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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님의 서재입니다.

버려진 세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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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작품등록일 :
2021.09.22 12:58
최근연재일 :
2022.08.27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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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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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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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크론빌 8

말고리아




DUMMY

“그런데 자신들을 저주에 빠트린 드래곤은 봉인에 걸려 오천년 동안 세상과 단절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최근에 그 봉인이 누군가에 의해 풀렸고 드래곤은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정말 황당무계한 일입니다만..”

“바론 단장, 부담 없이 조사한 일을 계속 보고해 주시오. 그저 조사한 내용을 전해주기만 하면 되오.”

신중하고 곧은 성품의 바론이 거짓말 같은 얘기만 늘어놓게 되자 괜스레 스스로 위축되었다. 그것을 눈치 채고 찰스 왕이 바론의 어깨를 가볍게 해 주었다.

“네, 폐하. 감사합니다. 이어가겠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아니 정확하게 봉인에서 풀려났다고 말하는 편이 맞겠군요. 어찌됐든 이제 막 봉인이 풀린 남쪽 해안의 드래곤보다 훨씬 강력한 또 한 마리의 드래곤이 말고리아 산맥에 봉인되어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그 놈이 수장격인 녀석인가 봅니다. 남쪽 해안의 드래곤은 머지않아 말고리아 산맥으로 가서 드래곤 수장의 봉인을 풀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남쪽 해안의 드래곤은 봉인에서 풀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지금 엄청나게 예민하고 포악한 상태라고 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그 곳에서 멀어지려고 뗏목을 만들어 우리 크론빌까지 들어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이 드래곤이 말고리아 산맥으로 넘어가 나머지 한 마리의 봉인을 풀게 되었을 때 이 세계가 파괴될 정도의 전란이 밀려올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말고리아의 드래곤은 굉장히 흉폭한데다 세상의 파멸을 원하는 악마 같은 존재라고 합니다. 애초에 이 드래곤이 봉인되었던 것도 세상의 종말을 막기 위해, 그 괴물의 폭정을 막아내기 위해 그 당시의 전사들이 힘을 합친 결과였다고 합니다.”

모두가 놀라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지만, 제임스 왕자의 얼굴에는 살짝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대체 이제 어쩌면 좋은 거지? 레일리, 자네가 대답해 보게. 오크와의 전투 전에 자네는 이 일이 사실로 밝혀지고 나면 할 말이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말이야.”

왕이 겨우 정신을 차리고 레일리를 향해 말하였다.

“네, 맞습니다. 저도 그저 전설의 하나이길 바라며 드린 말씀이온데 사실로 드러나자 조금 놀랍긴 합니다.”

하지만 놀랐다는 말과는 다르게 얼굴에는 자신감 혹은 당당함이 깃들어 있어 사람들로부터 다음 말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상황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크론빌의 기사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전투력을 지녔고, 정예군들도 용맹합니다. 거기다가 크론빌이 보유한 네 명의 리갈 마스터와 오십여 명의 마스터는 다른 국가와는 그 수준이 다릅니다.”

레일리가 좌중을 잠시 돌아보다가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제가 들은 바로는 드래곤 역시 무적의 생명체는 아니라고 합니다.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청자들의 얼굴이 조금 환해졌다.

“그게 대체 어디란 말인가? 우리가 드래곤을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인가?”

드래곤이라는 말에 잔뜩 웅크리고 있던 칼리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다그치듯 말했다.

“그렇습니다. 크론빌의 군사력이라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습니다. 드래곤의 턱 밑에는 시뻘건 비늘이 하나 달려있다고 합니다. 그곳은 드래곤 힘의 원천이라고도 볼 수 있는 원기의 집약체라고 합니다. 그 곳을 찌르거나 벨 수 있다면 드래곤은 쓰러지고 말 것입니다. 물론 그 비늘이란 게 꽤 작고, 공격하기도 쉽지 않겠지만 우리 기사단이라면 해낼 수 있을 거라 자신합니다. 단, 말고리아에 봉인되어 있는 드래곤은 위험합니다. 아무리 급소가 있다고 해도, 그 녀석은 너무나 강력하여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합니다.”

“자네의 말을 정리해 보자면, 우린 이제 막 깨어난 드래곤이 말고리아에 묻혀 있는 또 다른 드래곤의 봉인을 해제하기 전에 없애버려야 한다는 건가?”

찰스 왕이 레일리의 말허리를 자르고 끼어들어 왔다.

“네, 정확하십니다. 바로 그것이 우리가 최대의 목표로 삼아야 하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만에 하나라도, 남쪽 해안의 드래곤을 찾아내는 데 실패하고 엎친대 덮친 격으로 말고리아의 드래곤까지 깨어난다면..”

레일리가 말한 최악의 가정이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절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막 봉인에서 풀려난 드래곤은 이십 여일이 지나기 전까진 자신의 모든 힘을 되찾을 수 없다고 합니다. 아무리 말고리아의 드래곤이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이십 여일 내라면 해 볼만 할 것입니다. 그 시기를 절대 놓치지 말고 총력을 다해 공격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인 것입니다. 즉, 지금 즉시 군대를 말고리아로 보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다행히도 레일리는 최악의 가정의 해결책까지 제시해 주어 사람들이 안도의 숨을 내쉬게 만들었다. 레일리의 대답을 듣고 찰스 왕이 고개를 돌려 바론에게 다시 질문하였다.

“바론 경, 드래곤이 깨어난지 며칠이나 되었는지 파악되었나?”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오크들의 공격이 약 열흘 전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대략 그 시기로 유추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음, 깨어난 후 이십 여일까지는 모든 힘을 사용할 수 없다고 했지? 그렇다면 우리에게 아직 열흘 정도의 여유는 있다는 말인가. 불행 중 다행이군. 아니, 마지막 기회라고 말해야 할까.”

드래곤이란 생명체의 출현에 여전히 놀랍고 두려운 맘이 들었지만, 좌중은 이내 조금씩 침착해져 실마리를 풀어나가려 애쓰고 있었다.

“레일리, 남쪽 해안으로 가서 봉인이 막 풀린 드래곤을 잡는 건 어떤가? 그 놈을 잡는다면 굳이 멀리 말고리아까지 가는 수고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은데?”

바론이 다른 방향의 전략을 제시하며 레일리에게 물었다.

“그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지만, 문제는 우리가 그 드래곤이 남쪽 해안의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것입니다. 오크를 심문해서 그 위치를 대략이나마 추적할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를 피해 바다 속 깊이 들어가 버린다면 더 이상 쫒을 수도 없겠지요. 그리고 만에 하나 드래곤을 유인하여 싸운다고 하더라도 바다에서의 전투를 생각해 보시지요. 배를 탄 상태로 화살이라도 쏟아 부어야 할까요?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져 바다 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다가 배를 전복시켜버린다거나, 갑자기 솟구쳐 올라 하늘에서 화염이라도 쏟아낸다고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절대적으로 열세일 것입니다. 게다가 드래곤은 오크의 말에 따라 이십여 일이 지나 기력을 회복한 뒤에 움직일 가능성도 있지만 사실 그것도 단정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미 남쪽 해안을 떠났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즉, 우리가 알 수 없는 불안요소는 너무 많은데 반해 성공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는 말입니다. 반면에 말고리아로 떠났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봉인된 장소를 찾는 일은 쉽진 않겠지만, 아키반디아 대륙에는 우리의 동맹국인 소르비르와 제니아가 있지요. 그들에게 수색하는 데 도움을 요청하고, 우리의 강맹한 기사단과 최고의 마법사들이 산 아래에서부터 샅샅이 훑어 올라간다면 분명히 며칠 내로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그 앞에서 남쪽 해안에서부터 날아 온 드래곤을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아까 자네가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남쪽 해안의 드래곤이 이미 말고리아로 떠났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놈이 아직 모든 힘을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이미 말고리아에 도착해서 또 다른 드래곤을 깨웠을 수도 있겠군.”

바론이 다른 의문을 제기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최악의 상황이란 것은 그런 것이죠. 남쪽 해안의 드래곤이 먼저 떠났거나, 우리가 말고리아에 먼저 도착하더라도 결국 드래곤의 둥지를 찾지 못하고 시간만 지체해서 두 놈 다 깨어나는 경우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수집한 정보로는 그 먼 거리를 날아가려면 최소한 2주 이상은 힘을 비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3, 4일의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지요. 그리고 간헐적이지만 아직도 오크 녀석들이 시빌론의 해안가로 들어오고 있다는 정보에 대해서는 당연히 바론 경도 들으셨겠지요? 아니, 저보다 더 잘 알고 계시겠지요. 그게 바로 아직 드래곤이 남쪽 해안에 남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레일리의 대답은 모두 꽤 그럴 듯했고 합리적인 추론처럼 보였으므로 이에 설득된 크론빌 중진들은 어서 빨리 원정대를 꾸려 말고리아로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것도 당장 말이다.

“나도 질문이 하나 있는데 말이야.”

회의석상에서 조금 멀찌감치 떨어져 팔짱을 끼고 얘기를 듣고 있던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대체 어떤 놈이 드래곤의 봉인을 풀었을까? 그 놈을 꼭 찾아 이유를 듣고 싶군.”

봉인을 푼 자가 레일리나 되는 것처럼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제임스가 말했다.

“글쎄요, 그것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봉인을 누가 풀었는지 알아내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우선 과제가 아닙니다. 일단은 병력을 모아 가능한 빨리 말고리아가 있는 아키반디아 대륙으로 건너가는 일이 시급합니다.”

제임스의 이유 모를 추궁에 레일리가 침착히 대답하였다.

“머, 좋아. 남는 거야 시간이니까 말이야.”

제임스가 회의석상으로 가까이 다가오며 찰스 왕을 향해 호탕하게 말하였다.

“아버님! 아니, 폐하! 저도 이번 출정에는 꼭 참가하고 싶습니다! 샬롯과 데미안도 같이 데려가겠습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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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론빌 8 21.12.04 2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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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크론빌 4 21.11.20 26 1 9쪽
13 크론빌 3 21.11.18 33 1 9쪽
12 크론빌 2 21.11.13 3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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