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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빨 좋은 스트라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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힝퓨퓻
작품등록일 :
2022.05.11 16:00
최근연재일 :
2022.05.21 10:05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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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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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화

DUMMY

1화




[아스널 이상진(29), 아킬레스건··· 최소 3개월 부상. 유로파 결승 무산되나.]

[이상진, 재능 만개하지 못한 채 꺾이나······.]

[불운의 천재······.]

하. 지긋지긋한 언론은 내가 다치기를 바라는 건가.

이쯤 되면 내가 뭘 잘못하기라도 했나.

내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부여를 하고 기사를 내기 바쁘더니만.

고꾸라지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들기 시작하네.

곧 있으면 온갖 커뮤니티에 조롱하는 글이 올라오겠지.

-저 새끼는 툭 하면 다치는 게 일이네.

-병원에 누워서 돈 버는 삶은 어떤 기분일까? 개꿀이겠지?

-그런 꿀은 같이 나눠 먹으면 좋을 텐데.

참 이중적이네.

청소년 월드컵에서 우승할 때만 하더라도 찬양하기 바쁘더니.

신경 쓰지 말자.

내가 잘하면 어차피 자연스럽게 풀릴 일이니까.

-월드 글래스네.

-크, 괜히 FC호스피텔 주전을 하는 게 아니지.

누가 다치고 싶어서 다치는 줄 아나.

유럽 무대에서 데뷔할 때만 하더라도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비록 몰락했지만, 그래도 명문이라 할 수 있는 AC밀란에 입단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몰락한 밀란을 내 손으로 부흥시킬 줄 알았다.

그건 순전히 내 착각이었다.

빛 좋은 개살구처럼, 그저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그렇게 난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잊혀가는 듯했다.

기회는 우연찮게 찾아왔다.

운 좋게 겨울 이적시장에 아탈란타로 임대 이적을 하게 되었다.

오히려 전화위복이었다.

아탈란타와 함께 챔피언스 리그라는 큰 무대에서 이름을 날렸다.

그 결과, AC밀란으로 복귀해서 소년가장 노릇을 톡톡히 했다.

중위권에서 허덕이는 AC밀란을 다시 우승권에 올려다 놨다.

그해에 골든 보이 상도 받았다.

이런 활약 덕분에 드림 클럽이라고 불린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했다.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한 만큼, 당연히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남들보다 노력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덕분에 입단한 시즌부터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선발과 교체로 나와서 한 시즌에 넣은 골만 무려 20골.

그때까지만 해도 상승 가도를 달리는 줄 알았다.

그러나 불행은 한순간에 닥쳤다.

경기 중에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하필이면 당해도 십자인대를 당했는지.

아마 그때부터 고질병이 시작됐을 거다.

필드도 밟아보지도 못한 채 시작부터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덕분에 필드보다 병원에서 지낸 시간이 훨씬 길었다.

필드에서 뛰고 싶단 욕심 때문에 무리하게 재활을 진행하다가 부상이 악화했다.

그때 전문의의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괜히 쓸데없는 곳에 고집을 부렸다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부상 기간이 한없이 늘어났다.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더는 참지 못하고 자유계약 선수로 풀어줬다.

사실상 방출이었다.

그때부터 커리어가 꼬였다.

유럽 변방에서 허우적거린 시간만 생각하면······.

아직도 눈앞이 아찔거리네.

유로파 리그 결승전에서 우승한 덕에 여러 팀에서 이적 제의가 들어왔다.

덕분에 변방에서 프리미어리그로 돌아왔다.

하, 지금 이 생각을 해서 뭐 하나. 재활에나 전념해야지.

괜히 기분만 잡쳤네.

차라리 안 봤으면 마음이라도 편했을 텐데.

“후.”

이런 기사를 처음 본 거도 아니고 진정하자.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잖아.

차분히, 차분히······.

“시발.”

어? 뭐지?

내가 해야 할 말이었는데, 누가 대신한 거지?

탁탁.

위층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아, 형이구나.

“아니, 저 새끼들은 뭘 어쨌길래. 저런 걸 헤드라인으로 내는 거지?”

화통이라도 삶아 먹었나.

귀가 떨어지겠네.

정작 화를 내야 할 사람은 난데······.

“뭐야?”

상황을 파악한 형은 심호흡을 몇 번 하더니 이내 나를 붙잡았다.

“상진아, 그러다가 또 다칠 수도 있으니까. 몸 생각해서 얌전히 있어.”

그래.

형 말이 맞지.

여기서 또 부상이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참아야지. 다 큰 내가 참아야지.”

“저런 기사에 일일이 반응하지 말라니까. 반응하면 너만 피곤하잖아.”

얼마나 시달렸는지 잘 알고 있었다.

휴가를 맞이해서 한국으로 돌아가면 그때마다 기자들이 줄을 섰으니까.

그런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재활에만 집중하자. 그전까지는 기사 같은 거 아예 보지 마. 진짜 이 새끼들은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

말과 함께 형이 바닥에 널브러진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아, 형 핸드폰은 줘야지. 이 문명사회에서 폰 없으면 어떻게 살라고.”

“폰을 안 보는 게 네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 거 같은데? 괜히 기사보다 또 방구석에 숨는 거 아니야?”

“아, 안 그런다니까? 나 못 믿어?”

“야, 네가 이런 적이 한두 번이어야지 믿지.”

틀린 말은 아니라서 마땅히 할 말이 없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리모컨을 집어 들고 축구 중계 채널을 틀었다.

“나도 저기서 뛰었어야 했는데···.”

“그래도 부상 복귀는 빨리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

“어. 그렇긴 한데, 경기 감각이 돌아오지 못하면 감독이 날 써줄 리가 없잖아.”

하필이면 복귀하는 날이 유로파 리그 결승전이다.

그 중요한 경기에 부상에서 막 복귀한 선수를 기용할 것 같진 않았다.

“혹시 모르는 일이잖아. 그리고 네 몸은 네가 잘 챙겨야지.”

“알았어.”

“그리고 성격 좀 고쳐라. 너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네 성질머리를 못 고치냐.”

형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쳐다봤다.

아니, 화는 형이 잔뜩 내놓고 왜 나한테 뭐라고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형, 나도 나이 먹을 만큼 먹었으니까. 잔소리 좀 그만해. 누가 보면 사고치고 다니는 줄 알겠어.”

“···그래. 사고라도 안 치고 다니는 게 어디야.”

이 이야기만 몇 번째 듣는 건질 모르겠네.

지치지도 않나.

“아, 알았다니까.”

“야, 형이 말하는데 그렇게 말하면··· 섭섭하지.”

“······.”

아, 어려서부터 맞은 경험일까.

형이 저런 말을 하면 아직도 몸이 움찔거렸다.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몸을 보면 말이 안 나왔다.

“아, 알았어.”

얌전히 텔레비전이나 봐야지.

괜히 까불다가 맞기라도 하면 그것만큼 억울한 것도 없을 테니까.

나이도 먹을 대로 먹을 양반이 왜 이리 물리에 의존하는 건지 모르겠네.

“하, 나 하나 빠졌다고 팀이 저렇게 굴러가면 쓰나.”

나 하나 빠졌다고 팀이 이상하게 굴러가네.

확실하게 마무리를 해줄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걸까.

“지금 뛰는 얘들 유스 아니야?”

에디 저놈은 어떻게 된 게 고칠 생각을 하질 않네.

“맞아. 하, 저 새끼 저거 내가 저렇게 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었는데. 말귀를 못 알아 처먹네.”

좋은 피지컬을 두고 저렇게 낭비하는 것도 재능이라면, 나름 재능이겠네.

“저 성능 좋은 몸을 저렇게 낭비할 거면 차라리 나한테 주지.”

“그래도 너무 뭐라고 하지 마.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잖아.”

처음부터 잘할 순 없지.

그래도 도와준 걸 생각하면 이제 슬슬 고쳐야 하지 않을까······.

계속 유망주로 썩을 수도 없을 텐데.

“지금은 경험이 절실하게 필요할 텐데. 훈련장에서 잘 좀 도와줘.”

“아, 형이 말하지 않아도 잘 도와주고 있거든? 얘들이 날 얼마나 잘 따르는데.”

사실이다.

그만큼 훈련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아마 팀에서 유소년이랑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다.

오죽하면 은퇴하고 유소년 코치로 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안 다치고 멀쩡히 뛰는 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야.”

“네가 당하고 싶어서 당한 것도 아니잖아. 어릴 때 다친 게 후유증이 남아서 그런 거지······.”

“쩝. 그 부상이 선수 생활 내내 발목을 잡을 줄 누가 알았겠어.”

재활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시즌 내내 재활과 복귀를 반복하면 당연히 실력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래도 이런 잦은 부상 속에서도 사람들의 입방아에 계속 오르내리는 걸 보면······.

잘 뛰는 거 같긴 하다.

* * *

석 달이 흘렀다.

생각보다 부상에서 빨리 복귀할 수 있었다.

이 흐름이라면, 결승전까지 폼을 끌어올리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좋아.”

음, 역시 선수라면 당연히 잔디를 밟아야지.

킁킁.

이 냄새······ 그리웠다.

바깥에서도 맡을 수 있는 흔한 냄새지만 역시 필드에서 맡는 냄새는 색다르다.

특유의 냄새가 나니까.

“아, 좋은 날씨야.”

게다가 날도 화창했다.

평소였다면 우중충한 날씨였을 텐데.

마치 내 복귀를 환영해주는 것 같다.

“오, 몸은 이제 좀 괜찮은 거야?”

알렉산드르 라카제트.

아스널을 이끄는 공격수고 나랑 둘도 없는 친구.

두말하면 잔소리지.

제자리에서 뜀박질하며 멀쩡하다는 걸 보여줬다.

“다음엔 안 다치도록 조심해.”

“네가 말하지 않아도 당연히 안 다칠 거야. 어떻게든 결승전은 뛰어야지······.”

그래.

이렇게 빨리 복귀한 것도 결승전에 뛰라는 신의 선물이겠지.

“그런 의미로 나랑 같이 훈련 좀 할까?”

“훈련?”

“아, 감 좀 찾아야 하니까. 혼자 하는 것보단 같이 하는 게 좋잖아? 친구 좋다는 게 뭐야.”

“알았어. 뭐, 끝나고 훈련장에 남으면 되지?”

“어.”

라카제트는 좋은 친구다.

그래.

한편, 멀리서 이상진을 바라보던 아스널의 감독, 미켈 아르테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음, 이제 막 복귀한 것 치고 몸 상태는 좋은 것 같아.”

“예. 경기 감각만 올라오면 바로 결승전에 투입해도 될 것 같아요.”

코치의 말을 들었지만, 미켈 아르테타는 안심하지 않았다.

“···그렇지.”

“불안하신 점이라도 있습니까?”

미켈 아르테타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상진의 화려한 부상 이력을 보면 걱정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따름이었다.

미켈 아르테타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설마 이 기간에 또 부상이겠어?”

“그렇죠.”

“잘 관리해야지. 어떻게든 부상은 안 당하게끔.”

“알겠습니다.”

저 두 사람은 심각한 얼굴로 뭘 말하고 있는 거지?

분명히 날 바라보면서 말하는 거 같았는데.

“상진, 몸은 괜찮은 거 같은데? 굳이 따로 연습하지 않아도 괜찮겠어.”

“그래?”

음, 흡족하긴 하다.

몸도 녹슬지 않은 것 같고 결승전까지 준비만 잘하면 될 거 같은데.

부상 전과 비교하면 컨디션은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 것 같다.

자세의 안정감도 있고, 또 공도 내가 원하는 곳으로 쭉쭉 뻗어가는 걸 보면.

이젠 경기 감각을 살리는 일만 남았다.

* * *

보름 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짐을 정리했다.

“형, 나 아제르바이잔으로 가니까. 여권 좀 챙겨줘.”

“야, 여권 2층에 있으니까. 네가 올라가서 좀 챙겨.”

여권 챙겨주는 게 뭐가 어렵다고 챙겨주질 않는 거지.

바쁜 건 난데.

그래도 이틀 후면 결승전이니까.

좋은 생각만 하자.

괜히 나쁜 심보라도 먹었다가 부정이라도 탈 테니.

이번에 우승만 하면 내 커리어에······.

우당탕.

“아악.”

“무, 무슨 일이야.”

이상혁은 밑에서 들려온 비명에 하던 일을 멈추고 서둘러 달려왔다.

그리고 계단에 자빠진 이상진을 발견했다.

“괜찮아?”

이게 괜찮아 보여?

발목에서의 통증이 그대로 느껴지고 있다.

“상진아, 괜찮아? 일단 일어나 볼래?”

형이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나야······.

어?

통증은 둘째 치고 발목이 왜 안 돌아가지?

조졌다.

“형, 나 좆된 거 같은데······?”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아, 형은 모르겠구나.

부상을 자주 접해본 내 경험에 따르면 이건 분명 발목 인대가 나간 거겠지.

아, 어쩐지 운수가 좋더라니.

왜 이리 빨리 복귀하냐 했다.

부상이 끝까지 발목을 잡을 줄이야.

* * *

병원에서 결승전을 관람할 줄이야.

혼자 병원 침실에 누워서 결승전을 텔레비전으로 보는 것만큼 비참한 게 있을까.

돌아가고 싶다.

기왕이면 고질병이 생기기 전으로······.

“······어?”

“뭐야, 왜 이래.”

중요한 순간에 갑자기 왜 꺼지는 거야. 고장이라도 났나?

아, 왜 이러는 거야.

“형, 혹시 장난치는 거야? 아, 이런 장난은 좀 치지 마.”

병실 조명이 꺼졌다. 그리고 세상이 어두워졌다.

“형··· 장난치는 거지?”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순간, 어두워졌던 세상이 다시 밝아졌다.

곧 꺼졌던 텔레비전의 전원이 들어오며 동시에 내 의식이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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