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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박이연입니다.

내공빨로 무림 갑질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별박이연
작품등록일 :
2022.06.11 16:44
최근연재일 :
2022.11.29 18:46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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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08.1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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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8. 아무 일도 없었다.

DUMMY

# 28. 아무 일도 없었다.


홍경은 화신교에서 일주일을 머물게 되었다.

의형제로서 긍 교주의 생일 축하연까지는 참석하는 게 마땅하기 때문이었다.

홍경의 존재는 여러모로 이목을 끌었다.

긍 교주의 의형제가 될 정도라면 필시 중원에서 이름이 알려진 인물일 텐데, 홍경에 대해 들어본 이가 없었다.

호기심에 만나보려는 사람이 많았지만, 외부인과의 접촉은 일체 피했다.

평범한 반점 주인인 걸 알고 나면 실망할 테니, 그냥 무시하는 게 나았다.

영양가 없는 만남은 사양이었다.

대신 긍 교주와의 술자리는 꼬박꼬박 참가했다.

교주는 일과가 끝나면 만사를 제쳐두고 홍경과 어울렸다.

새로 얻은 젊은 아우가 참으로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절대자는 고독하다.

가족이라 해도 감히 그를 스스럼없이 대하지 못했다.

교단 밖의 사람이라도 그와 마주치면 절로 고개를 숙이게 된다.

하지만 홍경은 달랐다.

위명에 눈치 보지 않았고, 권위에 주눅 들지도 않았다.

보자마자 맞짱까지 뜬 인간이니 애초에 그럴 성격도 아니었다.

넉살 좋고, 입담도 좋아 함께 하면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무엇보다 홍경에겐 여유가 있었다.

물 한 모금 마실 때도 긴장을 놓지 못하는 사슴과 달리 초원의 사자는 마음껏 배를 드러내고 낮잠을 즐긴다.

먹이 사슬의 꼭대기에 선 강자의 여유다.

국밥집 주인에게서 그런 강자의 여유가 느껴진다니, 참으로 묘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쩌면 그런 모습에 호감을 느낀 것이리라.


***


긍 교주는 축하연 전날까지도 홍경과 어울려 잔뜩 술을 마시고, 만취해 먼저 잠이 들어 버렸다.

객방으로 돌아온 홍경은 잠이 오지 않아, 정원으로 나가 달을 보며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때 호위와 함께 순찰 중인 대공자 남대무와 마주치게 되었다.

대공자의 지위라면 이런 일을 할 필요가 없지만, 축하연 때문에 교단에 외부인이 많이 들어온 터라,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직접 살피는 중이었다.

마군자(魔君子) 남대무.

눈썹이 짙고 얼굴선이 굵어 강직한 인상을 풍기는 사내였다.

나이는 서른 중반에 교주의 세 제자 중 가장 세력이 컸고, 인망이 두터워 후계로 임명될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이었다.

스쳐 지나가는 남대무에게 홍경이 먼저 말을 걸었다.

“수고가 많네. 조카.”

우뚝 멈춰선 남대무가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건방진 놈.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마라.”

교주와 함께 있을 땐 깍듯이 대하더니, 돌변한 모습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실망스러웠다.

“우리 조카는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었군.”

남대무가 한 손으로 홍경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다.

“닥쳐라! 사부의 체면을 생각해 대우해 줬더니, 내가 진짜 널 숙부로 여긴다 생각했느냐? 내일까지 얌전히 있다가 조용히 떠나라. 경고하건대, 사부님의 의제(義弟)라고 설치고 다니면 끝이 좋지 않을 거다. 명심해!”

남대무는 홍경과 긍 교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금태양이 입을 꼭 다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명성도 실력도 없는 필부 따위를 숙부로 인정할 수 없었다.

나중에 교단 밖에서 교주와 의형제임을 떠벌이며 다니는 것도 곤란했다.

저런 버러지 때문에 구설에 오르면 교주의 위신이 땅에 떨어진다.

그래서 따끔하게 경고한 것이다.

‘아예 나가는 즉시, 처리하는 게 좋겠어.’

남대무의 마음속에 살의가 깃들었다.

홍경은 이걸 좋은 기회라 여겼다.

교주와 형제가 된 홍경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건 남대무만이 아니었다.

그런 이들 중 필두라 할 수 있는 남대무를 밟아 놓으면 뒤가 편해진다.

나머진 남대무가 알아서 정리해 줄 테니까.

“그냥 듣고 넘길 수가 없군. 조카에게 면박이나 받고 넘어가면 형님께도 면이 서지 않아. 숙부로서 가르침을 내리지 않을 수가 없겠어.”

멱살을 잡은 손을 툭 쳐내고 어깨를 밀었다.

뒷걸음친 남대무는 어이없는 얼굴로 홍경을 쳐다보았다.

가르침이라고?

이 인간이 지금 제정신인가?

홍경이 손가락을 까딱이며 말했다.

“숙부니까 딱 열 번까진 받아주마. 힘껏 와라.”

양팔을 벌리며 마음껏 공격하라는 자세를 취하자, 오히려 남대무는 멈칫 굳어버렸다.

“뭐야. 조카. 쫄았어?”

홍경의 눈썹이 팔(八)자를 그리자 남대무의 속에서 울컥,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원래 홍경이 화신교를 떠난 후 손을 쓸 작정이었지만, 지금 정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홍경의 아랫배에 경력(勁力)을 가득 실은 주먹을 꽂았다.

삼년살(三年殺).

내부 장기가 서서히 말라가며 삼 년 안에 죽게 되는 악독한 수법.

배를 맞은 홍경이 코웃음 치며 말했다.

“한 번.”

남대무가 흠칫하고 물러났다.

주먹이 닿는 순간, 경력(勁力)이 내부로 파고들지 못하고 흩어져 버렸다.

기술에 실패한 것이다.

너무 오랜만에 쓴 탓일까.

“후웃!”

숨을 내뱉으며 심장에 공력을 모은 일장을 날렸다.

퍽···.

공력을 충분히 실었음에도 싱거운 소리가 났다.

“두 번.”

공격을 받고도 아무렇지 않게 수를 세자, 남대무의 동공이 흔들렸다.

“이엽!”

관자놀이를 후려치고, 이어 콧잔등에 주먹을 찔러 넣었다.

빠악!

강렬한 파공음이 터졌지만, 홍경의 얼굴은 멀쩡했다.

“셋, 넷.”

어깨와 팔꿈치에 통증이 왔다.

충격이 전달되지 못하고 되돌아왔다는 뜻이다.

어설픈 시절에 수련한답시고 바위를 두드렸을 때 이와 같았다.

“금강불괴?”

저자가 전설의 경지라는 금강불괴를 이뤘다는 말인가?

아니, 금강불괴의 경지와는 조금 달랐다.

아무리 단단해도 사람인 이상 조금이라도 밀려나야 하는데, 홍경은 타격을 받을 때 단 한치도 밀려나지 않았다.

마치 사람의 형상으로 된 쇳덩이 같았다.

“대사형이라는 자가 겨우 이 정도라니. 형님이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모양이구먼.”

실망한 표정으로 내뱉자, 미간에 핏줄이 불뚝 솟은 남대무는 진심으로 홍경의 전신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선풍퇴로 옆구리를 차고, 와릉장(瓦楞掌)으로 턱을 갈기고, 탄자권(彈子券)으로 울대를, 용조(龍爪)로 정수리를 찍었다.

신들린 듯한 움직임으로 일련의 공격을 마무리하고 양 손바닥으로 귀를 후려쳐 고막을 노렸지만, 들려오는 건 나른하고 건조한 목소리뿐이었다.

“···아홉.”

남대무의 경지는 초절정의 경지를 코앞에 둔 절정의 끝자락.

공력을 실은 주먹은 한 방 한 방이 필살기며 장풍으로 아름드리나무도 쪼개버리는 수준이다.

그런 공격을 받고도 멀쩡한 쪽이 외려 이상한 것이다.

남대무는 이를 갈며 최대한의 공력을 손끝에 모았다.

“멸(滅)!”

홍경의 견정혈을 향해 십성 공력의 멸강지(滅綱指)를 날렸다.

우두둑!

어깨를 뚫기는커녕 오히려 멸강지를 쓴 손가락이 뭉개졌다.

“큭···.”

남대무는 흐리멍덩한 눈으로 자신의 부러진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멸강지는 화신교의 신공 중 서열 3위에 오른 무공으로 혈교의 난 때 긍 교주가 지법으로 혈마의 단전을 파괴한 후 이름이 알려졌다.

호신강기도 뚫어버리는 강력한 위력으로 오직 교주의 직전제자(直傳弟子)에게만 전수되는 필살기다.

그런 멸강지를 멀쩡하게 받아낸 것도 모자라 오히려 공격한 손가락이 망가져 버렸다.

이럴 수가 있는가!

자신보다 열 살이나 어린 자가 이 정도 경지에 도달했다고?

믿을 수 없었다.

분명, 분명 다른 수를 쓴 것이다.

옷 안에 보갑 따위를 입은 게 아닐까?

정신 나간 사람처럼 남대무는 달려들어 상의를 찢으려 했다.

“열 번 넘었다.”

덥석!

달려드는 남대무의 목을 움켜쥐었다.

“커헉, 컥!”

목이 잡혀 들린 상태로 애처롭게 발을 버둥거렸다.

“대공자!”

뒤에서 지켜보던 호위들이 칼을 뽑고 홍경에게 달려들었다.

주군이 위험에 처한 걸 보고만 있을 순 없었던 것이다.

한 사람이 머리 위로 뛰어올라 검을 내리치는 동시에 좌우에서 두 사람이 뛰어들었다.

경지 높은 고수를 상대하기 위해 동귀어진의 수법으로 셋 중 하나는 반드시 맞춘다는 필살의 합격술이었다.

하지만 의미 없는 짓이었다.

애초에 맞아줄 생각으로 가득한 상대를 공격했으니 말이다.

세 사람의 공격이 홍경의 몸에 닿는 순간, 검이 뒤틀려 날아갔고, 세 사람도 피를 토하며 튕겨 나갔다.

“으으···.”

충격이 컸는지 세 사람은 바닥을 뒹굴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남대무를 놓아주고, 뒤돌아 쓰러진 세 사람을 쳐다보았다.

“나는 온순한 사람이지만, 누가 먼저 날 건드리면 용서하지 않는다.”

왼손을 뻗어 손바닥을 아래로 천천히 내려 뭔가를 누르는 시늉을 했다.

쿠쿵!

바닥이 움푹 꺼지며, 세 사람은 손가락에 짓눌린 벌레처럼 납작하게 눌러졌다.

꾸드득, 뿌드득.

기괴한 소리와 함께 눈이 툭 불거지고 즙을 짜내는 것처럼 눈과 코와 입, 귀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숙부님! 숙부님!”

남대무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홍경이 돌아보자, 남대무는 그 자리에 납죽 엎드려 사정했다.

“저들은 그저 사명을 다했을 뿐이니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벌은 오롯이 제가 다 감당하겠습니다. 저들을 용서해주십시오. 숙부님!”

홍경이 손을 거두자, 압력이 사라졌고, 세 사람은 죽었다 살아난 표정으로 비척거리며 일어났다.

홍경이 다시 손을 한번 내젓자 맑은 기운이 세 사람을 휘감았다.

피가 쏠려 시커메진 얼굴이 금세 멀쩡하게 돌아왔다.

통증이 사라지자 놀란 얼굴로 서로 돌아보던 사내들은 홍경을 향해 한쪽 무릎을 꿇고 공손히 포권했다.

강자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표시였다.

“사람 챙기는 걸 보니, 의리는 있는 모양이군. 됐다. 오늘 일은 없던 것으로 할 테니, 다들 물러가.”

방금까지 소동이 무색하게, 홍경은 그냥 돌아서 휘적휘적 객방으로 향했다.

가다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돌아서 남대무를 불렀다.

“이보게. 조카. 오늘 조카는 날 만난 적이 없는 거야. 무슨 뜻인지 알겠지?”

“예. 숙부님.”

남대무는 힘없이 고개를 숙이며 공수했다.

오늘 일은 없던 일이 되었고, 만난 적이 없으니, 홍경이 보여준 힘도 함구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 말을 끝으로 홍경은 객방으로 들어갔다.

남대무는 홍경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세상엔 기인이사들이 모래알처럼 많다고 하지만, 저건 기인이 아니라 그냥 괴물이다.

애초에 사람이긴 한 건가?

손짓만으로 절정 고수를 짓뭉개버리다니···.

도대체 어떤 경지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이제야 사부가 그를 의제로 삼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마음에 든 젊은이라면 제자로 들였지, 동생으로 삼진 않았을 테니까.

‘사부···. 도대체 무슨 괴물을 끌어들이신 겁니까.’

사부조차 감당하지 못할 괴물을 불러들이다니.

어쩌면 사부는 저자의 진실한 모습까진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저자가 다른 마음을 품는다면···.

그때 갑자기 귓속으로 홍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말대로 내일 축하연이 끝나면 돌아갈 거다. 난 조용히, 평범하게 살고 싶은 사람이니 다른 건 걱정할 필요 없다.’

마치 자신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전음을 보내왔다.

남대무는 바지에 손바닥을 문질러 땀을 닦았다.

긴장이 풀리지 않은 탓이다.

‘저런 힘을 가지고도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저 정도 경지의 인물이 허튼소리를 할 리는 없으리라.

다만 우려스러운 건 자신처럼 홍경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그를 자극할지도 모른다는 것.

‘오늘 같은 일이 있어선 안 돼.’

교단을 지키는 건 다음 세대를 이끌 자신이 짊어진 책무였다.

남대무는 내일 어떤 일도 벌어지지 않도록 홍경의 곁에 머물며 주변을 철저히 관리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때문에 또 다른 오해가 빗어질지라도···.


작가의말

많이 늦었습니다.

죄송하다는 말 외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연재 주기를 지킬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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