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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박이연입니다.

내공빨로 무림 갑질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별박이연
작품등록일 :
2022.06.11 16:44
최근연재일 :
2022.11.29 18:46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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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07.05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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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7. 불청객. 2

DUMMY

# 17. 불청객. 2


일주일 전.

천외비선. 연화동(煙花洞).

이곳 연화동은 장로인 비연선자(飛燕仙子) 유연화의 거처였다.

최고 장로인 그녀는 현재 주인이 없는 천외비선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었다.

유연화는 눈앞에 쌓인 보고서를 하나둘 읽고 정리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에 올라온 보고서를 집어 들었다.


[무림맹 동향 보고]


보고서를 다 읽은 유연화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생겼다.

무림맹주 만원갑이 반신불수가 되었다는 충격적인 정보 때문이다.

무림에 평지풍파를 몰고 올 대사건이었다.

어떤 이유에선지 무림맹은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있었다.

신의(神醫) 제갈마가 사천으로 움직인 걸 파악하지 못했다면 천외비선도 맹주의 부상을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도대체 누가···.’

만원갑은 무인방 서열 1위에 오른 천하제일의 무인이다.

강호에 그를 반신불수로 만들 실력자가 존재한다는 건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천외비선의 정보력으로도 이면에 감춰진 일들을 알아낼 수 없었다.

그때 장막을 열고 한 여인이 들어왔다.

“사부님.”

“왔느냐.”

유연화의 제자 은교교였다.

“어찌 되었느냐.”

“다행히 그의 협조를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유연화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벌떡 일어났다.

“역시 내 제자다. 수고했다. 고생이 많았겠구나.”

“아, 아닙니다.”

유연화가 손을 내밀었다.

“계약서를 다오. 한번 살펴봐야겠다.”

은교교는 찔끔한 표정으로 느릿느릿 봉투를 내밀었다.

봉투에서 종이를 꺼내 읽어보던 유연화는 계약 비율에 적힌 1할 5푼이라는 숫자를 보자 경악해 소리쳤다.

“이, 이게 뭐냐? 어째서 비율이 세 배로 늘었어?”

한, 두 푼 정도는 재량으로 늘려줄 수 있다지만, 1할 5푼은 과해도 너무 과했다.

은교교는 바로 무릎을 꿇고 죄를 청했다.

“사부님. 제자가 불민하여 일을 그르치고 말았습니다. 그자가 너무 완강하게 거부하는 바람에···.”

유연화는 몹시 의심스럽다는 듯 은교교를 쳐다보았다.

“네가 사내를 상대로 협상에 실패했다니. 믿을 수가 없구나. 환밀대법은 어디다 팔아먹었느냐?”

“그자에겐 대법이 통하지 않아요. 일전에 대법을 쓰다 역류하는 바람에···.”

환밀대법은 한 번 실패한 상대에겐 통하지 않았다.

“그걸 어째서 지금 말하는 거니! 거기다 대법이 역류했다고? 너 설마 그놈이랑 잣잣···.”

“아, 아니에요!”

은교교를 쏘아보던 유연화는 갑자기 잡아먹을 듯 달려들어 그녀의 손목을 확인했다.

손목 가운데 붉은 점을 확인하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일어섰다.

저 붉은 점은 수궁사(守宮砂)란 것으로, 한번 찍어두면 남자와 동침하기 전까진 절대 지워지지 않았기에 여인의 정조를 확인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대법이 반서(反噬)했다면 자신도 모르게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유연화는 제자가 평소답지 않게 협상을 크게 손해 보고 돌아오자 대법의 반작용으로 홍경과 정을 통한 게 아닌가 의심한 것이다.

“사부님. 진작 청심단으로 치료했거든요! 그리고 이번 건도 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요.”

은교교는 홍경의 수작에 말려들어 내기까지 하게 된 경위를 이야기하며, 자신이 얼마나 고군분투했는지 장황하게 설명했다.

유연화는 억울해하는 제자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다. 이 일은 더 추궁하지 않으마. 어차피 재물보단 신물을 되찾는 게 우선이니.”

일단 설삼을 지원받게 됐으니, 과(過)보단 공(功)이 크다고 여긴 것이다.

“그 일은 됐으니, 이거나 읽어보아라.”

은교교에게 책상 위의 보고서 하나를 넘겨주었다.

“이건···.”

홍경의 지난 행적을 추적한 보고서였다.

“그자는 지난 두 달간 청성산의 한 토굴에서 머물렀다. 하산한 직후에 갑자기 천년설삼을 팔겠다고 나섰으니, 아마도 청성산에서 설삼을 캤다고 보는 게 타당하겠지. 그런데 과연 그자가 발견한 게 설삼 열 뿌리가 다였겠느냐?”

“사부님께선 혹시 아직 남은 설삼이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그자가 머문 토굴은 마을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그런 곳에서 천년설삼이 나올 수가 없어. 아마도 그는 귀한 영초가 자라는 특별한 곳을 찾았음이 분명하다. 그런 곳에서 자라는 게 설삼뿐이었겠느냐. 하지만 그곳을 찾겠다고 청성파의 영역을 들쑤시고 다닐 수는 없지 않으냐. 잘못하면 욕은 욕대로 먹고 남 좋은 일만 시킬 테니 말이다. 그러니 그자에게서 장소를 알아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네게 그 일을 맡기겠다. 곁에 머물며 장소를 알아내도록 해. 알겠느냐?”

“사부님···.”

“왜. 싫으냐?”

“아닙니다. 제자가 임무를 맡도록 하겠습니다.”

이 임무를 맡으면 다른 모든 직무에선 손을 떼야 하니, 공적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더 높은 자리를 원하는 은교교로선 불만스러운 일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 사문의 미래가 걸린 일이다. 이런 중한 일을 너 말고 누구에게 맡기겠느냐.”

“···사부님.”

유연화는 은교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숲에 버려진 아이를 데려와 키운 자식 같은 제자였다.

겉으로는 냉정해 보여도 여린 구석이 있어 일을 맡을 때마다 늘 걱정스러웠다.

불안한 마음에 유연화는 한마디 더 덧붙였다.

“교아야. 명심하거라. 남자를 믿어선 안 된다. 절대 정(精)에 흔들리지 말고 항상 네 임무를 기억하거라.”

“네. 명심하겠어요. 사부님.”

“그리고···.”

“네?”

“아니다. 물러가거라.”

“네. 사부님.”

마지막으로 한 가지 사실을 알려주려다 그만두었다.

홍경이 청성산을 떠난 그 날 무림 맹주가 반신불수가 된 사건.

하지만 두 사건 사이에 도저히 인과관계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도대체 그날 무슨 일이···.’


***


일주일 만에 나타난 은교교는 전보다 표정이 훨씬 부드러웠다.

면사를 썼음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비동의 재물 비율 때문에 돌아가서 상사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었을 거로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더 뜯어내도 되는 거였나?’

그런 생각이 떠올랐지만, 금방 머릿속에 지워버렸다.

“식사는 하시었소?”

“아직요.”

“그럼 내 물건을 꺼내올 동안 한 그릇 하시면 되겠네. 아두야. 여기 손님께 국밥 한 그릇 내드려라.”

“네. 점주님.”

홍경은 은교교가 식사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설삼을 싼 보따리를 건네주었다.

물건을 챙긴 은교교는 바로 떠날 듯이 문까지 걸어간 후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주 공자 덕분에 사문에서 칭찬을 많이 받았어요. 보답이라긴 그렇지만, 저녁에 같이 한잔하지 않을래요? 제가 살게요.”

“이런. 오늘은 가게 식구들이랑 회식하기로 했는데.”

“아···. 그렇군요.”

실망한 듯한 모습에 홍경은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예의를 따지지 않는 무림인이라 하더라도, 이 시대에 여인이 먼저 술자리를 권하는 건 특별한 일이다.

말 꺼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잠깐 고민하던 홍경이 제안했다.

“차라리 은 소저도 함께하는 건 어떻소.”

“괜찮을까요?”

“안 괜찮을 게 뭐요. 원래 이런 자리는 사람이 많을수록 즐거운 법이오.”

“전 가게 식구도 아니고, 어색할 것 같은데···.”

“어차피 우리 식구들도 이제 겨우 얼굴을 익힌지라 어색하거든. 어색한 사람 한 명 더 는다고 뭐 달라질 게 있겠소? 하하.”

“그럼 좋아요. 참석할게요.”

이렇게 자연스럽게 기회가 올 줄이야!

은교교는 속으로 기뻐하며 시간에 맞춰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


***


해시 초(밤 9시)

주가반점의 회식에 참석하러 은교교가 다시 찾아왔다.

홍경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로 데려가 은교교를 소개했다.

“여기는 내 지인인 은 소저요. 우리 가게 단골이 될 분이니 잘들 대해 주시오.”

은교교가 면사를 벗으며 인사하자, 왕 씨와 궁 노인의 얼굴이 굳어졌다.

저런 미인이 이런 허름한 객잔에 사람들과 어울리러 왔단 말인가?

“우와! 예쁜 언니다!”

아미가 소리 지르자, 아두는 동생의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자자, 앉으시오. 다 모였으니 시작합시다.”

은교교와 홍경, 아두와 아미, 주방장 왕 씨, 그리고 궁 노인까지.

다섯 사람이 먹기엔 넘칠 정도로 많은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아이들은 우유에 과즙을 탄 음료를 마시고, 어른들은 술을 마셨다.

잔뜩 먹고 마시고 어느 정도

어색한 분위기를 깰 겸, 홍경이 놀이를 제안했다.

생경한 놀이였지만, 몇 번 하다 보니 익숙해져 다들 즐기게 되었다.

“삼육구, 삼육구···.”

“여자 접어! 면사 쓴 사람 접어!”

“마셔라, 마셔라, 술이 들어간다. 쭉쭉···.”

아이들도 즐기고, 어른들도 즐기고, 누가 벌칙에 걸리면 다들 즐거워하며 술을 먹였다.

벌주를 잔뜩 마신 은교교는 잔뜩 취해 누가 말만 걸어도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마음 편히 술을 마신 적은 처음이었다.

누군가를 경계하지 않아도 되고, 의심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

마음껏 마시고 취해버렸다.

어느새 밤이 깊었다.

아이들은 자러 가고, 남은 사람들은 계속 술을 마셨다.

궁 노인이 얼후를 키며 노래를 부르고, 왕 씨가 춤을 췄다.

-염염야음(厭厭夜飲) 즐거워라, 밤의 술자리.

-불취무귀(不醉無歸) 취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으리.

노인의 노랫소리와 왕 씨의 서툰 춤사위.

그것이 은교교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


다음날, 거의 정오가 다될 무렵 깨어난 은교교는 지끈지끈한 두통에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몸을 일으켰다.

창가에서 들어온 햇살이 몹시 뜨거웠다.

“하···. 미쳤다. 미쳤어. 진짜 취해버리다니.”

아이와 노인을 조심하라는 격언이 왜 진짜인지 깨닫게 되었다.

자신도 모르게 마음을 놓아버린 것이다.

어떻게 방에 들어왔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다행히 옷은 그대로였다.

딱 신만 벗겨놓고 침상에 눕혀놓은 모양이다.

“아잇, 다 구겨졌네.”

투덜거리며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조식으로 주독(酒毒)을 날려 버렸다.

두통은 사라졌지만, 운기조식만으론 숙취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속이 더부룩해 뭔가 얼큰하고 시원한 게 먹고 싶어졌다.

“국밥이 그렇게 해장에 좋다고 했지. 아니기만 해봐.”

내려가서 국밥을 얻어먹을 생각으로 방에서 나오려는 데, 갑자기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놈들이 행패를 부리는 걸까.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가 아래층을 살펴보았다.

검은 무복을 입은 사내들이 손님들을 쫓아내고 있었다.

“지금부터 열을 셀 동안 나가지 않으면 내 주먹맛을 보게 될 것이야!”

거친 사내들의 위협에 사람들은 부리나케 도망쳤다.

돈도 내지 않고 나가버리니 점소이 아두가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어쩐 일인지 홍경은 보이지 않았다.

아래로 내려가 도와야 하나 고민하는데, 갑자기 사내들이 밖으로 나가고 한 사람이 들어왔다.

몹시 화려한 붉은 경장 차림의 젊은 사내였다.

중원에서 보기 힘든 금발에 까무잡잡한 피부색.

사내의 정체를 알아본 은교교는 재빨리 난간 뒤로 몸을 숨겼다.

‘화신교의 삼 공자, 금태양?’


작가의말

최근 컨디션이 안 좋아 연재가 많이 늦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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