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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보이맨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예술 범재의 천재 코스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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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레드보이맨
작품등록일 :
2024.05.17 15:00
최근연재일 :
2024.06.21 11:0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1,359
추천수 :
9
글자수 :
145,972

작성
24.06.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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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학원으로

DUMMY

본의 아닌 라이브를 한 이후의 상황은 내 예상대로였다.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노래 뛰어난 실력의 후배가 90도로 허리를 접어 인사할 정도로 깍듯하기 까지하다.


이런 후배라면 누구라도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겠는가!


그리고 내 예상대로, 그들은 나 때문에 실기 시험에서 최하점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와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화장실, 전공실, 급식실, 복도 등 교실을 벗어난 곳에서 종종 마주치는 3학년의 눈빛에 호감이 느껴지는 것이 그 증거였다.


그렇게 박운상의 계획을 박살낸 뜻깊은 하루를 보내고 나니, 시간은 빠르게 흘러 등교를 하지 않는 토요일 주말이 다가왔다.


회귀 후 불과 며칠 등교했을 뿐인데도 벌써 일찍 일어나는 것이 익숙해진 탓인지, 나는 이른 시간에 눈을 떴다.


하지만 일찍 일어났다고 해서 딱히 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나는 바닥에 깔아놓은 이불 위에 누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주말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와, 조회수 또 올랐네.”


미튜브에 올린 첫 영상은 결국 하루만에 80만 조회수를 찍는 기염을 토해냈다.


그리고 그 뒤에 올린 두 번째 영상도 올린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첫 영상과 비슷한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아직 그 정도로는 아쉽다는 듯 조회수는 계속해서 꾸준히 오르는 중이었다.


회귀 이전에 영상을 올렸던 때와는 비교하기가 민망할 수준의 조회수 차이였다.


“참.. 노래 실력은 분명 회귀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을 텐데 말이지..”


노래를 전문으로 하는 미튜버가 범람하는 미래와는 달리, 지금은 그런 미튜버가 많이 없어 블루오션인 데다가.


아직 고1 학생이 필드에서 뛰는 프로급 가수의 실력으로 노래를 하는 것은 대중들에게 확실히 자극이 된 모양이었다.


“으아~ 조금 있다가 하나 더 올려야겠다.“


휴대폰을 손에 든 채 기지개를 편 나는 이내 양손을 가슴 위에 얹은 뒤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제 뭐하지..”


등교일이 아니라서 전공실을 사용할 수도 없었고, 톡으로 연락해 온 몇몇 중학생 때 친구들과 만날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밖에서 비가 주룩주룩 쏟아지는 건 둘째 치고, 미래에는 더이상 연락조차 하지 않게 될 아이들과 굳이 시간을 내어 만나고 싶진 않았다.


게다가 이 모든 걸 제쳐두고서라도, 30살이 훌쩍 넘은 아저씨가 애들이랑 노는 게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그렇게 한참을 빈둥거리던 중에 박세민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어제 함께 하교하면서 내가 예진이와 번호를 교환한 걸 알고는 바로 그 자리에서 내 번호를 받아가더니..


나는 초록색 수화기 모양 아이콘을 오른쪽으로 슬라이드했다.


”여보세요?“


“아, 태수야.”


수화기 너머의 박세민의 목소리는 왜인지 가라앉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혹시 지금 바빠?“


“아니, 왜?”


“그럼 나올래?”


“지금?”


“응.“


나는 박세민의 말에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오늘 야외 버스킹 한다고 하지 않았나?‘


분명 어제 박세민은 격주 주말마다 학원에서 진행하는 야외 버스킹 무대에 오늘 처음으로 서게 됐다며 들뜬 모습을 보였었다.


근데 대뜸 나오라니?


”너 오늘 버스킹 한다고 하지 않았어?“


내 질문에 박세민은 순간 말문이 막힌 듯 수화기 너머로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렇게 짧은 침묵이 흐른 후, 이내 박세민이 머쓱한 웃음과 함께 입을 열었다.


“아.. 그거 밖에 비가 와서 취소됐어.”


아, 그러고 보니 그렇겠지.


무대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길거리 버스킹의 특성상 비가 오면 진행할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박세민의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던 이유도 고대하던 첫 버스킹이 취소된 탓이 분명했고, 그에게는 분명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나는 애초에 나갈 마음이 전혀 없었다.


“아니, 미안. 비 오는 날에 밖에서 노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내 대답에 박세민은 다급하게 말했다.


“아, 그게 아니라 버스킹도 취소 됐겠다 학원에 갈건데, 괜찮으면 우리 학원에 놀러오라고 할랬지.”


”학원? 나는 거기 다니는 것도 아닌데, 괜찮아?”


내 반응이 긍정적이게 바뀐 것을 느꼈는지 박세민의 목소리가 한층 밝아졌다.


“괜찮아, 선생님한테 미리 말씀 드려 놓으면 상관 없어!“


”.. 그래?”


비도 오겠다 집에서 하루종일 뒹굴거리는 것도 분명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지만..


학원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 있는 연습실이라면 미튜브에 올릴 곡을 미리 골라 연습해 볼 수 있을 테니까.


심지어 그곳에서 악보도 뽑을 수 있으니, 악보를 뽑으러 따로 피시방에 가지 않아도 되고 일석이조가 아닌가?


”알았어, 갈게.”


“좋아! 학원 주소는 톡으로 보내줄게!“


박세민의 말에 나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 재능덩어리는 모르겠지.


톡으로 주소를 보내겠다고 하는 그 학원에 사실 나 또한 다녀본 적이 있다는 것을.


"몇 시까지 갈까?"


"아무 때나 와! 어차피 나는 지금부터 쭉 학원에 있을 거라 시간은 상관없어!"


"그래, 그럼 조금 있다 보자."


”학원 근처에 도착하면 꼭 전화 줘!“


나는 그러겠다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곧바로 박세민에게서 톡 메시지가 도착했다.


- 주소는 서울시 은평구 은평로O길 16-1이야!


- 알았어, 도착하면 전화할게.


카톡 메시지에 답장을 보내고 옛 학원 주소를 확인한 나는 한참 동안 뒤척이던 몸을 이불 밖으로 꺼냈다.


&


나는 지금 몹시 짜증이 났다.


"아, 자기가 오라고 해놓고 왜 전화를 안 받아."


나는 박세민이 오라고 했던, 회귀 전 세계에서 다녀본 적 있는 바로 그 학원 입구에서 20분째 망부석처럼 서 있었다.


그리고 박세민은 도착하면 전화하라던 말이 무색하게 전화는 물론 톡 메시지조차 읽지 않고 있었다.


'아, 그냥 갈까.'


비를 뚫고 여기까지 온 수고로움에 대한 보상을 추억의 장소를 오랜만에 보는 것으로 퉁 칠지 진지하게 고민됐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대로 돌아가기에는 속에서 천불이 났고, 심지어 비마저 점점 더 거세지고 있었다.


'아, 몰라. 일단 상담 받으러 왔다고 하고 안에서 기다리지 뭐.'


마음을 굳힌 나는 건물 계단을 올라 옛 추억이 깃든 학원안으로 성큼 발을 딛었다.


그러자 곧바로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정면에 보이는 안내데스크, 그 뒷편에 붙어있는 게시판.


그리고 안내데스크 바로 옆에 위치한 통유리로 된 시청각실과 그 안에 있는 수많은 학원생들의 모습까지.


마치 어제 다녀온 것처럼 생생한 학원의 모습에 잠시 감상에 젖어 있던 그때,


"어떻게 오셨어요?"


복도 쪽에서 들려온 여자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는 내가 아는 사람의 얼굴이 있었다.


'아, 이때도 여기서 일하고 있었구나.'


그녀는 회귀 전, 이 학원을 다니던 고등학교 2학년 시절 꽤 친하게 지냈던 직원 누나였다.


그래서 괜스레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의 나는 그녀와 안면조차 없는 상태였기에.


나는 꾸벅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그.. 상담을 좀 받으러 왔는데요."


"아, 네 잘 오셨어요!"


내 말에 직원 누나가 나를 보며 밝게 웃더니 안내 데스크 왼편에 있는 방을 향했다.


그리고는 문을 열며 말을 이었다.


"그럼 상담 도와주실 선생님 오시기 전까지 잠시 여기서 기다려주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직원 누나가 안내해 준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방에 들어서자 컴퓨터, 피아노, 화이트보드 등 레슨에 사용되는 물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나는 피아노 맞은편 벽면 앞에 놓인 의자에 앉은 후, 톡조차 읽지 않는 개떡 같은 놈을 떠올렸다.


'분명 이 학원 어딘가에 있을텐데..'


복도 쪽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와 시청각실에 모인 수많은 학원생들의 모습을 보니, 오늘 예정되어 있던 버스킹이 취소된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렇다면 그 썩을 놈이 있을 곳은 둘 중 하나였다.


연습실 혹은 시청각실.


하지만 잠시 생각해 보니, 지금 박세민이 있을 만한 곳은 연습실이 아닌 시청각실이었다.


시청각실에는 학원생 대부분이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


그렇게 내가 박세민이 시청각실에 있을 거라는 결론에 도달할 때쯤.


똑똑똑.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와 함께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가도 될까요?"


아까 직원 누나가 말한 상담을 도와주기로 한 선생님인 듯했다.


"네."


내가 대답하자마자 문이 열리더니, 처음 보는 얼굴의 사내가 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곧바로 피아노 앞에 앉더니 A4 용지로 보이는 종이를 보면대에 올려놓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상담받으러 오셨죠?"


"네, 맞습니다."


"잘 오셨어요. 먼저 어떤 상담을 받으러 오신 건지부터 여쭤봐도 될까요?"


아, 그 썩을 놈 때문에 생각지도 않은 상담을 받게 되다니...


나중에 박세민과 연락이 닿으면 제일 먼저 욕부터 날려야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보컬 상담을 받고 싶어서 왔어요."


"아, 보컬이요~ 그럼 혹시 다른 곳에서 따로 배워보신 적은 있으신가요?"


보컬을 배워본 적이라..


나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학원은 여기가 처음이에요.“


이번 생에서는 한 번도 학원을 다닌 적이 없었기에, 내 말은 사실이었다.


“그럼 보컬 레슨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는 소리시겠고..“


사내는 손에 들고 있던 펜으로 보면대 위에 놓인 A4 용지에 무언가를 적어내려가며 말을 이었다.


"레슨의 목적이 따로 있으신가요? 예를 들어 취미라든지, 입시 준비라든지 하는 것 말이에요."


“아, 목적이요?”


내 목적이 어떻든 나는 애초에 이번 생에서는 학원을 다닐 생각이 없었던 터라 그냥 대충 얼버무리기로 했다.


“취미요.”


“목적은 취미시고..”


내가 하는 말을 따라 읊던 사내는 펜을 놓더니 A4용지를 향해 있던 시선을 나에게 돌렸다.


"그럼 상담을 더 진행하기 전에 먼저 노래부터 한 번 불러볼까요?”


"지금요?“


“네, 그래야 더 자세한 상담이 가능할 거 같아요.“


하긴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학원의 각 강사마다 잘 다루는 영역이 조금씩 다를 테니까.


노래로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파악한 뒤, 그에 맞는 선생님을 추천해 줄 생각인 것 같았다.


그러자 문득 궁금해졌다.


내 노래를 들은 눈 앞의 사내는 과연 어떤 선생님을 추천해 줄까?


“네, 알겠습니다.”


사내는 내 대답에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어떤 곡을 불러보시겠어요?"


그의 말에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냥 무난한 곡을 부를까, 아니면...


"좋아하는 곡이나 평소에 자주 부르는 노래 중에서 하나 골라 부르시는 게 가장 편하실 거예요."


내가 입을 다물고 있는 모습이 사내의 눈에는 초조함으로 비쳤는지, 그는 조언하는 듯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내의 태도에 속으로 헛웃음을 지으며 부를 곡을 결정했고,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저는..“


내가 선택한 곡은 다름아닌..


“Brian hcknight의 one last cry로 할게요.”


실용음악 실기 금지곡 중에서도 가장 악명높은 곡인 ‘one last cry’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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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예술 범재의 천재 코스프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지. 24.06.24 4 0 -
27 재수 없는 천재 24.06.21 13 0 11쪽
26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24.06.20 15 0 13쪽
25 거머리와 전설을 함께하다? 24.06.19 19 0 13쪽
24 뜻밖의 숨바꼭질 24.06.18 18 0 11쪽
23 3000만큼 짜증나 24.06.17 18 0 12쪽
22 심장아 나대지 마 24.06.15 22 0 11쪽
21 형석이는 태수의 웃음벨 24.06.14 20 0 11쪽
20 그럼 피드백 해 볼 사람? 24.06.13 25 0 13쪽
19 깔 수 있으면 까 보라지 24.06.12 26 0 13쪽
18 이유 있는 자만심 24.06.11 38 1 13쪽
» 학원으로 24.06.10 34 0 12쪽
16 모든 건 계획대로 24.06.08 36 0 11쪽
15 첫술은 배부르다. 24.06.07 35 0 12쪽
14 첫술에는 배부를 수 없다? 24.06.06 41 0 11쪽
13 어린 선생님 24.06.05 45 0 11쪽
12 음악을 하려면 닌자가 돼야 한다. 24.06.04 46 0 12쪽
11 '진짜' 친구 24.06.03 53 0 12쪽
10 제발 사람 말 좀 들어라, 형석아. 24.06.01 54 0 12쪽
9 배고픈 청춘들 24.05.31 55 0 11쪽
8 다크 히어로 24.05.30 56 0 13쪽
7 히어로 출격 24.05.29 60 0 11쪽
6 빌런 등장 24.05.27 80 1 12쪽
5 시간을 되돌린 두 번째 기회 24.05.25 82 1 13쪽
4 두 남자의 청춘 영화(?) 24.05.24 86 1 12쪽
3 과거로의 회귀 24.05.23 97 1 12쪽
2 기분 나쁜 꿈 24.05.22 107 2 13쪽
1 자각몽 24.05.20 17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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