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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빨 좋은 스트라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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힝퓨퓻
작품등록일 :
2022.05.11 16:00
최근연재일 :
2022.05.2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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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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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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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화

DUMMY

3화




“···아우크스부르크는 나쁘지 않은 팀이죠. 경기에서 많이 뛸 수 있을 테니까.”

“예.”

내가 선택한 팀은 아우크스부르크다.

이탈리아가 선택지에 없는 것은 간단했다.

치가 떨렸다.

아직도 썩 유쾌한 기억이 남지 않는 동네였다.

그곳만큼 인종차별이 심한 곳은 없었다.

특히 울트라스.

팀의 레전드라 할 수 있는 선수들도 욕하는 마당에.

날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사사건건 욕하기 바빴다.

동료들은 항상 날 감싸줘서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다.

이탈리아를 꺼리는 이유는 다름 아닌 감독 때문이었다.

감독 대부분이 보수적이었다.

유망주를 적극적으로 기용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아탈란타는 나름 개방적이었다.

덕분에 운이 좋게 기회를 얻어서 선발로 뛸 수 있었다.

‘이탈리아는 패스.’

그리고 괜히 처음부터 상위권에 올라가면 경쟁이 빡빡했다.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선수들을 기용하지 않는 일이 많았다.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기회가 오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차라리 하위권에서 실력을 입증하고 상위권에 이적하는 게 옳았다.

“예. 그럼 자세한 이야기는 구단 측과 이야기가 되면 그때 다시 하죠.”

“그럼 그렇게 알고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예.”

이제 더 나눌 이야기는 없었다.

페레 과르디올라도 이후 일정 때문에 자리를 떴다.

“허, 옆에서 봐도 적응이 안 되네.”

뭔가 폭풍이 지나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네.

하긴 페레 과르디올라가 들어온 이후에는 입도 뻥끗하지 않았으니.

어떻게 보면 답답하겠지.

무슨 말이 오가는지 알 수가 없을 테니까.

“그래서 에이전트랑 무슨 이야기를 나눈 거야?”

영어로 우리끼리만 쏙 말하고 계약서에 서명했으니.

“뭐, 계약서에 적힌 조건이랑 어느 팀을 생각하는지 물어보길래.”

“팀? 아까 아우크스부르크인가? 여기 말한 거 같은데··· 맞아?”

오, 아까 고개를 까닥거린 게 팀 이름을 들어서 그런 거였구나.

망부석처럼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고개를 끄덕거리길래 뭔가 했더니만.

“맞아. 아우크스부르크로 갈 생각이야.”

“아, 구재철이 있는 팀이지?”

형도 축구를 좋아하고 또 나 때문에 많이 알아보고 다녔으니.

해박한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건 대충 잘 아는 편이다.

“맞아. 거기라면 적응하기 어렵지도 않겠다. 사람 좋다고 소문이 파다하잖아.”

사람 좋지.

청소년 월드컵에서 우승하고 재철이 형을 만난 적이 있었다.

먼저 친근하게 다가와서 전화번호도 묻고 한 덕에 연락처도 받아놓은 상태였다.

어디 보자.

찾았다.

재철이 형한테도 따로 연락해둬야겠다.

나한테 농담 삼아 아우크스부르크에 오지 않겠냐고 했었는데······.

아마 내가 아우크스부르크에 간다고 하면 두 팔 벌려 환영할 거다.

“잘됐네. 외국에 너 혼자 보낸다는 게 좀 마음에 걸렸는데.”

무슨 소리야.

나 혼자라니.

형도 함께 가야 하는데.

이런 건 좀 천천히 알려주는 편이 좋으려나.

아직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도 못한 것 같은데.

이런 뉴스는 나중에 알려줘야지.

* * *

시간이 흘러 페레 과르디올라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우크스부르크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계약 조건은 아직 진행되지 않아서 액수를 알지 못했다.

뭐, 당장 액수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도 챙길 건 챙기겠지만.

우선은 뛰는 것이 중요했다.

구단 측에서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하니 계약은 어렵지 않겠지.

그렇다면 그 전에 몸이라도 좀 만들어둬야겠다.

“형, 나 유럽 가기 전에 헬스장에서 같이 운동이나 하자.”

“그래. 안 그래도 내가 먼저 말 꺼내려고 했었는데······.”

형은 헬스장에서 헬스 트레이너를 하고 있었다.

그 덕에 근력 운동과 식단 조절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예전에는 형이랑 헬스장에 가는 게 그렇게 싫었는데······.

음, 이 헬스장은 진짜 오랜만이네.

지금 체격으로는 외국에서 살아남기 어렵겠지.

노련한 경험으로 부족한 피지컬을 보완하겠지만.

그래도 미리 준비해둬야지.

특히 코어 운동에······.

부상 방지를 위해서라도.

하, 그나저나 어릴 때는 축구 외의 운동을 얼마나 안 한 거지······.

“상혁이, 네 동생이라서 그런가. 운동하는 자세가 아주 좋은데?”

“······.”

이상혁은 이상진이 운동하는 것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전에는 근육운동을 하기 꺼려서 운동을 싫어하는 편이었다.

며칠 전부터 느낀 거지만, 안에 내용물은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갑자기 영어를 잘하고, 또 운동을 잘하는 걸 보니.

‘사람이 갑자기 변할 수 있나?’

그래도 밝고 쾌활하게 변한 것을 보면 좋은 변화였다.

“형, 이제 다 한 거 같은데. 슬슬 마지막으로 러닝이나 할까? 할 이야기도 있고.”

“할 이야기?”

몸을 진정시키기 위해 마지막으로 가볍게 러닝을 했다.

그리고.

“형, 한국에 있지 말고 나랑 같이 유럽에서 살자. 어때?”

내 말에 형은 당황했는지 러닝머신의 속도를 줄였다.

“나도 돈을 벌어야지. 내가 독일 말을 할 줄 아는 것도 아니잖아.”

뭐, 나중에 유럽에서 자리를 잡은 이후에 형도 함께했지.

그래도.

형이랑 한집에 사는 게 마음이 편하다.

여태까지 형과 함께 지냈었고, 또 형만큼 날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게다가 궁상맞게 혼자 지내고 싶진 않았다.

“상희 혼자 남을 텐데.”

“부모님이랑 잘 있겠지. 뭐, 우리 없어지면 오히려 더 좋아하지 않을까? 방 좁다고 만날 난리였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동생인데 꼭 그렇게 말해야 하냐.”

이상희는 연년생 동생이다.

연년생이라서 싸우는 일이 많았지만, 싸우면서 정이 들었다.

가족의 정은 어딜 가질 않는다.

형이 압도적인 힘으로 찍어 누른 탓에 크게 싸울 일은 없었다.

아, 독일에 가기 전에 부모님도 뵈는 김에 겸사겸사 상희 얼굴도 봐야겠다.

아무 말 없이 가면 난리겠지.

* * *

가족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나 혼자 멀리 타국으로 가는 걸 더 걱정하신 것 같다.

그래서 형과 함께 간다고 하니 쉽게 허락하셨다.

그나저나 슬슬 연락이 올 때도 되지 않았나?

이제 일주일이 지난 거 같은데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바로 연락이 오는구나.

-만족스러운 조건으로 받았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메일로 보냈습니다.

저런 말이 나올 정도라면 조건은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겠지.

“예. 방금 메일 확인했습니다. 확인하고 연락 드릴게요.”

-예.

어디 한 번 볼까.

음, 기본 주급은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데?

주급 1,500만 원이라.

음, 아우크스부르크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걸 감안하면 나쁘진 않네.

“으음, 이 정도면 나쁘진 않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부대 조항이 조금 거슬렸다.

주급을 살짝 낮추고 부대 조항에서 더 받아낼 수 있을 거 같다.

실속은 챙겨야지.

“형, 구단 측이랑 이야기가 끝났다고 했거든? 다 정리했어?”

“나야 뭐 정리할 것도 없지. 옷 몇 벌만 챙겨가면 그만이니까.”

다들 흔쾌히 허락해준 덕에 형도 문제 될 부분은 없지.

* * *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제 탑승할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상희는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 건지 날 붙잡고 놓아줄 생각을 하질 않는다.

“너 혼자 가야지. 왜 오빠까지 데려가는 거야.”

“왜, 형도 이번 기회에 유럽에서 공부 좀 하겠다는데.”

“야, 치사하게 단둘이서만 가냐.”

“아니. 우리가 놀러 가는 거도 아니잖아. 일하러 가는 건데.”

쟤는 왜 나한테만 반말을 찍찍 내뱉는 거지.

형한테는 아주 예의 바르게 말하면서.

쟤는 바뀐 게 없네.

뭐, 그게 좋은 거겠지.

“아무튼, 우리 없다고 질질 울지 말고 잘 있어. 형, 짐 다 챙겼어?”

“이제 슬슬 들어가야 할 거 같다. 엄마, 형이랑 잘 다녀올게요.”

“그래. 도착하면 연락하는 거 잊지 말고. 상혁아, 네가 상진이 잘 챙겨줘.”

엄마도 참······.

다 큰 자식인데.

출국장에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상희나 놀려야겠다.

“야, 잘 있어. 나중에 휴가받으면 형이랑 같이 한국에 놀러 올 테니까.”

“야이, 개새······!”

마지막 말은 못 들은 거로 쳐야지.

출국장에 들어와서 페레 과르디올라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예. 곧 뮌헨행 비행기에 탈 예정입니다.”

-시간 맞춰서 공항으로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집과 차량은 다 구해놨으니 마음 편히 오시면 됩니다.

역시 에이전트가 있는 게 편하긴 하다.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니까.

이제 출발하는구나.

얼떨떨하네.

벌써 며칠이나 지났지만, 아직 과거로 돌아온 게 실감이 나질 않는다.

* * *

독일 뮌헨 국제공항.

나가기 전에 물이라도 좀 마셔야지.

어? 이 청량감······.

“이거 물이 아니네? 아, 물이 아니라 탄산수를 사다니.”

진짜 유럽이구나.

실감이 났다.

진짜 다시 시작하는 거구나.

공항에 도착하고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오느라고 고생했습니다.”

“아니에요. 형이랑 같이 와서 심심하지도 않고 괜찮았어요.”

“바로 출발하시죠.”

페레 과르디올라가 준비한 차량에 올라타고 공항을 빠른 속도로 벗어났다.

옆자리에 앉은 형은 아무 말 없이 묵묵히 경치를 감상하기 바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우크스부르크에 도착했다.

거리가 멀지 않아서 좋다.

10시간 가까이 비행기를 탄 걸 생각하면 1시간은 짧지.

아, 방금 지나친 게 아우크스부르크 홈구장인가?

독일에는 온 적이 없어서 이곳 홈구장은 실제로 처음 보네.

경기장을 지나치고 외딴곳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곧이어 차량이 멈췄다.

“내리시죠.”

아담한 주택.

페레 과르디올라가 나름 돈을 썼구나.

외관만 보면 괜찮은 집이다.

“아, 여긴 가요?”

“부탁하신 대로 훈련장과 거리도 가깝고 인적도 드뭅니다.”

좋네.

한적한 곳에서 마음 편히 살아야지.

“들어가시죠.”

페레 과르디올라가 먼저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도 따라 들어가면서 뒤에 있는 형을 툭 건드렸다.

“안 가?”

“가, 가야지.”

뭔가 적응이 되질 않네.

예전에 형이 이랬었나? 내 기억에는 항상 똑 부러지게 일하는 거 같았는데.

뭐, 차츰 바뀌겠지.

“집은 마음에 드십니까?”

집도 깔끔하고 좋다.

둘이서 살아가기에 이 정도면 차고 넘쳤다.

“형은 어떤 거 같아?”

“좋네. 이제부터 여기서 생활하는 거야?”

형도 좋다니 다행이다.

“예. 무척 마음에 듭니다.”

집을 둘러본 페레 과르디올라는 이내 집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밖에 세워진 차량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차량입니다.”

차량 지원은 별 기대를 안 했는데, 이런 비싼 외제 차를······.

아, 독일이면 외제 차가 아니라 국산 차지.

“아, 맞다. 형 국제면허증 발급받았지?”

“받았지.”

좋아. 그럼 준비는 다 끝났네.

* * *

하루가 지나고 페레 과르디올라와 함께 FC 아우크스부르크의 사무실에 찾아갔다.

의례적인 인사를 나눴다.

뭐,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오간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페레 과르디올라와 다시 이야기를 나눈 덕에

다시 계약 조건을 수정할 기회를 만들었다.

처음부터 세게 부른 다음에 서로 절충안을 마련하는 게 가장 좋지.

이 부분은 과르디올라도 잘 알고 있는 부분이니 걱정하지 않는다.

계약 협상은 까다롭게 흘러가지 않았다.

페레 과르디올라가 말을 잘하는 점도 있겠지만.

뭐, 기본 급료를 낮추고 옵션을 빵빵하게 채웠으니 보드진도 수락한 거겠지.

이제 막 유럽 무대에 진출한 선수가 쉽게 달성할 수 없는 옵션이니까.

이만하면 괜찮은 조건이다.

계약서에 멋들어지게 서명하면 이제 아우크스부르크의 선수가 되네.

“잘 부탁합니다.”

음, 이제 단장이랑 사진만 찍으면 끝나는구나.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뭔가 슬슬 잘 풀리는 기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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