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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카카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영주는 복수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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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카카
작품등록일 :
2023.04.02 05:39
최근연재일 :
2023.06.25 06:00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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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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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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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2화

DUMMY

베델 상회의 상단주 베델.

그는 초조한 심정으로 영빈관을 한참을 어슬렁거렸다.


약속시간은 벌써 1시간이나 넘었다.

아무리 귀족이라지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베델은 영빈관의 입구에 우두커니 서 있는 집사장을 재촉했다.


“거기, 집사장! 공자님은 아직도 안 오신 게냐!?”

“예, 상단주님. 기침하신 지가 얼마 되지 않아 조금 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아. 해가 중천이건만, 오늘 약속을 잊으신 것도 아닐텐데 아직까지 침실에 계셨다니. 크흠. 이거 너무하시구만, 그래.”


탁.

탁.

탁.


베델은 불만스러운 듯, 연신 발을 굴렀다.

이곳은 영빈관.

카를로스 남작가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곳.

지금 베텔의 태도는 일개 평민에 불과한 상인의 태도로는 꽤나 건방졌다.

허나 고령의 집사장은 묵묵히 그의 짜증을 받아내며 자리를 지켰다.


이런 사소한 일 하나하나에 감정을 드러낼 만큼 그는 감정적이고, 어리숙하지 않았다.

집사장이 정중한 태도로 고개를 숙였다.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베델 상단주님. 노여움을 푸시지요.”

“크흠. 알겠네. 내 침착히 기다리지. 다만 기억하게. 지금 이곳에서 갑이 누군지를! 내가 아니면 그 황무지 땅을 그 비싼 값에 사줄 상인은 아무도 없을 테니! 이 영지에서 우리 상단에 진 채무를 갑을 방법은 그것밖에 없을 것이야.”

“예, 알고 있습니다. 베델 상단주님. 곧 소영주님께서 행차하실 겁니다.”


꾸벅.


짜증 한번 낼 만도 하건만.

이런 시골 변방 영지의 집사장 치고는 수완이 좋았다.


집사장의 사과에 조금은 기분이 풀렸는지.

베델 상단주는 곧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크흠. 커흠. 으흠.”


베델은 기다리는 내내 연신 짜증스런 헛기침을 난발했다.

하지만 그것은 애초에 고도로 가장된 연기였다.

사실 베델은 조금도 짜증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재촉하는 내내 내심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애써 참았다.


'훌륭해. 아주 훌륭해. 후후후후훗.'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상단에 막대한 채무를 진 이 영지의 무지함.

그리고 이 중요한 계약에 앞서 늦은 시각까지 퍼질러 자빠진 무능한 소영주의 존재까지 모두 다.


‘아직까지 퍼질러 자는 걸 보니, 이놈의 소영주 녀석은 그 불모의 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나 보군.’


베델은 자선사업가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는 수전노였다.

피 한 방울 흐르지 않는 고리대금업자에 돈을 위해서라면 온갖 불법적인 일조차 마다하지 않는 철혈의 상인.

그가 바로 베델이었다.


그런 그가 황폐한 불모지를 불하받으려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이 영지가 품고 있는 아무도 모를 보물 때문이다.


예전 이 영지의 험지에서 보았던 한 원석을 떠올리며, 베델은 남 몰래 웃음을 지었다.


‘어서 트래쉬 스톤(Trash Stone)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해!’


머나먼 과거. 베델이 작은 상단의 행상이던 시절.

베델은 선대 영주의 명령에 토지 측량을 감독했고, 불모지라 불리는 ‘그 땅’의 광맥을 탐사하며 광분을 검사했다.

그렇게 발견한 건 검은 광물.

그것은 일명 트래쉬 스톤이라 불리는 쓰레기 광물이었다.

철광이나 구리를 기대했던 당대 영주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에는 베델조차 비슷한 반응이었다.


‘그때는 아무도 그 단단하기만 한 검은색 광물의 활용법을 몰랐지.’


‘그 광석’의 가치를 알아보는 자가 없다.

그렇게 이 카를로스 영지의 대대적인 광맥 탐사는 막대한 빚만 지우고 막을 내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현재 마탑을 중심으로 광풍처럼 불어오는 ‘그 광석’의 수요.

검은 보석이라 불리는 그것을 얻기 위해 사방에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 변방의 영주는 현재 병석에 누웠다.

심지어 가신들은 그 보석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베델의 마음은 급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이가 알아차리기 전에 트래쉬 스톤(Trash Stone)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지금이 그 기회였다.


‘어차피 선대 영주가 병석에 눕고 나서 엄청난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하니, 당장 돈은 급할 테고. 그러면 결국 그 땅을 나한테 팔 수밖에 없겠지. 어차피 이 자들은 농업 용도로도 못 쓰는 땅이니 아까울 것도 없다고 생각할 테고.’


베델은 피식 웃었다.

베델이 카를로스 남작가의 막대한 채권을 사들인 이유.

간단했다.

부채의 상환을 핑계의 그 황금땅을 헐값에 불하받기 위함이다.

그리고 지금 그 계획은 막바지에 다닿았다.


이미 망나니 소영주 녀석은 반쯤은 넘어온 상태였고, 이제 계약서에 서명만 하면 된다.

그러면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블랙 다이아몬드. 그것만 중앙에 보급할 수 있으면, 왕국 전체를 아우르는 대상으로 거듭나는 건 현실이 되는 거지.’


중앙 진출.

수많은 인맥과 재력을 동원해야만 겨우 고위 귀족과 끈이 닿을 수 있고. 그것을 발판으로 삼아 왕족과 연이 닿아야 대상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지금은 그저 검은색의 단단한 돌덩어리에 불과한 블랙 다이아몬드를 빨리 독점해야 했다.


‘무조건 성공시켜야 한다.’


그의 야욕이 불타오르는 그때.

영빈관의 문이 활짝 열리고, 꼬장스러운 집사장 노인의 외침이 있었다.


“공자님이 납시십니다!”


드디어 망나니 공자가 왔구나!

이제 남은 것은 계약서에 서명하는 일뿐.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이 변방의 남작가는 몰락의 길을 걸을 것이고, 반대로 자신은 중앙으로 진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데미안이 영빈실에 들어섰을 때.

가장 반가운 것은 복수의 대상을 마주친 것이 아니었다.

그의 옆을 지키는 한 사람이었다.


내내 침중한 표정을 유지했던 데미안의 얼굴이 밝게 펴졌다.


“이게 누구야! 그레고리 경 아닌가!”


집사장 그레고리.

데미안의 기억에 남아 있는 인상보다 훨씬 정정했다.

그의 얼굴을 마주쳤을 때. 데미안은 과장을 보태서 눈물까지 흘릴 뻔했다.


가문의 충신.

그리고 영지의 혈겁 속에서 데미안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후의 최후까지 함께 했던 은인이자 충신 중의 충신이다.


그런 그가 데미안을 대신해 목숨을 잃었을 때, 얼마나 목놓아 울었던가.

데미안의 후회 중 가장 큰 한 부분을 차지했던 자가 눈앞에 살아있다.

하지만 그런 데미안의 기쁨과 별개로 그레고리의 얼굴을 차갑게 가라앉았다.


“오늘도 늦으셨군요.”


데미안의 기쁨을 아는지 모르는지 집사장은 엄중한 얼굴로 데미안을 재촉했다.


그러고 보니 떠올랐다.

이때의 집사장은 언제나 데미안에게 엄한 구석이 있었다.


'아니, 당연한 태도려나? 내가 오죽 망나니짓을 일삼았어야지.'


당시에는 집사장이 너무나 피하고 싶었다.

잔소리가 오죽 심했어야지.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지금의 데미안은 간신의 낯간지런 단소리보다 충신의 쓴소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데미안이 가만히 서서 과거를 회상하는 사이.

집사장은 더욱 닦달했다.

그의 잘생긴 콧수염이 파르르 떨린다.


“중요한 계약입니다, 공자님. 모두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계약서에 서명할 일만 남았습니다.”

“아, 내가 꽤 늦은 모양이군! 하하하! 미안하네, 미안해! 크하하하하!”


집사장의 재촉에도 데미안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오늘 뭔가 평소와 조금 다르시군요. 말투도 달라지시고 말입니다.”

“그런가. 뭐, 새 사람으로 태어난 것인가 보지, 뭐. 크하하하하! 이거 그레고리 경을 다시 보니 너무 반갑구만!”


데미안은 다시 한번 호탕한 웃음소리를 내지르며 집사장의 양손을 잡아 흔들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그레고리는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뭐가 그리 반가우신 겁니까, 공자님. 어제 저녁에도 분명 문안인사를 드렸습니다만.”

“아, 그게 어제였나. 나한테는 마치 20년은 된 것처럼 느껴지니, 그런 게야! 크하하하하!”

“됐으니, 어서 자리에 앉으시지요. 상단주가 오래 기다렸습니다.”

“크하하! 그래, 그래. 알겠네, 알겠어.”


자리에 앉네 마네.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한동안 실랑이가 있었다.


계약을 앞두고, 이건 또 무슨 개수작인가.

그 꼴을 지켜보던 베델은 와락 얼굴이 구겨지는 것을 애써 참아냈다.


“크흠!”


베델이 헛기침으로 주위를 환기시켰다.


“커험! 공자님! 인사는 거기까지 하시고, 일에 집중하시지요!”

“아, 미안하군. 미안해. 내 중요한 계약을 앞두고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렸어. 반가운 인사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


데미안은 웃음을 지우고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그리곤 책상에 앉은 베델의 두 눈을 마주보았다.

얼마나 보고 싶었던 얼굴인가.

데미안은 이 양반도 너무나 반가웠다.

이가 갈리도록.


“자네도 오랜만에 보는군, 베델.”

“하하. 무슨 말씀이십니까. 분명 엊그제 걸지게 한 잔 걸치지 않았습니까, 하하.”

“그랬던가. 재미있군. 내가 자네와 그리 친근한 사이였다니. 아주 재미있어.”


방금 전까지 사람 좋은 웃음을 짓던 데미안이 어린 나이에 맞지 않게 그 눈빛이 매섭다.

뭐지 이건.

순간 베델은 얼어붙었다.


‘방금 전까지 실없이 웃어 재끼던 애송이 녀석이 맞는 건가!?’


마치 저 눈동자 하나하나에 전신이 발가벗겨지는 느낌이랄까.

상단주 베델. 그는 나름대로 밑바닥에서부터 자주성가한 상인이었기에 사람을 보는 감 하나는 자신이 있었다.

그렇기에 갑작스럽게 달라진 이 눈앞의 소영주의 변화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며칠 전까지는 어린 망나니에 불과했다.

지금은 뭔가 노련한 노귀족과 마주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그렇게 베델이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데미안은 베델 상단주의 손에 들린 계약서를 응시했다.


"....!"


저거구나.

저게 우리 영지 재정을 말아먹었던 원흉이구나.

데미안은 증오에 가까운 시선으로 계약서를 노려보았다.


데미안의 양손이 덜덜 떨렸다.


“그래. 우선 계약서부터 보지.”


계약서를 확인하자는 데미안의 요청에 베델의 입에 야릇한 미소가 걸렸다.

그것은 비웃음이었다.


“하하! 소영주님. 이미 카를로스 가의 재무관과 행정관이 모두 확인한 서류입니다. 소영주님의 직인만 있으면 모든 일이 끝날 겁니다.”

“그래도 이런 중요한 계약을 직접 확인하지 않을 순 없지 않은가.”

“후후. 알겠습니다. 다만 너무나 전문적인 용어가 섞여 있기에, 소영주님께서 직접 읽으실지 모르겠습니다만요. 후후후.”


베델 상단주는 이 어린 망나니 소영주가 기꺼웠다.

직접 계약서를 확인한다고?


귀족의 절반 이상이 문맹인 세상이다.

글 하나도 제대로 못 읽는 것이 귀족인데, 이 계약서를 읽을 수나 있을까.


전문적인 재무 용어와 회계 용어가 뒤섞였다.

심지어 세법까지 엮였다.

그렇기에 대영지의 행정 관료들도 계약 업무만은 손사래를 치며 세무사와 회계사를 대동한다.


심지어 카를로스 영지는 변방 중의 변방.

규모만 컸지, 행정력은 전형적인 시골 동네 영지 수준이다.

이곳의 제대로 된 세무, 회계사도 없을 뿐더러 행정관들은 더더욱 전문 상업 용어를 제대로 이해할 수도 없겠지.

어린 영주라면 더더욱 그럴 테고.


'후후후. 뻔하군.'


분명 자신의 가신들 앞에서 괜히 있는 척이나 하고 싶은 게 분명했다.

그 정도 지적 허영심이야, 귀족들에게 흔하디 흔한 것이었으니까.


펄럭.

펄럭.


제대로 읽는 것이 맞는지.

데미안은 속독하여 계약서를 빠르게 훑었다.

계약서의 세부조항까지 모두 확인하며, 데미안은 결국 계약서를 그대로 책상 위에 펼쳐놓았다.


은근한 무시와 함께 베델이 입을 열었다.


“다 읽으셨습니까, 소영주님?”

“음. 그래. 아주 재미있는 내용이더군.”

“호오. 신기하군요. 소영주님이 이 계약서의 내용을 그 사이 다 파악하시다니. 역시 소문대로 놀라운 재능을 보이시는 분이시군요. 후후후. 참, 대단하십니다요.”


은근한 빈정거림에 주위에 도열한 기사들이 발끈했다.

이런 모욕이라니.

아무리 몰락해가는 가문이라지만, 감히 면전에서 그 주인되는 소영주를 모욕했다.

천하에 이런 경우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크흠!”

“허어!”


차마 칼을 뽑을 순 없었다.

소영주가 오기 전, 베델이 내뱉었던 말을 상기했기 때문이다.


-누가 갑인지 을인지 알고 계신지요.-


베델의 그 말에 기사들도 차마 모욕을 견딜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아니, 애초에 이미 몰락해가는 영지를 위해 검을 뽑을 기사는 없었다.


그 어색함 분위기가 감도는 동안, 데미안은 내내 침착했다.

어설프게 화를 내지도 않았고, 주위의 눈치를 보며 어쩔 줄 몰라 덜덜 떨지도 않았다.

그저 계약서의 내용에 집중할 뿐.


잠시 뒤.


착!


계약서를 모두 확인한 데미안이 씨익 웃으며 그것을 베델 상단주 쪽으로 내밀었다.


“허어. 자네는 설마 내가 이 계약서의 숨겨진 내용을 모를 거라 생각하는 것 같구만.”

“하하하. 그렇게 느끼셨습니까? 뭐, 그러면 한 가지라도 계약 내용에 대해 말씀해 보시지요. 그 정도 영특함을 보여주신다면 제 어여쁜 마음에 부채를 조금 더 탕감해 줄 수 있지요. 후후후후후.”

“흐음. 그래. 우선 한 가지는 확실하군. 우리 카를로스 가문이 자네 상단에 진 부채가 상당하다는 것과 이 계약을 통해서 자금을 융통하지 않으면 내년 이맘때쯤에 영지 전체가 차압될 수도 있다는 것 말이야.”

“네. 정확하십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알게 되었군.”

“예!?”

“자네가 지금 우리 영지의 이 무가치한 불모지를 매입하기 위해 얼마나 무리를 했는지 말이야.”

“그, 그게 무슨!?”


핵심을 집은 데미안의 언사에 베델의 표정에 처음으로 금이 갔다.

덜덜 떨리는 심장을 애써 억누르며 베델이 되물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정확히 설명 좀 해보시지요.”

“내가 모를 거라 생각했나. 여기 계약서에 명시된 우리 영지의 차압금의 부채 만기일과 일시 상환금액이 조금 과한 구석이 있군. 인도 조건도 조금 과하고 말야. 이러면 이거, 까놓고 얘기해서 부채 탕감이 아니라, 오히려 자네가 우리 영지의 ‘그 땅’을 헐값에 불하받으려는 게 아닌가, 이 말이야.”

“........네!?”


베델의 두 눈이 커지며 넋을 잃었다.

아니, 도대체 이 어린놈의 망나니가 어디서 배웠는지 정확한 회계용어를 사용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그것보다 계약서의 숨겨진 핵심을 이 단시간에 어떻게 집어냈는지도 의문이다.


그것은 다른 가신도 마찬 가지였다.

외지인인 상단주 베델보다 1,000배는 소영주를 더 잘 아는 기사들은 쩍하니 입이 벌어졌다.


‘허어. 평소 글을 그리 멀리하시더니, 언제 저렇게 전문용어까지 능수능란하게 사용하시는 거지!?’

‘말도 안 돼. 자기 이름만 겨우 쓰시는 분이 언제 저렇게 글을 익히셨단 말인가.’


그리고 그런 기사들보다 더욱 놀란 자들이 있었다.

행정관료들이었다.


데미안의 양옆에 자리 잡은 재무관과 행정관은 경악을 넘어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들이 그렇게 후계자 교육에 애를 썼지만, 글자 하나 제대로 익히지 않았던 데미안이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그런 소영주가 달라졌다.

아니, 완전 다른 사람 수준이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경악.

경탄.

기겁.

경의.


그 모든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몰아치는 와중에.

당사자인 베델이 곧 제 정신을 차린 듯. 일그러진 얼굴 표정을 다 잡았다.


“물론 조금 과하다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요건은 제가 토지를 불하받아 이 카를로스 영지의 부채를 탕감해준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불모지 땅 치고는 제가 값을 꽤 쳐드리는 것인데 말이죠.”

“그런가?”

“물론이죠! 오히려 이 계약은 제가 손해입니다. 어떻게든 카를로스 영지의 부채를 받아내려고 쓸모없는 땅을 받아가는 거니까요.”


마치 엄청난 손해를 본다는 듯, 베델은 가슴까지 쓸어내리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

이놈의 무능한 소영주에게 휩쓸리면 안 된다.


그런 생각을 한 베델이 양손을 떨며, 애써 연기를 했지만. 이미 소용없었다.


‘어렸을 때는 오히려 이 눈앞의 수전노에게 감사인사까지 여러 번 하며 굽신거렸지. 그렇게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지만, 지금은 아니지.’


이 계약서의 함축된 의미를 모를 수가 없었다.

이미 과거를 한번 겪은 데미안은 이 계약의 함축된 의미를 수십 년 간 곱씹은 지 오래니까.

베델과 다시 한번 눈을 마친 데미안은 천천히 또박또박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입에 담았다.


“그러면 하지 말게.”

“예!?”

“유능한 상인인 자네가 손해 보는 이런 일 따위는 하지 말라 이 말이야.”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가 너무 말을 어렵게 했나? 난 이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을 거란 그 말일세. 자네 상단에 진 부채는 내 다른 방식으로 탕감하도록 하지. 자네 또한 무리해서 손해보지 않도록 배려를 해주겠다 이 말이야.”

“....!”


데미안의 폭탄 선언에 장중은 경악과 함께 침묵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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