선수들이 하하 호호 웃으며 떠들고 있을 때, 마르틴 슈미트가 라커룸으로 들어왔다.

“경기에서 패배했지만, 그래도 잘했어.”

누구든 경기에서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다들 승부욕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같은 경기에서 선수들을 크게 나무라기보다 칭찬하는 것이 바람직했다.

“···그리고 상진, 자넨 내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어.”

마르틴 슈미트는 이상진의 경기력에 행복했다.

프로리그 감독직을 맡은 지 4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상진처럼 이제 막 데뷔한 선수가 경기에서 날아다니는 것은 처음이었다.

확실한 공격수가 생겼다는 것에 이번 시즌은 이전과 다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고 자신할 수도 있었다.

마무리를 확실하게 할 수 있는 공격수만 있더라도 순위를 조금이라도 더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구단에 부임할 때만 하더라도 분데스리가에 잔류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구단 목표였다.

그런데 오늘 경기를 치르고서 단번에 생각이 바뀌었다.

잔류가 아닌 유로파 리그에 진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여겼다.

감독님에게 노골적으로 칭찬을 받아보긴 오랜만이다.

아마도 이번에 데뷔한 선수라서 용기를 북돋기 위해 그런 것이겠지.

나도 이에 응답해줘야겠다.

“아유, 아닙니다. 훈련에서 감독님이 잘 가르쳐주신 덕분이죠.”

화기애애하게 대화가 오가고 있을 때, 라커룸의 문이 열렸다.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단장, 슈테판 로이터였다.

‘단장?’

라커룸에 무슨 볼일이 있어서 단장이 이곳까지 행차했는지 모르겠다.

보통 단장은 라커룸에 오는 일이 드물었다.

간혹 오는 경우라고 해봤자 우승을 비롯한 상위라운드에 올라갔을 때, 격려차 방문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

들어온 슈테판 로이터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뭐지?’

혹시 내가 모르는 일이라도 일어난 건가?

개막전에서 패배한 상황이었다.

단장이 웃을 포인트를 찾지 못했다.

단장이 싱글벙글 웃으며 나에게로 다가왔다.

‘설마?’

웃으면서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니 짐작이 가는 곳이 생겼다.

아마도 해트트릭을 달성한 것 때문이겠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라커룸에 있던 선수들이 축하해주던 걸 보면 진짜였다.

그렇다면 단장이 웃으면서 다가오는 것도 이해할 수가 있었다.

골 가뭄에 지독하게 시달린 구단에 해트트릭을 기록한 선수가 모처럼 나타났으니 관심을 가질 수밖에.

그리고 내 예상처럼 단장이 사근사근한 미소를 지었다.

“잘했어. 정말 잘했어. 데뷔전에서부터 네가 날아다닐 줄이야. 재철에게서 널 추천 받은 건 정말 잘한 일이었어.”

슈테판 로이터는 이상진을 데려오 전에 구재철에게 따로 연락하며 알아봤다.

선수의 실력 부분에서는 경기 영상을 참고하면 될 일이었지만, 그 외에 성격 같은 부분을 알아둬야만 했다.

그렇기에 구재철에게 물어본 결과, 사람 됨됨이가 좋단 말을 엿들었다.

그 말처럼 구단에 합류한 이후 별 잡음 없이 성실하게 훈련에만 매진했다.

경기 영상을 본 것과 달리 기대 이상으로 훈련을 잘 소화했다.

특히 친선경기에서 그 활약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그렇기에 성실하게 임한 선수가 리그 경기에서 구단에 얼마 없는, 거기에 퍼펙트 해트트릭까지 기록하니 당연히 예뻐 보일 수밖에 없었다.

“단장님이 절 데려와 주셔서 기회를 받을 수 있던 거죠.”

“흐, 흐하하.”

단장은 호쾌하게 웃었다.

내가 너무 입에 발린 소리를 한 걸까?

아니다, 엄연히 사실을 말한 거니까.

입에 발린 소리는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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