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운빨 좋은 스트라이커.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힝퓨퓻
작품등록일 :
2022.05.11 16:00
최근연재일 :
2022.05.21 10:05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669
추천수 :
191
글자수 :
59,322

작성
22.05.13 16:20
조회
293
추천
22
글자
12쪽

4화

DUMMY

4화




입단식은 따로 진행하지 않았다.

뭐, 당연한 일이었다.

지역지에 조그맣게 실리는 게 전부겠지.

중소 클럽이면 당연한 거다.

애초에 입단식은 기대하지도 않았다.

“뭐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연락이 미친 듯이 오기 시작했다.

아직 지역지에도 안 올라갔을 텐데?

“야. 네 사진 올라온 거 봤어? 이상하게 사진이 잘 안 나온 것 같은데?”

형이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어? 지역지가 아니라 한국 기사에 벌써 올라왔다고?

하긴 재철이 형 때문에 아우크스부르크에 전문 기자가 따로 있었지.

“음, 왜 하필이면 이런 사진이지. 잘 나올 사진이 있었을 텐데.”

뭔가 사진이 생각한 것처럼 잘 나오지 않았다.

환하게 웃는다는 게 그만 입을 너무 벌린 것 같다.

게다가 억지 미소를 짓기라도 하듯 어색하기까지 했다.

유니폼도 살짝 구겨진 게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 선수한테 사진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

가볍게 생각하자.

“형, 어디 나가서 밥이라도 먹을까?”

“연락 온 건 어쩌려고?”

“나중에 따로 연락 돌려야지. 지금 연락하긴 좀 그렇잖아?”

연락이 와도 너무 많이 왔다.

이 사람들이랑 하나하나 다 연락하면 하루가 지날 거다.

“야, 굳이 밖에 나가서 먹을 필요가 있어? 어차피 집에 먹을 거도 많잖아.”

음? 집에 먹을 게 있었나.

여기 와서 따로 시장을 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냉장고에······.

아, 닭가슴살밖에 안 보이는 것 같은데.

설마 닭가슴살이 밥이라는 건 아니겠지?

“형? 닭가슴살이 밥은 아니지?”

“아, 당연히 닭가슴살이 밥이겠어. 다른 것도 다 준비해뒀지. 넌 러닝머신이나 간단하게 뛰고 있어.”

형이 콧노래를 부르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뭔가 불안한 기분이긴 한데, 믿어도 되는 거겠지?

“먹으러 와.”

다행히 식사는 평범했다.

현미밥과 닭가슴살, 그리고 풀 쪼가리가 차려졌다.

자극적인 음식은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았다.

내 앞에서 무식하게 이두박근을 뽐내며 닭가슴살을 물어뜯는 형을 보면.

말없이 젓가락질 소리만 식탁에 들렸다.

말없이 밥을 먹는 게 어색했는지 형이 먼저 말을 꺼냈다.

“훈련은 언제부터 하는 거야?”

“이틀 후에 시작해.”

* * *

음, 훈련장에 처음 날이라서 그런가. 괜히 긴장되는 것 같네.

아직 사람들이 안 왔나?

시계를 슬쩍 봤다. 아, 내가 훈련장에 너무 빨리 왔구나.

가볍게 뛰면서 몸이라도 먼저 풀어둬야겠다.

시간이 흐르고 훈련장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들어왔다.

아, 다들 처음 보는 얼굴인데.

훈련장에 들어온 선수들과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건넸다.

“아, 이름이 뭐지?”

아직 통성명도 하지 못한 사이였지.

누군지를 모르니까 답답하네.

“아, 상진아!”

아, 이 어색함에서 날 구원해줄 사람이 도착했다.

재철이 형.

“형, 오랜만이에요.”

“···오랜만은 보름 만에 보는 거잖아. 아, 얘가 이번에 들어온다던 이상진이야.”

재철이 형이 동료 선수들을 소개해줬다.

소개를 듣고 이름을 외워가기 시작했다.

낯익은 이름들이 몇몇 있다.

“반가워.”

펠릭스 괴체와 라니 케디라.

두 사람의 형은 축구계에서 유명했다.

바로 월드컵에서 우승한 마리오 괴체와 사미 케디라였다.

“형 덕분에 처음에 어색하진 않았네요.”

“내가 좀 빨리 나올 걸 그랬나?”

“아니에요. 제가 설레서 너무 빨리 나온 게 잘못이지.”

“아, 그거 알아? 지금 감독님이 유스에서 올라온 분이거든?”

아, 유스에서 올라온 감독이라고?

이건 몰랐다.

이거 생각 외로 기회를 빨리 잡을 수도 있겠는데?

“네가 뛸 기회가 많을 거야. 아, 그리고 나 이번 달에 이적하는 거 알지?”

이적?

재철이 형이 이적하는 게 이번 시즌이었구나.

내가 뉴스를 허투루 보고 있었구나.

“아, 형이랑 같이 뛰고 싶었는데.”

“나이 먹은 사람이랑 뛰는 거보다 팔팔한 사람들이 더 좋지.”

재철이 형은 무슨 말이라도 떠올랐는지 갑자기 손뼉을 쳤다.

“아, 맞다. 성환이라고 이번 시즌에 유스에서 올라오는 얘가 있거든?”

성환이······?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네.”

“둘이 나이도 같고 하니까. 같이 생활하면 즐거울 거야, 아, 말 나온 김에 이번 주에 같이 밥이라도 먹을까?”

“저야 좋죠. 누가 초대해주는 자리인데··· 흐흐.”

동갑내기랑 같이 뛰면 좋지.

“아, 저기 온다.”

“성환아, 이리와 봐. 얘가 이번에 들어온 이상진이라고 하거든?”

“아, 알죠. 강호랑 같이 청소년 월드컵에서 우승했잖아요.”

“어. 그래서 너랑 나이도 같고 해서 있다가 저녁에 밥이라도 같이 먹으려고 하는데··· 시간 괜찮지?”

“네.”

인사를 마치고 성환이는 다른 선수들이 있는 곳에 갔다.

재철이 형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슬쩍 말했다.

“나 요새 너튜브 시작했거든? 나중에 너튜브에 출연 좀 해줘. 알겠지?”

이때쯤부터 너튜브를 시작했구나.

“아, 형이 초대하면 당연히 가야죠.”

감독이랑 코치도 훈련장에 들어왔다.

“아, 이번 시즌에 팀에 새로 들어온 얼굴들이 많지?”

코치가 간단하게 선수들을 소개했다.

뭐, 따로 자기소개를 갖는 건 훈련이 끝난 후겠지.

“당분간은 체력 훈련 위주로만 진행할 거다.”

프리 시즌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몸을 만들어야 하는 비시즌이라 체력 훈련이 많았다.

서킷 트레이닝이라 휴식 시간을 갖기 어려웠다.

아직 몸이 따라주질 않네.

어렸을 땐 몸이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나 말고 다른 선수들도 같이하고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네.

“상진아, 힘들지는 않지?”

“아, 아직은 할 만해요.”

무리하지 않고 적당하게만 하자.

적당하게.

다치면 나만 힘들 테니까.

하, 그땐 왜 ‘적당히’를 몰랐는지.

무식하게 훈련한다고 실력이 좋아지는 것도 아녔는데.

그래도 바꿀 기회가 왔으니까.

당분간은 서킷 트레이닝만 죽어라 할 것 같네.

“형, 당분간은 서킷 트레이닝만 하겠죠?”

“어. 힘들어도 참아. 체력 훈련이 가장 중요한 거 알지?”

“알죠.”

* * *

보름이 조금 지나자 서킷 트레이닝에 몸이 익숙해졌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배불뚝이 같은 선수가 몇몇 있었는데, 다들 홀쭉이처럼 살이 쭉 빠졌다.

전술 훈련을 본격적으로 들어가며 시즌 준비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친선경기를 진행하는 날이 찾아왔다.

“아, 선발명단에 안 뽑혔네.”

어쩔 수 없지.

이번 시즌에 이적한 선수들이 많으니까.

몸값이 있는 선수들부터 먼저 기용하겠지.

그래도 후보명단에 들어서 다행이다.

오늘 상대가 슈투트가르트라고 했나?

아, 이럴 때 재철이 형이 없어서 아쉽다.

재철이 형이 있었으면 조금이라도 더 알려줬을 텐데.

“···어? 친선경기라도 해도 이렇게 휘둘릴 줄은 몰랐는데.”

하부 리그를 상대로 시작부터 헤맬 줄은 몰랐다.

아우크스부르크가 못하는 건지, 아니면 슈투트가르트가 잘하는 건지.

좋게 생각하자.

이번에 강등된 팀이니 전력이 비슷한 팀이겠지.

“상진아.”

“어?”

아, 성환이.

저번에 재철이 형 덕분에 성환이랑 같이 밥을 먹고 금세 친해졌다.

나이가 같아서 공통된 주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포지션이 겹쳤지만.

“오늘 경기에서 우리 뛸 수 있을까?”

“뛰겠지. 친선경기라서 교체 카드도 널널하잖아.”

걱정이 많네.

교체 명단에 들어간 걸 보면 분명 교체로 써먹을 거다.

친선경기는 여러 방면을 실험하기 위한 실험의 장이었다.

음, 그나저나 전반전은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지 못하네.

게임을 풀어가는 게 좀 답답하다.

내가 뛰면 여러 옵션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하, 몸이 근질근질한 게 빨리 필드를 밟고 싶다.

답답한 건 나만 그런 게 아닌가 보다.

감독의 한숨이 내 귀에 너무 잘 들려왔다.

* * *

하프타임을 맞아 라커룸에서 감독이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공이 우리 쪽에서 계속 돌면 안 된다니까? 저쪽에서 강하게 압박하면 틈이 생기잖아. 거길 노려야지.”

감독도 전반전의 문제점을 잘 짚어낸 것 같다.

“···안드레, 경기 뛸 준비를 해. 그리고······.”

아, 왜 뒷말을 흐리는 거야.

괜히 사람 설레게.

저 두툼한 입술 사이로 내 이름을 불러줬으면 좋겠다.

“리······.”

그래.

이씨 성을 가진 사람은······.

“아, 리가 두 명이라는 걸 깜빡했군. 성환, 자네가 율리안 대신해서 들어가게.”

아, 나 말고 또 있지.

좋다 말았네.

그래도 아직 경기가 끝난 게 아니니까.

기대할 곳이 남았다.

후반전도 전반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성환이는 감독의 주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어째 감독의 한숨 쉬는 소리가 점점 빨라지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혹시 나만 느끼는 건가?

뒤돌아본 감독이랑 눈을 마주쳤다.

이제 나한테도 기회가 오는 건가?

“상진,”

좋아. 이 말을 기다렸다.

“예. 감독님. 몸이라도 풀고 있을까요?”

“그래.”

감독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따라 몸을 풀었다.

과한 열정 때문일까.

벤치에 앉은 사람들은 입이라도 맞춘 듯 웃음을 터뜨렸다.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유니폼을 갈아입고 감독 곁으로 갔다.

감독은 나를 보며 전술에 관해 이야기했다.

“상진, 네가 발이 빠르니까······.”

음, 사람 생각하는 게 다 비슷비슷하구나.

공격이 답답할 땐, 뻥 지르는 것도 방법이긴 하지.

괜히 되지도 않는 점유율 축구를 붙잡는 것보다 효과적인 방법이다.

“예. 믿고 맡겨주세요. 제가 수비진을 흔드는 건 또 전문이거든요.”

넉살 좋게 대답했다.

발이 빠른 건 재능이다.

노력으로도 올라갈 수 없는 영역이다.

“흐하하.”

왜 이리 호쾌하게 웃는 거지? 설마 내 말을 못 믿는 건가.

뭐, 이건 필드에서 보여주면 될 일이니까.

* * *

플로리안을 대신해서 들어갔다.

포스트플레이를 하던 플로리안을 빼고 날 투입한 건 뻔한 이유였다.

치고 달리기와 공간 침투. 이 두 가지를 원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볼이 나한테 넘어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달리기가 빨라봤자 볼이 오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었다.

대체 왜 뻥 차지 않는 거지?

분명 라커룸에서 시원시원하게 풀어가자고 한 것 같았는데.

혹시 내가 잘못 알아들었나?

그게 아니면 뭐지.

설마 내 위치가 별로라서 주질 않는 건가?

쓰읍.

강력하게 어필해야지.

손을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볼!”

왔다.

멀리 날아오는 걸 보니 쭉 달려야겠다.

수비수보다 내 발이 먼저 움직였다.

빠른 속도로 볼을 붙잡았다.

오프사이드 트랩을 절묘하게 뚫어냈다.

공격수가 볼을 소유하는 시간은 길어야 3분 남짓이다.

90분이란 시간을 생각하면 무척 짧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그런 천금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내 시야에서 보이는 건 골키퍼밖에 없다.

골문이 이렇게 넓게 보일 줄이야.

어디로 차야 골을 잘 넣었다고 소문이 날까?

* * *

뜻밖의 활약에 감독, 마르틴 슈미트는 소리 없이 입을 쩍 벌렸다.

이상진에게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유망주가 단번에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 걸 알았기 때문이다.

처음 이상진이 말을 할 때만 하더라도 호기롭게 내뱉은 말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생각은 착각이었다.

자신의 의도를 정확하게 꿰뚫어 봤다는 듯 원하는 대로 플레이했다.

플레이 하나하나가 마음에 쏙 들었다.

‘그래. 저렇게 흔들어줘야지.’

이전 공격수들은 너무 정적이었다.

포스트플레이를 즐겨 하는 선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포스트플레이가 모든 걸 해결해주는 건 아니었다.

때론 과감하게 돌파를 시도하고 라인을 깨트려야 할 때도 있었다.

그리고 이상진은 그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알아차렸다.

“···복덩어리가 들어왔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운빨 좋은 스트라이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 11화 +1 22.05.21 126 8 11쪽
10 10화 +2 22.05.19 117 10 11쪽
9 9화 +2 22.05.18 145 9 11쪽
8 8화 +2 22.05.17 170 11 12쪽
7 7화 +3 22.05.16 196 14 13쪽
6 6화 +3 22.05.15 237 15 11쪽
5 5화 +3 22.05.14 260 16 13쪽
» 4화 +3 22.05.13 294 22 12쪽
3 3화 +3 22.05.12 320 25 12쪽
2 2화 +4 22.05.11 359 31 13쪽
1 1화 +2 22.05.11 446 3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