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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빨 좋은 스트라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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힝퓨퓻
작품등록일 :
2022.05.11 16:00
최근연재일 :
2022.05.2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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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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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DUMMY

6화




이상진이 전방에서 끊임없는 움직임을 갖고 플레이하는 덕에 미하엘은 경기를 풀어가기 수월했다.

“나이스.”

미하엘은 이상진의 플레이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이상진은 원하는 위치에 항상 서 있었다.

덕분에 패스부터 시작해서 침투까지 자유자재로 할 수 있었다.

‘어떻게 내 마음을 이렇게 잘 아는 거지.’

합을 맞춰본 것은 고작 보름이었다.

그런데 수십 년을 같이 발을 맞춰본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이상진이 계속 전방에서 압박한 덕에 수비수들의 위치가 무너졌다.

“상진!”

볼을 가진 미하엘이 나를 괜히 부른 게 아닐 것이다.

주변을 둘러봤다.

아, 저곳이구나.

뒤에 눈이 달리지 않아서 패스 타이밍을 읽지 못하겠지만.

아마 이때쯤에 스루패스를 시도하겠지.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가기 시작했다

급발진이라도 하듯 뛰쳐나가자 수비수들이 놀란 것 같았다.

놀라는 게 당연했다.

계속 전방압박을 하던 놈이 갑자기 방향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깃발은 들지 않았고.’

이대로 쭉 달려가면 될 일이었다.

근처에는 다른 선수들이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이 상황에서 패스라는 선택지는 생각하지 않아도 될 문제였다.

골키퍼가 타이밍에 맞춰 달려 나오고 있었다.

골키퍼의 긴장된 눈을 보며 가볍게 톡하고 볼 아랫부분을 찼다.

자연스럽게 몸이 비스듬히 기울어졌다.

퍽.

볼은 골키퍼의 키를 아슬아슬하게 넘어갔다

볼이 자신의 키를 넘어가는 순간에도 골키퍼는 볼을 막기 위해 몸을 내던지며 팔을 쭉 뻗었다.

볼은 손가락 끝을 스쳐 지나갔다.

볼을 차는 순간부터 골이 들어갈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리고 내 예상처럼 볼은 들어갔다.

골망을 흔들리자 바로 미하엘을 향해 달려갔다.

“캬, 내가 아까 뭐라고 했어. 타이밍에 맞춰주기만 하면······.”

미하엘은 눈을 빛내며 부담스럽게 나를 쳐다봤다.

“야, 어떻게 내 마음을 그리 잘 아는 거야?”

순간, 미하엘의 머릿속으로 한 명의 선수가 떠올랐다.

손형민.

함부르크에서 발을 맞춰본 지 일 년밖에 되지 않았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손형민과 합이 잘 맞았다.

덕분에 함부르크에서 공격 포인트를 많이 기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손형민에게서 느낀 점을 이상진에게서도 어렴풋이 느꼈다.

“내가 한국인이랑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네.”

“한국인······?”

내 말에 미하엘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함부르크에서 손이랑 같이 뛰어봤거든.”

“아, 한국인이랑 같이 뛰는 일이 많네.”

“친선경기라도 느낌이 아주 좋거든? 시즌 개막하면······.”

뒷말을 살짝 흐렸지만,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잘 알았다.

나도 미하엘의 플레이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패스 타이밍이 빠른 덕에 뒷공간을 수시로 노릴 수 있었다.

“잘하네.”

다른 선수들도 다가와서 살가운 태도로 날 반겨줬다.

“오늘 경기에서 몇 골을 넣으려는 거야.”

“가능하면 계속 넣어야지.”

저걸 질문이라고 하는 건가.

공격수라면 모름지기 득점기계처럼 계속 골을 넣어야지.

* * *

한편, 벤치에 앉은 이성환은 이상진의 골 폭풍을 말없이 바라봤다.

친구가 잘되는 모습이 보기 좋았지만, 마냥 기쁘지는 않았다.

같은 포지션을 경쟁하는 사이였다.

그가 잘할수록 입지가 점점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었다.

친선경기에서 기회를 먼저 받은 것은 자신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줄을 놓쳤다.

반대로 이상진은 그 줄을 부여잡고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아.”

이성환이 한숨을 내쉬자 옆자리에 앉은 다른 선수들이 그를 쳐다봤다.

“무슨 일이라도······.”

곧이어 선수들은 이성환이 한숨을 내쉰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유를 듣지 않더라도 알 수 있었다.

이상진의 활약을 보고 여러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비슷한 조건에서 시작한 선수가 잘된 것을 보면

생각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자신들도 한두 번쯤은 경험해본 일이었기에

말없이 지켜볼 뿐이었다.

저 상황에서 굳이 말한다고 기분이 풀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선수들은 말없이 경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한 선수가 넋을 잃은 채 입을 열었다.

“···어? 뭐야, 또 넣었어?”

곧이어 다른 선수들도 황당하단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쟤, 지금 벌써 몇 골이나 넣은 거지?”

“지금 다섯 골인 거 아니야?”

선수들은 놀란 표정이었다.

설마, 친선경기에서 다섯 골을 기록할 줄은 몰랐다.

상대방의 전력이 약한 점도 있었지만, 이상진의 득점을 워낙 잘했다.

수비수를 돌파해서 단독으로 만들어 넣었다. 그리고 주변 선수들을 이용해서 넣기까지.

흠잡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발에 걸렸다 하면 골이네. 이거 긴장 좀 해야겠다.”

이상진과 같은 포지션을 뛰는 선수들은 절로 긴장했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시원하게 골을 기록하는 선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감독이 그를 기용할 확률이 꽤 높았다.

“아, 좋아하는 거 봐.”

선수들은 감독의 입꼬리가 살짝 끌어올리는 것을 발견했다.

게다가 소리 없이 히쭉히쭉 웃기까지.

아마도 이상진을 상당히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았다.

그런 감독의 모습을 보며 선수들은 직감했다.

이번 시즌은 다를 것을.

“치열하겠는데.”

같은 포지션의 선수들은 이상진을 유망주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었다.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선수였다.

* * *

친선경기에서 대승을 거둔 이후 감독님이 나를 찾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다섯 골을 넣는 공격수라면, 당연히 관심이 가기 마련이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득점력이 낮아서

이제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친선경기에서 선발 비중이 점점 커졌다.

감독님의 무한한 애정이 눈빛에서도 느껴졌다.

눈에서 꿀이 떨어질 것 같았다.

비단 감독님뿐만 아니라 코치님도 날 애정 어린 눈으로 쳐다봤다.

한순간에 코치진의 애정을 독차지할 줄이야.

거기에 훈련장에 있는 선수들도 나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선수들도 나를 인정한 것 같았다.

이렇게 애정을 받는 사이라면, 강한 발언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환대 속에서 벗어나 집으로 돌아왔다.

형은 평상시처럼 날 대해줬다.

“무슨 바람이 불었길래. 그렇게 실실 웃는 거야?”

“코치진이 날 예뻐하거든? 근데 선수들도 날 좋아하더라.”

“잘됐네.”

환대에 몸이 익숙해져서 형의 반응은 미적지근하게 느껴졌다.

“아, 형 궁금하지 않아?”

“네가 잘해서 좋아하겠지. 자만하지 말고 이럴 때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거 알지?”

“알지. 네가 세 살배기 얘도 아니잖아. 걱정하지 마.”

“그럼 다행이고 오늘 저녁은 닭가슴살에 현미밥이면 충분하지?”

아, 지긋지긋하다.

어찌 된 게 독일에 와서 자극적으로 밥을 먹은 적이 없는 것 같다.

자기 관리를 하는 것도 좋았지만, 매일 이런 식단으로는 도저히 못 버티겠다.

살짝 건의해봐야겠다.

“그래도 영양분을 생각해서 다양하게 먹는 게 좋지 않을까? 꼭 닭가슴살이 아니더라도······.”

“기왕 운동하는 거 먹는 거까지 신경을 써야지.”

“운동하면 그런 식단으론 힘들잖아.”

“야, 시즌이 시작되면 다른 식단으로 준비해야지.”

형도 다 고려해서 식사를 준비하는구나.

시즌이 시작되면 배에 기름칠할 수 있겠다.

형이 지극정성으로 돌봐준 덕에 몸은 확실하게 좋아졌다.

“아, 맞다. 형 내일 친선경기는 비야레알이랑 하거든?”

“비야레알?”

“어. 라리가에 있는 팀 알지?”

“야, 내가 축구에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닌데, 설마 모르겠어?”

닭가슴살을 입에 쑤셔 넣으며 말을 이어갔다.

“어떻게 보면 그게 진짜 시험의 장이거든.”

이전까지 친선경기는 몸풀기에 가까웠다.

전력이 약한 팀과 경기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상대는 비야레알이었다.

라리가에서 실력이 검증된 팀이었다.

게다가 이번 경기에서는 비야레알도 주전 선수들로 나온다고 들었다.

“그럼 다음 경기에서 잘해야만 하겠네.”

상위권의 팀과 맞붙는 것은 처음이라서 재밌을 것 같다.

“···경기에서 이겨야지.”

잘하는 거론 만족할 수 없다.

모든 경기에서 승리할 각오로 뛰어야만 했다.

* * *

8월 3일.

호텔에서 푹 쉬어서 컨디션이 좋았다. 몸도 평소보다 가벼웠다.

최상의 컨디션이니 경기에서 잘 뛸 수 있을 것 같다.

호텔을 떠나 오스트리아의 중립 경기장으로 이동했다.

버스에서 이동하는 동안, 성환이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성환아, 오늘 잘해보자.”

오늘은 성환이도 같이 선발명단에 뽑혔다.

“어? 잘해야지.”

“내가 팍팍 지원해줄 테니까.”

응원의 말이라도 해줘야지.

유망주에겐 응원만큼 힘이 나는 것도 없지.

“고마워. 오늘 친선경기가 마지막인데, 잘해야지······.”

아, 오늘 친선경기가 마지막이구나.

아우크스부르크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는데.

벌써 시즌 개막이라니.

시간이 참 빨리 흘러가는 것 같았다.

필드에서 몸을 풀면서 선수들을 둘러봤다.

성환이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몸이 잔뜩 굳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마 복합적인 이유로 그런 것 같았다.

상대는 전력이 약한 팀이 아니었다.

비야레알.

두 시즌 연속 5위를 기록한 상위권에 있는 팀이다.

그런 팀을 상대로 선발 선수로 나선다는 긴장감.

그리고 이번 기회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겹쳤겠지.

이거 어째 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 같다.

“성환아, 긴장하지 마.”

“어? 어······.”

집중을 못 하는 걸 보면 좋지 않은 징조였다.

“야, 집중해.”

성환이에게 말을 하는 것이 오지랖이 넓은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앞날이 창창한 선수를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긴장하지 말고 훈련에서 하던 것처럼 해.”

“어, 어. 알았어.”

“야, 알았다는 놈이 왜 말을 더듬어.”

말장난도 치면서 긴장 좀 풀어줘야겠다.

“야, 오늘 경기에서 득점하면 내가 소개해줄 사람이 있어.”

“소개······?”

소개라는 말에 눈을 번쩍 뜨는 걸 보니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어. 너도 만나면 좋아할 거야.”

“그래? 알았어.”

소개해줄 사람이 여자라고 하진 않았는데.

저렇게까지 좋아하는 걸 보니 말하지 말아야겠다.

덕분에 긴장도 풀렸으니.

‘형도 성환이를 보면 좋아하겠지.’

피지컬만 놓고 보면 성환이가 나보다 좋았다.

하지만, 커다란 키에 비해 체격은 살짝 왜소한 편이었다.

수비수들과의 몸싸움에서 툭 치면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

아마 두 사람의 만남은 좋은 의미로 발전될 것이다.

가볍게 몸을 풀고 라커룸으로 돌아왔다.

유니폼을 갈아입는 동안, 감독님은 쉬지 않고 입을 열기 바빴다.

“···속전속결로 처리해야 해. 우리 진영에서 쓸데없이 점유율을 가져가지 마.”

맞는 말이다,

전력이 강한 팀을 상대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습이었다.

보통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는 팀은 역습에 취약했기 때문이다.

시계를 살피고 감독님이 입을 열었다.

“···준비됐지?”

감독님, 준비는 한참 전에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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