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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빨 좋은 스트라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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힝퓨퓻
작품등록일 :
2022.05.11 16:00
최근연재일 :
2022.05.21 10:05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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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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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322

작성
22.05.1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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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5화

DUMMY

5화




“···선발명단 확인했지?”

아, 저번 친선경기에서 감독 눈에 잘 띄었구나.

바로 선발 선수로 기용할 줄이야.

좋아.

이번 기회를 잘 살려야지.

그래야만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살아남을 테니.

이적한 선수들이 워낙 많아서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도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형을 찾았다.

이 기쁜 소식을 형과 함께 나눠야지.

“형, 나 다음 경기는 선발 출전이야.”

“아, 다음 친선경기는 네가 선발이야?”

반응이 미적지근한 걸 보니 설마 못 믿었나?

“당연히 선발이지. 형, 내가 독일 올 때 뭐라고 했어.”

“난 그냥 하는 소리인 줄 알았지.”

“아, 좀 믿어. 내가 언제 헛소리를 내뱉은 적이 있어?”

“야, 네가 언제 헛소리를 안 한 적이 있냐?”

어릴 때 헛소리를 많이 내뱉었나?

아, 오래된 일이라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형이 저렇게 말하는 걸 보면 거짓말을 아닌 거 같고.

화제를 바꿔야겠다.

“형, 같이 운동하자.”

“내가 운동을 가르치지 않아도 혼자 잘하는데, 내가 같이할 필요가 있어?”

“혼자 운동하면 심심하잖아. 같이 어울려주면 좋지.”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서 혼자 운동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혼자 하는 것보다 곁에서 함께 하는 것이 좋았다.

“형이 옆에서 도와줘서 잘한 거지. 나 혼자였으면 그게 쉬웠겠어?”

“네가 날 이렇게 믿어주니 없던 의욕도 다 생기네.”

항상 형을 믿었고, 앞으로도 쭉 믿을 거다.

형만큼 든든하게 날 믿어줄 사람은 없었다.

이탈리아에서 인종차별을 당할 때도 그랬었다.

이방인이라 한 경기라도 못하면 바나나가 날아왔다.

거기에 심심하면 원숭이 우는 소리까지.

형이 같이 있어 주지 않았다면, 이탈리아에서 오래 뛰지 못했을 것이다.

미안했다.

괜히 나 때문에 안 먹어도 될 욕을 같이 먹었다.

그래서 언젠가 말했다.

‘나 때문에 여기서 욕먹을 필요 없어. 한국에 돌아가는 게 어때?’

그때 형의 대답은 좀처럼 잊을 수가 없었다.

‘괜찮아. 여긴 한국보다 보충제가 싸거든. 이탈리아는 운동하기에 최적의 나라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난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운동에 미친 형을 위해 헬스장을 차려줘야겠다고.

뭐, 형도 우스갯소리로 한 농담이겠지만.

* * *

친선경기를 하는 날이 다가왔다.

라커룸에서 유니폼을 갈아입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아, 좋다.”

콧노래를 들었는지 라커룸에 있던 다른 선수들이 내 어깨를 두들겼다.

“좋아?”

“당연히 좋지.”

선수라면 당연한 일이었다.

어느 누가 후보 선수로 뛰고 싶겠는가.

다들 선발 욕심이 있을 거다.

그런 승부욕이 없다면 애초에 프로 선수로 데뷔하지도 못했겠지.

“하하.”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감독님이 들어왔다.

감독님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라커룸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회의실에서 이야기를 나눴었다.

굳게 닫혀 있던 감독님의 입이 열렸다.

“···개막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가볍게 생각하지 마.”

“예.”

선수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친선경기의 결과물에 따라 선발명단이 정해지기 때문이었다.

이내 선수들은 유니폼을 갈아입고 몸을 풀기 위해 필드로 움직였다.

필드에 가는 선수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개막이 가까워지니 다들······.’

선발명단에 뽑힐 자신감이 있는 선수들은 표정이 밝은 편이었다.

반대로 자신이 없는 선수들은 낯빛이 좋지 않았다.

친선경기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 선수들이었다.

어떻게 보면 오늘 이 무대는 나에게 시험의 장이 될 것이다.

* * *

전반전을 뛰는 동안 느낀 점은 조직력이 참 개판이라는 점이었다.

세트플레이를 하기 위해 훈련장에서 비가 땀이 나도록 뛰는 것이다.

당연히 눈만 봐도 척척 맞아 돌아가야만 하는 게 정상인데······.

어찌 된 게 딱딱 맞아떨어지질 않는다.

이상했다.

계속 전방압박을 가해서 상대방이 실수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실수를 받아먹질 못하는 것 같지.

뭐, 답답하면 내가 뛰어야지.

계속 혼자 끙끙 속앓이를 해봤자 달라질 것도 없고.

전방에는 나 말고 다른 공격수도 있으니까.

볼이 발에 걸렸다.

터치라인 바깥으로 나갈 볼을 간신히 붙잡았다.

어디······.

주변을 바라보니 다른 공격수들이 멀뚱히 서 있네.

아니, 왜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 거야.

빼앗은 걸 봤으면 고민하지 않고 바로 뛰어야지.

왜 이리 아마추어처럼 굴어.

”뛰어!“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내가 소리를 지른 시점에서 이미 늦었다.

아, 모르겠다.

나 혼자 해결해야지.

그래도 선수들이 뒤늦게 뛰어준 덕분에 수비수의 압박이 줄어들었다.

중앙으로 돌파하긴 어렵지 않겠다.

“헉헉.”

하프라인부터 페널티라인까지 전속력으로 달려왔나?

숨이 안 차오르는 게 이상하지.

집중하자.

다 차려놓은 밥상을 엎을 수는 없지.

사선으로 막아서질 않아서 다행이네.

저 좁은 틈만 노린다면······.

여기서 상체를 살짝 기울면 수비수들도 따라 넘어오겠지?

넘어왔다.

수비수의 몸이 내가 가려는 방향으로 꺾였다.

이제 몸을 틀어서 반대 방향으로.

수비수의 균형이 무너졌다.

좋아.

비좁은 틈을 파고들어서 골키퍼와 마주했다.

골키퍼가 튀어나왔다.

굳이 어렵게 갈 필요가 없었다.

볼 밑을 강하게 찍어 찼다.

회전을 머금은 볼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낮은 자세를 취한 골키퍼의 머리 위로 넘어 골문으로 날아갔다.

“캬.”

주먹을 불끈 쥐고 손을 들어 올렸다.

관중석을 바라봤다.

아, 형이 있는 힘껏 소리를 내지르는 것 같다.

무슨 소리인지 잘 들려도 너무 잘 들렸다.

“상진아, 믿고 있었다고!”

아, 쪽팔려.

한국어라서 혼자 듣는 게 불행 중 다행이지.

* * *

감독은 전반전의 경기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반전에 선취점을 기록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 기량이었다.

특히 이상진을 제외한 다른 공격수들의 움직임이 불만이었다.

“뭘 멀뚱히 지켜보고만 있어.”

하프라인에서 이상진이 볼을 탈취했을 때가 가장 문제였다.

선수들도 문제를 잘 알고 있어서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굳이 어렵게 갈 필요가 없다니까? 볼을 받으면 멀리 있는 선수들한테 넘겨.”

감독의 말에 선수들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잘못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설마, 이상진이 바로 볼을 탈취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 친선경기라고 가볍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

“예. 가볍게 생각하지 않죠.”

프리 시즌의 결과를 통해 선발명단이 정해졌다.

그렇기에 선수들은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다.

특히 이번에 이적한 선수들의 실력이 뛰어나서 위기감이 감돌았다.

“다음에는 정신 놓지 말고 집중하자.”

아, 감독님이 대신 말을 해주시니 좋네.

진짜 경기 중에 답답해서 미칠 노릇이었다.

나도 슬슬 작업 좀 해볼까.

라커룸에서 잠시 쉬는 동안 마르코를 불렀다.

“나 믿지?”

“미안. 네가 거기서 볼을 빼앗을 줄은 몰랐어. 내 잘못이야.”

아, 뭔가 말을 많이 생략한 것 같은데, 뜻만 통하면 그만이지.

하긴 손발을 별로 안 맞춰본 선수를 믿긴 힘들겠지.

“아니야. 우리가 손발을 맞춰보지 않아서 그런 거지. 다음부터 잘하자.”

마르코는 설득했고, 이제 다른 선수들과 이야기할 차례였다.

마르코를 제외하면 다른 선수들은 전부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었다.

아우크스부르크의 연령대는 상당히 높았다.

30대를 넘겨서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였다.

눈도장도 어느 정도 찍었겠다. 넉살 좋은 모습으로 다가갔다.

“저 발 빠른 건 알죠?”

“알지. 우리 팀에서 네가 제일 빠르잖아.”

훈련장에서 발이 빠르다는 걸 보여줬다. 그리고 지난 경기에서 빠른 발로 득점하는 걸 보여줬다.

“패스해주면 참 좋을 텐데··· 뭐라고 말로 설명할 수가 없네.”

선수들의 반응을 보아하니 살짝 넘어온 것 같다.

여기서 더 강하게 밀어붙여야만 했다.

혼자서는 힘들 테니 감독님의 도움을 좀 받아야겠다.

감독님에게 어필하기 위해 제자리에서 뜀박질하기 시작했다.

빠른 발을 어필하기 위해서였다.

“으음.”

감독님의 이목을 끌었다.

“감독님, 오늘 몸 상태가 좋아서 날아다닐 수 있을 거 같거든요?”

감독님이 턱을 쓰다듬었다.

고민하는 걸 보니 왠지 먹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프리 시즌이라 다양한 루트를 발견하는 게 좋지.

감독으로서는 선택지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지니.

생각을 마쳤는지 감독님이 입을 열었다.

“그래. 후반전에는 상진이한테 패스 좀 많이 찔러줘.”

감독님의 말에 힘입어 나도 당당하게 운을 뗐다.

“들으셨죠?”

내 말에 라커룸에 있던 선수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훈련장이든, 경기장이든 말이 많아서 팀에 녹아드는 게 빨랐다.

“하하.”

“막무가내로 패스해달라는 게 아니라 수비수를 흔들고 타이밍이 나오면······.”

“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

선수들한테 말이 잘 전달된 것 같아 만족스럽다.

* * *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전반전처럼 상대 수비수를 압박하면서 뒤를 돌아봤다.

전반전과 달리 볼 연결이 잘 되고 있었다.

덕분에 공격할 기회가 제법 생겼다.

볼을 받고 등진 상태에서 마르코가 올라가는 걸 봤다.

몸을 틀어서 마르코가 달려가는 방향으로 볼을 길게 찼다.

쭉 뻗어간 볼은 마르코를 지나쳤다.

“잡겠지?”

마르코의 발도 느린 편은 아니니까.

충분히 잡을 거다.

그럼 나도 움직여볼까?

수비수들이 떨쳐내고 페널티라인으로 뛰어갔다.

동시에 손을 들어 올렸다.

안드레가 기다렸다는 듯 낮은 궤적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느낌이 좋다.

이제 여기서 발만 뻗으면 닿는다.

두 번째 골을 기록했다.

마르코를 향해 손을 쭉 뻗자 화답이라도 하듯 마르코가 내게 달려왔다.

그리고 나를 힘껏······.

“야, 왜 껴안아.”

“좋아서 그런 거지.”

“됐고 이제 좀 떨어져라. 언제까지 달라붙을 거야.”

“아, 미안.”

유럽에서는 스킨십이 잦은 편이라지만, 두 번째 생임에도 적응되질 않았다.

* * *

마르코와 원투패스를 주고받았다.

공격 전개는 전반전보다 훨씬 매끄러웠다.

마음에 들었다.

“아, 뭔 라인을 저렇게 쭉 내린 거지.”

위기의식을 느낀 건지 상대 수비진영은 전반전보다 두터웠다.

밀집된 수비진영.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뒤는 어떻지?’

고개를 슬쩍 돌렸다.

뒤를 슬쩍 바라보니 미하엘이 오버래핑을 하고 있었다.

미드필더의 압박은 느껴지지 않았다.

미하엘이 직접 슈팅하기 좋은 각이었다.

‘저 거리라면 가능하지.’

미하엘의 중거리 슈팅이 강력하다는 것을 훈련에서 지켜봤다.

수비수와 미드필더의 눈이 전부 나한테 쏠렸다.

발뒤꿈치로 볼을 뒤로 흘렸다.

주인 없는 볼이 뒤로 데구루루 굴렀다.

뒤를 쫓아오던 미하엘은 굴러오던 볼을 보며 씩 웃었다.

적절한 순간에 잘 흘려줬다.

‘혹시 몰라서 쫓아온 건데.’

따로 말하지 않았어도 이상진이 바로 연결해줬다.

무척 만족스러운 상황이었다.

이 각도에서 중거리 슈팅을 성공한 적이 여러 번이었다.

미하엘은 과감하게 슈팅을 때렸다.

힘차게 뻗어 나간 볼이 골문 구석으로 날아갔다.

골키퍼가 손을 뻗어서 날아오는 볼을 쳐냈다.

볼이 골라인 바깥으로 튕겨 나왔다.

“아, 아깝다. 상진, 좋았어.”

미하엘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괜찮아.”

득점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코너킥을 만들었다.

여기서 다시 시도하면 될 일이었다.

안드레가 코너킥을 준비하며 수신호를 보냈다.

짧게 연결하겠다는 뜻이었다.

빙글 돌아서 가까운 포스트로 가면 될 일이었다.

곧 안드레가 볼을 찼다.

안드레가 볼을 차는 타이밍에 맞춰서 가까운 포스트를 향해 뛰어갔다.

추진력을 얻은 힘을 바탕으로 높게 뛰어올랐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볼이 골문 방향으로 틀어졌다.

바닥으로 착지하면서 골문을 힐긋 쳐다봤다.

가까운 곳에서 방향을 틀어놓은 덕에 골키퍼는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해트트릭이라.

친선경기라고 해도 기분은 좋았다.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리고 하프라인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동료 선수들이 달려와서 끌어안아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부담스럽게 왜 이리 달라붙는 거야.

“우리 팀에 복덩이가 굴러왔어.”

“하하, 좋아. 계속 이렇게 골만 넣어주면 될 거야.”

막내라서 그런가.

왜 이리 나를 껴안는 건지 모르겠다.

* * *

“허. 발만 빠른 놈인 줄 알았더니.”

마르틴 슈미트는 친선경기를 보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탁월한 전술 이해도를 바탕으로 게임을 풀어가는 능력.

그리고 빠른 발과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트리는 능력.

이 두 가지가 전부인 줄 알았다.

사실 이 두 가지 능력만으로도 공격수로 충분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뛰어나.’

키가 큰 편은 아니지만, 세트피스 상황에서 공중볼을 잘 잡았다.

아마도 위치 선정이 탁월해서 가능한 것이다.

‘게다가 포스트플레이도 어느 정도까지 가능하고.’

거기에 포스트플레이에 능하기까지 했다.

현재까지 보인 모습만 놓고 보면 모든 점에서 마음에 들었다.

유망주의 수준은 아득히 뛰어넘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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