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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D:HYUNKUN

냉장고가 미쳤음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나자까
작품등록일 :
2024.01.06 02:40
최근연재일 :
2024.01.16 20:2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255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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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2,507

작성
24.01.1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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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EP.3 크레퀠 구출하기(1)

DUMMY

1.



"그래서, 지금부터 뭘 하면 되는데?"

"예?"


연신 혼잣말을 내뱉고 있는 기홍을 보고서 난색이 된 크레퀠.


> '크레퀠의 탈출'을 위한 세부 목표를 달성하십시오.


"그러니까 그 세부 목표가 뭐냐고."

"자네, 얼른 눈 좀 떠 보게."


> 죄송하지만, 제가 알려드릴 수 없는 부분이네요-


"아씨... 그럼 니가 알려 줄 수 있는 부분은 어디까지 인데?"


> 저는 고객님의 라이프 가이드 입니다. 튜토리얼을 참고해주세요.


"스킵 했잖어!"


> 아, 그랬군요. 안타깝네요.


"안타까워? 지금 그게 할 소리냐?"


> 튜토리얼 건너띄기는 고객님의 선택사항이셨습니다.


"그래! 그렇긴하지만... 다시 들을 수는 없어?"


> 튜토리얼은 삭제되었습니다.


"제기랄... 나한테 해줄 수 있는 게 뭐야?"


> 저는 고객님의 행로에 따라 해당 임무를 고지합니다. 임무의 수락 여부, 그리고 달성 여부를 확인하여 루트를 갱신하며 데이터를 저장합니다.


"방법을 아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하는 걸 자서전처럼 기록만 해준다는 거야? 전혀 쓸모가 없잖아!"


> 타인에게 상처가 주는 말은-


"이보시오! 이 <자>, 아니 이 자가 결국 정신줄을 놓은 것 같소만!! 도와주시오!"


크레퀠은 무릎을 질질 끌고 기홍에게서 최대한 먼 쪽으로 몸을 피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비로소 실감한 그는 병사들이 있는 쪽을 향해 있는 힘껏 고함쳤다.


"무슨 일이오?"


근방에서 서성이던 병사 셋이 크레퀠 쪽으로 단숨에 달려왔다.

그들은 혼자 떨어져 나와 진흙 바닥에 넘어져 있는 크레퀠을 부축해 일으켜 세우며,

어느새 피로 흥건히 젖은 그의 무릎을 보고 놀라서는 기함을 하며 물었다.


"아니, 어차피 죽을 판에 외람되오만. 저 자가 아무래도 정신을 제대로 놓은 것 같소. 혼잣말을 하기 시작하더니 대뜸 소리도 빽빽 지르고. 내 목이 날아가기 전에 심장마비로 죽을 뻔 했소."


기홍은 바깥 상황을 전혀 인지 못 하고 있는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중얼대고 있었다.


>... 자신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인지하고 있는 것이야 말로 인생의 가장 귀중한 나침반이다. 불국의 위대한 작가로 불리는 뜰로레스의 저서에 담긴 명언이죠. (중략) 그래서 기록의 나라라고 불리우게 된 조선의 방대한 자료야말로 현대 사회의 많은 문제점들을 반추해볼 수 있는... (중략)


"알겠어... 니 잘났고, 참 의미있는 역할을 하고 있네."


>감사합니다?


설명충.

귀에서, 뇌혈관에서 출혈이 일어나지 않는 게 대단할 지경이었다.

AI라면서, 데이터 쪼가리인 주제에 감정이라도 있는 걸까?

원체 도움이 되지 않길래 그냥 가볍게 입딜 좀 박았을 뿐인데, 반항이라도 하는 모양새다.

그것도 기홍에게 제일 취약한 분야로다가.


메피스토의 설명에 이골이 난 기홍은 대화를 끊기 위해 눈을 획 치켜 떴다.

어라?

그런데 어째서. 계속해서 메피스토의 말이 여전히 귓가에 울리는 것인가?


>인포메이션 만이 저의 기능은 아닙니다.


"그럼?"


> 고객님과 포탈릭 센스(Potalic Sense : 차원인지 및 활용과 관계된 감각)를 통해 교류하며 차원이동, 소유물품 관리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포탈릭? 뭐?"


> 이 기능은 하현에서도 연동됌으로 사용설명서를 참고해주세요.


"잠깐. 눈을 떠도 니 말이 들리잖아? 어떻게 된 거야?"


>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너를 부르려면 눈을 감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었어?"


> 그런 설명을 제공한 적은 없습니다, 고객님.


돌이켜 보니 '그러네...'


"그럼. 널 어떻게 하면 부를 수 있어?"


> 저는 언제나 고객님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



내실 3층.

강녕전으로 바로 연결되어 있는 총대리의 집무실.


연거푸 커피 2잔을 내리 들이키고서도 아침 졸음에서 달아나지 못한 늙은 노인이 외축에서 들려온 소식 하나로 번득 정신을 차렸다.


"어쩌면 좋은가..."


그는 소식을 전해 온 병사를 제 앞에 그대로 두고서 홀로 방안을 서성였다.


"지금 순라대장은 어디에 있지?"

"도성 둘레를 순시중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경비대장이 맡고 있다는 게지?"

"그렇습니다."


총대리가 한참 벗겨진 헤어라인 중간 쯤을 검지로 짚으며 미간 사이를 좁혔다.


"예삿일이 아니다. 경비대장 그 자는 성미가 괄괄하고 융통성 없기로 소문이 난 인사인데... 그래.어찌하고 있던가?"

"일단은 포박하며 외축 안뜰에 앉혀 두었사옵니다만 경비대장이 곧 직접 처형 할 것 같습니다."

"처형?!"


노인의 희끄무레한 눈알이 쏟아질 듯 튀어나왔다.

그는 호다닥 외투를 걸쳐 입고 나이답지 않게 빠른 경보로 집무실을 나섰다.


"... 혼자서 그렇게 가버리시면..."



***



외축 훈련실 안으로 성큼 들어선 총대리.

평소 교양 철철 흘러 넘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그 답지 않게 꽤나 거친 무브먼트로 등장하셨다.

이를 본 경비대장은 등을 돌려 피식 웃음을 터트리고는, 다시 근엄한 표정으로 돌아 와 체력단련 중이던 군인들을 밖으로 물렸다.

웃통을 까고 땀을 뻘뻘흘리던 그들은 영문도 모른 채 둘만 남겨두고 빠릿하게 훈련실을 나섰다.


"이보시오, 경비대장. 대체 무슨 짓이오? 처형이라니!"

"고정하십시오, 총대리."

"고정하게 생겼소? 말해보시오, 처형이라니! 순라대장이 이르지 않았소이까?"

"'인계'를 받긴 했지요. 지엄한 상계의 법도를 어겼으니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치루는 것입니다."

"폐하께서 아직 외궁에서 돌아오지도 않았어요! 만월재에 머무르는 게 무슨 뜻인지 정녕 모른단 말입니까?"


경비대장이 난처하다는 듯 허허 웃고는 자리에 앉았다.

예법을 중요시하는 총대리는 이 모습을 보고 보란 듯이 혀를 끌끌 찼다.


"좀 앉으시지요. 저는 허리가 편치 않아서."

"순라대장에 분명히 일렀습니다. 황제 귀궁 전까지는 아무것도 해서는 안 된다고!"

"의문입니다. 외축의 순라대장이 왜 내실의 총대리에게 가장 먼저 보고를 합니까?"

"법도가 그렇지요! 폐하가 내궁을 비우실 때는 내가 그 대리직을 맡소. 내 직함이 왜 '총대리'인지 정녕 여태 모르고 계셨소?"

"폐하께서 궁을 비우실 때 총대리가 모반이라도 작정하면, 외축도 당연히 가담해야하는 것입니까?"

"경비대장! 말을 가려서 하시오!"

"예를 든 것 입니다. 총대리가 반역을 도모한다고는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다만, 순라대장에서 이른 것은 어디까지나 황제 폐하의 뜻이 아니라 총대리의 사견이 아닙니까. 그 명령을 받들 수 없는 것입니다. 저는 폐하의 신하지 총대리의 신하가 아니니까요."


총대리는 잠깐 숨을 고르고 맞은 편 자리에 앉았다.


"내실과 외축 간 불필요한 세력다툼을 원치 않습니다. 경비대장, 난 그저... 나이 탓에 조바심을 다스리지 못했나 보오. 이해 하시오. 그 자는 만월재에서 머무르고 있습니다. 우리가 함부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 생각하오."

"응당 그렇지요."


경비대장이 벌떡 일어서며 답했다.


"안 그래도 그 자를 처형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저도 그 정도 눈치는 있습니다, 총대리."

"그렇다면 대체 누구를..."

"평신원의 말단 약재사가 같이 잡혀오지 않았습니까."

"자- 경비대장... 이렇게 생각해보는 건 어떻겠소? 그대가 융통성 하나 없... 아니, 워낙 심지가 굳고 명분을 중시하는 바 내 잘 알고 있소. 분명 똑같은 죄를 저질렀음에도 다르게 처벌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고, 내 말이 맞소?"

"그렇습니다."

"그러면 황제가 올때까지만 처형을 미룬다고 생각하면 어떻습니까?

"그러겠습니다."


총대리는 너무 쉽게 수긍하는 경비대장의 모습에 살짝 당황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그가 쉽게 처형을 결정할 리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의 행동엔 아마도 외축 안에서의 기싸움 탓도 있겠지, 그제야 총대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순라대와 경비대 간에 지속된 세력 견제는 꽤나 뿌리 깊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다시금 불을 지핀 것은 총대리 자신. 경비대장을 빼놓고 순라대장을 통한 것이 화근이었을 테다.

명분을 중시하는 경비대장은 한 치의 물러남 없이 이 부조리를 정리하고 싶었을 것이고.


- 쾅!


이때, 누군가 문을 박차고 훈련실로 들어왔다.


"경비대장!"


그는 크레퀠과 기홍의 곁을 지키던 세명의 병사 중 하나였다. 그는 식은 땀을 뻘뻘 흘리며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겁에 질려 경비대장에게 소리쳤다.


"무슨일이냐?"

"밖으로 나와보셔야할 것 같습니다!"



***



"미친 게 분명해... 사람이 죽을 때가 되니 저리 돌아 버리다니."


크레퀠은 진작에 멀직이 떨어져 있었고, 기홍을 둘러 싼 나머지 병사들은 어쩔 줄 몰라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네 이놈! 어느 안전이라고 내 몸에 손을 대는 게야!"


기홍은 자신을 붙잡으려는 병사들에게 이를 잔뜩 드러내 보이고는 연신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컨셉 잘못 잡았네, X팔.'


그렇다.

상계의 구원자 천기홍.

그는 지금 빙의 연기 중이다.


누가 들렸냐고?

누군지 모르겠지만 여지껏 상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전의 왕,

<자>라는 칭호를 만든 사람. 바로 프로이튼이었다.


기홍은 그에 대해 아는 것이 만무했다.

심지어는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다.

상계 사람들은 그를 그저 '선대 왕'이라고 불렀으니까.


어찌 되었건 간에 버스는 이미 떠났다.

제 입으로 자신을 선왕이라고 칭해 버리고 말았다.

별 수 없었지 않은가?

메피스토는 전원이나 꼽고 하릴없이 관망할 뿐이고, 호언장담한 이상 크레퀠의 목숨은 살려야겠고.


기홍의 말을 듣고 사색이 된 총대리와는 달리 경비대장은 단번에 허리춤에서 칼을 뽑아 들고 그에게 달음박질 쳤다.


"네 이놈! 겁도 없이 선왕을 모사하다니 너는 죽어 마땅하다!"


이게 사람을 베라고 만들어진 건지, 아니면 두개골을 빻으라고 만들어졌는지 제작 의도가 심히 의심스러운 대장의 칼을 보니 저도 모르게 관자놀이에서 싸늘한 식은땀이 촉촉히 배어나왔다.


"경비대장!!!!!!!!"


기홍은 핏줄이 터져라 잔뜩 얼굴에 힘을 주고 일단 그를 불러세웠다.


- 치이이이익


기홍의 기세에 압도 된 것일까?

종소리를 들은 파블로프의 개 마냥 급제동이 걸린 경비대장.


"내가 총애하던 그 경비대장이 맞는가?"

"헛소리 하지 마라, 이놈!"


'의심스럽다. 선왕을 흉내내고 있는 저 악질이 아니라 내 자신이.

그저 날 부른 것 뿐인데... 어째서 난.

그에게서 느껴진다. 선왕의 기상이.'


기홍은 양손을 쳐들고 바짝 움켜진 검 너머,

살짝 가린 경비대장의 눈을 응시했다.

아주 짧은 찰나였지만 분명 흔들렸다.


"무엇을 주저하느냐?"


달달달. 대장의 손이 떨려왔다.


"내 너를 눈여겨 보았었지. 자신이 믿는 것은 끝까지 밀어붙이는 기세가 남다르다 생각했다."

"..."

"그러니 베어라. 너는 내가 알던 그 우직하고 충직했던 군인이 이미 아니다."


아까 전, 자신의 눈을 피하던 대장의 표정이 뇌리에 스쳤다.


"브릿지 위에 오른 나를 어찌 외면하고 살려 둔 것인가. 내가 기억하는 그대로의 너였다면 그 누구의 명도 거역하고 동이 트기 전에 날 찾은 즉시 베었어야 했다. 그러니 니가 날 몰라보고 멸한다 해도 서운치 않으리."


윽. 방금 전 말투 뭐야,

사극에서 본 것을 대충 따라하기는 했지만 말이 길어지니 점점 이상한 말투가 뒤섞인다.

스스로도 소름끼치게 수치스러워 눈을 질끈 감는 기홍.


'강단있으면서도 저 초연한 모습... 분명 폐하가 맞다!'


- 탕!

경비대장의 칼이 그의 손에서 스르륵 힘 없이 떨어졌다.

그는 곧장 기홍 앞에 얼굴을 박고 맨바닥에 엎드렸다.


"폐하!"


이 광경을 지켜보던 총대리는 창측에 달라붙어 엿보던 병사들을 위엄있는 손짓으로 물러나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도 크레퀠은 그저 입을 헤벌죽 벌리고서는 죽은 듯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신을 용서치 마십시오!"


'나이스!'


[ 서브 미션 ]

[ : 크레퀠 구출하기 ]


> 임무를 갱신합니다.


[ 1. 경비대장 포섭하기 - 완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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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가 미쳤음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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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P.3 크레퀠 구출하기(2) 24.01.16 3 0 12쪽
» EP.3 크레퀠 구출하기(1) 24.01.15 6 0 12쪽
12 EP.2 평신원 약재사 크레퀠(4) 24.01.12 9 0 12쪽
11 EP.2 평신원 약재사 크레퀠(3) 24.01.11 13 0 14쪽
10 EP.2 평신원 약재사 크레퀠(2) 24.01.10 15 0 13쪽
9 EP.2 평신원 약재사 크레퀠(1) 24.01.09 13 0 12쪽
8 EP.1 냉장고(4) 24.01.09 14 0 13쪽
7 EP.1 냉장고(3) 24.01.08 12 0 14쪽
6 EP.1 냉장고(2) 24.01.07 14 0 14쪽
5 EP.1 냉장고(1) 24.01.07 24 0 13쪽
4 서막(4) 24.01.07 20 0 13쪽
3 서막(3) 24.01.06 19 0 13쪽
2 서막(2) 24.01.06 25 0 14쪽
1 서막(1) 24.01.06 6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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