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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박이연입니다.

내공빨로 무림 갑질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별박이연
작품등록일 :
2022.06.11 16:44
최근연재일 :
2022.11.29 18:46
연재수 :
61 회
조회수 :
726,280
추천수 :
15,825
글자수 :
366,925


작성
22.06.22 21:30
조회
16,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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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
글자
8쪽

12. 미끼. 2

DUMMY

# 12. 미끼. 2


육수향과 두 명의 조원은 홍경이 혈마인임을 확신했다.

어떡하지?

이대로 공격해야 하나?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두 사람이 뛰어 들어와 소리쳤다.

“모두 움직이지 마라!”

입구를 지키던 포쾌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가게 안의 사정을 본 포쾌들은 얼굴이 굳어버렸다.

가슴에 새겨진 맹(盟)이라는 글자를 본 탓이다.

도둑이 아니라 무림맹의 무림인이었다.

“도, 도둑이···.”

홍경이 포쾌들에게 걸어가 육수향 일행을 가리키며 말했다.

“마침 잘 오셨소. 포쾌 나리. 저들이 제 가게에 무단으로 쳐들어와 기물을 부수고 난동을 부렸습니다. 당장 체포해 주시오.”

“어, 그게···.”

포쾌 한 명이 귀엣말로 속삭였다.

‘이보시오. 공자. 저들은 무림이잖소.’

‘무림인이면 뭐 어떻소. 저들도 백성인데.’

홍경이 주변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현장을 좀 보시오. 남의 가게를 엉망으로 만든 거로 모자라, 오줌까지 싸질렀소. 내 이번 일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겠소. 포쾌 나리. 저 사람들을 무단 침입과 기물파손으로 고발하니, 당장 체포해주시오!”

오줌이라는 말에 당황한 하중생이 얼른 검으로 하체를 가렸다.

다른 조원, 임구고가 앞에 서서 하중생을 가려주며 포쾌들을 향해 소리쳤다.

“우, 우리는 무림맹 사천지부 사람이오. 중요한 사건 때문에 이곳을 조사하는 중이었을 뿐이오! 정수불범하수(井水不犯河水)라 했소. 우물물이 강물을 침범하지 않듯, 관부는 무림의 일에 관여치 마시오.”

날카로운 기세에 찔끔한 포쾌들이 머뭇거리자, 홍경은 천천히 뒷짐을 지며 한 발 앞으로 나섰다.

홍경의 뒷짐 진 손에 또 은원보가 들려있었다.

상대가 무림인이라 평소라면 물러날 포쾌들이었지만, 은원보를 보자 없던 용기가 절로 솟아났다.

“관부가 무림의 일에 손을 대지 않는 게 관례지만, 예외가 있소. 바로 무림인이 일반 백성을 상대할 때지. 이 사람은 무림인이 아니니 당연히 우리가 보호해야 하오. 그리고 우리는 고발을 접수했소. 아무리 무림인이라 해도 국법을 무시할 순 없는 법. 순순히 따라오시오.”

두 사람은 상사인 육수향을 쳐다보았다.

어떻게 할 겁니까.

‘따를 수밖에.’

포쾌가 한 말 대로 무림맹의 무인이라 하더라도 국법을 무시할 순 없었다.

여기에 응하지 않으면 수배가 내리는 등, 일이 더 커질 것이다.

수향은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다.

관아에서 사내의 정체를 밝히면 오히려 덜 위험할 거라 판단한 것이다.

“좋아요. 가서 모두 설명할게요.”

세 사람은 오랏줄에 묶여 관아로 이송되었다.

저들을 고발한 당사자인 홍경도 당연히 뒤를 따랐다.

관아에 와서 고발장을 작성한 후 홍경은 같이 온 포쾌에게 중개인 역을 부탁했다.

혹시 모를 변수를 제거하기 위해 뇌물을 쓰기로 한 것이다.

홍경이 준 전표는 포쾌의 우두머리인 포두(浦頭)에게 전해졌고, 포두는 다시 실무 담당자인 주부(主簿)에게 전했고, 주부는 두툼한 전표 뭉치를 들고 지현에게로 향했다.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 결국, 뇌물은 우두머리인 지현(知縣)에게로 무사히 전달되었다.

전달 단계의 모든 이가 만족할 만큼 넉넉하게 쥐여줬기 때문이었다.

재판은 이례적으로 빨리 진행되었다.

육수향 일행이 잡혀 온 지 반나절 만에 바로 대당(大堂)에서 재판이 열린 것이다.

포쾌가 직접 현장에서 나포했으니 사건에 대한 증거가 명확했고, 또 무림맹 소속의 무인들을 오래 구속해두는 건 부담스럽기 때문이기도 했다.

물론 가장 큰 영향은 뇌물 덕분이었지만.

대당 앞 책상에 앉은 지현이 사건 개요를 들은 뒤, 육수향에게 물었다.

“피고 육수향은 혐의를 인정하느냐?”

“···인정합니다. 다만, 저희가 가게에 숨어 들어간 것은 사교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점을 참작해주십시오.”

수향은 홍경이 혈마인이라는 혐의가 있다는 점과 섬서성 석천현에서 벌어진 실제 사례를 들어 자신들이 정당한 활동을 한 것이라 주장했다.

“저자가 혈마인이라는 건 너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냐. 흑방 따위에게 들었다는 정도로 혐의를 두기엔 한참 부족하다. 다른 증거가 있느냐.”

“있습니다! 그자의 가슴을 살피면 진위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혈마인은 혈고를 심어 가슴의 혈관이 도드라져있으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지현이 홍경에게 물었다.

“너의 가슴에 육수향이 주장하는 혈고의 흔적이 있느냐.”

“제 가슴에 흉터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는 두 달 전 벼락을 맞고 생긴 상처로 이를 증명할 사람은 많습니다.”

“그렇다면 육수향이 너를 모함한다는 말이렷다!”

“그렇습니다. 대인. 참으로 억울한 일입니다.”

“알았다.”

수향은 가슴이 까맣게 타들어 갔다.

가슴의 흔적을 확인도 하지 않고 넘어가다니.

판결은 보나마나였다.

“이제 판결을 내리겠다!”

지현이 무림맹의 세 사람을 슬쩍 쳐다보았다.

세 사람의 내력은 이미 확인이 끝났다.

모두 대단치 않은 중소 문파 출신이라 판결에 부담이 없었다.

“육수향 외 2인은 무고한 백성을 사교로 음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물질적인 피해까지 입혔으니, 실로 그 죄가 크다 하겠다. 본관은 이들에게 장형 10대 형에 처한다. 또한, 주홍경에게 은 10냥을 배상하라.”

책상에 경당목(驚堂木)을 탕탕 두드리며 선고를 내렸다.

“하나 그 의도가 불의한 것이 아님을 참작해 장형에 대해선 벌금 100냥으로 갈음할 기회를 주겠다. 선택하라!”

매를 맞지 않고 벌금으로 대신할 기회를 준 것이다.

“벌금을 택하겠습니다.”

“저도 벌금을 택하겠습니다.”

두 사람은 벌금을 택했지만, 가난한 수향은 그럴 돈이 없었다.

“···장형을 택하겠습니다.”

“으음···.”

지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호의를 베풀었음에도 장형을 택한 것은 자신을 무시하는 처사였다.

책상 위 첨통 속에서 홍색 제비(籤)를 꺼내 바닥에 내던지며 소리쳤다.

“당장 형을 집행하라!”

포졸이 나와 곤장을 내리쳤다.

곤장을 치는 포졸들은 기본적으로 외중내경(外重內輕)과 외경내중(外輕內重)의 기술을 연마한다.

외경내중은 때릴 때 속이 심하게 상하도록 치는 방법이고, 외중내경은 반대로 소리만 요란하지 큰 상처가 나지 않는 기술이다.

뇌물을 바치면 외중내경으로, 아니면 외경내중으로 반송장을 만들어 버린다.

급료가 작은 포졸들에게 장형은 소중한 돈벌이 수단이었다.

돈 없는 수향에겐 당연히 외경내중의 수법이 적용되었다.

더구나 지현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되었다.

한 대요! 철썩!

두 대요! 철썩!

사나운 곤장 소리에 보는 이들이 눈가를 찌푸릴 정도였지만, 수향은 이를 악물고 비명 한 번 지르지 않았다.

10대의 곤장을 맞고 수향은 제대로 걷지도 못해 동료들의 부축을 받고서야 겨우 관아를 빠져나갈 수 있었다.

곁을 스쳐 지나가며 수향은 흘깃 홍경을 한 번 쳐다보고 떠났다.

아직 포기하지 않은 듯, 눈빛이 살아있었다.


***


깊은 밤.

홍경의 가게로 시커먼 흑의를 입은 인영(人影) 하나가 다가오고 있었다.

근처에 잠복해 있던 홍경의 입가가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미끼를 물었군.’

빛 한 점 없는 어둠 속이지만, 홍경에겐 인영의 모든 움직임이 확연히 보였다.

실룩거리는 엉덩이와 뒤뚱뒤뚱, 불편한 걸음걸이.

곤장을 맞은 수향이 분명했다.

홍경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귀신처럼 둥둥 떠서 나아갔기에 작은 기척조차 나지 않았다.

문 앞에 선 수향은 허리를 숙이고 엉덩이를 쭉 내민 자세로 자물쇠를 열고 있었다.

홍경은 손에 들린 몽둥이를 어깨 위로 들어 올린 후, 뾰족 내민 엉덩이를 향해 세차게 몽둥이를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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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 철썩, 철썩. +15 22.08.07 12,618 294 15쪽
26 26. 한판 붙읍시다. 2 +7 22.08.04 12,772 275 13쪽
25 25. 한판 붙읍시다. 1 +17 22.08.02 12,707 28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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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 적재적소. +9 22.07.21 13,699 28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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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 성의를 보자. +12 22.07.14 14,173 309 12쪽
18 18. 그 기술을 쓴다고? +10 22.07.07 14,654 32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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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불청객. 1 +4 22.07.01 15,018 307 12쪽
15 은(銀)이 쏟아지는 기술 +17 22.06.29 15,762 305 16쪽
14 14. 하후돈인 줄. +25 22.06.26 16,216 316 18쪽
13 13. 이젠 내 것이다! +29 22.06.24 16,484 329 14쪽
» 12. 미끼. 2 +14 22.06.22 16,151 316 8쪽
11 11. 미끼. 1 +3 22.06.22 16,566 30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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