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자.
#문장의 시작 : 그 사람과 나 사이에
#써야할 관용구 :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
그 사람과 나 사이에 남아있는 것은 사랑도, 애정도, 미련도, 증오도 그 어떤 것도 해당되지 않았다. 애초에 나 혼자 사랑했고, 나 혼자 미련스럽게 버텼던 것이고, 지금은 나혼자 그 사람을 증오하고 있다.
단 한번도 ‘사랑한다’ 말해주지 않았던 입은 잔인하게도 이별을 내뱉을 땐 사귀는 내내 보지 못했던 달콤한 호선을 그리며 움직였었다. 비록, 내가 먼저 좋아하기 시작했고, 내가 미련스럽게 그 사람을 붙잡고 있었던 것이지만 -, 그 사람은 나에게 한 없이 잔인한 남자였을 뿐이었다.
처음에는 그래도 사귀는 여자로서의 대우는 어느정도 해주는 것 같았다. 한 때는 나도 착각할 정도로 그 사람이 완벽한 내 남자가 된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사실은 나만 맹신하고 있던 ‘사실’이었고 그 이면에 감춰진 또 다른 ‘사실’은 나를 송두리째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상했다. ‘바람’이라는 단어는 모르던 사람이었다. 나와 사귀면서 그 사람은 점점 더 나쁜 남자가 되는 것 같았다. 내가 보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다른 여자와-, 그 것도 내 친구와 장난스레 손을 맞잡는 것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질투가 났고 오히려 내 친구였던 그 여자를 질타했다.
친구는 나에게 말했다. 자신이 보기에 저 사람은 아니라고, 당장 헤어지라고. 자기가 맞장구를 쳐주기는 했지만. 지금은 손만 잡았지. 나중에 다른 여자와 어떻게 붙어먹을지 모르는 거라고. 원래 바늘 도둑이 소도둑이 된다고 하지 않았냐며 -, 나를 한심하다는 시선으로 쳐다봤다.
그렇게 말하는 친구의 입술이 미웠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나를 향한 충고들은 모두 듣기 싫어서 귀를 닫아버리고 그 친구를 향한 나의 우정도 그 날로 커팅됐다.
멍청하게도, 나는 지금 사랑도 우정도 잃었다.
나에게 그렇게 충고를 하던 친구는 지금 내가 사랑하는 그 남자 옆에 서서 팔짱을 끼고 하하호호 돌아다니고 있겠지. 갑자기 자괴감이 몰려왔다. 대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내가 그렇게 사랑하던 그 남자는 나쁜 남자가 된 거고, 내가 그렇게 믿어왔던 그 여자는 나의 남자를 빼앗아 간 것일까.
모든 사태의 원인은 나에게 있는 것일까.
이제 그 두 사람을 향한 증오는, 증오를 넘어 나를 집어 삼키는 자괴감이란 괴물로 자라나고 있었다. 이 괴물은 아마도 한 동안 나를 물고 놓아주지 않을 것 같다.
아니 그럴 것이다.
미련하게도.
내가 그 사람을 붙들고 계속 놓아주지 않았던 것처럼, 나와 똑 닮은 이 괴물은 나를 붙들고 계속 놓아주지 않을 생각일 것이다. 그 괴물도 ‘나’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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