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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피의 상상극장.

황금시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김상준.
작품등록일 :
2023.09.26 18:32
최근연재일 :
2023.12.08 22:41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5,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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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글자수 :
135,075

작성
23.11.1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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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알바생 (4)

DUMMY

"진짜로요. 저 뭐 다들 오해하실수 있는데. 저 중길이 데리고 사기치거나 그런 거 하나도 없고요. 그냥 처음 봤을 때부터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만 들었어요."

"그랬구나."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녀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눈빛으로 김길조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생각보다 고생 많이 했구나."

"고생이야 뭐... 그냥 팔자다 여기고 있어서 괜찮아요."

"세상에 고생하는 팔자가 어딨어."

"그럼 전생에 죄를 많이 졌나보죠. 하하하."


20대 중반 청년이라 하더라도 그녀 시간에선 아직 한참 어린 청춘이었다.

김길조의 단백한 고백에 흐뭇한 미소나 지어줄 수 밖에 없는 안타까움을 비춰주는데. 그녀 곁으로 김진수가 약상자를 들고 다가왔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즐겁게 하고 계세요?"

"그냥. 너랑 어떻게 알게 됐냐고."

"이놈요? 하하! 제가 사람 만들었죠."

"뭘 또 형님이 절 사람을 만들어요... 내가 짐승도 아니고."

"오래됐죠 우리도. 제가 복싱 가르쳤어요."

"태수가 아니라?"

"형은 선수였잖아요. 아무튼 이모님 이거."

"아우... 태수한테 전해. 앞으로 이런 거 사오지 말라고. 줘도 먹지도 않어. 나."

"그래도 형 마음이 안 그러니까. 회장님도 안 계신데 자기라도 챙겨야 한다고."

"언제부터 지들이 그렇게 나 챙겼다고..."


김진수가 다가오자 김길조는 다시 무리에서 빠져 안중길에게 돌아간다.

그녀가 멀리 있는 두 젊은 친구들을 보며 말했다.


"그런 거겠지 진수야?"

"뭐가요?"

"본능 같은 거. 길조 저 애가 저 친구 도와주는 거나. 진수 너가 길조 저 애 도움 준 거나."

"그러니까 뭐가요 이모님?"

"누구나 주변에 힘든 사람 보면 가만 둘 수 없는 그런 마음이 있으니까. 실천이 어려울 뿐이지."

"이모님 대체 길조랑 무슨 얘기를 하신 거에요?"

"그냥 사는 이야기 했어."


그녀가 말한다.

이 세상 너도 나도 계산부터 하고 자기 이득 앞에 한치의 양보도 없는 걸 현명하다 여기기에 갈수록 각박해져가는 걸 막을 순 없지만.

그럼에도 이 험난한 세상이 사람 사는 곳으로 유지되는 건.


"다들 조금씩은 그런 마음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어."

"길조가 대체 뭐라고 했길래 이모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는지."

"아마. 태수도 그랬을 거야..."

"형은 또 왜요?"

"그 애들. 태수가 뽑은 애들이었으니까..."

"아... 그 친구들요? 그때 그 사고 친 애들?"

"응. 단지 태수는 너희같이 가까운 주변이 아니라, 깊게 사람을 살피지 못했던 거고. 그게 재수 없게 진혁이한테 불이 옮겨붙었고."


그녀가 약 상자를 들어보이며 말한다.


"그러니 6년을 알고 지냈는데, 이런 안 하던 짓까지 하는 거 아닐까?"

"하하! 형 성격이 그렇게 세심한가요. 그냥 지나가다가 좋다니까 샀겠죠."

"하긴. 태수니까. 갈 게."


이제는 정말로 작은 볼 일 하나 남지 않은 그녀가 가게 밖으로 나선다.

문을 열고 나가는 그녀를 보며 안중길과 김길조가 또 한번 정중하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히가세요!"

"이모님 다음에 뵐 게요."

"그래 다음에 보자."


진수에 길조로. 그리고 다시 길조에서 안중길이란 학생으로.

조금 비약을 보탠다면, 진수는 태수가 데리고 왔고. 태수는 진혁이가 데리고 왔으니...


"저기."

"네?"


그녀가 안중길을 보며 물었다.


"듣자하니 일 구한다며서?"

"네! 알바 구하고 있습니다."

"힘내요."

"고맙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그녀는 가출 청소년을 한 식구로 둔 탓에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던 경험이 있었다.

사정은 안타깝지만 모두를 도울 순 없는 노릇 아닌가.

그저 저 어린 친구도 잘 되면 좋겠다. 잘 풀리길 바란다. 축복이나 해주고 말자 여겼다.

하지만 그녀에게 안중길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유정 씨. 어딜 다녀 와?"

"태수요. 반찬 좀 전해달라고 해서."

"태수 총각은 요즘 바쁘지?"

"젤 바쁘죠. 책임이 얼만데."

"그렇겠지... 아우. 태수나 진수 총각 있을 때가 좋았는데..."

"걔들 나간지가 언젠데 아직도 그때 이야기를 하세요?"

"저기. 유정 씨. 이러지 말고. 우리도 주방에 남자 하나 들이는 게 어떨까?"

"이모 힘들어요?"

"힘들지. 요즘 점점 팔도 아프고... 허리도 잘 안 펴지고..."

"음."

"창고서 고기 들고 오는 것도 다들 춥고 힘들다고 안 하려고 하니까. 그냥 이 참에 주방에 일 할 사내 놈 하나 있음 어떨까 싶어서."

"있으면야 좋지만. 근데 요즘 무슨 남자애들 주방에서 누가 일하려고..."

"그렇지. 잘 없지... 말이나 한번 해보자 싶어서 꺼냈어."

"..."

"그건 그거고. 유정 씨. 우리 상추 저거 들어온 거."

"잠깐만요."

"응?"

"...사내 놈이면 되는 건가요?"

"그렇지."

"일 못 해도?"

"일이야 가르치면 되는 거고."

"그럼 하나 있긴 한데."

"정말? 누구?"

"흐음... 있긴 있는데..."


운명이란 게 정말 있는 걸까?

있다면 그 청년을 우리 가게에 데리고 오는 게 맞는 걸까?


"..."

"유정 씨. 왜 그래?"

"아니요. 따지고보면 나도... 그렇게 진혁이랑 알게 됐던 거니까."


너무 추운 겨울 날.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버둥거리던 청년을 데리고 와 밥을 먹인 적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그날로부터 멈췄던 인생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볼 수도 있는 그녀 유정 씨의 인생.

어쩌면 그래서도 군식구 하나 더 들이는 게 그리 어려운 결정이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



* * *



"정말요? 잠시만요 형님! 한번 물어볼게요."

"왜요? 뭔데요?"

"중길아. 너 아까 그분 있잖아."

"그분? 누구? 아. 아까 그 이모님이란 분?"

"어어!!"


오늘 하루 형이랑 지주동을 돌아다녔다.

어디서 일하면 좋을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여기저기 물어도 보고, 탐색도 다닌 끝에 얻은 결론은. 역시 일은 쉽게 구하는 게 아니구나 였다.


아까 진수 아저씨가 귀뜸해 주신 이유 아니더라도, 웬만하면 청소년 알바보다는 짧게 일해도 다들 대학생들을 쓰고 싶어했다.

아무래도 스무살 넘은 성인과 미성년자는 일에 대한 책임감부터 다르다면서.

그래서 나는 다르다고. 엄청 열심히 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다들 처음에나 그런다면서 도망친다는데.

이거 원 얼마나 일을 대충 했으면 청소년 알바에 사장님들이 학을 떼는지...

기회가 오면 난 다를 거다 라는 각오로 차분히 기다리기로 마음 먹는 수 밖에 없었다.

어차피 서류문제 같은 것도 있으니까. 서두른다고 되는 일도 아니지 않던가.

반쯤 포기한 상태로 다른 동네를 가봐야 하나, 내일은 홍대라는 곳 가볼까? 하고 있었는데.

그날 밤 바로 길조 형한테 연락이 온 것이다.


"그분 그냥 반찬 해주는 분 아니셨어요?"

"아니야. 황금 고깃집이라고. 거기 점장 같은 분이셔."

"황금 고깃집이면 거기잖아요? 아까 우리 지나가다 봤던 데. 큰 건물. 동네에서 젤 큰 식당이라는데?"

"어어!!"


주방에서 일할 사람이 필요하단다.

설거지가 메인이고, 보조도 하면서 무거운 것도 들고 날라야 할 게 많아 젊은 남자를 뽑는다고 말씀하셨다.


"딱 저네요!!"

"그러니까. 그분도 돌아갔다가 주방 식구들이 사람 없냐고 해서 너 생각나셨다고 그러셨었데."

"형. 저 해요! 할 수 있어요!! 제가 할 게요!!"

"어어. 아 형님 들으셨다고요? 하하! 이놈이 파이팅이 있다니까요."


주방이라. 그것도 고깃집 주방.

고기 좋아. 고기 맛있어. 뭔가 주방이라는 것도 다이나믹할 거 같애.


"그럼 저도 그런 거 써요? 막 흰 모자 이런 거?"

"모르겠다. 우리도 거기서 회식은 했어도 주방은 본 적 없어서."

"오 고깃집 주방이라. 일이 많나? 고기도 썰고 막 이러려나?"

"그랬구나. 그건 또 몰랐네..."

"음? 뭐가요?"

"아니. 방금 진수 형이랑 통화하면서 들었는데. 황금 고깃집도 우리랑 같은 회사였다 그러시네?"

"형 몰랐어요?"

"모르지. 나도 내일부터 출근이라니까? 지금까지 알바였고."


형도 아는 게 많지 않은 상황.

하지만 돌아가는 분위기가 어째 나쁘지 않다.


"사장님도 있고, 회장님도 있다 그러고. 꽤 컸구나."

"가게가 많다면서요. 그런 거 다 묶어서 하나의 회사가 운영하는 건가?"

"야. 그 정도면 거의 기업 아니냐?"

"기업이죠. 요식업 기업."

"허허. 그냥 식당 직원 뽑는 줄 알았는데. 졸지에 기업에 취직이 됐던 거야?"

"역시. 음. 역시."

"뭐가 역시야?"

"길조라. 일이 잘 풀리는..."

"흐하하! 너 진짜 형 이름 가지고 자꾸 그렇게 놀릴래?"


뭔가 어물쩡 지나간 것 같아도 일단 일자리가 정해졌다.

그것도 길조 형이랑 같은 회사다.

물론 일하는 장소는 다르지만. 그게 어딘가.


"형이 있어서 다 되는 거 같아요."

"새끼. 넌 내가 그렇게 좋냐?"

"좋죠. 길조 잖아요."

"한번만 더 그러면 진짜 죽는다? 어?"


죽음으로 협박받아도. 이번에도 형이 있었기에 일이 잘 풀렸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드러나는 사실이 그렇지 않던가. 내 인생은 길조를 만나 쭉쭉 나아간다.


"그래놓고 일주일 뒤에 힘들다고 도망치는 거 아냐?"

"안 그래요! 저 얼마나 열심히 할 건데요. 보세요. 사람들이 나 때문에 형 더 칭찬할 거니까."

"왜?"

"내가 누구보다 잘 할 거라서."

"하하하! 오버하지 좀 마. 그러다 다쳐."


우리는 식당이라 점심부터 영업. 형네는 술집이라 오후부터 영업.

안타깝게도 출퇴근 시간이 달랐다.

달라도 결국 같은 동네에 있었고, 나름 중간중간 얼굴도 보고 심부름도 다니면서 인사도 할 수 있으니까.

좋아. 지금은 이정도로 만족해.

다음은 역시 내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다르겠지.


"실수하면 어떡하죠?"

"실수 하겠지. 그럴 땐 죄송하다 얘기하고 같은 실수 안 하게 조심하면 돼."

"모르는 거 있으면요?"

"그건 무조건 물어보고. 사람 따라 잘 안 가르쳐 주기도 할 건데. 그래도 보통은 알려 줘. 이렇게 이렇게 해라 하고."

"으음. 모르는 건 물어보고 실수는 보완하면 된다. 흠."

"중요한 건 이거야. 모르는 걸 물어보고 알려줬는데. 그걸 실수하는 거."

"그땐 어떡해요?"

"혼나야지 뭐. 그러면서 배워."


첫 출근을 앞두고 설레임에 잠이 오지 않아 핸드폰을 들어 고깃집 알바 후기 같은 것들을 찾아보고 있었다.


"이런 건 서빙이 하는 거구나."


서빙과 주방.

아무래도 아르바이트는 주로 서빙에 국한되어 있어, 주방 일 같은 건 정보를 알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보통 주부님들이 하는 일이라..."


직업에 귀천은 없다. 할아버지도 늘 하셨던 말씀이다.

주부들이 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나에겐 기회.

열심히 한다.

최선을 다 한다.

나를 떠나서 발 벗고 나서 준 길조 형을 위해서라도. 난 주방에 없어선 안 되는 한 사람이 되고야 말 거다.


그렇게 하나하나 정보들을 모으며 각오를 다지고 있을 때.

슬슬 눈이 감겨오고. 내일을 생각해 이만 자자 싶던 그때.


"..."


포털에서 이것저것 검색하다 할아버지 뉴스 기사를 보게 되었다.


"안상일 회장 내일 발인이라..."


발인이라... 기억나. 엄마 아빠 때도 그런 걸 했었지.

그렇구나. 벌써 장례식이 끝났구나.

선산으로 가시겠네. 할아버지랑도 한 두 번 할머니 인사드리러 갔었던 곳인데.

맨날 여기 할아버지 자리라고 벌초 오면 잘 깎아달라고 하셨었는데.


"벌초를 내가 갈 수 있을까..."


아무래도 역시 그냥 이대로 모르는 척 빠지는 건 마음이 너무 아프다.

인사라도 드리고 싶어. 손자를 떠나 그냥 한 사람으로서.


"형?"

"크어억 커어— 컥! 커억"

"형 그렇게 하는 게 맞겠죠?"


길조 형은 잘 때 트럭 지나다니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면서도, 잠귀가 밝아 깨는 순간이 많다.

내일 새벽 일찍 가보자. 멀리서 버스라도 보고 인사를 드리자.

그게 맞어.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거야.

할아버지를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하지만, 거기 딸려오는 이런저런 인간들이 떠올라 먹먹한 가슴이 갑갑해진다.


"후우. 후우. 후욱."


끝났어. 나와 그 집안은 이제 끝났다.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뿐.

그런 여러 의식을 내일 새벽 마친다.


* * *


삐리리리리--


"뭐야?"

"제 알람이요."

"뭔 알람을 5시에 맞춰?"

"첫 출근이니까요."

"아이고... 9시까지 간다며. 뭐 벌써부터 그래. 더 자."

"그냥 서둘러 움직이려고요. 나가볼게요."

"어...? 진짜로 지금 나가게...?"

"잠깐 들릴 곳도 있고. 주무세요. 저녁에 봐요."

"그래... 중길아 잘 하고 와."

"네."


부모님 때도 엄청 새벽에 움직였던 걸로 알고있어.

병원은 종로. 내가 있는 곳은 성북구.

오토바이면 10분도 안 걸리겠지만, 그건 택시도 마찬가지겠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이요."


5시 30분. 장례식장 앞에 도착했다.


"..."


기자들은 따로 없지만, 역시나 커다란 영구차가 놓여져 있고 검은 양복을 입은 대한그룹 비서실 아저씨들 같은 분들이 여기저기 모여계셨다.


"학생 안 내리나?"

"기사님. 저 계속 택시 타고 있어도 되는 거죠?"

"상관은 없지만 요금이 나오겠지."

"괜찮습니다. 가능하면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택시 안에서 지켜보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분주해진다.

그리곤 큰형이 할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들고 나왔다.


"..."

"아는 분이셔?"

"네..."

"그럼 가서 인사를 드리고 오지?"

"그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도..."

"학생."

"네."

"뭔지는 몰라도 내려서 고개라도 숙이고 와."

"...그래도 될까요?"

"그러는 게 좋을 거 같아. 지금 학생 얼굴 보면."

"기사님. 안 가고 계속 계실 거죠...?"

"이 사람아. 돈을 받아야 가지."


기사님이 먼저 택시에서 내려 푸르스름한 새벽 공기 속으로 흰 담배 연기를 뿜어내셨다.

나도 차에서 내려 멀리서 할아버지와


"..."


한때는 가족이라고... 친척이라고 부르던 사람들을 보았다.


"얼굴이 낯이 익는데? 무슨 유명한 사람 아닌가?"


택시 기사님이 할아버지 얼굴을 보며 기억을 더듬는 가운데, 나는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혼자만의 이야기를 건넸다.


할아버지. 나 취직했어요.

잠깐이지만 머무는 집도 있어요.

무엇보다 길조가. 내 인생에 길조가 함께하고 있어서 아무 걱정이 안 들어요.

그러니 편하게 가세요.

잘 살 겁니다. 그동안 너무 고마웠어요.


"어어. 그래. 맞다. 안 회장? 그 대한그룹 회장이잖아??"


할아버지의 운구가 실려있는 영구차가 출발하고. 그 뒤를 줄줄이 시커먼 승용차들이 따라나섰다.

할아버지가 앞을 지나갈 때.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감사와 예의를 담아 고개를 숙이고.


"..."


그리고 승용차들이 지나갈 땐 다시 얼굴을 들어 머리를 낮추지 않았다.

검게 선팅 된 차 속에서 누가 나를 보고 있을지 어떨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 상황이 내게는 마치 이제 당신들과 나는 볼 일이 없을 거라는 식으로 전해지기에.


"훗. 후후후."


묘하게 웃음이 나왔다.


"가요. 기사님."

"어어... 학생...?"

"네?"

"뭐. 아는 분이셔?"

"..."

"가족인 거야?"

"아니요. 그냥 큰 도움을 받았었어요."


다시 금호동으로. 아니 그냥 지주동으로 출발했다.


"학생이 재벌 회장에게 도움 받을 게 뭐가 있을까?"

"많죠. 이것저것."

"장학금 그런 것도 있겠구나."


기사님이 나와 할아버지의 관계를 추론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한번도 울리지 않던 전화기가 울린다.


"..."

"그래도 예절바른 학생이네. 그런 걸 잊지않고 인사도 드리고."


작은 고모가...

그래 봤구나 나를.

그 짧은 시간에 날 본 거야.

크크크. 봤다라...


"옛 말에 은혜를 잊지 않는 사람은 성공한다고 하던데. 학생은 성공 하겠어."

"기사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

"음. 뭔데?"

"은혜를 잊지 않는 거랑 복수를 잊지 않는 거랑 뭐가 더 성공해요?"

"복수는 이 사람아. 복수를 누가 한다고."

"그래도 둘 중 하나 할 수 있다면."

"모르지 그거야. 세상 사 내 맘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


불쾌한 기분을 이어갈 필욘 없겠지.

오늘 이 자리에 온 것도 할아버지에 대한 깊은 감사 때문이지 당신들 만나러 온 거 아니니까.

핸드폰을 끄고 일부러 택시 깊숙이 넣어 두었다.


"오늘 태워주셔서 고맙습니다."

"내가 고맙지. 아침부터 좋은 구경 했으니."

"장례식장 간 게 뭐가 좋다고요."

"후후. 자네같은 청년을 봤잖아."


이름 모를 택시 기사님이 넌지시 말씀해주셨다.


"학생. 거 이왕이면..."

"네."

"복수 같은 것 생각하지말고 자기 행복을 꿈꾸고 살어. 그게 최고야."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나의 행복을 꿈꿔라.

당연하죠. 전 오늘 너무 행복한 걸요.


"후우. 보자. 첫 출근이라."


행복합니다. 이제 전화기도 없어서 더 행복해요.

그 사람들이랑 나랑 완전히 끝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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