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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빈의 서재

지구최강의 마법사, 전생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임빈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5
최근연재일 :
2023.06.14 19:00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18,307
추천수 :
183
글자수 :
269,120

작성
23.06.02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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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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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3쪽

5장. 제 1 국립 아카데미(8)

DUMMY

안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착석해 있었다. 걔중에는 아르미아가 익히 아는 얼굴도, 모르는 얼굴도 있었으나, 일단 가볍게 움직이지 않을 사람들이 꽤나 보였다. 


그들이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앞에 있던 학장이 레오와 아르미아의 자리를 안내하고, 의자를 빼며 착석을 권유했다.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그녀는 그의 오빠를 따라 자리에 앉았다. 그 둘의 뒤로 가리온, 아이다, 이온이 긴장한 채 호위를 섰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즉시 검을 뽑을 기세로 주변을 유심히 살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내 요청에 모두 응해주어서 감사부터 표하지요. 아직 둘이 덜 오긴 했는데, 뭐 그 둘은 천천히 와도 되니까."


아카데미의 주요 인사들, 학장을 필두로 해 꽤 많은 학과의 정교수들과 운영진, 아카데미 총학생회의 임원들, 그리고 학장의 반대편, 레오가 앉은 자리의 바로 옆에 앉은, 기품과 기세를 겸비한 중년의 여성까지 30여명의 사람이 가만히 레오의 개회사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별도로 알반 백작, 먼 길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방적인 통보에 가까웠는데도 응해주시다니. 더더욱 감사를."


"하하하, 전하. 전 전하께서 한판 붙자고 결투장을 보내신 줄 알았습니다. 내용조차 없는 편지 한장에 딸랑 장소와 일시, 그리고 서명만 적어두시다니요. 황태자인이 아니었으면 당장에 폐기였습니다."


호탕히 웃는 그녀의 입과 눈빛은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누구인가, 제국의 북동부를 지키는 변경백 롤랜드 가 휘하의, 롤랜드 영지의 경제와 교통의 요충지 알반 백작령을 책임지는 시스틴 룩 알반 백작이다. 그래도 변경백의 영지다보니, 국경을 수호하는 디에타 백작령에 비해서는 조금 부족하나, 제국 내에서 손꼽히는 군사력을 지닌 영지이자, 백작 본인도 마스터를 목전에 둔 검사다. 영지를 잘 떠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그녀가 편지 한 장에 직접 몸소 행차한만큼 황태자를 신뢰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만약 쓸데없는 이야기가 나온다면 아무리 황태자라도 당장에 자릴 뜰 것이라는 암시이기도 했다.


"그러니 더욱 감사하지. 내 위상이 아직 땅바닥에 떨어지지 않았으니. 자, 학장님을 제외한 모두가 궁금해할 이유를 이제 얘기해봅시다. 내가 모임하나를 만들려고 하는데, 그 시작을 여기 모인 여러분들이 해주면 좋을 것 같아서 제안을 좀 하려고 불렀습니다. 시작은 가볍게 여기 있는 사람들과 우리 아르미아가 함께 만들어갔으면 좋겠는데."


레오의 말에 아르미아가 작게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어째 불안한 마음이 든다 했더니, 그의 오라버니가 또 일 하나를 벌이시는구나. 그것도 이렇게 큰 판을. 


눈 앞의 사람들을 보자. 제1 국립아카데미의 정교수들이면 학계에서 한가닥, 아니 세가닥은 할 인물들이다. 연구와 논문 하나로 국제 학술 교류회를 뒤흔들만한 이들 중에는 마탑에서 꽤 높은 위치에 있다가 넘어온 마법사도 있고, 과거 황실의 부서에 소속되어 있다가 교수가 된 이들도 있다. 그리고 아카데미의 운영진, 이들은 은퇴한 학자이거나, 귀족이거나, 상인이거나, 하여튼 일선에서 손은 뗐지만 최소한 이 거대한 아카데미를 움직일 위력은 있는 이들이다. 다음, 아카데미의 총학생회 임원들. 대부분이 귀족의 자제다. 물론 고위직은 아니고 백작이하의 자제들이지만, 이들은 차기 자신들의 부모의 자리를 이을 후계자들이다. 거기에 알반 백작. 이 사람들을 모아두고 '가볍게' 라고 이야기 하는 레오의 말이 얼마나 기가 막히는가. 


"그리 거창하진 않습니다. 모임의 목적은... 그래요, 이곳이 아카데미인 만큼 '차기 리더가 될 이들을 위한 모임' 정도로 합시다. 내 앞에 있는 이들은 전직 리더, 현직 리더, 미래의 리더이지 않나? 각 분야에서 최고였던 이들, 현재 최고를 달리는 이들, 그리고 앞으로 최고를 목표로 하는 리더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조화롭게 교류할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어떻게 생각하지, 다들?"


침묵. 


말은 그럴 듯 하다. 그런데, 무언가 부족하다. 황태자가 이야기하고 있으니 함부로 반박하지 못하지만, 이러한 사교모임은 이미 존재한다. 그런데 왜, 굳이 왜 또다시 만들어야 하는가? 그 어느 누구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다보니, 주의깊게 듣던 알반 백작이 입을 열었다.


"취지는 참 좋습니다만, '굳이 왜' 새롭게 이 자리를 만드시는 지가 의문이군요, 전하. 그런 사교모임이라면 이 제국에 제가 아는 것만 세 곳이 넘습니다."


"그래, 이유가 참 중요하지. 하지만 시스틴 경. 우리 다시 한 번 생각해봅시다. 경이 아는 사교모임 중에, 여러분 모두가 메인이 되는 자리가 있던가?"


"그런 모임은...없지요."


"없어. 과거 세대가 메인이던지, 현재세대가 메인이던지, 미래세대가 메인이던지. 전부 다 따로 놀고 있단 말이야. 그래서 이 따로 노는 여러분들을 내가 한 곳에 묶어보려고 해. 무얼 통해서? 바로 제국의 중심인 황실의 힘으로.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이 다니메트 라는 이름은 이 제국이 망할 때까지 있을 테니까."



똑똑똑.



문 밖의 노크 소리에 레오가 잠시 말을 멈췄다.  잠시 뒤 열린 문으로 두 사람이 들어왔다. 그 중 한 사람을 알아본 알반 백작이 헛웃음을 쳤다. 마주친 남성은 이미 그녀가 올 것을 알기라도 했던 듯 옅은 웃음을 지으며 가볍게 목례했다. 


"어서오시오, 로웰 지부장, 그리고 맥케넌 지부장."


"다시 뵙게 되니 반갑습니다, 레오 황태자 전하, 그리고 자리에 함께 하신 여러분."


"처음 뵙겠습니다, 레오 드 다니메트 황태자 전하. 일전에 편지로 인사드린 맥케넌 아르겐트입니다."


"일단 둘 다 앉지. 서있지 말고. 로웰 지부장, 일전의 사업 건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나?"


"물론입니다. 이미 몇몇 직조 공장을 섭외했고, 연결해 주신 남부 마탑과는 단가 협상에 들어간 상태입니다만, 황태자 전하께서 전달해주신 마법진 해도로 인해 우위를 점한 상태입니다. 아마도 다음 주 내에 실생산 일정이 나올 것 같습니다."


"좋군. 그래요, 사업 건은 나중에 따로 이야기 하지. 지금은 이쪽 주제에 집중해야 하니. 참, 처음 보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 소개하지, 커랜스의 롤랜드 후작령 지부장 로웰 레가스와 바스티한 후작령 지부장 맥케넌 아르겐트입니다. 이 모임의 자금을 담당할 주축들이시지."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이제 슬슬 레오의 말처럼 가볍고 작은 사교모임이 아님을 다들 눈치챈 것이다. 제국 최대의 상인 길드의 지부장 급 둘이 자금을 담당한다니. 가용 가능한 자본이 어느 정도일지 상상이 안갔다. 물론 길드의 자본을 함부로 사용할 수는 없겠지만, 지부장 급이 움직이면 투자의 목적 혹은 거래의 방식으로 무리없이 충분한 양의 예산을 확보해 사용할 수 있으니, 모임을 운영하는 자금이 모자랄 일이 없을 것이다. 

 

"그래, 저 둘은 어느 정도 이야기를 알고 있으니, 이어서 말하겠습니다. 다니메트의 이름 아래 모이는 사교모임. 음...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난 이런 사교모임을 그리 좋아하지 않거든. 차라리 전장을 뛰어다니는 게 편하니 말이야. 그리고 난 할일이 꽤 많네. 내가 지금 만지는 사업들, 황제 폐하의 명을 따라 움직여야 할 임무들 등등... 그러니 다니메트의 이름은 내 동생, 아르미아 드 다니메트가 제공하도록 하지."


아르미아의 머리속엔 오만가지 고민이 가득했다. 지금 대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자리를 박차고 나갈까, 아니면 그녀의 오라비가 주는 이 커다란 세력을 떠안을까. 눈 앞의 사람들은 모두 황태자 레오를 보고 모였다. 그가 보여주는 능력, 그가 가진 힘, 재능, 증명한 성과들이 이 사람들을 다니메트의 이름 아래 모이게 만들었다. 


그에 비해 그녀는 단순히 이곳 아카데미에서 학년수석을 단 한번도 놓친 적 없다는 것 외에, 이렇다 할 실적을 만든 것이 없다. 설령 이것을 받는다고 해도, 레오의 위명을 보고 모인 이들이 그녀 아래 계속해서 남아 있을까? 그녀의 고민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레오는 그녀의 옆에서 피식 웃으며 걱정하지 말라고 눈짓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물론, 내가 여러분을 모았으니, 내가 이대로 빠져버린다면 정말 아무 의미 없는 모임이 되어버릴거야. 우리 아르미아가 충분히 내 이름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은 보증하지만, 우리 툭까놓고 말해서, 여러분이 그걸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없겠지. 그러니 이렇게 하자고."


그는 잠시 숨을 골랐다. 좌중을 한번 슥 돌아보았다.


"이 사교모임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 내면, 내가 반년에 한 번 씩 보고를 받겠네. 그 성과는 무엇이든 상관 없어. 이 모임의 누군가가 어떤 자리든 자리를 잡고 리더로서의 성과를 만들던, 이 모임 자체에서 사업을 일으켜내던, 내가 모은 여러분들이 내게 내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 하면 되네. 이 모임은, 그런 자리야. 이 제국의 차기 황제 앞에서, 여러분의 능력을 증명하는 자리. 어떤가, 이 정도면, 내가 당신들에게 납득할 만한 무언가를 제공했는가?"



모두를 납득시킬 수 있다는 당당한 미소. 모두를 관철하는 눈.

감히 오만한 말을 내뱉음에도, 그 오만함이 오만이 아닌 존엄임을을 증명하는 듯 확신에 찬 태도. 

누군가 사람들을 이런 식으로 모았다면 아마도 그들에게 대가를 제공하면서 부탁과 거래를 진행했을 텐데, 그는 오히려 당연한 듯 '자신에게 인정받는 것'을 대가로 내놓고, 그들에게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하라고 요구한다. 


그럼에도 그 요구의 대가가 그들에게는 너무나 크다. 

황태자, 현 다니메트에서 명실상부한 차기 황제로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 되는 인물. 그리고 그 차기 황제의 인정. 그렇다면 그가 황제가 되었을 때 그들은 기본적으로 '황제의 인정을 받은 사람' 이 된다. 그 한 문장이 가져오는 파급력과 혜택이 결코 작을리가 없었다. 


"과연... 전하께서는 지금 저희들에게 부탁이 아닌 기회를 제공하시겠다는 것이로군요."


"당연하지, 알반 백작. 내가 무엇이 아쉬울 게 있는가? 황실의 적자요, 날 때부터 황태자에, 스스로 기사의 자격을 증명했고, 나를 뒷받침하는 세력이 이 나라의 지존인데, 그럼 나도 나의 사람들을 모아야 하지 않겠나? 이대로 내가 쥔 것 아무것도 없이 내 아버지의 자리를 이어받는다면, 내 아버지, 이드로 드 다니메트 황제 폐하의 제국이 날 인정하겠소? 그러니 난 여러분에게 내 옆에 설 자격을 요구합니다. 그에 대한 대가는, 여러분이 더 잘 알겠지."



문득, 눈을 들어 레오를 바라보던 시스틴은 시선을 돌려 아르미아를 바라봤다. 그 순간 아르미아가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무엇인가 그녀의 뇌리를 스쳤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단순히 눈 앞의 그 만을 위한 것이 아닐지 모른다는, 그의 옆에 앉은, 그가 가장 아끼는 누군가를 위한 것일지 모른다는 가정이. 


그리고 아르미아는 이미 그 생각을 확신에 넣었다. 시스틴이 마주한 레오보다 그녀가 함께한 시간이 더 길다. 그만큼 그녀는 그녀의 오라버니의 습관과 생각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레오의 말은 전부 사실이다. 저 허장성세와 같은 보장은 실제로 그가 황제가 된다면 지켜질 것이다. '황제가 된다면' 말이다. 지금 당장 그녀가 이들을 품을 수 없으니 '차기 황제'이자 '황태자'라는 위명하에 그녀가 이들을 품을 시간을 주겠다는 뜻이다. 레오가 말한 증명은 그녀에게도 포함되는 말이었다. 그는 그의 동생에게 '너 스스로 네가 이들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라'고 말한 것이다. 


"나는 할 말이 끝났는데, 여러분은 왜 아직 입을 꾹 다물고 있는지 모르겠군."


"... '차기 리더가 될 이들을 위한 모임' 은, 오라버니. 네이밍 센스가 너무 별로예요. 모임명은 '파르인베티르'로 하죠."


"흠, 그게 낫겠습니다, 아르미아 황녀 전하. 파르인베티르 라. 모임의 정기 일정과 규칙을 정해야겠군요."


"의장은 황녀 전하께서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니메트의 이름 아래 모인 리더들'이니."


"저는...."


"앞으로는 이렇게..."



아르미아가 말문을 열고 시스틴과 학장이 말을 얹자 사람들이 하나 둘 입을 열었다. 의도대로 흘러가는 것을 보며 레오는 만족스러운 웃음과 함께 조용히 의자를 뒤로 밀어 앉았다. 그리고 비슷한 웃음을 짓고 있는 로웰과 눈을 맞췄다. 그가 레오를 향해 작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모든 것이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앞으로 파르인베티르의 규모는 거대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르미아에게 강한 기반이 되어줄 것이었다. 


이 파르인베티르가 다니메트의 주요인사들을 심사하는 황실 직속 기관이 되는 것은 먼 미래의 일이었다.


작가의말

금요일이니 연참 하나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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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8.지구 최강의 마법사(1) +1 23.06.12 170 2 9쪽
55 7장. 다니메트에 닥친 비극(7) +1 23.06.11 166 2 9쪽
54 7장. 다니메트에 닥친 비극(6) +1 23.06.10 160 2 10쪽
53 7장. 다니메트에 닥친 비극(5) +1 23.06.10 154 2 10쪽
52 7장. 다니메트에 닥친 비극(4) +1 23.06.09 161 2 10쪽
51 7장. 다니메트에 닥친 비극(3) +1 23.06.09 160 2 11쪽
50 7장. 다니메트에 닥친 비극(2) +1 23.06.08 162 2 10쪽
49 7장. 다니메트에 닥친 비극(1) +1 23.06.07 182 2 11쪽
48 6장. 성장의 한계(8) +1 23.06.06 187 2 14쪽
47 6장. 성장의 한계(7) +1 23.06.06 181 2 11쪽
46 6장. 성장의 한계(6) +1 23.06.05 187 2 10쪽
45 6장. 성장의 한계(5) +1 23.06.05 197 2 10쪽
44 6장. 성장의 한계(4) +2 23.06.04 204 4 9쪽
43 6장. 성장의 한계(3) +1 23.06.04 202 2 10쪽
42 6장. 성장의 한계(2) +1 23.06.03 209 3 10쪽
41 6장. 성장의 한계(1) +1 23.06.03 210 2 9쪽
» 5장. 제 1 국립 아카데미(8) +1 23.06.02 215 2 13쪽
39 5장. 제 1 국립 아카데미(7) +1 23.06.02 215 2 10쪽
38 5장. 제 1 국립 아카데미(6) +1 23.06.01 228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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