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말고리아 님의 서재입니다.

버려진 세계의 역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말고리아
작품등록일 :
2021.09.22 12:58
최근연재일 :
2022.08.27 22:48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428
추천수 :
23
글자수 :
198,583

작성
21.10.26 06:00
조회
29
추천
1
글자
8쪽

키산드라 형제 1

말고리아




DUMMY

중간에 두 번을 멈춰 지친 당나귀들을 쉬게 하고 먹이를 주며 이동한 말고리아 부족은 세 시간이 훌쩍 넘어서야 테스라 부족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말고리아 부족 사람들이 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테스라 부족 사람들은 마을 어귀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창이며 화살이 쥐어져 있었다. 활력 넘치는 젊은 남자들 뿐, 여자와 아이들, 그리고 노인들은 보이지 않았다. 하토르는 자신의 무리를 돌아보며 불안해하지 말라는 눈빛을 보내 다독인 후 앞장서서 마을로 들어갔다. 바키올라는 마을 광장 한가운데 커다란 의자를 놓고 거만하게 앉아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들을 응시하고 있었고 그의 주변에는 테스라 부족에서도 특히 건장하고 무예가 뛰어난 자들이 호위 하듯 서 있었다. 모두가 익히 알고 지내온 자들이었는데, 표정이나 눈빛을 보니 마치 전혀 다른 사람들인 것처럼 느껴졌다. 마지막 수레까지 테스라 마을에 들어온 후 하토르가 말에서 내리며 바키올라를 향해 외쳤다.

“바키올라, 자네가 원하는 대로 여기 사슴 오십 마리를 잡아 왔다. 약속대로 내 딸 라빈을 어서 돌려줘.”

바키올라는 의자에서 일어서지도 않은 채 기분 나쁜 비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대단하군! 그 짧은 시간에 사슴 오십 마리를 다 잡아오고 말이야. 말고리아의 사슴 씨가 말라 버렸겠군 그래. 그리고 자네 딸은 우리가 잘 보살피고 있어. 여기가 아주 맘에 든 모양인데, 이참에 그냥 여기서 살게 하지 그래?”

빈정거리는 그의 말이 끝나자 테스라 부족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지껄여 댔다.

“하하하하, 그래 그 말이 맞습니다. 여기서 얼마나 잘 노는지 지 애비가 왔는데도 나와 보지도 않잖아?”

“또 얼마나 예쁜지 말이야, 잘 키워줄 테니 우리에게 맡기는 건 어때?!”

“하하하하”

시정잡배 같은 테스라 불한당들의 말을 듣자 말고리아 부족 사람들은 분노에 치를 떨었고 눈빛에서는 살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하토르는 표정의 변화 없이 그저 그들이 조용해지기를 잠시 기다린 후 말을 이어 나갔다.

“이런 문제는 시간 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네. 어서 내 딸 라빈을 되돌려 주게. 앞으로는 당신들의 영역에 들어가는 일이 없을 거야.”

속마음이야 어떻든 일단 하토르는 어서 라빈을 구해 이 자리를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쓸데없는 실랑이는 벌이고 싶지 않았다. 괜한 흥분으로 가장 중요한 목적을 그르쳐서는 안됐다. 테스라 부족 내부에 어떤 일이 생겼던 건지 전 부족장인 메르겔의 생사여부는 어떤지, 궁금하고 의아스러운 일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알아볼 때가 아니었다.

“뭐 그렇게 서두를 건 없잖아? 수레는 여기 세워두고 저기 나무 그늘 아래에 모여 좀 쉬고 있으라구. 계산은 확실히 해야 할 거 아닌가?”

바키올라가 교활한 웃음과 함께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도끼와 창을 손에 든 테슬라 부족의 건장한 전사들이 하토르 일행 앞으로 위협하듯 다가왔다.

“알겠네.”

하토르는 일이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음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전투가 벌어진다고 무서워하거나 피해 갈 하토르는 아니었다. 하지만, 테스라 부족이 라빈의 생사여부를 쥐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비위를 건드려서 좋을 게 없었다. 그는 일행에게 지시하여 테스라 부족이 사슴들의 수량을 확인할 수 있도록 수레를 가지런히 정렬시켰다. 그리고 그들을 데리고 나무 그늘 밑으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테스라 마을까지 오는 동안 다들 무사히 잘 도착한 건지 제대로 확인하지도 못했다. 누군가 뒤쳐지거나 대오가 흐트러질 만큼 빠른 속도로 온 게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이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길이기도 했다. 그런데 자기 아들들을 비롯하여 소년들도 몇몇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떠올라서 갑자기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브롱크, 인원 확인을 해 보게. 혹시나 중간에 길 잃어 낙오된 사람은 없겠지만 말이야”

브롱크가 하토르의 말에 따라 빠르게 인원수를 헤아려 보니 하토르의 두 아들이 보이지 않았다.

“대장! 키산드라와 키리오스가 없어요!”

“뭐라구?! 이 녀석들이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딸 라빈을 찾아 칠일 밤낮을 고생하여 사슴을 사냥해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는 아들들이 사라지다니, 하토르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대장, 그런데 그 종이는 뭐지요?”

하토르의 어깨에 걸쳐 있는 가방에는 화살촉이나 비상약품 등이 들어 있었는데 평소에 보지 못했던 둘둘 말린 종이 하나가 꽂혀 있었다. 브롱크의 말에 하토르는 가방을 열고 재빠르게 종이를 펴 보았다.

‘아버지, 미리 말하지 못해 죄송해요, 우리는 테스라 부족의 뒤쪽으로 몰래 숨어 들어가 보겠어요. 라빈을 찾으면 신호할게요.’

키리오스의 글씨였다.

“이 녀석들이 대체 언제 사라진 거지? 이 망할 놈들, 이런 위험한 짓을...”

그나마 한숨 돌린 하토르였다.

‘키산드라가 같이 갔으니 문제는 없을 거야. 그나저나 녀석들은 테스라 놈들이 쉽게 라빈을 넘겨주지 않을 걸 예상이라도 했던 건가.’

이 편지를 테스라 부족에 도착해서 썼다고 보기에는 여유가 좀 없었다. 아마도 두 아들은 어젯밤, 최소한은 테스라 부족에 도착하기 전에 이 편지를 쓴 것이다. 그렇다는 건 미리부터 테스라 부족의 돌발행동을 걱정하고 예상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새삼 두 아들이 마냥 어린애만은 아님을 느꼈다.

그 사이 테스라 부족은 수레의 사슴들을 하나하나 세어 보고 있었다. 행동은 느릿느릿했고 표정들은 하나같이 비열해 보였다. 불안한 예감이 맞아 들어가고 있었다.


한편, 키산드라와 키리오스는 산길을 따라 테스라 마을의 뒤쪽 끝까지 은밀하게 도달한 후에 담장을 넘어 마을로 들어왔다. 형제는 아무도 모르게 마을에 들어가기 위해 하토르 일행이 진입한 테스라 마을의 앞쪽이 아닌 뒤편을 선택한 것이다.

형제는 무사히 마을로 들어서자마자 재빠르게 근처에 있던 큰 나무 뒤에 숨어서 조심스레 마을을 살펴보았다. 아버지 말이라면 거스르는 일이 없던 키산드라 형제였지만 이번 일은 시작부터 의심쩍은 부분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하토르가 자신들의 계획에 응해 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에 그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겨 버린 것이었다. 또한 위험천만한 일이긴 했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의견을 모은 형제는 망설임 없이 일을 추진해 보였다.

“형, 뭔가 이상하지 않아? 마을에 사람이 없는 것 같아”

“음, 정말이네, 다들 광장 쪽에 모여 있기라도 한 걸까?”

말고리아 부족과 테스라 부족의 교류는 활발한 편으로, 석 달에 한두 번씩은 물물교환을 하거나 서로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등 왕래가 제법 있었다. 형제도 하토르를 따라 테스라 부족에 몇 번이고 와 보았다. 그들은 이 곳에 올 때마다 비슷한 또래의 마을 아이들과 술래잡기나 숨바꼭질을 하며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녀서 테스라 부족 사람들 못지않게 마을을 훤히 알고 있었다.

“벵의 집에 가보자. 혹시 안에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버려진 세계의 역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 소녀 6 21.12.25 16 0 8쪽
23 소녀 5 21.12.21 17 0 11쪽
22 소녀 4 21.12.18 19 0 9쪽
21 소녀 3 21.12.14 20 0 8쪽
20 소녀 2 21.12.11 22 0 11쪽
19 소녀 1 21.12.07 26 0 13쪽
18 크론빌 8 21.12.04 24 0 10쪽
17 크론빌 7 21.11.30 29 0 7쪽
16 크론빌 6 21.11.27 28 0 7쪽
15 크론빌 5 21.11.23 28 1 11쪽
14 크론빌 4 21.11.20 26 1 9쪽
13 크론빌 3 21.11.18 33 1 9쪽
12 크론빌 2 21.11.13 33 2 12쪽
11 크론빌 1 21.11.09 30 2 8쪽
10 키산드라 형제 4 21.11.06 29 2 9쪽
9 키산드라 형제 3 21.11.02 29 1 9쪽
8 키산드라 형제 2 21.10.30 29 1 7쪽
» 키산드라 형제 1 21.10.26 30 1 8쪽
6 산 속의 사람들 6 21.10.23 41 1 11쪽
5 산 속의 사람들 5 21.10.19 43 2 8쪽
4 산 속의 사람들 4 21.10.16 45 1 9쪽
3 산 속의 사람들 3 21.10.10 63 2 8쪽
2 산 속의 사람들 2 21.10.03 80 2 8쪽
1 산 속의 사람들 1 +1 21.09.26 193 3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