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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님의 서재입니다.

버려진 세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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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작품등록일 :
2021.09.22 12:58
최근연재일 :
2022.08.27 22:48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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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3
글자수 :
198,583

작성
21.10.10 13:30
조회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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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8쪽

산 속의 사람들 3

말고리아




DUMMY

“키산드라, 너는 날렵하니 산길을 돌아 사슴무리의 뒤쪽까지 돌아가거라. 검둥이를 데리고 가.”

“네, 아버지!”

하토르의 말이 끝나자마자 키산드라는 충견 세 마리 중 온 몸이 새까만 털로 뒤덮이고 가장 날랜 개를 옆에 끼고 소리 없이 산길을 헤쳐 나갔다. 키산드라가 길을 나서자마자 곧이어 하토르는 사냥꾼들을 세 패로 나누어 사슴무리의 앞과 좌우에 위치하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불과 십 분 여가 지났을까, 재빠른 몸놀림으로 사슴의 뒤를 밟은 키산드라가 고함소리와 함께 사슴들을 덮쳤다. 사슴들은 이 소리에 놀라 사방팔방으로 뛰어 도망갔지만 이미 모든 방향에서 대기하고 있던 말고리아 사냥꾼들은 투창과 그물로 열두 마리 넘게 사슴을 잡아내었다. 첫 번째 시도치고 대단히 성공적인 결과였다.

“이봐, 키산드라. 네 녀석 정말 재빠르구나. 잘했다, 잘했어! 대장 젊을 때보다 훨씬 나은 것 같은데!”

브롱크가 큰 공을 세운 키산드라의 어깨를 두드리며 칭찬해 주었다. 키산드라는 이런 대규모의 사냥에 참가한 것이 처음이었는데 나름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니 스스로도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모두들 수고했어! 이제 사슴을 마을까지 빨리 옮기자. 서둘러야할 거야. 피 냄새를 맡고 어떤 흉악한 놈들이 달려 들어올지 모르니까 말이야.”

브롱크가 행동 대장답게 신속하게 현장을 지휘하며 다음 일을 서둘렀다. 그물에 걸린 사슴 네 마리는 목에 밧줄을 걸어 끌었고 나머지 여덟 마리의 죽은 사슴은 두 명씩 짝을 지어 어깨에 들쳐 메고 마을로 돌아갔다.

둘째, 셋째 날에도 첫째 날보다는 못했지만 각각 열 마리 이상을 사냥했다. 그들은 이대로라면 라빈을 되찾아 오는 데 큰 문제가 없겠다며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라빈의 무사귀환에 희망이 보이자 고된 사냥도 그다지 힘들지 않게 느껴졌다.

거침없이 목표한 바에 가까워져 가며 사냥을 시작한지 네 번째 날, 그 동안 사냥한 곳에서는 더 이상 사슴 떼를 찾기 힘들다 여긴 사냥꾼들은 말고리아 산맥의 가장 높고 험한 겟세이봉 길목으로 목적지를 바꾸었다. 그 날도 다른 날처럼 땅거미가 내려오고 어둠이 몰려오는 시간에 마을을 나선 그들은, 여느 때처럼 최대한 자신들의 자취를 감춰가며 사슴 떼를 찾아 숲 속을 헤매고 있었다. 마을의 북쪽으로 한 시간 정도 올라왔을까. 그들은 이제껏 다녔던 곳보다 경사도 심하고 바닥도 고르지 못한 겟세이봉의 산길을 걷느라 벌써부터 대부분이 지쳐버렸다. 그래도 저 앞에 보이는 고개만 넘으면 고원이 펼쳐져 있어 제대로 된 사냥을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한 발짝씩 몸을 앞으로 내딛고 있었다. 그 때였다.

“그르릉”

매우 짧지만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산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멈춰!”

하토르가 짐승의 울림소리가 낮고 두터운 걸 보니 예사 짐승이 아니라는 생각에 사냥꾼들을 멈춰 세웠다. 주변을 찬찬히 돌아보는데 오른쪽의 거대한 바위 넘어 큰 그림자가 자신들을 먼저 덮치고 나더니 거대한 괴수가 그들 앞에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괴수는 겉으로 보기에는 호랑이와 흡사한 생김새였지만 그 거대한 몸집은 자신들이 알고 있던 그 짐승이 아니었다. 어둠 속이라 흐릿했지만 높이가 3m는 족히 되 보였고 몸통의 길이는 가늠하기조차 힘들었다. 또 특이한 점은 꼬리였다. 두 갈래로 나뉜 꼬리는 끝이 날카로워 마치 창처럼 보였는데, 몸의 반 바퀴를 감을 정도로 길었으며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기척을 완전히 숨기고 있다가 별안간 나타난 이 짐승을 말고리아의 사냥개들조차 감지하지 못했고 이들은 꼬리를 말고 덜덜 떨고 있었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의 경로 앞을 갑자기 가로막고 선 이 거대한 짐승을 보자마자 너무나 놀라 손에 들고 있던 무기를 떨어뜨리고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는 고함소리도 어수선한 움직임도 없었다. 그저 극도의 공포심에 의해 할 말을 잃고 굳어버린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 짐승은 공포심을 극대화 시키려는 듯 한동안 소름끼치는 낮은 울음소리와 함께 하토르 일행을 쳐다보다가 갑자기 그 긴 꼬리를 휘둘렀다.

“퍽!”

“으아아악!”

그 한 번의 일격으로 대여섯 명이 나가 떨어졌다. 추가적인 공격은 없었지만 짐승은 그들을 한참 더 노려보며 위협하다가 이내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말고리아 부족은 두려움에 떨며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났다. 아무리 달빛이 있다한들 어둑어둑해서 앞이 뚜렷이 잘 보이지 않는 산길에서 미친 듯이 앞을 향해서만 내달렸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수도 없이 미끄러져 넘어지거나 바위나 나무에 부딪히기를 반복했다. 실제로 괴물에게 당한 사람보다 겁에 질려 도망치다 부상을 입은 사람이 더 많을 정도였다. 하지만 공포가 머리와 가슴 한복판에 똬리를 틀자 한시라도 빨리 안전한 자신들의 마을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정신없이 달리는 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도 하토르와 몇몇은 침착하게 부상자를 부축하며 묵묵히 어둠을 빠져 나왔다.

그렇게 일행은 하나 둘씩 겨우 마을에 도착하였으나 그들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고 한 동안 두려움의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앞서서 도망친 사람들은 굴러 넘어지고 바위에 부딪혀 온 몸이 상처투성이였다. 동료들을 들쳐 메거나 부축해서 온 사람들은 엄청난 체력소모로 기진맥진한 상태여서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그대로 바닥에 누워 한참 숨을 골라야만 했다. 괴물로부터 공격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기절해서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었지만 어느 정도의 부상을 당했는지는 깨어나 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오히려 그런 괴물을 만나고도 죽은 사람이 없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오늘의 위협은 경고에 불과한 것일까. 대체 그 괴물은 무엇이란 말인가, 어떻게 그런 것이 이 세상에 존재할 수가 있는 것일까.

“대, 대체 저 짐승은.. 우리가 무엇을 본 거죠, 대장?”

하토르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요 며칠 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최악의 상황이 말고리아 부족에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었다. 사십 년이 넘게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라온 하토르였지만 이런 비현실적인 상황이 눈앞에 닥치자 부족의 수장인 그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고,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조차 분간하기 힘들었다. 그에게 조금 더 생각하고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였다. 섣부르고 경솔한 말로 마을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하토르는 우선 부상자들을 눕히고 상처를 살펴보도록 했다. 다행이 겉으로 보아서는 출혈이 심하거나 심각한 부상을 당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기에 일단은 숙소로 옮겨 그대로 재워두기로 했다.

하토르는 부상자의 처리가 대충 마무리되자 곧바로 마을사람을 모두 모아 비상회의를 열었다. 말고리아의 사냥꾼들은 저녁을 일찍 챙겨먹고 제법 이른 시간에 사냥에 나섰기에 아직 마을 사람들은 모두 깨어 있었다. 하토르의 부름으로 말고리아 주민 백 오십 여명이 광장에 모였다. 아직 대부분의 마을 사람은 사냥꾼들이 부상을 당했다거나 산에서 부리나케 도망쳐 나왔다거나 하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기에 회의에 앞서 먼저 저녁 무렵에 일어난, 이 말도 안 되는 사건을 자세히 사람들에게 알려 주었다.

말고리아 주민들은 하토르의 이야기에 크게 놀라고 공포에 몸서리를 쳤다. 그 동안 산짐승의 습격으로 원주민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은 사례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이제까지의 사건사고와는 수준이 다른 이야기였다. 하토르가 괴물의 얘기를 끝마쳤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마을의 광장에는 정적만이 흘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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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크론빌 4 21.11.20 26 1 9쪽
13 크론빌 3 21.11.18 33 1 9쪽
12 크론빌 2 21.11.13 3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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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키산드라 형제 3 21.11.02 2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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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산 속의 사람들 4 21.10.16 45 1 9쪽
» 산 속의 사람들 3 21.10.10 64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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