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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박이연입니다.

내공빨로 무림 갑질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별박이연
작품등록일 :
2022.06.11 16:44
최근연재일 :
2022.11.2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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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8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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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30. 중양절.

DUMMY

# 30. 중양절.


목숨줄이 남의 손에 쥐어질 상황이 되자 몹시 다급해진 위충천.

위신과 체면도 내팽개치고 홍경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도강지는 그런 위충천을 비웃었다.

“추하다. 도마. 내가 이미 낙찰받았으니 물러나게.”

“아직 아무것도 넘어가지 않았어! 소형제. 그걸 넘기지 말아. 돈은 내가 줌세!”

홍경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 많은 사람 앞에서 절 실없는 놈으로 만들 셈입니까?”

“사정을 좀 봐주게! 내가 잘못했네. 괜히 번거롭게 만들어서 미안하네. 경매를 물러주게.”

위충천이 거듭 공수한 손을 흔들며 사정했다.

저 거만한 인간이 남한테 사과하다니, 그를 아는 사람들은 놀라 자빠질 일이었다.

하지만 사과 정도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

“이 일은 제가 아니라 이쪽 대협께 달린 일 같군요. 적어도 낙찰을 포기할 정도의 뭔가를 제시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서 도강지에게 슬쩍 눈짓을 보냈다.

도강지는 홍경의 눈짓이 말하는 바를 깨달았다.

저 호두를 가져가 봐야 아무 쓸모 없다는 것을.

대신 적당한 대가를 뜯어내는 게 나으리라.

“흥.”

코웃음 소리에 위충천의 불안한 시선이 도강지를 향했다.

“이런 자리에서 빚을 지우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작년 장안(長安) 화청지(華淸池)의 경매에서 가져간 도천검(滔天劍)을 내놓게. 어차피 자네 문하에선 그 검을 쓸 사람도 없잖은가.”

도천검은 원래 도강지가 노리던 물건이었는데, 그를 도발하려 일부러 고액에 낙찰받아 가져간 물건이었다.

그걸 넘긴다면 생돈을 날리는 셈이 되지만, 위충천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넘겨줌세.”

도강지가 긍 교주를 향해 포권하며 물었다.

“교주님. 증인이 돼주실 수 있겠습니까?”

긍 교주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교주가 증인이라면 위충천도 약속을 지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도강지에게 은혜를 입힌 셈이니 교주도 손해 보는 일이 아니었다.

도강지는 홍경에게 공수하며 감사를 표했다.

“소요산장의 도강지라 하네. 오늘 도움받은 일은 절대 잊지 않겠네. 우리 소요산장은 청해성 하남에 있다네. 혹시 근처를 지날 일이 있다면 반드시 들러주게. 버선발로 마중 나갈 테니. 하하하.”

통쾌한 웃음을 터뜨리며 도강지는 자리로 돌아갔다.

그가 돌아가자, 위충천은 눈치를 보며 홍경을 불렀다.

“소형제···.”

“그러고 보니 위 대협께서 이걸 사겠다고 하셨죠?”

“응?”

“아닙니까?”

위충천은 속에서 울컥, 뜨거운 게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도천검이 끝이 아니라고?

도강지에게 손해 본 것만 해도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인데, 호두값까지 치러야 한단 말인가?

그때 사람들이 군침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강지가 낙찰받은 것만으로 땡전 한 푼 들이지 않고 도천검을 손에 넣는 걸 목격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탐욕 어린 시선에 위충천은 식은땀을 흘렸다.

“다, 당연히 내야지. 어, 얼마나 주면 되겠나?”

“얼마나, 라고 하셨습니까?”

홍경의 얼음장 같은 표정에 위충천은 한기가 들었다.

“가격을 모르신다니, 다시 경매에 부쳐봐야겠군요.”

“아니야. 아니야! 그러지 말게!”

위충천은 황급기 홍경의 손을 잡고 만류했다.

괜히 흥정하려다간 또 엄한 놈 좋은 일 시키게 된다.

한 번에 크게

“아까 5천 냥에 낙찰됐으니···.”

홍경의 눈매가 가늘어지자, 위충천은 재빨리 말을 바꿨다.

“그 두 배인 만 냥을 줌세! 어, 어떤가?”

애절한 표정에 홍경이 봐준다는 듯,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 정도면 다시 경매에 부치지 않아도 될 것 같군요.”

그 자리에서 전표와 물건이 오가고, 거래가 종료되었다.

위충천은 호두가 든 나무상자를 마치 갓난아이를 안은 것처럼 품에 안고 자리로 돌아갔다.

사람들은 흥미로운 눈으로 홍경을 바라보며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 소란은 홍경의 말대로 재미난 여흥 거리가 되었다.

홍경이 자리로 돌아오자

긍 교주는 옆자리의 부교주를 불렀다.

“이보게. 부교주.”

“예. 교주님.”

“아우랑 자리 좀 바꾸게.”

“예?”

“얼른!”

“아, 아니···. 깨흑!”

미적거리는 부교주를 확 밀쳐버리고는 큰 소리로 홍경을 불렀다.

“아우. 왜 그리 멀리 있나. 여기 앉게. 여기.”

긍 교주가 빈자리를 탁탁 두드리자, 홍경은 못 말리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쫓겨난 부교주의 자리로 걸어갔다.

앉자마자 긍 교주가 귓속말로 물었다.

‘아우. 그거 진짜 법술인가?’

이걸 묻고 싶어 부교주를 내동댕이치고 홍경을 불러들인 것이다.

위충천이 비명을 지르며 데굴데굴 구를 때부터 저게 진짜 법술인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형님. 이 아우의 밑천을 날로 드시려는 겁니까? 최소한 술이라도 한 잔 주면서 물어보셔야죠.”

긍 교주가 자책하듯, 자신의 이마를 때리더니, 대접에 술을 한가득 부어 권했다.

“이런! 이 우형(愚兄)이 큰 실수를 했구나. 용서하게. 아우. 자, 자, 여기 한잔 쭉 들이켜고···. 옳지, 옳지.”

“크어···.”

시원하게 술을 들이켠 후 홍경은 긍 교주의 귓가에 입을 대고 조용히 말했다.

‘법술이란 건 거짓말이고, 그냥 암시를 건 겁니다.’

‘암시? 그런 게 먹힌단 말이냐?’

‘새콤한 유자(柚子)를 떠올려 보십시오. 상상만으로 입안 가득 침이 고이지 않습니까?’

홍경은 심상화를 이용한 암시의 원리를 설명했다.

‘이 수법은 고수들이 더 잘 걸립니다. 심상 수련의 수준이 높을수록 생생하게 느끼기 때문이죠.’

긍 교주가 무릎을 쳤다.

‘그런 이치(理致)로군!’

두 사람은 심상화에 대한 의견을 나누다가, 또 암시에 낚인 위충천을 안주로 삼아 담소를 나눴다.

사람들이 두 사람의 모습을 주목했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속닥속닥 귓속말을 나누거나 등을 두드리며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이 보통 다정해 보이는 게 아니었다.

그때 남대무가 긍 교주에게 다가와 식을 시작하겠다고 알렸다.

“사부님.”

“음.”

긍 교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하자, 남대무는 악공들에게 연주를 시작하라 손짓했다.

음악과 함께 남대무는 앞으로 나와 축연의 시작을 알렸다.

“오늘 교주님의 생신 축하연에 참석해 주신 내외귀빈 여러분과 무림 동도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갑자기 긍 교주가 손을 들어 남대무의 축사를 끊었다.

“되었다. 마시고 즐겨라. 잔칫집에 왔으면 제대로 놀아야지.”

사람들은 새삼 깨달았다.

그는 젊을 때나 늙어서나 한결같이 파격적이라는 것을.

그래서 저 젊은이와도 격의 없이 어울리는 것이리라.

그는 이 시대에 몇 남지 않은 특별한 어른이었다.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긍 교주를 향해 진심을 담아 소리쳤다.

“천세를 누리소서!”


***


다음날.

홍경은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사람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운 탓이었다.

홍경이 돌아갈 때 긍 교주는 직접 밖으로 나와 배웅했다.

그가 홍경을 얼마나 각별히 여기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형님. 제가 드린 설삼 잡숫고 오래오래 장수하십시오.”

“이 귀찮은 우형(愚兄)이 빨리 죽기를 바라는 게 아니고?”

“그럴 리가요. 형님이 장수하셔야 오래도록 제 뒤를 봐주실 거 아닙니까.”

“날 위해서가 아니라 자넬 위해서 오래 살란 말이군? 크헐헐.”

실없는 웃음을 흘리던 긍 교주가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홍경을 불렀다.

“여보게. 아우.”

“예. 형님.”

긍 교주는 홍경에게 한 가지,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다.

그때 진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 덤볐는지 말이다.

잠깐 머뭇거리던 그는 결국, 그 물음은 마음속에 삼키고 다른 말을 내뱉었다.

“소림을 조심하게. 내 형제가 되었다는 걸 알면 그 땡중들이 귀찮게 할지 몰라.”

소림과 화신교는 소문난 앙숙 관계였다.

영역이 달라 부딪힐 일은 드물지만, 가끔 중원에서 마주치면 상당히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이 관계를 이해하려면 불교의 기원까지 들어가야 한다.

석가모니가 보리수 아래에서 수행할 때 깨달음을 얻지 못하도록 방해한 존재가 바로 천마였다.

천상의 신들조차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유일하게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는 존재가 부처(佛陀 깨달은 자)다.

욕망의 왕으로서 천마는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려는 석가모니를 내버려 두지 못해 방해한 것이다.

그 때문에 소림에선 천마를 마구니(魔仇尼)라 부르며 무시했고, 화신교는 그 설화를 헛소리라 치부하며 서로 비난하는 관계였다.

“염려 놓으십시오. 형님. 요즘 어머니가 다니시는 절에 시주를 많이 했더니, 이제 거기 주지가 절 보면 생불 대하듯 합니다.”

“으하하. 그렇지. 중한텐 시주 많이 하는 놈이 부처지. 크하하.”

“소림도 시주 좀 넉넉히 해두면 별소리 안 할 겁니다. 전 무림인도 아니니 말입니다.”

그 말이 옳다며, 긍 교주는 큰 소리로 웃어댔다.

홍경은 긍 교주의 뒤에서 공손히 서 있는 남대무와 긍문화, 금태양과 한 번씩 시선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떠날 시간이다.

“형님. 저도 생업이 바빠 자주 온다고 약속은 못 하겠지만, 매년 형님 생신 때만큼은 잊지 않고 찾아오겠습니다.”

“고맙네. 아우.”

“건강히 지내십시오. 형님.”

“아우도.”

서로의 어깨를 붙잡고 석별(惜別)의 마음을 나누었다.

사귐은 짧았지만, 오랜 인연이 이어진 듯 나눈 정(精)은 두터웠다.

모두와 일별(一瞥)하고 돌아서 마차에 올랐다.

홍경이 사천으로 돌아온 건 8월의 말.

여름의 끝을 알리듯 길가에 가을꽃이 피고 있었다.


***


광무 25년. 9월 9일.

9월 9일은 중양절(重阳节)이다.

주역(周易)에서 숫자 6을 음수로, 숫자 9를 양수로 보는데, 9월 9일은 양수인 9가 두 번 들어간다, 하여 중양절이라고 부른다.

중양절엔 국화로 빚은 술과 음식을 가지고 산과 들을 찾아 즐겁게 노는 풍습이 있었다.

그래서 이날 홍경은 수향과 도시락을 싸 들고 소풍을 갔다.

오랜만의 만남이었다.

지난달엔 화신교에 다녀오느라 자리를 비웠고, 돌아와서는 수향이 바빠 만날 수가 없었다.

명절이 되어서야 겨우 시간을 맞춘 것이다.

두 사람은 커다란 측백나무 아래 자리를 잡고 떡과 술을 마시며 놀았다.

최근 궁 노인에게 배운 호궁을 연주하며 노래도 불러줬는데, 실력이 시원찮아 수향은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화신교에 다녀왔다면서요. 그 이야기 좀 해줘 봐요.”

“이야기가 긴 데, 들을 준비 됐소?”

“네!”

수향은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집중했다.

“보자. 그럼 금모의 사형이 찾아온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군.”

홍경은 수향을 뒤에서 부드럽게 감싸 안고 이야기를 풀어 놓기 시작했다.

“···그래서 교주랑 술을 나눠마신 뒤, 의형제가 되었지.”

싸운 이야기는 빼고 대충 형제가 된 경위를 말해주었다.

수향이 고개를 돌려 홍경을 쳐다보았다.

“화신교의 교주랑 의형제가 되었다고요? 진짜?”

“하하. 내가 생각해도 믿기지 않을 이야기지만, 진짜요.”

너무 황당한 이야기에 수향은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도저히 안 믿기오? 축연에 참여한 문파가 많으니 알아보면 알 거요.”

“아니에요. 믿어요. 믿는데, 너무 놀라워서 그래요. 긍 교주도 대단하네요. 격을 따지지 않는 성품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맞소. 형님은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파격적이고, 또 대범한 분이셨소.”

“아니, 그러면 무림에서 당신 배분이···. 이제 사숙이라 불러야 하나?”

“하하하. 난 무림인이 아닌데 배분을 따져 뭣에 쓰겠소. 게다가 형님은 정파도 아니니 더 그렇지. 어렵게 생각할 것 없소. 그냥 나한테 조금 나이 많은 형이 생긴 거뿐이니.”

“아니, 그래도···.”

“아 참, 이건 형님이 당신한테 주는 선물이오. 결혼할 처자가 있다고 했더니, 챙겨주더군.”

소매에서 작은 나무함을 꺼내 내밀었다.

뚜껑을 열자 주단으로 치밀하게 감싼 내부에 보석 같은 붉은색 열매가 들어있었다.

“주안선과(朱顔仙果)라는 건데, 이걸 먹으면 나이가 들어도 잘 늙지 않고, 피부가 고와진다더군.”

수향이 탄성을 터뜨렸다.

“세상에! 이 귀한걸···.”

여인들이 가장 소원하는 물건이 있다면 바로 이것.

젊음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영약이었다.

인연이 없으면 평생 볼 일도 없는 귀물(貴物)을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사람에게 선물하다니, 과연 청해성의 패자다웠다.

“내가 이걸 받아도 될까요.”

“당연하지. 형님은 쩨쩨한 사람이 아니니, 이런 거로 부담가지지 마시오. 다음에 좋은 술이나 챙겨가면 충분하오. 자, 바로 복용하시오.”

“지금?”

“아껴뒀다 어디 쓰려고. 이런 건 있다고 소문나면 더 골치 아파지니, 바로 먹는 게 낫소.”

“알겠어요. 먹을게요.”

수향은 바로 주안선과를 먹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조식으로 약성을 녹여 흡수했다.

수향의 운기조식은 두 시진이 걸려 끝이 났다.

홍경은 그녀의 뺨을 콕콕 찌르고, 당겨보았다.

원래도 피부가 좋았지만, 주안선과를 흡수한 덕에 탱글탱글하면서도 촉촉한 게 완전히 아기 피부가 되어 있었다.

“너무 좋구려. 온종일 이것만 만지고 있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아.”

“그만 좀···.”

부끄러워진 수향이 억지로 손을 떼고 일어섰다.

“이제 돌아가요. 조금 더 있으면 해가 지겠어요.”

“그럽시다.”

두 사람은 어질러진 주변을 정리하고 성도로 돌아갔다.

석양이 질 무렵, 성도로 돌아온 두 사람은 금리(錦里) 부근에서 저녁을 먹으러 음식점을 찾고 있었다.

그때 광장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는 걸 보게 되었다.

“저기 봐요. 기예단이 왔나 봐요. 우리 가서 구경해요.”

수향이 손을 잡아끌었다.

고맙게도 사람들이 잘 비켜줘 제일 앞자리에서 공연을 볼 수 있었다.

공이 달린 모자를 비뚜름하게 쓴 광대와 웃통을 벗은 근육질 거한, 난쟁이, 도인 같은 복장을 한 중년인과 소녀로 구성된 기예단이었다.

마치 두 사람을 기다렸다는 듯 기예단은 본격적인 공연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거한이 입으로 불을 뿜는 토화(吐火), 칼을 삼키는 탄도(呑刀) 등 차력을 공연하자, 옆에서 소녀가 날카로운 칼끝 위로 뛰어올라 춤을 추기 시작했다.

“와검상무(臥劍上舞)는 처음 봐요.”

소녀가 칼에서 내려오자 이번엔 도인이 앞으로 나왔다.

신체 절단술인 자장위(刺腸胃), 그릇에 물을 부으면 연꽃이 자라는 발내생연(鉢內生蓮) 같은 환술을 공연했는데, 가장 신기한 것은 대추를 바닥에 심고, 나무가 자라게 하는 식조술(植棗術)이었다.

광대는 자라난 대추나무에서 대추를 따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는데, 사람들은 서로 받으려고 난리였다.

도인의 환술 공연이 끝나자, 소녀가 바구니를 들고 돌며 수금했다.

남들은 동전 한두 닢 정도를 던져 주었지만, 홍경은 동전을 한 움큼이나 넣어 주었다.

소녀가 무릎을 굽혀 인사하며, 홍경에게 대추를 한 알 챙겨주었다.

싱글벙글하는 홍경을 수향이 얄밉다는 듯 노려보자, 헛기침하며 그녀의 손을 슬쩍 잡았다.

손가락을 당겨 깍지를 끼려는데, 갑자기 수향이 움찔하며 앗 하고 소리를 내질렀다.

“왜 그러오?”

“뭔가 살짝 따끔했는데···. 벌레에 쏘였나?”

깍지를 껴서 놀랐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벌레에 물려서 소리를 지른 모양이었다.

손등을 들어 보여주는데, 물린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수향의 뒤엔 대바구니를 든 아낙이 있었는데, 그 보풀에 찔린 게 아닌가 했다.

“이제 돌아갈까?”

“조금만 더요.”

수향은 공연이 재밌는지, 조금만 더 보고 가자고 했다.

그러자고 하는데, 갑자기 그녀가 머리를 툭 기대왔다.

“향매?”

부끄럼 많은 그녀가 사람 많은 이곳에서 왜 이러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스르륵, 미끄러지듯 쓰러져 버리는 게 아닌가!

재빨리 그녀를 받아 들고 소리쳤다.

“향매? 향매!”

의식을 잃었는지 눈을 뜨지 못했다.

마치 깊은 잠에 빠진 것 같았다.

몸에 기를 넣어 살폈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호흡도 맥박도 정상이었다.

모든 게 정상인데 의식을 차리지 못하다니.

당황스러웠다.

주안선과의 부작용인가?

뭔가에 물린 것 같다던 수향의 말이 떠올랐다.

어느 쪽이 문제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전문가의 손이 필요했다.

수향을 안아 든 홍경은 사람들을 헤치고 나와 윤선당으로 달려갔다.


작가의말

연재가 많이 늦어 죄송합니다.


내일부턴 매일 연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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