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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딸기

1,000,000년 수련한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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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딸기
작품등록일 :
2022.10.29 02:25
최근연재일 :
2022.12.19 11:50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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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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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2
글자수 :
222,024

작성
22.12.1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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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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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글자
9쪽

1,000,000년 수련한 사나이 (43)

DUMMY

철민이 움직였다.

검도 생성하지 않았다. 눈 깜빡할 사이 루그의 뒤를 잡은 철민이 목을 단단하게 덮고 있는 비늘을 향해 주먹을 질렀다.

순간 놀랍게도 목 주변의 비늘들이 파르르 움직이며 철민의 주먹이 닿은 부분으로 모여들었다. 주먹에 맞은 비늘이 가루가 되어 바스라졌지만 루그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다. 비늘들이 피해를 흡수한 탓이었다.


바스러진 비늘은 바스러지기가 무섭게 새로 돋아났다. 비어있는 자리를 다시 빼곡히 채운 비늘들이 철민의 공격을 전부 무효화시켰다.

한두 개로 막을 수 없는 공격은 그 위력에 걸맞추어 주변에 있는 비늘들을 불러 모아 피해를 경감시킨다. 덕분에 몇 번의 공격을 허용했음에도 루그에게는 아무런 피해도 가지 않았다.


'닿는 순간 비늘들이 몰리는군.'


촤르륵 비늘들이 모이며 최소한의 비늘로 최대한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모양을 이룬다.

나선을 만들며 효과적으로 피해를 흡수하던 비늘이 갑작스레 위로 뻗치며 철민의 주먹을 붙잡았다. 단단하면서 날카로운 비늘이 철민의 살갗을 찢으며 피를 빨아들였다.


황급히 주먹을 뒤로 뺐지만 같이 딸려 나온 비늘 몇 조각이 마치 거머리처럼 연신 피를 빨아대고 있었다. 비늘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른 손으로 비늘을 전부 떼어 낸 철민이 거리를 벌리고는 루그를 노려봤다.

거대한 체구에 악어 대가리. 그리고 몸을 빼곡하게 덮은 단단한 비늘과 개구리의 그것처럼 생긴 손과 발. 마치 키메라 같다. 파충류와 양서류가 섞인 기괴한 모습이다.


입을 쩍 벌린 루그가 철민에게 뛰어들었다. 공방이 뒤바뀌었다. 몇 가지 마법을 사용할 수 있지만 루그가 가장 자랑하는 것은 뭐든 조각낼 수 있는 강력한 턱이었다.

그러나 철민은 가만히 당해주고 있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속도로 저 악어에게 지지 않는다. 짧은 거리의 공간을 사라졌다 나타나는 블링크를 사용하여 기습적으로 철민의 목덜미를 깨물려고 한 루그였지만 이미 철민은 자리를 벗어난 상태였다.


이 공간을 꽉 채운 힘의 흐름. 그것을 느끼고 루그가 나타날 위치를 예측했다. 힘이 몰리는 곳이 루그가 나타나는 곳이니까.

허공을 깨문 루그의 쭉 튀어나온 주둥이를 양손으로 붙잡은 철민이 그대로 루그를 바닥에 메어쳤다. 굉음과 함께 바닥에는 커다란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크레이터의 깊숙한 바닥에는 루그가 눈을 똑바로 뜬 채 바닥에 누워 있었다. 이것은 조금 타격이 있었는지 팔을 살짝 떨었다.


크르르.


낮게 으르렁 댄 루그가 몸에 묻은 먼지를 털고 일어섰다. 직후 땅을 박차며 몇십 미터는 될 법한 크레이터를 한 번의 도약으로 빠져나왔다.


"안 되겠네."


루그가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커다란 입을 벌리고 그곳에 자신의 손을 깊숙이 집어 넣었다. 헛구역질을 하면서도 손을 빼지 않던 루그가 무언가를 붙잡고 쭉 꺼냈다. 마치 서커스단원이 입에서 칼을 뽑는 장면을 연상시켰다.

그렇게 해서 등장한 것은 한 자루의 기다란 창이었다. 체구가 커진 루그만한, 거진 3m는 될 법한 거대한 크기의 창이 루그의 몸 속에서부터 튀어 나왔다.


"부직업이 뭐, 삐에로 그런 건가?"


루그는 말이 없었다. 대신 능숙한 자세로 창을 꼬나쥐고 철민을 향해 겨눴다.


아무런 파공음도 나지 않았다. 루그는 처음 창을 꼬나쥔 자세 그대로였고, 철민은 고개를 살짝 왼쪽으로 기울였다.

그러나 철민의 오른쪽 볼이 살짝 찢어지며 피가 흘렀다. 뜨뜻한 피가 볼을 타고 흐르자 철민이 손을 들어 피를 닦았다.

피는 금새 멎었다. 자가 치유 능력도 뛰어난 철민이기에 이런 상처 쯤은 눈에 보이는 속도로 아문다.


"좀 빠르네."

"여유 부리는 것도 끝이다."


꿈뻑. 루그가 눈을 꿈뻑였다.

순간 철민의 시간이 느려지며 그 찰나의 시간에 루그가 찔러오는 서른여섯 번의 창의 궤적을 관찰했다. 말 그대로 찰나의 시간. 철민이 전광석화처럼 움직이며 루그의 창을 피해냈다.

저건 맨주먹으로 맞부딪히기에는 위험하다. 얼핏 봐도 느껴지는 예리함과 창 특유의 기세가 평범하지 않다.


"큭."


피한다고 피했지만 모든 공격을 피할 수는 없었다. 서른여섯 번의 찌르기 중 세 번의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다행히 깊은 상처는 아니고 피부를 스치는 상처였지만, 루그가 쥐고 있는 창 고유의 효과 때문에 닿은 부위보다 더 큰 상처가 생겼다.


신기神器에 속하는 성창 브류나크.

보그를 대신하여 이곳저곳 대륙을 돌아다니며 여행을 하던 루그가 우연찮게 발견한 무기였다. 전쟁의 여파로 인하여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죽음의 땅이 되어버린 북쪽의 한 언덕에서 이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곳의 시체들은 썩지 않는다. 저주를 받은 탓인지 죽을 때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기분이 나쁘다는 핑계를 대고 이곳을 찾는 기둥들도 없는 실정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루그가 이곳을 방문했고, 시체들의 산 사이에서 오롯이 빛나고 있는 성창을 발견할 수 있었다.


누가 만들었는지, 전 주인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창이지만 적어도 한 가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이 있었다.

말도 안 될 정도로 강력한 무기라는 것.

괜히 신기에 속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런 류의 무기들은 스스로 주인을 고른다고 하는데, 어쩌면 그래서 전쟁이 끝나고 몇백 년이 지난 후에야 루그가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일 지도 모른다.


"성창 브류나크다. 적어도 뭐에 죽는 지는 알아야지."

"이름 한 번 거창하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꼬리를 마는 건 아니겠지? 방금 전 공격은 인사였을 뿐이다."

"아, 그래? 나도 아직 제대로 싸운 건 아닌데 다행이다."


맨손으로 싸우겠다고 다짐했지만 상대가 먼저 무기를 꺼냈다. 그러니까 검을 써도 이건 정당방위다.

철민이 검을 생성해냈다. 별 다른 장식 없이 투박한 모양의 검이 철민의 손에 쥐여졌다. 다시 한 번 빛과 같은 속도로 루그의 창이 철민을 향해 쇄도했고, 이번에는 피하지 않고 검을 부딪혀 막아냈다.


불꽃이 튀었다. 창과 검이 부딪히며 쇠를 긁는 소리를 만들어내며 고막을 괴롭혔다.


'전에 봤던 띠의 검인가 하는 것보다 훨씬 낫네.'


자신이 만들어 낸 검과 맞부딪혔음에도 흠집 조차 나지 않았다. 몇백 억을 호가하는 유물 띠의 검도 그대로 뚝 하고 갈라버릴 수 있는 검임에도 불구하고 창은 멀쩡했다.

연이어 수십 차례의 공방이 눈 깜짝할 순간에 지나갔다. 루그와 철민 둘 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공세를 펼치며 치열한 싸움을 이어갔다.


그런 와중에도 철민은 장악하고 있는 공간을 확장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의지 하에 두는 공간을 더욱 확장하여 기세로 루그를 덮쳐버릴 수 도 있었지만 그것은 경험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

세밀한 컨트롤은 약간 힘들지만 지금 이 상태 그대로가 좋다. 더욱 발전해나가기 위해선 스스로를 채찍질해야만 한다.


서로 양보없는 공세를 이어나가고 있던 와중 철민이 루그의 틈을 발견하고 폐를 향해 검을 깊게 찔렀다. 됐다. 속으로 쾌재를 외친 철민의 안색이 급격하게 변했다. 창이 기묘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자신의 검을 바깥쪽으로 돌려 밀어낸 탓이다. 검을 밀어낸 루그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계를 펼치며 역으로 철민의 옆구리를 꿰뚫고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뭔가 이상하군."


철민의 옆구리에 커다란 상처를 남기고 창을 회수한 루그가 이상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분명 넌 강하다. 강한데... 이상하게도 너무 미숙하다. 그 정도의 강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싸움에는 익숙치 않은 것처럼 보여. 마치 힘만 센 아이 같은 느낌이다."


철민의 미간이 꿈틀댔다.

진정하자. 마음을 가라앉힌 철민이 차분하게 루그의 말을 곱씹었다. 솔직히 말해서 틀린 말은 아니다.

자신의 싸움은 오랜 기간 서로 탐색하다 빈틈을 노리는 것이 아닌 압도적인 힘으로 한 번에 찍어 누르는 그런 싸움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그것이 잘 통해왔고.

그러나 언제까지 힘 대 힘의 대결에서 자신이 이길 거라고 장담할 수가 없다. 공간 장악만 믿고 있다간 자신보다 의지력이 강한 적에게 밀릴 수도 있다.


설마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최선을 생각해두기보다는 최악에 대비하는 것이 일이 닥쳤을 때 냉정하게 대처할 수 있다.

철민은 순순히 루그의 말을 인정했다. 아무래도 기교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수련한 것도 그런 것 위주로 수련하지 않았고, 애초에 누군가와 이런 싸움을 한 경험이 아예 없다시피 했으니까. 서로 공방을 주고 받으며 틈을 노리는 그런 것은 많은 경험으로만 쌓을 수 있다.


"알아. 그래서 뭐?"


부족하니까 스스로에게 제약을 걸고 싸우는 것이다.

아직 많이 모자라니까 더 채우기 위해서 위험한 싸움 속에 몸을 내던지는 거다.


"많이 부족하니까 배우려고 싸우는 거잖아."


정말 위험하다고 느껴지면 공간 장악을 하지 뭐. 철민이 뒷말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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