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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보이맨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예술 범재의 천재 코스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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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보이맨
작품등록일 :
2024.05.17 15:00
최근연재일 :
2024.06.21 11:0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1,363
추천수 :
9
글자수 :
145,972

작성
24.06.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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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거머리와 전설을 함께하다?

DUMMY

내가 시청각실에 들어선 뒤에도 밴드의 연주는 멈추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연주에 집중하느라 내가 들어온 것조차 알아채지 못한 게 맞는 표현이겠지.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드럼이 나오지 않는 곡의 도입부에 이르자, 잠시 스틱을 내려놓은 김혁준과 눈이 마주쳤다.


김혁준이랑 마주치게 된다면 그가 과연 내게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었다.


당황해할까? 미안하다고 할까? 아니면 선배라는 지위를 내세워 뻔뻔하게 나올까?


하지만 그 모든 예상과는 달리, 김혁준은 내게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 없이 턱짓으로 무언가를 가리켰다.


그리고 그곳에는 마이크 스탠드에 꽂혀 있는 마이크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마이크 스탠드를 보던 시선을 다시 김혁준에게로 옮기니, 그는 여전히 미소를 지은 얼굴로 나를 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김혁준이 한 행동의 의미를 모를 수가 없었다.


분명 우리가 연주하는 반주에 맞춰 노래를 하지 않겠냐는 뜻일 테지.


나는 뻔뻔한 김혁준의 행동이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생각과는 반대로 마이크 스탠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모든 것을 떠나서 내가 지금 이 곡을 부르고 싶었으니까.


그러자 드디어 이곳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나머지 세 사람도 나를 힐끗 쳐다봤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주는 멈춰지지 않았고, 내가 마이크 스탠드 앞에 서자 노래는 1절 후렴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 순간 나를 바라보는 모두의 눈에서 내가 노래를 하리라는 기대감이 뿜어져 나왔다.


'나 참, 내가 이 곡을 모르면 어쩌려고 다들 이런 반응인지..'


하지만 나는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듯 마이크에 손을 올렸다.


"Yeah, I will love you, baby."


질리도록 들었고 또 수없이 불러본 곡이라 가사는 저절로 입 밖으로 흘러나왔고.


마이크가 제대로 셋팅되지 않아 앰프에서 나오는 소리가 조금 작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 목소리는 묻히지 않고 선명하게 들렸다.


그러면서 내 목소리가 반주 위에 얹어지자, 완성되지 않은 미완성의 퍼즐과 같던 밴드가 나라는 조각 하나로 비로소 완성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밴드 멤버들도 똑같이 느꼈는지, 모두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그렇게 노래는 계속됐고,어느새 3절 후렴구를 지나 내가 기대하고 기대하던 애드립 파트가 다가왔다.


원곡에서는 그저 아무런 가사 없이 울부짖는 듯한 고음을 지르지만, 내가 하려는 것은 원곡이 아닌 라이브 버전이었다.


그것도 Bon Jovi가 불렀던 역대 라이브 중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1995년 런던 라이브말이다.


그리고 바로 지금.


"Through the wind, through the snow, through the driving rain."


내 입에서 흘러나온 애드립이 앰프를 통해 크게 울려퍼졌다.


그러자 연주를 하고 있던 모두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래, 이 애드립을 모를리가 없겠지.'


감히 말할 수 있다.


'Bon jovi의 Always'라는 곡을 아는데 이 라이브를 모른다면 Always라는 곡을 안다고 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여기 있는 모두는 Always라는 곡을 확실히 아는 듯 보였다.


"just to hear you say, baby are you all right on a night like this?"


그렇게 애드립의 마지막 가사까지 부른 나는 마지막 외침을 터트렸다.


"Yeah!"


그리고 곧바로 몸을 돌려 이수진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러자 나와 눈이 마주친 이수진은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미간을 찡그리며 런던 라이브와 똑같은 기타 솔로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나머지 세 사람 역시 이에 맞춰 연주를 이어갔고, 특히 드러머인 김혁준은 신들린 듯한 실력으로 드럼을 연주했다.


하지만 그런 김혁준의 드럼 연주조차도 이수진의 기타 솔로 앞에서는 묻힐 수밖에 없었다.


'끼이잉' 소리와 함께 이수진이 기타로 음을 길게 늘어뜨리더니, 곧바로 속주가 이어졌다.


사실 기타 속주는 어떤 면에서는 보컬의 애드립보다 기술적으로 더 어려운 파트였기에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그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이수진의 기타 속주는 기타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안정적이고 깔끔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Bon Jovi의 기타리스트처럼 감정까지 실어 연주하기에는 아직 속주를 깔끔하게 소화하는 데 모든 신경을 쏟고 있다는 게 엿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수진의 기타 솔로는 내 마음에 뽕이 차오르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건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는지 누구 먼저랄 것 없이 다같이 노래에 맞춰 머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기타 애드립이 끝나자, 나는 곡의 제목이자 이 노래의 마지막을 장식할 가사를 입 밖으로 내뱉었다.


"Always..."


마지막 가사와 함께 흘러나오는 일렉기타의 코드가 페이드아웃되면서 노래는 마무리되었다.


이에 조금전까지 앰프에서 나오던 소리로 꽉 차있던 시청각실에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그 정적을 깬 것은 다름 아닌 기타 치는 낭랑 18세였다.


"와!!!!!"


이수진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더니 고함을 지르고는, 곧바로 내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이태수! 미친 거 아니야?!"


하지만 나는 그런 이수진을 무시한 채 김혁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설명이 좀 필요할 거 같은데요?"


"아아.."


아직 합주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잠시 넋을 놓고 있던 김혁준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설명? 따로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그게 무슨 말이에요?"


김혁준이 밴드 멤버들을 한 번 쭉 훑어보더니 나를 보며 대답했다.


"태수야, 너는 방금 다 같이 합주할 때 뭐 느낀 게 없냐?"


느끼긴 개뿔.


김혁준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다.


방금 다같이 합주하면서 마음속에서 무언가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끼지 않았냐는 말이겠지.


그래, 실제로 방금 내 안에서 무언가가 끓어오르는 듯한 느낌은 받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다 같이 합주를 해서 끓어 오른 것이 아닌, Always를 전설의 라이브 버전으로 불러서 벅차 오른 것이었다.


마치 내가 미튜브로 런던 라이브 영상을 볼 때마다 벅차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김혁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없었는데요."


"그럼 왜 갑자기 들어와서 마지막에는 머리까지 흔들면서 노래를 부른 건데?"


무슨 그런 당연한 질문을.


"제가 좋아하는 노래라서 그랬죠?"


"..."


김혁준은 내 대답에 잠시 할 말을 잃은 듯 입을 다물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너는 아직도 밴드 할 생각이 전혀 없는 거야?'


"제가 저번에도 말씀 드린 것 같은데요. 밴드는 생각이 없다고."


내 대답에 김혁준이 드럼을 뒤로하고 내게 다가와 바로 앞에 섰다.


"방금 전에 합주도 잘 끝내놓고, 대체 이렇게까지 거절하는 이유가 뭐야?"


거절하는 이유라..


밴드는 생각조차 않는 이유를 말하는 건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김혁준의 말을 듣고 난 뒤 반대로 내가 궁금해졌다.


밴드를 할 것이라면 밴드를 하고 싶어하는 적당한 실력을 갖춘 보컬을 구하면 될 텐데.. 왜 나에게 이렇게까지 집착하는 걸까?


그렇게 김혁준에게 역으로 질문하려는 순간, 지금 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나와 김혁준을 가만히 지켜던 밴드원들이 하나둘 먼저 입을 열었다.


"아까부터 그게, 무슨 소리야? 밴드를 안 한다고 했었다고?"


"혁준아, 우리한테 거짓말한 거야?"


"아! 태수야! 그냥 하자! 밴드에 들어오면 누나가 잘 해줄게!"


마지막에 무언가 이 상황과 맞지 않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어쨌든 김혁준은 내 대답을 기다리는 듯 밴드원들의 반응은 무시한 채 시선을 나에게만 고정하고 있었다.


이에 나는 이전에 하려던 말을 이어서 했다.


"그럼 선배는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거예요?"


"뭐?"


"밴드 하기 싫다는 사람 이름을 학생 가요제 테스트 신청서에 왜 함부로 적어 넣은 거예요?"


"그, 그건.."


내 질문에 김혁준은 당황한 듯 말을 더듬더니 이내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건 미안하게 됐어."


내가 듣고 싶었던 건 사과가 아니라, 멋대로 내 이름을 써서 신청할 정도로 내게 집착하는 이유였다.


하지만 사실 그리 궁금한 것도 아니었기에 대답 대신 말을 돌렸다.


"그냥 힘들 거 같아서요."


"뭐?"


내 대답에 김혁준은 고개를 들며 되물었다. 그의 눈썹이 치켜 올라가며 내 말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힘들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밴드 활동하면 재밌죠. 다 같이 합 맞추면서 합주하고 또 합주 끝나면 뭐 먹으러 가서 친목도 다지고.."


그래, 내가 방금 말한대로만 된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나는 회귀 이전, 지난 생에서 밴드를 하며 겪었던 수많은 일들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근데, 밴드를 하면 제가 말한 것처럼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분명 단점도 있을 테니까요."


"태수, 너 지금 마치 밴드 경험이 있는 사람처럼 말하는데? 혹시 밴드 활동 해본 적 있어?"


김혁준의 질문에 나는 내심 당황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없는데요?"


"근데 단점이 있는 건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그걸 굳이 해봐야 아나요."


"그럼 어디 한 번 말해봐, 내가 납득할 수 있게."


지금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여러가지의 단점에 대해서 전부 말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이제부터 말 할 단 한가지 단점만으로도 밴드를 하지 않을 이유는 충분했다.


"방금 여기서 Always 합주했죠?"


"그래, 근데 그게 왜?"


"이 곡은 누가 정한 건가요?"


"다같이 정한건데, 설마 네가 부르기 싫어하는 곡을 억지로 부를까봐 그러는 거야?"


"아니요?"


뭐,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었다.


"곡 정하고 따로 연습하시느라 다들 시간 많이 쓰셨겠어요."


내 말에 김혁준은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눈치챈듯 했다.


".. 밴드에 쓸 시간이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지?"


"네, 맞아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쓸 시간은 많았다.


그저 그 시간을 굳이 무의미한 밴드 활동에 투자하고 싶지 않았을 뿐.


김혁준은 내 말에 딱히 반박할 거리가 떠오르지 않는 듯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리고 그의 침묵이 길어지자, 나는 더 이상 이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더 할 말 없으시면 저는 이만 가볼게요."


나는 김혁준과 밴드 멤버들을 뒤로한 채 시청각실을 나서려 발걸음을 옮겼다.


아, 맞다.


나는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김혁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테스트 신청자 명단에 적어 놓은 제 이름은 선배님이 교무실에 직접 가셔서 빼 달라고 말씀해 주세요."


순간 깜빡하고 말하지 못했던 것까지 전하고 미련 없이 시청각실을 떠나려던 바로 그때.


"잠깐!"


김혁준의 외침이 내 등 뒤에서 울려퍼졌고, 이에 나는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왜요?"


"내가 부탁해서 여기 모인 애들, 전부 다 실력 좋은 애들이야. 너도 방금 같이 합주해 봤으니까 알 거 아니야."


뭐, 부정하지는 않겠다.


피아노와 베이스도 실력이 꽤 좋았지만, 특히 이수진은 고등학생 레벨을 이미 벗어난 듯했으니까.


그런데, 그것이 내가 밴드에 쓸 시간이 없는 것과 무슨 상관인지 나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게 왜요?"


"네가 밴드에 쓸 시간이 없으면 안 써도 돼."


"네, 그러니까 안 한다고 했.."


"대신 이번 무대까지만 서줘.'


아까부터 밴드 활동에 시간 쓰기 싫다고 하는 사람에게 이번 무대까지만 서 달라니.


끈질기다는 생각과 함께 다시 한번 거절하려던 찰나, 김혁준이 말을 이었다.


"무대에서 네 보컬에 우리가 맞춰줄 테니까, 너는 우리랑 연습할 필요 없이 그냥 테스트 볼 때, 그리고 학생가요제 때만 나와서 노래해 줘."


"..네?"


와, 이렇게 까지 한다고?


김혁준의 말에 밴드 멤버들의 눈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휘둥그레졌고, 나는 할 말을 잃었다.


"태수야, 부탁이다. 이번 학생가요제만이라도 좋으니까 보컬로 좀 서 주라."


"...."


아무래도 인간의 탈을 쓴 거머리에게 제대로 물린 것 같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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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예술 범재의 천재 코스프레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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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중지. 24.06.24 5 0 -
27 재수 없는 천재 24.06.21 13 0 11쪽
26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24.06.20 15 0 13쪽
» 거머리와 전설을 함께하다? 24.06.19 20 0 13쪽
24 뜻밖의 숨바꼭질 24.06.18 18 0 11쪽
23 3000만큼 짜증나 24.06.17 18 0 12쪽
22 심장아 나대지 마 24.06.15 22 0 11쪽
21 형석이는 태수의 웃음벨 24.06.14 20 0 11쪽
20 그럼 피드백 해 볼 사람? 24.06.13 25 0 13쪽
19 깔 수 있으면 까 보라지 24.06.12 26 0 13쪽
18 이유 있는 자만심 24.06.11 38 1 13쪽
17 학원으로 24.06.10 34 0 12쪽
16 모든 건 계획대로 24.06.08 37 0 11쪽
15 첫술은 배부르다. 24.06.07 35 0 12쪽
14 첫술에는 배부를 수 없다? 24.06.06 41 0 11쪽
13 어린 선생님 24.06.05 45 0 11쪽
12 음악을 하려면 닌자가 돼야 한다. 24.06.04 46 0 12쪽
11 '진짜' 친구 24.06.03 53 0 12쪽
10 제발 사람 말 좀 들어라, 형석아. 24.06.01 55 0 12쪽
9 배고픈 청춘들 24.05.31 55 0 11쪽
8 다크 히어로 24.05.30 56 0 13쪽
7 히어로 출격 24.05.29 60 0 11쪽
6 빌런 등장 24.05.27 80 1 12쪽
5 시간을 되돌린 두 번째 기회 24.05.25 82 1 13쪽
4 두 남자의 청춘 영화(?) 24.05.24 86 1 12쪽
3 과거로의 회귀 24.05.23 97 1 12쪽
2 기분 나쁜 꿈 24.05.22 107 2 13쪽
1 자각몽 24.05.20 17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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