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운빨 좋은 스트라이커.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힝퓨퓻
작품등록일 :
2022.05.11 16:00
최근연재일 :
2022.05.21 10:05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670
추천수 :
191
글자수 :
59,322

작성
22.05.17 16:05
조회
170
추천
11
글자
12쪽

8화

DUMMY

8화




아우크스부르크의 사무실.

사무실에서 감독과 코치는 다가올 도르트문트전의 선발명단을 놓고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으음, 선발명단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마르틴 슈미트의 말에 토비아스 챌너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친선경기와 훈련을 보고 선발명단에 뽑을 선수들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

그리고 현재 실력만 놓고 결정하는 게 아니었다. 자신들의 의견이 중요하긴 하겠지만, 피지컬 트레이너의 의견도 들어봐야만 했다.

아직 몸 상태가 다 오르지 않은 선수들을 굳이 개막전, 그것도 도르트문트전부터 기용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곧이어 사무실의 문을 두들기며 누군가 들어왔다.

피지컬 트레이너, 젠코 일리비치가 들어왔다.

일리비치의 손에는 여러 장의 서류가 들려 있었다.

자리에 앉은 젠코 일리비치가 나열한 서류를 감독과 코치에게 나눠줬다.

감독과 코치는 말없이 서류를 바라봤다.

서류에는 현재 1군 선수들의 몸 상태에 관해 간략하게 적혀 있었다.

선수들의 몸 상태를 파악한 마르틴 슈미트는 이내 젠코 일리비치에게 물어봤다.

“핀보를 포함한 몸이 좋지 않은 선수들이 많은 거 같군.”

“아무래도 선수들이 나이가 좀 있는 편이라서 체력 회복이 더딘 편입니다. 그래도 경기를 뛰는 데 크게 지장은 없습니다.”

“상진은 어떤 거 같아?”

마르틴 슈미트의 말에 젠코 일리비치가 씩 웃었다.

팀에 입단하기 전에 피지컬 테스트를 하게 된다.

당연히 그 피지컬 테스트에 자신 또한 참여해서 지켜봤다.

“좋죠. 젊어서 체력 회복도 빠른 편이라서 전혀 문제가 될 부분은 없습니다. 훈련에서 지켜보셨겠지만, 상진이는 당장 팀에서도 발이 가장 빠른 선수고······.”

젠코 일리비치는 이상진의 장점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현재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피지컬이 가장 좋은 선수를 꼽는다면, 바로 이상진일 것이었다.

현재 그만큼 뛰어난 운동 능력을 갖춘 선수는 없었다.

간간이 훈련을 지켜보고, 또 친선경기를 보면 현재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이상진만큼 잘하는 선수는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긴··· 자료 고마워.”

마르틴 슈미티의 말에 젠코 일리비치가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차피 선발명단에 관련해서 자신이 할 일은 선수들의 몸 상태를 알려주는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무실에 남게 된 마르틴 슈미트와 토비아스 챌너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번 시즌에 선수들이 대거 영입된 탓에 다양한 포지션에서 연습하기까지 했다.

포메이션, 그리고 전술에 맞는 선수들을 간추릴 생각이었다.

“도르트문트의 압박이 타이트하기도 하고 수비라인을 잔뜩 올리니까······.”

도르트문트의 전술은 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상대하는 대응책을 마련하기는 쉬웠다.

하지만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과 별개였다.

선수들이 그 수준으로 뛰지 못한다면, 대응책은 소용이 없었다.

전술을 잘 준비한다고 하더라도 실행하는 선수들이 잘하지 못한다면 말짱 꽝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안전하게 지난번처럼 두 줄로 수비라인을 구축하고 상진이랑 마르코를 기용하는 게 좋겠어.”

현재 구단에서 어쩌면 리그에서 가장 발이 빠른 두 명의 공격수였다.

역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였다. 속도가 느리다면, 상대방이 정비할 시간이 충분해지기 때문이다.

길게 쭉 뻗는 패스를 바탕으로 발이 빠른 두 선수가 상대방의 수비진을 흔들어주고, 또 직접 기회를 만들어가는 게 가장 바람직했다.

“그럼 공격수는 그렇게 정하면 될 거 같고······.”

그 이후로 두 사람은 서류를 참고하면서 남은 빈자리를 하나둘씩 채워가기 시작했다.

* * *

평소처럼 아침 식사를 하고 점심시간이 될 무렵에 훈련장으로 움직였다.

훈련장에는 아직 다른 선수들이 도착하지 않았다.

그래서 혼자 몸을 풀면서 시간을 보냈다.

‘오늘 발표하겠지?’

아직 도르트문트 선발명단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개막전이 며칠 안 남은 상황이라 슬슬 발표할 시기가 다가왔다.

친선경기에서 보인 모습이라면 선발명단에 뽑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그 선발명단을 보지 않은 이상은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모든 결정은 결국 감독님의 마음에 따라 달린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훈련장에 선수들이 차례차례 들어오기 시작했다.

들어오는 선수들과 나란히 인사하다가 중간에 들어오는 성환이를 발견하고 히죽 웃으면서 다가갔다.

“야, 요새 몸은 어떤 거 같아?”

소개팅을 주선한 이후 성환이는 우리 집에 와서 운동하는 일이 부쩍 늘어났다.

곁에서 운동하는 일을 자주 지켜봤고, 그때마다 성환이의 곡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성환이가 비명 아닌 비명을 지를 때마다 형은 알게 모르게 음흉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아마 운동에만 전념한 탓에 성환이는 이런 사실을 모를 것이다.

“힘들어도 너무 힘들어. 요새 몸에서 계속 비명을 지르는 거 같다니까··· 넌 어떻게 상혁이 형이랑 계속 같이 운동하냐. 난 며칠밖에 안 했는데도 죽을 거 같은데.”

이성환은 이상진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솔직히 축구 선수를 시작하고 운동하는 일이 많으면 많았지 줄어든 일은 없었다.

하지만 축구랑 상관없이 근력 운동부터 균형을 잡기 위한 운동을 하니 몸이 남아나지 않았다.

힘든 운동 과정에서 이상진은 군말 없이 운동하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나야, 뭐 형이랑 자주 운동했으니까. 이제 익숙하지.”

처음에는 나도 힘들었다.

아무래도 어릴 때는 근력 운동을 별로 하지 않은 탓에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런데 뭐 운동이라는 건 결국 하다 보면 몸이 적응하기 마련이다.

한국에서부터 시작해서 독일로 넘어올 때까지.

짧은 기간이었지만, 형과 계속 운동을 지속하니 몸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형이 너만 보면 입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더라.”

“그래? 난 운동할 때 상혁이 형 얼굴을 보질 못해서 몰랐는데.”

“흐흐. 나중에 전면에 거울 설치해둘 테니까. 한 번 봐봐.”

“아니야. 네가 그렇게 웃는 걸 보면 그냥 안 보는 게 나을 거 같아.”

“그래서 형이랑 같이 운동하는 건 어때? 좀 효과가 있는 거 같아?”

“어. 코어 운동을 그래도 어느 정도 했다고 생각했는데··· 너희 형이랑 하니까. 내가 여태까지 한 게 운동이 아니더라.”

아무래도 나랑 달리 성환이는 운동을 가르치는 보람이 있다.

나는 첫날부터 완벽한 자세로 운동을 해서 형이 옆에서 뭐라고 말할 건더기조차 없었다.

당연히 트레이너인 형으로서는 옆에서 운동을 가르쳐도 심심할 거다.

그런데 별다른 운동을 하지 않은 성환이가 비명을 내지르며 운동하니 형으로서도 그 비명을 음악처럼 즐기는 거다.

성환이랑 이야기하던 중에 감독님과 코치님이 차례차례 들어왔다.

감독님이 훈련을 시작하기에 앞서 무슨 중대 발표라도 하듯 나를 포함한 선수들을 불러모았다.

아마도 개막전의 선발명단을 발표할 생각인가 보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선수들을 불러 모을 필요가 없었으니까.

내 예상처럼 감독님은 손에 든 종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번 도르트문트전에 출전할 선발명단을 발표······.”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나를 포함한 모든 선수가 숨을 죽인 채 감독님의 입이 움직이기를 기다렸다.

성환이도 옆에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감독님을 바라보는 걸 보니 이번 선발명단에 기대를 거는 것 같았다.

“···마르코, 상진이 이번 도르트문트전에 뛸 선발명단이야.”

마르틴 슈미트가 선발명단을 공개했다. 그리고 이어서 후보명단을 발표했다.

“성환, 마르코······.”

후보명단에 들자 이성환이 활짝 웃었다.

선발명단에 뽑히지 못한 아쉬움은 금세 사라졌다.

“좋아?”

성환이의 옆구리를 툭툭 찔러봤다.

“좋지.”

이성환은 그저 좋았다.

처음 1군으로 올라올 때만 하더라도 후보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기대하지 않았다.

게다가 상대는 강팀 도르트문트였다.

그런 팀을 상대로 경험이 적은 자신에게 기회가 오리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친선경기에서 이상진에게 도움을 받은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도움 덕분에 친선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감독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다 네 덕분이야.”

“무슨··· 네가 잘해서 그런 거지. 기회를 잡은 건 다 네 능력이야.”

친선경기에서 도와준 것은 맞았지만, 그건 다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그런 것이다.

일부러 성환이에게 도움을 준 것은 아니었다.

“아니야. 처음에 골포스트 맞출 때만 하더라도······.”

이성환은 그때 그 순간만 떠올리면 아직도 아찔거렸다.

골을 넣지 못해서 자신감이 바닥으로 치달았으면 아마 남은 시간 동안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채 경기를 끝냈을 것이다. 그래서 이상진이 위로의 말을 건네준 것이 마음에 크게 와닿았다.

“운 좋으면 같이 뛸 수도 있으니까. 잘하자. 아, 그거 알지? 훈련에서 잘하면 교체로 나설 수도 있는 거.”

어느 팀을 가든 감독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선수들을 기용하는 일이 흔하다.

가령 플레이스타일이 마음에 쏙 든다거나, 훈련에서 열심히 한다든가 하는 등의 이유로 감독이 욕을 먹으면서도 출전시키는 일이 많았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같은 몇몇 팀이 아니고서야 결국 감독의 마음에 드는 것이 가장 우선이었다.

“어. 잘해야지. 오늘 끝나고 같이 돌아갈까?”

“안 그래도 오늘 형이 데려온다고 했는데, 같이 차 타고 돌아가자.”

* * *

한참 훈련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이전 훈련과 달리 비슷한 패턴에서 연습하는 것을 보면 감독님도 도르트문트전에 대해 준비한 것이 분명했다.

전술 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약속된 패턴을 실전에서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하도록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움직이는지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필드에서는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무의식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었다.

이번 훈련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마르코! 상진이랑 최대한 멀리 떨어지면서 움직여.”

마르틴 슈미트는 두 공격수의 움직임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세세한 움직임에 따라서 승부의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우리 진영에서 공을 탈취하면 그 순간이 역습의 기점이야. 상진과 마르코는 좌우로 벌려서 곧바로 스퍼트를 올려! 그리고 둘에게 바로 패스가 가도 좋고, 원투 패스 후에 공간으로 패스를 넣어도 좋아!”

감독님의 말처럼, 이번 전술은 단순하고 간단한 방법이었다. 나와 마르코는 하프라인에서 수비수들을 압박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뒤에 있는 선수들이 볼을 탈취하면 그냥 미친 듯이 뛰는 것이 전부였다.

이거 그냥 뻥축구잖아······.

간단한 방법이지만, 의외로 이런 방법은 도르트문트처럼 라인을 올리며 압박하는 팀에게 잘 통했다.

볼을 빼앗고 앞으로 전달한다. 복잡하지 않았다.

당연히 다들 쉽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나에게 공을 찔러 줄 수 있는 패서가 우리 팀엔 없다는 것, 그리고 어떻게든 이어지는 공을 소유하기 위해 고군분투할 공격수들이었다.

수비적으로 준비하기 때문에 공격 숫자가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그런 상황에서 공격수 두 명이 모든 것을 풀어나가는 것은 솔직히 어려웠다.

개인 기량이 뛰어나지 않다면 손쉽게 막힐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면, 몸 상태도 무척 좋아서 어느 수비수를 만나든 쉽게 뚫을 수 있단 자신감이 있었다.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을 때, 성환이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상진아, 안 힘들어?”

“힘들지. 근데 본 경기에서는 아마 이것보다 더 뛰게 될 거야.”

아마 양 팀 모두를 통틀어 전력 질주 횟수를 가장 많이 기록하지 않을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운빨 좋은 스트라이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 11화 +1 22.05.21 126 8 11쪽
10 10화 +2 22.05.19 117 10 11쪽
9 9화 +2 22.05.18 145 9 11쪽
» 8화 +2 22.05.17 171 11 12쪽
7 7화 +3 22.05.16 196 14 13쪽
6 6화 +3 22.05.15 237 15 11쪽
5 5화 +3 22.05.14 260 16 13쪽
4 4화 +3 22.05.13 294 22 12쪽
3 3화 +3 22.05.12 320 25 12쪽
2 2화 +4 22.05.11 359 31 13쪽
1 1화 +2 22.05.11 446 3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