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바나나딸기

1,000,000년 수련한 사나이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바나나딸기
작품등록일 :
2022.10.29 02:25
최근연재일 :
2022.12.19 11:5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88,236
추천수 :
3,602
글자수 :
222,024

작성
22.12.06 11:57
조회
2,539
추천
51
글자
12쪽

1,000,000년 수련한 사나이 (34)

DUMMY

검을 썼으면 더 손쉽게 은사를 끊을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철민은 자신과의 약속을 어길 생각이 없었다. 미친놈한테는 몽둥이가 약이다. 검으로 한 번에 목을 베어버리는 건 너무 편한 죽음이다.

다시 한 번 철민이 달려들었다. 그러자 이전처럼 타르 같은 검은 점액질이 생성되며 정신우를 보호했다.


쾅! 쾅! 쾅! 쾅!

정신우에겐 피해가 없었다. 그저 검은 점액질이 꿀렁거리며 철민의 피해를 전부 흡수하는 중이었다.

분명히 이런 공격은 자신의 체력만 깎아 먹는 무식한 공격이다. 분명 무식한 공격이 맞는데도 철민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콰앙! 콰앙!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열 번, 열한 번, 열두 번... 스무 번...

철민이 쉬지 않고 덩어리를 때렸다. 주먹질 한 번 한 번에 폭탄이 터지는 것만 같은 폭음이 공동을 잔뜩 메웠다.


"멍청한 녀석. 그런 조잡한 공격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메리 제인에게서 얻은 이 힘은 그런 걸로 무너질 만한 게 아니란 말이다!"


메리 제인?

서양권 국가의 헌터인가? 철민이 단순하게 생각하고 정신우의 말을 무시했다.

녀석이 힘을 얻었던 안 얻었던 간에 그건 상관없는 문제다. 모든 피해를 흡수한다고?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다.

그게 진실이라면 어째서 주변에 점액질 덩어리들이 떨어져있단 말인가.


정신우를 보호하고 있던 검은 덩어리는 철민의 피해를 확실하게 무효화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스무 번이 넘어가자 공격을 막으면서 그 파편이 옆으로 튀고 있었다.

서른 번, 마흔 번, 쉰 번.


정신우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아까보다 철민과의 거리가 가까워진 듯했다.

그제야 자신의 상황을 깨닫고 주변을 둘러보니 바닥에 검은 덩어리들이 널부러져 있는 것들이 보였다. 검은 점액질 안에 갇혀 있어서 주변도 까맣게 보인 탓에 곧바로 확인하지를 못했었다.


"자, 잠깐만!"

"닥쳐."


철민이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이제 더 이상 정신우를 보호하고 있던 점액질 덩어리들은 없었다. 이미 전부 조각난 채 바닥에 흩어진 상태였다.

다급해진 정신우가 끊어진 은사들이라도 조종하여 주먹을 막으려고 했지만 반응이 너무 늦었다. 설령 빠르게 반응했다고 하더라도 철민의 공격을 막는 것은 무리였겠지만.


비명조차 들리지 않는다. 얼굴의 절반이 통째로 사라져버려서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철민의 주먹 단 한 번으로 전투불능 상태가 된 정신우가 벽에 처박힌 뒤 떨어지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래도 용케 죽지 않았다. 실수로 너무 세게 때렸는데도 정신우는 살아 있었다.


날개가 뜯긴 잠자리처럼 바닥을 기던 정신우가 움직임을 멈췄다. 잠시라도 살아있던 게 기적이다.


"끄륵. 끅."


쓰러진 정신우가 덜컹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엎드린 채로 마치 물고기처럼 팔딱거리던 정신우의 박살난 얼굴에서 검은 안개가 몽실몽실 흘러나왔다.

철민의 얼굴이 굳어졌다. 심상치 않다. 그저 안개일 뿐이지만 그 안개가 지니고 있는 엄청난 힘을 엿볼 수 있었다.

그래, 이런 것을 원했다.

굳어진 얼굴이 풀리며 손에는 땀이 찼다. 철민이 자신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 아무리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겉으로 말을 해도 철민의 마음 깊숙한 곳에는 강해지고 싶다는 열망이 남아 있었다. 거기에는 지금까지 멸신무를 익힌 전대 멸신무주들의 바람의 찌꺼기들도 같이 존재했다.


멸신무의 대성.


그리고 그것은 전대 멸신무주들의 바람이기도 했지만 철민이 보고 싶은 것이기도 했다.

이 길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리고 대성한다면 무공의 이름처럼 정말 신을 멸할 수 있는지.

호승심이 일었다.


검은 안개에 잠식당한 정신우가 벌떡 일어섰다. 거무튀튀하게 변한 피부색과 하나밖에 남지 않은 눈에는 흰자위가 없었다. 얼굴의 절반이 터져버린 상태로 일어서있으니 마치 좀비 영화에 나오는 좀비를 보는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지니고 있는 기운은 오히려 살아있을 때보다 더하다. 훨씬 강해졌다.


"너도 지구의 헌터인가? 이런 존재가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는데."

"그러는 넌 누구지?"

"나는 메리 제인. 운이 좋게도 아리타스의 기둥 중 하나를 맡고 있지."


메리 제인.

정신우가 말했던 이름이다. 지구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계의 존재라니.

철민이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 녀석은 이계의 존재와 계약해서 힘을 얻은 건가? 아마 정신우 하나만 계약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다 뉴스에서 본 네바다 주의 사성 게이트를 닫고 살아 돌아온 열일곱 명의 헌터들이 생각났다. 정신우는 거기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 열일곱 명이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나머지 여섯 명이 죽은 이유.

아직까지는 단지 자신의 추측일 뿐이지만, 여섯 명이 죽은 이유는 이계의 존재들과 계약하지 않아서다. 그들은 인간으로 태어나서 인간으로서 죽었다.

그러나 살아 돌아온 열일곱은 다르다. 정신우를 포함한 열일곱은 강대한 힘을 지닌 이계의 존재와 계약을 맺고 그 힘을 얻어 더욱 강해졌다. 그리고 살아 돌아올 수 있었다.

정신우가 다른 헌터들을 무참히 학살했던 이유도 아마 그것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스스로 계약 조건이라고 말을 했으니까.


"너 정도면 나와 계약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군."

"나보고 여기서 살라는 거냐?"

"원한다면. 아니면 그 지구라는 곳에서 살아도 상관 없다."

"미친 새끼. 다 터진 주둥이로 잘도 지껄이네."


큭큭큭. 터진 주둥이로 메리 제인이 웃었다.


"실로 광오하구나. 나와 계약한 벌레 한 마리를 이겼다고 하여 그런 오만함이 몸에 가득 찬 것인가?"


그 말과 동시에 정신우의 몸이 허물어졌다. 검은 안개에 잠식당한 정신우의 몸은 허물어지며 작은 알갱이로 화하며 사라졌다.

콰르릉. 그때 유적이 진동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엄청난 진동이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유적이 비명을 질러덌다. 유적이 무너지면서 갇힌다고 해서 철민이 죽는 것은 아니지만 잔해를 부수고 탈출하는 것이 귀찮아진다.

서둘러 내려놨던 가방을 챙긴 채 철민이 유적 바깥으로 달렸다. 마음 먹고 달리자 순식간에 유적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바깥에서 철민을 기다리던 것은 한 마리의 거대한 뱀이었다.

뱀? 이걸 뱀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지구의 피라미드와 모양은 다르지만 크기는 비슷할 것 같은 유적을 칭칭 휘감은 채 무너뜨리려고 하는 묵빛의 뱀이 저 높은 곳에서 고개를 들고 철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크기다. 유적을 돌돌 말고 있어서 그나마 전체적인 몸을 볼 수 있는 것이지 몸을 일자로 쭉 핀다면 1km도 충분히 넘을 법한 엄청난 길이다.


「아직도 그 광오한 생각은 변함이 없느냐?」


메리 제인이 입을 열었다. 뱀의 혓바닥이 낼름거리자 온 세상이 공포에 떨었다. 유적이 비명 지르는 것을 멈추고 주변의 수풀들이 바람에 움직이는 것을 멈췄다. 날벌레들이 바닥에 떨어지며 즉사하고 강철 달팽이와 맹독 늑대들이 공포에 질려 꼼짝도 하지 못했다.


"내 별명이 뭔지 아냐?"

「무엇인가?」

"내가 군대 있을 때 얻은 별명인데. 내 별명이 땅꾼이었어. 가끔 막사에 뱀들이 내려오는 걸 죄다 내가 잡았거든."

「땅꾼?」

"뱀 잡는 사냥꾼이란 뜻이다 새끼야."


상대는 강하다. 여태 만난 상대들 중 가장 강한 상대라고 할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저 뱀을 상대로 이길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확실히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었다. 힘은 비등하거나 자신이 조금 더 우위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자신의 문제는 여태 대적할만한 적수가 없어서 제대로 된 전투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이었다. 훨씬 약한 적들을 상대로 거의 가지고 놀다시피 한 것이 경험의 전부다.


그러나 저건 거의 신에 근접한 존재다. 아신亞神 정도라고 보면 될까. 여태 상대한 허접스러운 놈들과는 차원을 달리했다. 과연, 스스로가 이계의 주인이라고 칭할 만큼 강대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실제로 메리 제인은 그녀의 의지만으로 이 근방 일대를 장악하고 있었다.


공간 장악.

그것은 인간에게는 허용되지 않은 영역의 힘이다. 그러나 멸신무의 대부분은 공간 장악을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그 이유는 간단했다.

신과 싸우기 위해선 먼저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신이라는 놈은 전지전능하여 그가 있는 공간은 곧 그의 의지가 세계의 규칙이었다. 그런 공간에서 자신의 공간을 만들지 못한다면 인지하지도 못한 채 죽을 수 있었다. 그저 죽기만 할 뿐이라면 다행이다. 모든 이지를 상실한 채 놈의 꼭두각시가 되어 영원억겁 자신을 잃을 수도 있다.


때문에 자신의 의지가 발현될 수 있는 공간을 장악해야만 했다. 그것이 싸우기 위한 전제조건이며 또한 필수조건이었다.

그렇기에 멸신무는 다른 무공들처럼 육체의 단련이나 정신적 명상보다는 공간을 장악하는 능력, 즉 세계에 간섭할 수 있는 의지력을 키우는 것의 비중이 컸다. 일단 자신의 의지로 공간을 장악하게 되면 그 이후부터는 '나'의 의지가 곧 세계의 규칙이 되니까.


그러나 그것은 힘을 많이 소모한다. 의지로 세계에 간섭하여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아무리 철민이라고 해도 한 번 사용하고 나면 피로를 느꼈다. 그 범위가 크면 클 수록 느끼는 피로감도 곱절은 늘어났다.

그래서 어지간해서는 공간 장악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는 적들인데 괜히 피곤해질 필요는 없었다.


「호오. 역시 비범하구나. 이 메리 제인의 공간에서 그렇게 꼿꼿하게 서 있을 수 있다니. 칭찬해주마.」

"덩치만 커다란 고도 비만 뱀 새끼가 입을 놀리네."

「큿큿큿. 아직 여유가 있나 보구나. 그러면 이건 어떨까. 지금까지는 그저 예의를 갖춘 인사였을 뿐이다.」


순간 철민과 메리 제인 근방 일대가 메말라가기 시작했다. 땅이 누렇게 뜨고 나무와 풀들이 메마르며 바스라진다. 동물들은 급속하게 노화하며 숨을 거두고 그것은 강철 달팽이나 맹독 늑대들도 마찬가지였다. 공기마저 생명을 잃은 듯 대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런 경우는 두 가지다. 죽음으로 점철시키거나, 혹은 시간의 가속화다.


그러나 철민은 멀쩡했다. 아무리 철민이라고 해도 상대가 장악한 공간에서 넋놓고 있다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메리 제인이 나타난 순간부터 철민은 좁은 공간이지만 그의 주변을 장악한 상태였다.

굳이 저 뱀처럼 넓은 공간을 장악할 필요는 없었다. 근방 일 미터. 그 정도면 녀석의 공격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참으로 신기한 인간이구나. 어떻게 인간 따위가 세계에 간섭할 수 있는 거지?」

"참으로 신기한 뱀이구나. 어떻게 뱀 따위가 세계에 간섭할 수 있는 거냐?"

「도발하는 것인가? 벌레가 지껄인다고 하여 반응할 이유는 세상 어디에도 없지만... 잠깐 어울려주도록 할까.」


메리 제인의 머리가 순식간에 아래로 하강했다. 철민의 바로 앞에서 멈춘 메리 제인이 눈을 꿈뻑였다. 무척이나 거대한 머리에 박힌 눈알 하나만 해도 철민의 크기를 훌쩍 뛰어 넘었다.

샛노랗게 빛나는 세로로 찢어진 뱀의 눈동자가 요사스럽게 빛난다. 철민은 그 눈동자를 아무렇지도 않게 노려보고 있다가.


「큭. 이, 이 벌레 자식이!」

"뭐냐. 찔러달라고 눈깔 내민 거 아니었어?"


메리 제인의 눈을 주먹으로 찔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1,000,000년 수련한 사나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원금을 보내주신 독자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1 22.11.05 3,438 0 -
43 1,000,000년 수련한 사나이 (43) +4 22.12.19 1,199 31 9쪽
42 1,000,000년 수련한 사나이 (42) +2 22.12.18 1,160 31 9쪽
41 1,000,000년 수련한 사나이 (41) +2 22.12.16 1,283 35 12쪽
40 1,000,000년 수련한 사나이 (40) +2 22.12.16 1,381 33 12쪽
39 1,000,000년 수련한 사나이 (39) +4 22.12.13 1,786 39 9쪽
38 1,000,000년 수련한 사나이 (38) +2 22.12.12 1,944 45 11쪽
37 1,000,000년 수련한 사나이 (37) +2 22.12.11 2,069 37 16쪽
36 1,000,000년 수련한 사나이 (36) +5 22.12.10 2,285 48 12쪽
35 1,000,000년 수련한 사나이 (35) +3 22.12.08 2,387 47 15쪽
» 1,000,000년 수련한 사나이 (34) +2 22.12.06 2,540 51 12쪽
33 1,000,000년 수련한 사나이 (33) +3 22.12.05 2,613 52 10쪽
32 1,000,000년 수련한 사나이 (32) +2 22.12.04 2,818 53 12쪽
31 1,000,000년 수련한 사나이 (31) +3 22.12.02 2,966 59 14쪽
30 1,000,000년 수련한 사나이 (30) +3 22.12.01 2,917 54 15쪽
29 1,000,000년 수련한 사나이 (29) +4 22.11.30 3,077 55 15쪽
28 1,000,000년 수련한 사나이 (28) +6 22.11.29 3,272 56 14쪽
27 1,000,000년 수련한 사나이 (27) +2 22.11.28 3,393 61 12쪽
26 1,000,000년 수련한 사나이 (26) +3 22.11.26 3,515 75 13쪽
25 1,000,000년 수련한 사나이 (25) +12 22.11.25 3,630 77 13쪽
24 1,000,000년 수련한 사나이 (24) +5 22.11.24 3,701 74 13쪽
23 1,000,000년 수련한 사나이 (23) +8 22.11.23 3,864 79 11쪽
22 1,000,000년 수련한 사나이 (22) +7 22.11.22 4,032 84 13쪽
21 1,000,000년 수련한 사나이 (21) +7 22.11.21 4,264 92 12쪽
20 1,000,000년 수련한 사나이 (20) +2 22.11.19 4,442 95 9쪽
19 1,000,000년 수련한 사나이 (19) +3 22.11.18 4,512 94 11쪽
18 1,000,000년 수련한 사나이 (18) +5 22.11.17 4,845 101 10쪽
17 1,000,000년 수련한 사나이 (17) +3 22.11.16 5,061 102 15쪽
16 1,000,000년 수련한 사나이 (16) +3 22.11.15 5,161 107 10쪽
15 1,000,000년 수련한 사나이 (15) +2 22.11.14 5,473 11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