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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님의 서재입니다.

버려진 세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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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작품등록일 :
2021.09.22 12:58
최근연재일 :
2022.08.27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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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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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크론빌 5

말고리아




DUMMY

“바론 단장, 정말 오랜만입니다. 신속한 출정에 감사드립니다.”

“오랜만입니다. 영주님.”

바론은 시빌론 근처의 작은 마을 출신이었기 때문에 남서쪽 해안 일대는 그의 고향이나 다름없었다. 아직 그의 부모나 친지들은 고향에 머물렀으므로 종종 이 곳을 찾았고, 그 덕택에 시빌론 영주인 로지 백작과도 두터운 신뢰관계를 쌓아왔다.

“영주님, 상황이 시급하니 서론은 생략하겠습니다. 일단 피해상황과 오크들의 행방을 알려 주시겠습니까?”

바론의 질문에 로지 백작이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바론 경. 그러니까 5일 전 처음으로 오크들이 바다를 건너 남서쪽 해안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흉측한 놈들은 곧 이어 해안가에 숨어서 그 앞을 지나가는 행인들을 습격하기 시작하였답니다. 저는 보고를 받은 즉시 녀석들을 잡기 위해 수비병을 출동시켰죠. 하지만 놈들이 교묘하게 숨어 있어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괴물들이 3일 정도는 조용히 지냈답니다. 그러다 결국 어제는 시빌론 경계까지 쳐 들어왔습니다. 그것도 백주 대낮에 말입니다. 갑작스런 습격에 주변 민가의 피해가 컸습니다. 수십 명의 백성들이 죽거나 다쳤답니다. 곧바로 수비대가 나서 놈들을 제압하려 했지만, 그 괴물들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3천의 수비대가 순식간에 전멸하였습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놈들은 더 이상 공격을 이어가지는 않았고 시체들을 끌고 하인스 숲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우리가 보고받은 것보다 상황이 훨씬 좋지 않군요. 민간인의 피해도 크고, 거기다 3천의 수비대가 전멸되었다니..”

“시시각각 상황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너무 급작스럽게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판국이라 보고에도 조금 혼선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바론의 얼굴이 비장해졌다.

“3일을 조용히 지내다 어제 갑작스레 습격한 건 왜라고 생각합니까?”

“아마 괴물들도 이 지역을 면밀히 탐색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른 오크들이 계속해서 바다를 건너 도착하고 있지요. 즉, 병력이 어느 정도 모이기를 기다린 것 같습니다. 처음 우리 수비대가 출동했을 때 숨어 있던 걸 생각하면 이렇게 추론할 수밖에 없더군요.”

“흠. 두 가지 면에서 심각한 일이군요. 놈들이 상당한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계속해서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

“그렇습니다,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닙니다. 이 지역에서 오래 살아 왔지만 이렇게 많은 오크들을 보기는 처음입니다.”

이후 바론은 기사단을 이끌고 그들이 출몰하기 시작한 해안가를 둘러보고 하루 전 벌어진 전투의 흔적도 확인해 보기로 했다.

전투가 벌어진 곳은 시빌론 성에서 조금 떨어진 널따란 숲이었다. 그 곳을 조사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몇 십 구의 오크 시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오크는 아랫도리를 가린 짧은 헝겊 외에는 몸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고 있었는데 고약한 냄새가 코끝을 찔러댔다. 이것이 씻지 않아 나는 냄새인지 오크 특유의 냄새인지 혹은 시체가 부패하여 나는 냄새인지 알 수 없었다. 비록 시체였지만 바론을 제외한 기사단원들 대부분은 실제의 오크를 본 게 처음이었다.

“정말이지 흉물스러운 놈들이군요.”

오크의 체격은 대략 1.5에서 2미터 정도로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피부가 새까맣고 단단하며 손발톱과 이빨이 날카롭다는 점, 머리카락을 비롯하여 온몸에 털이 별로 없다는 점 등이 달랐다. 오크 외에 아군 병사나 민간인들의 시체는 한 구도 발견할 수 없었다. 식인을 하는 오크들이 시체들을 모두 가져간 모양이었다.

“도끼를 사용하는군.”

오크 시체 옆에는 투박한 형태의 커다란 도끼들이 같이 나뒹굴어 있었다. 바론은 오크의 도끼를 만지작거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쉽지 않은 싸움이 되겠어. 이 정도 전투력이라면 우리 쪽에도 피해가 생길 수 있겠군. 아무리 크론빌의 수비병이 그리 강하지 않은 군대라고 해도 이 정도의 압도적인 전력 우위를 보이다니...’

걱정스런 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며 바론이 부하들을 향해 말했다.

“자, 이제 해안가로 가보도록 하지.”

제2 기사단은 숲을 벗어나 해안가를 향해 움직였다. 꽤 먼 거리였기 때문에 말을 타고도 삼십분 정도를 더 가야 했다. 시빌론의 날씨는 연중 덥고 화창했는데, 지금이 그 중에서도 가장 더운 계절이었다. 그 덕에 뙤약볕을 그대로 받아 움직이던 기사들의 몸이 온통 땀에 젖었다. 말을 타고 바람을 맞아도 더운 열기 덕에 시원함을 느낄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자 이윽고 해안가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 곳에는 햇빛에 반사되어 더욱 하얘 보이는 아름답고 고운모래의 백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바닷물은 맑고 푸르러 물속에 있는 화려한 색깔의 물고기와 해초류까지 선명하게 보일 정도였다. 전투와는 어울리지 않는 날씨와 풍경이었다. 주위를 찬찬히 살펴보자, 오크들이 타고 온 것으로 보이는 투박하고 커다란 뗏목들 몇 개가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2천이나 되는 숫자가 왔다고 하기엔 뗏목 숫자가 너무 적은 것 같군.”

바론이 뒤를 돌아 제2 기사단의 부단장인 앤디의 의견을 구했다. 앤디는 무척이나 성실하고 꼼꼼하였고, 또한 눈치가 빠르고 판단력이 정확해서 바론이 깊게 신뢰하는 부하였다.

“저 뗏목들은 아무래도 망가져서 못 쓰게 된 것들일 것 같습니다. 밧줄이 풀어져 있고, 나무가 부러져 있는 것도 보이는군요.”

“그렇다면 자신들의 섬에서 이 곳까지 오크들을 태우고 와 내려준 후 다시 섬으로 돌아가 또 다른 오크들을 데려온다는 얘기가 되겠군. 불과 5일 만에 2천의 짐승이 이 곳에 왔단 말이지. 거리를 생각할 때 하루에 한 번 정도나 실어 날랐다고 보면, 한 번 올 때마다 최소 4, 5백 마리는 온다는 얘기가 되겠군.”

“네, 못 쓰게 된 것들을 빼고 모든 뗏목들을 가지고 돌아갔다는 건 더 태우고 올 인원들이 있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뗏목의 크기를 보자니 하나에 2, 30마리는 탈 수 있을 것 같고, 그렇다면 뗏목의 수는 대략 스무 대 정도.. 놈들의 섬으로 돌아간 모든 뗏목에 오크들을 가득 채워 온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최소한 사백 마리는 더 늘어날 수 있겠습니다.”

먼 바다 위에는 바닷새 몇 마리가 울어대며 상공을 배회하고 있었고 어디를 둘러봐도 그저 푸른 바다 뿐 수평선 위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바다를 관찰하던 바론이 입을 열었다.

“오늘은 손님이 없는 날이군.”

“우리가 올 줄 미리 예상한 건 아니겠지요?”

부단장 앤디가 다시 한 번 먼 바다를 응시했다.

“앤디, 오늘은 공 쳤다고 해도 내일은 손님이 올 수도 있으니 이곳에서 전투에 대비하도록 하게. 이백 명 정도를 데리고 바다에서는 쉽게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도록 해. 그래, 저기 나무들이 꽤 있으니 저 정도 위치면 나쁘지 않겠군.”

바론이 해안가 바로 옆의 다소 울창한 숲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 정예군도 어느 정도는 이곳에 배치하실 건가요?”

“응, 물론이지. 2천 정도면 충분하리라 보네만... 자네 생각은 어떤가?”

바론이 부단장의 생각을 물었다.

“제2 기사단은 백 명, 정예군은 천 명만 있어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궁수들을 해안가 곳곳에 배치해 놓으면 바다에서 넘어오는 오크 놈들 정도는 무리 없이 해치울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이곳에 너무 많은 병사들을 배치해 놨다가 정작 오크 본대를 공격할 때 부족하면 큰일이니까요.”

“음, 그것도 그렇군. 이곳에는 내일이 되더라도 손님이 많지 않을 수 있고 말이야.”

제2 기사단은 정찰을 마치고 시빌론 성으로 기수를 돌렸다. 치밀하고 신중한 바론은 현장을 직접 돌아보며 상황을 파악하고 모든 전술과 전략을 결정했다. 이제는 내일의 전투에 대비하여 병사들에게 작전을 설명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하는 일만 남아 있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크론빌에서 정예군 1만 명의 병력이 시빌론으로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활과 칼, 방패로 중무장한 정예군 병력들은 텔레포트 마법진에 도착하자마자 신속하게 야영지로 이동하였다. 가장 먼저 도착한 또 한 명의 부단장인 올리버는 곧바로 바론을 만나 작전 회의를 시작했다. 큰 탁자 위에는 시빌론과 그 주변의 지도가 펼쳐져 있었다.

“어제 얘기한대로 기사단 백 명, 정예군 천 명은 앤디 부단장과 함께 해안가에 매복하여 추가로 바다를 건너올 수 있는 오크들을 제압하도록 하게. 이곳에는 특히 활을 잘 쏘는 병력을 배치하도록 하게. 그리고 올리버 부단장은 나머지 병력을 이끌고 하인스 숲의 사방을 포위하여 점점 중심부로 좁혀 오도록 해 주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숲의 출입구라 부를 수 있는 이 두 곳에 각각 천 명을 배치하여 지키고 있도록 하게.”

“그렇게 하지요. 혹시나 오크들이 포위망을 뚫고 나오더라도 이곳을 지키고 있으면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건 막을 수 있겠군요.”

“그렇지, 제대로 봤네. 포위망이 완성되는 즉시 제2 기사단이 숲을 샅샅이 헤치며 오크들을 찾아 선공을 할 걸세. 아마도 제2 기사단이 먼저 오크들과 전투를 시작하겠지만, 혹시나 정예군이 오크들을 먼저 맞닥뜨리게 된다면 발견하는 즉시 호각을 불어 협공할 수 있도록 하게.”

“네, 그리 하겠습니다.”

신속하게 회의가 끝나고 모든 병력에게 명령이 하달되었다. 크론빌 중앙군은 약간의 휴식을 취한 후 정오 무렵 출정에 나섰다. 바론의 작전대로 정예군은 하인스 숲을 바깥에서부터 포위하여 천천히 중앙으로 전진했다. 제2 기사단은 300명씩 세 패로 나뉘어 말을 타고 숲을 빠르게 이동하며 오크들을 수색해 나갔다.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사전에 확실하게 구획을 정하였다. 숲에 들어온 지 한 시간이 지날 무렵 바론은 숲의 바닥과 나무에서 많은 수의 인원이 훑고 지나간 듯한 흔적을 찾아내었다. 나뭇가지가 꺾여 있고 풀들이 짓밟혀 있었다.

“아무래도 이 길을 따라 간 것 같군.”

바론이 이끄는 300명의 기사단이 신속하게 흔적을 따라 움직였다. 이후 십 여분 정도를 더 숲의 안쪽을 향해 은밀하게 이동하였다. 그 때였다.

“슈슉”

“끄아악”

커다란 도끼 하나가 무서운 속도로 날아와 기사의 팔에 깊이 꽂혔다. 전날 봤던 오크들의 도끼와 같은 모양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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