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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거지의 서재

시메트리[생각을 읽는 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역전거지
작품등록일 :
2016.03.15 16:14
최근연재일 :
2019.01.3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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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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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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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6.11.29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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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8쪽

사건의 전말

DUMMY

다음날, 하프반도체 사장실.


쾅!


“그래서.... 지금 하프반도체의 주식을 사들이는 놈이 누구인지 모르겠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증권사에 가명계좌를 위탁시켜놓고 주식을 사들이고 있어서 알 방법이.....”

“주주총회 날짜를 다음주로 잡아놨는데 이런 변수가 생기다니.... 그 쪽이 사들인 주식은 얼마나 되지?”

“벌써 20만주가 넘어갔습니다. 오늘 장이 마감할때까지 지금 속도로 사들인다면....”


오영찬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으며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20만주..... 하프문의 이름으로 발행되는 총 주식 수를 따져보면 극히 일부정도밖에 되지 않는 양이었다.

하지만 그 주식이 하프반도체의 주식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하프반도체는 하프문그룹의 모든 계열사들의 지분을 일부 소유하고 있는 하프문의 지주회사였고, 그런 하프반도체의 주식을 누군가가 사들인다는 것은 오영찬에게 있어 상당히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었다.


“연이은 스캔들로 인해 개미들은 물론, 지분율 낮은 주주들까지 하프반도체에서 손을 털고 있는 이 시기에 하프문의 주식을 사들이는 놈들이라..... 설마, 누나가?”

“오선영 부사장이요? 사장님, 오선영 부사장은 지금 그럴 여력이......”


오영찬은 고개를 좌우로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럼 누나가 나오자마자 하프반도체의 주식을 누군가가 사들이는 이 모든 상황이 우연이라고 생각해? 가명 위탁계좌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지만 이 뒤에는 누나가 있는게 분명해.

하프반도체의 주가가 떨어진 틈을 타 지주회사의 지분확보를 해둔 다음, 후견인인 영수를 앞세워서 주총을 흔들 계획일거야. 지금 주가가 누구 때문에 떨어졌는데 이딴짓을.... 김비서, 하프문 주식들을 모두 사들여! 당장!”

“사장님, 아무리 하프반도체의 주가가 하락했다고 해도 주당 100만원이 훌쩍 넘습니다. 차라리 유상증자를 하시는게.....”

“유상증자? 김비서, 미쳤어!? 하프반도체의 주주들은 대부분 하프문의 임원들이야! 유상증자를 하게 된다면 그 노인네들이 날 그냥 놔둘 것 같아? 회장직은커녕, 날 회사에서 쫓아낼 수도 있다고!!”

“하지만 자금이 부족합니다. 조선은행에서도 요즘 같은 분위기에선 추가대출을 해주지 않을테고..... 아니, 오히려 전에 있던 대출금을 상환하라고 하지 않으면 다행이겠죠.”

“젠장..... 김비서, 차 대기시켜.”

“알겠습니다, 사장님. 근데.... 어디로 가시는겁니까?”


오영찬은 사장실 한켠에 걸려있던 자켓을 집어들며 김비서에게 말했다.


“명동.”






새빛아파트.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차 조심하고~”

“네, 엄마.”


엄마에게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선 여자아이는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걷기 시작했다.


“노는게~ 제일좋아~ 친구들.... 어?”


아파트 복도에서 주저앉은채로 자고있는 두 남녀. 꼬마아이는 그런 두 남녀가 신기했었는지, 손가락으로 남자의 볼을 쿡쿡 찔르기 시작했다.


“흐음....”

“으아! 거지가 일어났다!!”


도혁이 눈을 뜨자 쏜살같이 달아나는 여자아이. 덕분에 잠에서 깬 도혁은 자신의 어깨에 찰싹 달라붙은 남수인의 머리를 들며 입을 쩍하고 벌렸다.


“흐아아아아암! 결국 아직까지 안나온건가?”

“흠냐, 흠냐.... 도혁씨 너무 짐승같아...”

“검사님, 쓸데없는 꿈 그만꾸고 좀 일어나실래요? 벌써 10시가 넘었습니다만?”

“허머, 10시간이나? 짐승....”

“검사님!”


남수인의 19금 잠꼬대를 더 이상 들어줄 수 없었던 도혁이 큰 목소리로 외치자, 남수인은 화들짝 놀라며 눈을 떳다.


“뭐, 뭐에요 정말! 애 떨어질뻔했네!”

“아직 시집도 못 갔으면서 애는 개뿔.....”

“못 간게 아니라 안간거거든요!?”

“뭐 그렇다고 치고, 전 요 앞 식당에서 아침 좀 먹고 올테니까 유시영씨가 나오면 바로 전화해요. 알겠어요?”

“뭐, 뭐라고요?”


자신을 내버려두고 밥을 먹고 오겠다는 도혁의 말, 남수인은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도혁씨, 진짜 그렇게 안봤는데 매너가 아주 꽝이시네요. 이런 위험한 곳에 여자혼자 내버려두고 밥을 먹으러가? 제정신이에요?”

“여기 아파트 복도입니다만? 여기가 위험한 곳이었나요?”

“혼자 여기 이렇게 앉아있으면 얼마나 쪽팔린지 알아요? 갈거면 같이가요!”

“이봐요 검사님, 간신히 용기를 낸 유시영씨가 살짝 나와봤는데 우리 둘다 없으면요? 그러니 교대로 먹자는거 아닙니까?”

“그럼 배달시켜요. 그럼 되잖아요.”

“검사님, 배달시켜서 이 복도에 쭈그려 앉아서 먹는게 더 쪽팔리지 않을까요?”

“나만 쪽팔린거보단 같이 쪽팔린게 나으니까요.”

“검사님!”


복도에 쭈그려 앉아서 티격태격 말싸움을 하는 도혁과 수인. 그렇게 두 사람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던 그 때, 한 중년남성의 목소리가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당신들은 누굽니까? 왜 이집 앞에서 이러고 있는거죠?”

“아, 시끄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조용히 할테니.... 잠깐, 맞죠? 이창준 사무장님.”

“사무장? 미국에 계시다더니, 귀국하신겁니까?”


그러자 이창준이라고 불린 사내는 당황스러운 듯한 표정을 하며 남수인에게 물었다.


“당신, 누굽니까? 누구길래 내 이름을 알죠? 기사에도 내 얼굴은 나가진 않았을텐데?”

“아, 저는 서울지검 형사 제1부....”

“한국 검사와는 할 얘기 없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강남경찰서....”

“한국경찰과도 할 얘기 없으니 돌아들 가세요! 만약 나중에 내가 나올때에도 여기에 계속 있다면, 그땐 정말로 경찰을 부르겠습니다.”

“제가 경찰입니다만....”

“당신말고 다른 경찰!! 어서 돌아들가세요!!”


말을 마치고 초인종에 손가락을 올리는 이창준, 그러자 남수인은 그의 팔을 붙들며 말했다.


“한국의 공권력을 신뢰하지 못하는 그 마음, 십분 이해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오선영을 풀어준 검사가 바로 저니까요.”

“뭐, 뭐라고!? 당장 이 아파트에서 나가요! 당장! 어떻게 뻔뻔하게 우리앞에.....”

“하지만 이창준씨, 난 하프문 따위가 무서워서 오선영을 풀어준게 아닙니다. 저도 오선영 그여자가 미치지 않았다는걸 확신하고 있었으니까요.”

“근데 왜 풀어준거지? 꾀병이라는걸 확신했다면서!?”

“담당검사인 제가 꾀병이라는 확신이 든다고 해서 진단기록과 소견서를 제출한 것을 묵인해버린다면, 진짜 구속수사가 힘들 정도로 아픈 사람들이 보호받지 못하게 되어버리니까요.”

“...... 그 말은 맞는 것 같군. 하지만 결국, 당신은 오선영 편을 들어준거 아닌가?”

“이 사건을 수사함에 있어, 저는 그 누구의 편도 아닙니다. 오선영의 편도 들지 않을것이고, 사무장님과 유시영씨의 편도 들지 않을것입니다.

정의의여신은 눈을 가리고 있습니다. 자기 두 눈으로 본 것만으로 확신을 하는 그런 사람은, 검사로선 실격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 말은.... 내 편도 되어줄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겠군.”


남수인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사무장님께서 원하시는 검사가 사무장님 편에 서서 싸워줄 검사라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런 검사가 아니니까요.”

“공정하게, 철저히 중립을 지키면서 수사를 하겠다는겁니까?”


이창준의 말투가 존대로 바뀌었다. 남수인은 그런 이창준의 물음에 재차 고개를 끄덕였고, 이창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초인종을 눌렀다.


-사무장님?


“어, 시영씨 나야. 좀전에 도착했어. 문좀 열어주겠어?”


철컥!


남수인과 도혁이 그토록 듣고 싶어하던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 이창준은 문을 열고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들어오시죠.”








오창훈의 자택.


오영수의 방을 정리하던 김집사는 잠시 숨을 돌리며 침대에 앉았다.


“가만있어보자...... 옷은 이정도면 됐고, 또 뭘 챙겨야....”

“김집사, 무슨일인가?”

“회장님, 2층엔 어쩐일로....”

“불러도 대답이 없길래 올라왔네. 영수방에는 무슨일이지?”

“네. 영수가 이제 한동안 정선랜드에 머물러야하지 않습니까? 호텔에서 알아서 챙겨주겠지만 자기물건이 있는것이 아무래도 편하겠죠.”

“그렇겠구만..... 자넨 이제 그만 쉬게나. 내 아들짐은 내가 직접 싸줄테니.”

“네? 회장님이 직접이요?”


김집사가 놀란 눈을 하며 돌아보자, 오창훈은 껄껄 웃으며 김집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이사람도 참, 뭘 그리 놀래?”

“회장님.... 많이 변하셨습니다.”

“그냥 집에서 노는 노인네가 소일거리 하는게 뭐에 대수라고.... 그렇게 거치적거리니 얼른 나가보게나.”

“네, 회장님.”


김집사가 나가자, 오창훈은 영수가 집에 들어올 때 가지고온 캐리어를 열고 필요한 것들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어디보자.... 그래, 충전기도 있어야 할테고... 잠깐, 이건.....”


영수의 짐에 섞여 있던 무언가...... 아니, 영수가 갖고 있으면 안되는 무언가를 발견한 오창훈은 침음성을 삼킨채로 표정을 굳히고 있었다.






정선랜드.


영수는 재무제표를 검토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저씨, 이거 좀 이상한데요? 방문고객이 더 늘었는데 수입이 줄어든 달이 있는데...”

“아, 그거말이가? 가끔 그런날이 있다. 억수로 운좋은 놈들이 가끔가다 등장하는데, 그렇게 운 좋은 놈들이 많은 달에는 그렇게 되는기제. 보통 포카나 룰렛에서 그런경우가 발생하는데, 그런 놈 한번 등장하면 사람 돌아뿐다!”

“하긴, 그 게임들은 그럴만도 하겠네요.”

“그렇지, 그리고... 아참! 그러고 보니 기억나네, 제작년인가..... 우리 슬롯머신을 완전히 다 털어뿐놈이 있었제.”

“네? 슬롯머신은 무조건 카지노가 8프로를 가져가는거 아니었어요?”

“그렇제. 근데 그 확률을 뚫어버리는 놈이 있었다면 믿겠나? 분명 50대가 연동이 되어서 잭팟이 터지면 그 다음 잭팟이 터질 확률이 팍 줄어드는데, 그놈은 그런거 아랑곳 하지도 않으면서 연속으로 잭팟을 터뜨린기다.”

“어떻게 그런 사람이..... 조작 아니에요?”

“영수야, 내가 그걸 한번에 믿었겠나? 내도 못믿어서 밤새도록 전문가들 시켜서 카메라 돌려보고, 내가 직접가서 보기까지 했다 아이겠나? 근데 우짜노, 두눈 시퍼렇게 뜨고있는 내 앞에서 계속 잭팟을 터뜨리는걸 어찌 할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손해가 막심하셨겠네요.”

“뭐, 잭팟이라는게 그동안 모은 당첨금이 터지는거라 연속으로 터진다고 막심한 손해는 아니었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영수야, 니는 그런놈 만나지 말아라 절대.

내가 그때는 정말.... 그 요즘 애들 말로 뭐라카노? 맞다, 멘탈! 멘탈이 완전 다 나가뿌렀다는거 아니겠나!?”

“하하하! 아저씨만 그러겠어요? 저도 그런 고객 만나면 멘탈 다 나가버리겠네요.”

“뭐라꼬? 하하하하! 걱정마라 영수야, 그런놈이 설마 또 나타나겠나?”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사장님, 전화입니다.”

“뭐? 누군데 지금 바꾸는데! 어!?”


강사장은 영수와의 이야기에 끼어든 비서를 노려보며 말했지만, 비서의 다음말에 바로 수그러들 수밖에 없었다.


“회장님이....”

“뭐라꼬? 이노무 자슥아! 그럼 진작에 회장님한테 전화가 왔다고 했어야지! 여보세요? 아, 회장님! 영수는 잘 배우고 있심미더! 걱정안하셔도.... 네? 영수를예?”


오창훈과의 짧은 통화를 마친 강사장은 알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영수를 향해 말했다.


“영수야.”

“네, 아저씨.”

“회장님이 너를 오라카시는데?”

“네? 왜요?”

“그야 나도 모르제. 차 준비시킬테니까, 얼른 갔다온나.”

“좀 이상하네요. 이렇게 빨리 부르실거면 그냥 어제 같이 내려가자고 하셨을텐데....”

“뭐, 별일이야 있겠나?”

“그렇긴 한데.....”


영수는 무언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온몸을 휘감는 것을 느꼈지만, 그저 기분탓일거라고 여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명동, 해피캐쉬.


김마담은 예쁘게 깎은 사과를 포크로 집은 다음, 젊은 사내에게 건네며 물었다.


“요즘은 별일 없니?”

“별일은 무슨... 여기야 말로 별일 없어요? 아참, 그러고보니 얼마전에 왠놈이 찾아와서 칼들고 난리쳤다면서?”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김실장, 혹시....”


김마담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자신을 흘겨보자, 김실장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다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아닙니다! 저는 절대...”

“생사람 잡기는..... 내가 하는 일이 무슨 일인지 잊었어? 그 정도 소문은 다이렉트로 귀에 꽃히거든?”

“호호호! 그랬어? 난 또 김실장이 나불댄줄 알았지 뭐야~ 호호호호!”


그렇게 김실장이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리던 그 순간, 김실장의 품속에서 미약한 진동으 느껴지기 시작했다.


“무슨일이야? 고객? 지금 마담은..... 알았어.”


김실장은 핸드폰을 잠시 귀에서 떼어내며 마담에게 물었다.


“마담, 입구에서의 연락인데, 고객이 한분 찾아오셨답니다.”

“김실장, 지금 그런 고객 따위가 문제야? 지금은....”

“그게, 고객이 고객인지라.....”

“누군데?”

“하프반도체의 오영찬 사장입니다.”

“오영찬?”


오영찬이라는 말에 먼저 반응을 한 것은 마담의 옆에 앉아있던 사내였다. 그러자 김마담은 그런 사내의 반응을 보더니,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김실장에게 말했다.


“들어오라고 해. 마침 우리 아들도 그 사람에게 관심이 좀 있는 것 같으니......”







새빛아파트, 유시영의 집.


유시영은 김이 모락모락나는 차를 탁자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드세요. 유자차에요.”

“감사합니다.”

“유시영씨는 밤새 집앞에서 기다린 두분이 믿음이 간다고 하고, 저도 검사님의 말에 신뢰가 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미국에서 소송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한국에서는 절대로 우리가 이길수가 없는 싸움이니까요.”


이창준의 말을 들은 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해합니다. 찾아가는 변호사들마다 죄다 변호를 거절했으니까요. 게다가 겨우겨우 기자 한명을 찾아가 인터뷰를 했지만 그 기자는 자극적으로 기사를 쓰기에 바빴죠.”

“그건....”

“그리고 검찰쪽에 하프문 손을 탄 검사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은 사무장님에게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을겁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결국..... 왜 그렇게 보시죠? 제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어느샌가부터 도혁을 뚫어지게 쳐다보고있던 이창준은 신기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도혁에게 물었다.


“어떻게 그리 잘아십니까? 난 그러한 일을 누구에게 말한적이 단 한번도 없었는데....”

“아, 그게... 그랬을 것 같다! 뭐 이런 추측인데... 아무튼! 그 모든 것은 결국, 신뢰할 수 없는 공권력과 법조계 때문이 아닙니까?”


은근슬쩍 말을 돌려버리는 도혁. 하지만 이창준은 그런 도혁의 태도에 전혀 의구심을 느끼지 못한채, 씁쓸한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형사님도 아시겠지만, 하프문이 한국에 끼치는 영향력은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법조계는 말할 것도 없지요.

하프문에게서 받은 장학금으로 공부를 한 판검사가 한둘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계십니까?”

“검사님, 진짜에요?”


남수인은 도혁의 물음에 잠시 우물쭈물 하는 듯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착잡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그리고 그 중에는 검사장도 몇 분 계시죠.”


이창준은 남수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서 말을 이었다.


“그런 사실을 알게된 저는 미국에서 소송을 진행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늘 급히 귀국을 한 이유도 사실, 시영씨를 미국으로 데려가기 위해서였죠.”

“검사로서 정말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남수인 검사님이 죄송해야할 일은 아니죠.”

“그래도.....”


도혁은 유시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유시영씨, 그리고 이창준씨, 여러분의 소송은 미국에서 진행할 수밖에 없겠지만, 저와 검사님은 여러분들의 소송건과는 별개로 오선영의 항공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중에 있습니다.”

“저희가 뭘 도와드리면 되죠?”

“일단...... 정확히 사건 당일에 어떤일들이 있었는지에 대해 알려주시겠습니까?”


“그날 무슨일이 있었냐면....”

“그때가 아마, 밤비행기였을겁니다...”


도혁의 말에, 사건 당일 비행기 안에서의 일을 떠올리는 두 사람, 그러자 도혁은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두눈을 감았다.



슈우우우욱!



사건당일의 비행기 안으로 들어온 도혁은 눈물을 글썽이며 무릎을 꿇고 있는 유시영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보며 중얼거렸다.


“오선영 당신, 어떻게 이런짓을...”


이창준을 향해 손가락을 뻗고 있는 오선영의 모습..... 도혁은 손가락을 딱! 하고 튕기며 멈춰있는 공간을 다시 재생시켰다.


“너, 내려!”

“.....네?”

“너 같은 사무장 필요없으니까! 당장 내리라고! 넌 해고야! 그러니까 이 비행기에서 내려!!”

“어차피 짤릴거라 예상은 했습니다. 근데, 이륙준비중인 비행기에서 사무장인 나보고 내리라니요!! 한국에 도착한 다음 사표 쓰겠습니다. 그러니.....”

“호호호! 못 내리시겠다?”


말도 안되는 갑질을 부리는 선영의 모습에, 도혁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선영을 바라보고 있는 한사내를 발견한 도혁은 숨이 멎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하메른.... 네가 여기에...”


선영을 바라보고 있는 하메른의 두 눈에서 눈동자가 사라졌다. 그러자 미약하게나마 더 붉게 빛나는 오선영의 눈빛.... 그리고 오선영의 다음말이 사무장을 향해 이어졌다.


“비행기 돌리라고...... 사람 말이 말같지 않아!!? 당장 비행기 돌려서 저새끼 내보내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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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83 구름안개
    작성일
    16.11.30 02:46
    No. 1

    이제사 건수가 하나 걸린건가요ㅡ 저번에 장부도 뒤처리 불안불안 하게 하더니 야심에 비해 능력은 많이 부족해 보이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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