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별박이연입니다.

내공빨로 무림 갑질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별박이연
작품등록일 :
2022.06.11 16:44
최근연재일 :
2022.11.29 18:46
연재수 :
61 회
조회수 :
726,112
추천수 :
15,825
글자수 :
366,925


작성
22.07.14 19:57
조회
14,170
추천
309
글자
12쪽

19. 성의를 보자.

DUMMY

# 19. 성의를 보자.


음희는 어떤 공격을 받게 될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공격을 상정했다.

특정 부위를 노린 수치스럽기 짝이 없는 공격 또한 범위 내에 있었다.

그 어떤 공격도 감당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무공을 배울 때 이미 여자이기를 포기했다. 어떤 더러운 수법이라도 받아내겠어.’

각오를 다졌다.

무공도 모르는 일반인이 무기도 없이 맨손으로 공격한다는 데 받아내지 못한다면 무림인이라고 불릴 자격도 없다.

홍경이 손을 뻗어 왔다.

단전에 단단히 힘을 주고 허벅지를 오므리고 무릎을 굽혀 마보(馬步) 자세로 공격에 대응했다.

툭.

손끝이 배에 살짝 닿았다.

손을 거둔 홍경이 아두를 향해 소리쳤다.

“아두야! 100까지 수를 세어라.”

“일, 이, 삼···.”

수를 세기 시작했으니 공격은 이미 끝난 것이다.

음희는 헛웃음을 흘렸다.

이게 끝?

제법 긴장했는데, 들어오는 공격은 너무 시시해 힘이 빠질 정도였다.

반면 지켜보던 궁 노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어떤 종류의 기술인지 파악하려 애를 썼다.

‘뭔 짓을 한 거야?’

여인을 상대로 쓰겠다던 그 기술이 아니었다.

도대체 저게 무슨 공격인지, 궁금해 미칠 것 같았다.

“십이, 십삼, 십사···.”

숫자는 늘어갔지만, 음희에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냥 허풍을 떤 것일까.

“훗···.”

비웃음을 흘리며 금태양이 술잔을 비웠다.

그때였다.

꾸르륵, 꾸르르륵, 꽈르륵!

음희의 뱃속에서 굉장한 소리가 났다.

“흐읍!”

낯빛이 붉어진 음희는 허벅지를 안쪽으로 조이며 어떤 압박을 버티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어떤 종류의 고난과 싸우는 듯 눈썹이 여덟 팔(八)자로 휘어지며 힘겨워하던 음희는 아두가 서른을 셀쯤, 그렇게나 가둬두려고 애쓰던 내부의 힘이 폭발하고 말았다.

-부와악! 부룩부룩!

금태양 쪽으로 바람이 훅훅 불었다.

귀밑머리가 날릴 정도로 강력한 바람이었다.

금태양의 눈가가 실룩거렸다.

숨을 멈췄지만, 얼굴이 누렇게 뜬 걸 보면 이미 한 호흡 들이마신 듯했다.

금태양은 어째서 홍경이 음희의 엉덩이를 자신 쪽으로 향하도록 돌려세운 건지 깨달았다.

이걸 노린 게 분명했다.

“대단하군. 이 정도로 버티다니.”

홍경의 조롱인지 감탄인지 모를 평가에도 음희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내부의 힘과 싸우느라 눈이 반쯤 뒤집혀 있었다.

홍경은 구슬처럼 뭉친 내공으로 그녀의 대장을 계속 자극했다.

“더 버틸 생각인가? 다음에 나올 게 뭔지 알면서도?”

움찔움찔.

그래도 그녀는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다.

“팔십오, 팔십육, 팔십칠···.”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행여 나락으로 추락한다 해도 주인의 명령을 지킬 수만 있다면···.

“갈(喝)! 정녕 네 소중한 도련님의 면상에 오물을 뿌릴 생각이냐!”

홍경의 일갈에 거미줄 같은 얇디얇은 정신력이 뚝 끊어지고 말았다.

승부에 이긴다 한들, 주인에게 오물을 뿌린다면 본말이 전도되는 일이다.

“우아아아앙!”

음희는 울음을 터뜨리며 밖으로 뛰쳐나가고 말았다.

홍경은 내공을 거둬 밖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조처했다.

일말의 자비였다.

내기는 홍경의 승리로 돌아갔다.

이제 남은 건 조각처럼 굳어 있는 금태양뿐.

“안 갈 거요?”

홍경이 재촉하자, 금태양은 술병을 들어, 남은 술을 쭉 들이켠 후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섰다.

홍경을 스쳐 지나가며 한마디를 남겼다.

“오늘 일. 잊지 않겠다.”

눈빛에서 날카로운 기운이 일렁거렸다.

꼭, 다시 찾아와 해코지라도 하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홍경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금태양을 불러세웠다.

“거기 서라!”

멈춰선 금태양이 뒷짐을 진 채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감히 날 불러 세웠냐는 눈빛이다.

“잊지 않겠다니. 나중에 보복하겠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왜. 무섭나?”

“그래. 무서워서 보내줄 수가 없네. 난 후환을 남기지 않는 성격이라.”

“호오···. 보내줄 수가 없다니, 감금이라도 할 셈인가?”

“감금 정도는 약과지. 오늘은 네가 꿀 악몽의 첫날이다.”

손가락을 찌를 듯이 내밀며 선언하자, 금태양이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크크크. 역시 재밌는 친구야. 좋아. 그 자신감이 어디까지 계속될지 한 번 볼까?”

객잔 주인 따위가 어찌 이리도 건방진가.

도대체 뭘 믿고 설치는지 모르겠지만, 팔다리가 부러져도 그럴 수 있을까, 하며 공력을 일으켰다.

시원하게 일장을 날리려는 순간!

-꾸르르르륵.

“허억!”

바로 신호가 왔다.

금태양은 재빨리 허벅지와 둔근을 죄어 쏟아져 나오려는 것들을 막아냈다.

금태양은 음희가 당했던 것과 똑같은 상황임을 깨달았다.

‘이놈이 나한테 언제···?’

음희와 달리 자신은 공격을 받지 않았다.

손은커녕 옷깃도 닿지 않았다.

그렇다면?

금태양은 자신이 앉았던 탁자 위의 술병과 두 개의 술잔을 쳐다보았다.

“독! 독을 썼구나!”

기술이 어쩌니저쩌니 한 건 모두 연기였고, 애초에 독이 든 술을 준비한 게 분명해 보였다.

아니면 독이 발린 잔을 썼거나.

어쩐지 자신만만하게 내기를 제의하더라니!

금태양은 단전에서 내공을 일으켜 독을 해독하려 했다.

“하으윽!”

하지만 내공을 쓰려 하면 도리어 더 가파르게 신호가 찾아왔다.

독을 제거하려면 내공을 써야 하는데, 이 독은 내공에 반응해 문제를 일으켰다.

자력으론 도저히 해독할 수 없는 독이었다.

“이 악독한! 내공을 쓰면 괄약근에 힘이 풀려 버리는 독이로구나! 이렇게 악독한 독은 강호의 금기라는 걸 모르느냐!”

혼자 북치고 장구 치고, 제멋대로 상황을 해석해 헛소리를 해대니 홍경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내공을 쓰면 괄약근에 힘이 풀리는 독이라는 걸 잘도 파악했구나. 대단한걸?”

“네놈은 간을 떼서 용궁에 맡겨 놨느냐? 겁대가리를 완전히 상실했구나. 우리 화신교의 보복이 두렵지도 않으냐!”

허벅지에 잔뜩 힘을 준 어정쩡한 자세로 위협하니 위협이 아니라 연극같았다.

“나보다 자네 걱정이나 해. 이제 무공을 쓸 때마다 재밌는 광경이 벌어질 텐데. 감당할 수 있겠나? 앞으로 금모옥랑이 아니라 금모분변(金毛糞便)으로 불리게 될지도?”

“이···.”

갑자기 홍경이 문 앞으로 가 손잡이를 잡았다.

“무,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네가 똥싸개라는 걸 다른 사람들도 알아야 하지 않겠어?”

말릴 새도 없이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입구에서 대기하던 흑마대의 사내들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사내들과 눈이 마주치자,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던 금태양은 등이 축축해지는 걸 느꼈다.

“문을 닫앗!”

당황한 금태양이 소리를 지르자, 입구의 사내가 얼른 문을 닫았다.

홍경이 문손잡이에 다시 손을 올렸다.

“남의 가게 문을 왜 멋대로 닫으라고 해?”

홍경이 또 문을 열려고 하자, 다급해진 금태양이 홍경의 옷을 잡아당겼다.

“기, 기다려. 기다려! 말로, 말로 하자.”

홍경의 말대로였다.

악몽!

지금 상황은 악몽이라 정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하들에게 실태를 보이는 순간, 말 그대로 끝장난다.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나갈 것이고, 인생은 시궁창으로 직행이다.

교단의 명성을 똥통에 떨어뜨렸으니 사부도 봐주지 않을 것이다.

‘너 같은 똥싸개가 내 제자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넌 파문이다. 당장 떠나거라.’

교단에서 쫓겨나면 어디로 가야 할까.

무공을 쓸 때마다 똥을 지린다는 소문에 강호의 누구도 가까이하려 하지 않을 테고, 외롭고 쓸쓸하게 낯선 이국에서 죽음을 맞게 되겠지.

아마도 비석엔 이런 글이 새겨지리라.

[천하의 똥싸개. 여기 잠들다.]

금태양의 머릿속에 끔찍하고 절망적인 미래가 그려졌다.

“워, 원하는 게 뭐야?”

“원하는 거? 원하는 거? 원하는 거?”

홍경이 손가락으로 금태양의 이마를 쿡쿡 찔러댔다.

고개가 뒤로 밀릴 때마다 아래쪽에 힘이 분산돼 금태양은 미칠 지경이었다.

내공도 쓸 수 없고, 힘도 못 쓰니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수모에도 화를 내지 못했다.

살면서 사부를 제외하곤 누구에게도 굽혀본 적 없는 금태양이었지만, 이번엔 예외였다.

인생이 외통수에 걸렸으니까.

“내가 아까 말 안 했나? 내기의 조건이 뭐였는지 기억도 안 나?”

“알겠다. 알겠어! 떠나겠다. 다시는 얼씬도 안 하겠어.”

“맹세할 수 있나?”

“맹세하겠다! 사부님과 선조의 이름을 걸고!”

금태양의 다급한 맹세에 홍경은 손을 거두었다.

“사부의 이름을 건 맹세라, 그 정도면 믿어 줄 만하군. 좋아. 돌아가.”

의외로 너무 순순히 보내준다고 한다.

하지만 금태양은 나갈 수가 없었다.

“왜 안 가나.”

“해, 해독은···.”

“뭐? 해독? 이 자식이 지금 장난하나? 널 보내주는 건 내기의 결과 때문이다. 하지만 네놈이 날 위협한 건 별도로 계산해야 할 다른 문제지. 길에서 당과 하나를 사도 계산부터 하고 먹는 법이다. 어딜 계산도 안 하고 날로 먹으려고 해!”

“그, 그럼···.”

“시간을 줄 테니 성의를 보여봐. 해독은 네가 얼마만큼 성의를 보이는지 보고 결정하겠어.”

엄지와 검지로 동그란 모양을 만들며 성의를 운운한다.

돈을 내놓으란 소리였다.

“···큭.”

궁지에 몰렸으니 상대가 원하는 걸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숨을 돌릴 만큼 뱃속의 위험이 낮아졌다는 것.

“당분간 내공은 쓰지 말게. 그래도 참기 힘든 순간이 온다면 이걸 쓰도록 해.”

홍경이 뭔가를 쓱 내밀자, 약이라도 주는 줄 알고 금태양이 얼른 손을 내밀었다.

툭.

손바닥에 놓인 건 푸른 대추 한 알이었다.

“이걸 먹으라고···?”

“아니 먹는 게 아니고, 막아 두라고.”

“······.”

말없이 대추를 내려다보던 금태양이 이를 악물고 돌아서 문을 열고 나갔다.

금태양이 나가자 곧 궁 노인이 다가와 호들갑을 떨었다.

“자네 제정신인가? 미친 거 아니야? 응?”

“왜 이러십니까.”

“화신교라면 구대 문파라도 단독으론 감당 못 하는 세력이야.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저자를 건드린 게야?”

“가게에선 손님이 아니라 주인이 왕인 법입니다. 배짱이 아니라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인걸요.”

“허어···.”

난간에 숨어있던 은교교도 내려와 공수하며 사과했다.

“주 공자. 저 때문에 이런 곤란을 겪게 됐으니, 정말 죄송해요.”

홍경은 별일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죄송할 거 없소. 주인으로서 손님을 지키는 건 당연한 일이오. 손님 하나 지키지 못해서야, 어디 주인 행세 할 수 있겠나.”

세상에 그런 주인이 어디 있다고.

은교교는 살짝 감동했다.

“사문에 연락해 가게를 지킬 사람들을 보내 달라고 할게요.”

“어허, 괜찮다니까. 이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니 아무 걱정하지 마시오.”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하면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 비웃었겠지만, 홍경이 그러니 진짜 그럴 것 같았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방법을 썼길래 금태양이 물러난 거지?’

거리가 멀어 둘 사이에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들을 수는 없었지만, 금태양이 일방적으로 몰리는 모습은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허둥지둥 떠난 걸 보면 무슨 약점이라도 잡힌 듯했다.

도대체 무슨 수법으로 금태양 같은 고수를 물리친 건지 궁금했지만, 이 자리에서 직접 물어보기는 그랬다.

하지만 사내에게서 정보를 캐내는 건 은교교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분야.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것이 상수

“오늘은 감사의 뜻으로 제가 한 잔 살게요.”

“미안하지만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

“······.”

은교교는 태어나 처음으로 남자의 ‘거절’이라는 걸 겪게 되었다.

홍경은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작가의말

연재가 많이 늦어 죄송합니다.

꾸준하게 연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소설JH님 후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공빨로 무림 갑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3 33. 너였구나. +18 22.09.07 10,927 268 19쪽
32 32. 임무 완료. +17 22.09.01 11,609 289 12쪽
31 31. 익혀선 안 되는 비급. +15 22.08.30 11,735 262 17쪽
30 30. 중양절. +10 22.08.28 11,611 263 16쪽
29 29. 님아. 그 강을... +29 22.08.19 12,553 316 15쪽
28 28. 아무 일도 없었다. +14 22.08.14 12,412 293 12쪽
27 27. 철썩, 철썩. +15 22.08.07 12,615 294 15쪽
26 26. 한판 붙읍시다. 2 +7 22.08.04 12,770 275 13쪽
25 25. 한판 붙읍시다. 1 +17 22.08.02 12,704 287 12쪽
24 24. 무야호. +9 22.07.27 13,038 285 12쪽
23 23. 마음이 식었나. +6 22.07.27 12,826 279 8쪽
22 22. 알고 보면 1순위. +5 22.07.24 13,510 305 11쪽
21 21. 적재적소. +9 22.07.21 13,697 289 12쪽
20 20. 짬처리. +7 22.07.16 14,171 305 9쪽
» 19. 성의를 보자. +12 22.07.14 14,171 309 12쪽
18 18. 그 기술을 쓴다고? +10 22.07.07 14,652 326 11쪽
17 17. 불청객. 2 +12 22.07.05 14,815 310 11쪽
16 16. 불청객. 1 +4 22.07.01 15,016 307 12쪽
15 은(銀)이 쏟아지는 기술 +17 22.06.29 15,760 305 16쪽
14 14. 하후돈인 줄. +25 22.06.26 16,214 316 18쪽
13 13. 이젠 내 것이다! +29 22.06.24 16,482 329 14쪽
12 12. 미끼. 2 +14 22.06.22 16,147 316 8쪽
11 11. 미끼. 1 +3 22.06.22 16,563 309 10쪽
10 10. 도련님 잘 모셔다드려라. +15 22.06.18 17,333 350 13쪽
9 09. 위험한 충고. +23 22.06.17 17,598 346 14쪽
8 08. 이 객잔은 무료입니다. 2 +7 22.06.15 18,491 326 13쪽
7 07. 이 객잔은 무료입니다. 1 +11 22.06.13 19,325 348 13쪽
6 06. 보자기와 가마니. +15 22.06.12 21,276 345 15쪽
5 05. 무림의 평화가 위태롭다. +25 22.06.11 22,186 365 9쪽
4 04. 어느새 여름. +12 22.06.11 22,390 373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