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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보이맨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예술 범재의 천재 코스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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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레드보이맨
작품등록일 :
2024.05.17 15:00
최근연재일 :
2024.06.21 11:0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1,360
추천수 :
9
글자수 :
145,972

작성
24.06.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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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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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모든 건 계획대로

DUMMY

박운상의 등장에 시끌벅적하던 교실이 단숨에 얼어붙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과 달리 나는 덤덤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박운상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박운상이 내 손에 쥐어진 휴대폰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 휴대폰은 미리 반납하고."


이 진상이는 곧 조례 시간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 걸까.


박운상의 앞에 선 나는 정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칠판 위 시계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선생님, 근데 곧 조례 시간인데요?"


"따라 오라면 그냥 '네'하고 따라올 것이지, 저번에도 그렇고 말이 많네."


진짜 미친 건가?


곧 조례 시간인 걸 뻔히 아는데도 이렇게 데려 가려고 한다고?


하지만 다행히(?) 미치지는 않았는지 박운상은 몸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네 담임한테는 말 해놨으니까 따라와."


이러면 거절 할 수가 없지 않은가.


"네."


순순히 대답한 나는 박운상의 뒤를 따랐고, 함께 걷는 동안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박운상이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밟자, 나는 나를 전공실을 데리고 가려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박운상은 내 예상과는 달리 2층을 지나 3층으로 향했다.


'.. 전공실로 가는 게 아닌 건가?'


실용음악과 건물은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총 5개 층으로 나뉘어 있었다.


교무실이 자리한 지하 1층을 제외한 지상 각 층에는 반 교실과 전공실, 그리고 시창청음과 같이 개별 공간이 필요한 특수 교실들이 분포해 있었고.


지금 올라가는 3층에는 2,3 학년들의 교실이 있었다.


박운상은 3층에 도착하자마자 더 이상 계단을 오르지 않고 복도로 방향을 틀었다.


'뭐야, 어디로 가는 거지?'


그렇게 우리가 향하고 있는 목적지에 대해 생각하던 중, 박운상의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영상 잘 봤다."


"네?"


내가 되물으니 앞서 걸어가던 박운상이 고개를 돌렸다.


“미튜브 영상, 잘 봤다고.“


”.. 감사합니다.“


칭찬인지 아니면 그냥 던진 말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미튜브는 전혀 보지 않을 것 같이 생긴 박운상이 내 영상을 봤다니!


비록 아직 세계 1위는 아니더라도, 미튜브는 미튜브인가 보다.


내가 고개를 꾸벅 숙이자 박운상은 다시 앞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3학년 교실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문에 달린 창문 너머로는 시끌벅적하던 1학년 교실과는 달리, 자리에 앉아 각자 할 일에 몰두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비쳤다.


박운상 역시 창문 너머로 3학년 교실 안을 휙 둘러본 뒤, 성큼 안으로 들어섰다.


드르륵.


문이 열리자 자신의 일에 집중하던 학생들이 일제히 앞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각자 들여다보던 책이나 악보집을 하나둘씩 덮기 시작했다.


’뭐야, 3학년 교실에는 왜?‘


나는 도무지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교실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자 어느새 교탁 앞에 선 박운상이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뭐해? 안 들어와?”


“아, 네.“


뭔지 몰라도 들어오라고 하니 일단 안으로 들어가야겠지.


박운상의 말에 짧게 대답한 뒤, 나는 3학년 교실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제야 내 얼굴을 확인한 학생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피어올랐다.


”쟤 1학년 아니야? 1학년이 왜 3학년 교실에 들어오냐.“


”담임이 데려온 거 같던데?“


”야, 근데 쟤 미튜브에서 본 애인 거 같은데?“


나에 대한 갖가지 말들이 오가는 가운데, 나는 박운상의 뒤에 섰다.


그러자 박운상이 말했다.


“다들 조용.”


1학년이나 3학년이나 박운상 앞에서 약자가 되는 건 똑같은 걸까.


나를 보며 수군거리던 학생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다들 신입생 1학년 처음 보는 것도 아니면서 애들처럼 들뜨기는..“


쌀쌀맞게 말을 내뱉은 박운상은 나를 가리켰다.


“내 뒤에 서있는 이 1학년 아는 사람?“


박운상의 질문에 처음엔 그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지만, 이내 맨 앞자리에 앉은 여학생이 천천히 손을 들었다.


“저요, 오늘 등교하면서 미튜브에서 봤어요.”


“또? 미튜브에서 영상 본 사람 없나?”


박운상은 손을 든 여학생에게서 시선을 떼고 이리저리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반 학생 대부분이 손을 들며 말했다.


“저도 봤어요.”


“저도요.”


학생들의 반응에 박운상은 말없이 들어 올린 팔을 내리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


“그래, 영상을 봤다면 이 1학년 노래도 들었겠지?“


”네.“


학생들이 일제히 대답하자 박운상은 잠시 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어째서 박운상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어려 있는 것일까?


그의 입가에 걸린 미소를 보며 묘한 불안감이 엄습해 오던 그때.


박운상은 나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다시 앞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앞으로 있을 전공 실기에서 3학년 보컬들은 이 1학년보다 못하면 전부 다 최하점 받을 줄 알아라.“


박운상의 충격적인 발언에 순간 교실 전체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박운상은 더 할 말이 남았다는 듯 나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얘 영상을 보지 못한 사람도 있을 테고, 영상으로 들은 노래와 실제로 듣는 건 느낌이 다를 테니까."


박운상은 나를 가리키던 손을 내리고 고개를 돌렸다.


”이태수, 3학년 선배들한테 네 노래 실력 좀 보여줘봐.”


이 상황이 즐겁기 그지없는 듯 박운상의 입가에는 짙은 미소가 어려 있었고.


나는 마음속으로 박운상을 향해 갖은 욕설을 쏟아냈다.


‘이, 미친 놈이..’


객관적으로 볼 때, 지금 내 보컬 실력은 일반 고등학생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박운상의 담당 과목인 시창청음은 1학년에 한정되어 있었고, 2학년과 3학년의 담당 과목은 전공 실기였다.


따라서 박운상의 말대로라면, 여기 앉아 있는 보컬 학생들이 실기 시험에서 최하점을 받게 될 것이 뻔했다.


’그렇게 3학년들이 나를 싫어하게 되도록 만들어서 내 학교생활을 좆되게 할 속셈이겠지.'


안 봐도 뻔한 박운상의 악랄한 의도에 치가 떨렸다.


하지만 박운상은 하나만 알지 둘은 모르는 것 같았다.


“네, 그럼 바로 시작하면 될까요?


내 대답을 들은 박운상은 순간 당황한 듯 눈빛이 흔들렸다.


분명 얼마 전에 있었던 시창청음 시간 때와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나의 모습 때문이리라.


그러나 당황은 잠시뿐이었고, 이내 박운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뒤에 있지 말고 여기 앞으로 나와."


"네."


나는 대답과 동시에 3학년들이 앉아 있는 쪽으로 한 발짝 다가섰다.


그러자 박운상을 향해 있던 모든 시선이 단번에 나에게로 쏠렸다.


"뭘 부를 거지?"


부를 곡? 고민 할 필요가 있을까.


"제가 부를 곡은 최수한의 기억하다입니다."


"준비 되면 알아서 시작해라."


그 말을 끝으로 이제 노래를 시작하면 된다는 듯 교실 전체가 침묵에 휩싸였다.


하지만 나는 당장 노래를 부를 생각이 없었다.


박운상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고, 또 그에게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 해야 할 더 중요한 일이 있었으니까.


"안녕하십니까, 선배님들."


나는 인사와 함께 앉아 있는 학생들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저는 이번 연도에 이곳 태성 예고 실용음악과에 입학하게 된 1학년 이태수입니다."


정중하고 깍듯하지만 그렇다고 비굴해 보이지 않게.


"1학년 신입생인 제가 3학년 선배님들 앞에서 이렇게 노래를 부르게 돼 정말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오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제가 실수하더라도 이쁘게 봐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환한 미소로 마무리.


소개를 끝낸 나는 앉아 있는 학생들을 재빠르게 훑어보았다.


짜증이 묻어나오던 그들의 눈빛에서는 내게 대한 관심과 기대, 그리고 옅은 호감이 엿보였다.


'자, 그럼 이제..'


눈앞의 학생들에게 선배들을 존중하고 또 존경하는 듯한 후배의 모습을 보여줬으니..


이제 그들이 감히 시기 질투할 수 없는 정도의 실력을 보여주면 끝이다.


"노래를 시작하겠습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몇몇의 학생들을 보며, 나는 노래를 시작했다.


"어쩌다 한 번이라도 볼 수 있다면."


나는 시창청음 수업 때보다 더 노래에 진심으로 임했다.


비록 100% 모든 힘을 짜낸 것은 아니었지만, 한층 더 섬세하고 절절하게 노래를 불렀고, 그렇게 어느새 곡은 절정부로 치달았다.


"함께 바라보는 그곳에~"


고음이 길게 이어지는 부분임에도 음정 하나하나 흔들리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노래의 디테일과 감정선도 한층 더 증폭시켰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곡의 킬링 포인트인 고음에서의 멜리즈마가 다가왔다.


"돌아갈 수만 있다면 - 어어어 - 어어 - 언"


나는 원곡보다, 그리고 미튜브에 올린 영상보다 훨씬 더 길고 어렵게 음을 꺾었다.


만약 정해진 반주가 있었다면 이렇게 자유롭게 음을 꺾지 못했을 것이고, 지금이 바로 무반주의 강점이 극대화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찾아온 마지막 소절.


모든 파트를 완벽하게 소화해 놓고 마지막에 실수한다면 그것은 공들여 쌓아 올린 탑이 무너지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나에게 실수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나는 마지막까지 디테일과 감정선을 살려 노래를 불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래가 끝났다.


하지만 노래가 끝났음에도 반 전체가 충격에 휩싸인 듯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이에 나는 망설이지 않고 다시 한 번 허리를 90도로 꺾었다.


"노래는 여기까지입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를 마친 나는 고개를 들어 교실을 둘러봤다.


그러자 조금 전 박운상의 말에 제일 먼저 손을 들었던 여학생이 박수를 치기 시작하더니, 이내 교실 전체가 열광의 도가니로 변해갔다.


"와, 씨발. 진짜 개미쳤다!"


"쟤가 고1이라고? 나 음악 접을까."


"아니, 나는 미튜브에서 봤던 영상은 여러 번 찍은 줄 알았는데.."


교실 구석구석에서 끊임없이 감탄사와 칭찬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학생들의 눈은 반짝였고, 열기로 가득한 박수 소리가 교실을 울렸다.


하지만 바로 그때였다.


"이것들이 지금 미쳤나."


내 등 뒤 교탁 쪽에서 들려오는 박운상의 목소리에 열광의 도가니로 변해가던 교실의 분위기가 삽시간에 가라앉았다.


앞으로 자신이 의도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직감한 사람처럼 박운상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태수."


내 이름을 부르는 박운상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가라앉은 목소리만큼이나 박운상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있었다.


"네?"


"이제 가봐."


"네."


나는 박운상의 말에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했다.


하지만 존경하는 선배들을 향해서는 정반대로 허리를 90도 각도로 깊이 숙여 공손히 인사한 뒤, 미련 없이 성큼성큼 교실을 떠났다.


"아까 욕한 새끼 누구야!"


3학년 교실을 나서자마자 들려오는 박운상의 고함소리가 조금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뭐, 어떡하랴? 욕 한 놈 잘못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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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예술 범재의 천재 코스프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지. 24.06.24 4 0 -
27 재수 없는 천재 24.06.21 13 0 11쪽
26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24.06.20 15 0 13쪽
25 거머리와 전설을 함께하다? 24.06.19 19 0 13쪽
24 뜻밖의 숨바꼭질 24.06.18 18 0 11쪽
23 3000만큼 짜증나 24.06.17 18 0 12쪽
22 심장아 나대지 마 24.06.15 22 0 11쪽
21 형석이는 태수의 웃음벨 24.06.14 20 0 11쪽
20 그럼 피드백 해 볼 사람? 24.06.13 25 0 13쪽
19 깔 수 있으면 까 보라지 24.06.12 26 0 13쪽
18 이유 있는 자만심 24.06.11 38 1 13쪽
17 학원으로 24.06.10 34 0 12쪽
» 모든 건 계획대로 24.06.08 37 0 11쪽
15 첫술은 배부르다. 24.06.07 35 0 12쪽
14 첫술에는 배부를 수 없다? 24.06.06 41 0 11쪽
13 어린 선생님 24.06.05 45 0 11쪽
12 음악을 하려면 닌자가 돼야 한다. 24.06.04 46 0 12쪽
11 '진짜' 친구 24.06.03 53 0 12쪽
10 제발 사람 말 좀 들어라, 형석아. 24.06.01 54 0 12쪽
9 배고픈 청춘들 24.05.31 55 0 11쪽
8 다크 히어로 24.05.30 56 0 13쪽
7 히어로 출격 24.05.29 60 0 11쪽
6 빌런 등장 24.05.27 80 1 12쪽
5 시간을 되돌린 두 번째 기회 24.05.25 82 1 13쪽
4 두 남자의 청춘 영화(?) 24.05.24 86 1 12쪽
3 과거로의 회귀 24.05.23 97 1 12쪽
2 기분 나쁜 꿈 24.05.22 107 2 13쪽
1 자각몽 24.05.20 17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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