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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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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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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448

작성
23.09.18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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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인연 (10)

DUMMY

82화


“허허. 이런 부지런하고 발칙한 미친 역도들을 보았나! 험프리 새끼께서 강녕하시거늘! 벌써부터 다음 왕조를 구상 중이라니! 네놈들 모두 간이 배 밖에서 살림을 차린 모양이구나!”

“각하,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희는 장사꾼입니다. 미리미리 준비해 두지 않으면, 금세 새로운 도전자들에게 밥그릇을 빼앗기게 될 것이옵니다.”


‘아, 씨발. 이것들을 다 죽여야 하나... 적당히 손을 잡아야 하나... 이것들 뒤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데... 골 때리네. 씨발, 정보 길드... 주인공 후장이나 닦아 주는 엑스트라답게 굴어야지. 내 머리 위로 공손하게 기어오르려고 하네.’


“네놈들이 내게 뭘 바라고 있는지 확실히는 모르겠으나, 나는 가문을 재건할 의사가 전혀 없다. 하물며 차기 왕권을 노릴 생각은 더더욱 없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이곳에서 세력을 형성하는 일에 전혀 관심이 없다. 나의 목표는 오로지 복수다.”

“아아... 각하께서 가문을 재건하실 의향이 전혀 없으실 줄은 저희도 예상치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뭐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어?”

“그 혈통의 고귀함! 그리고 각하의 상식을 초월한 무예! 어차피 차기 왕권을 결정짓는 데 있어, 각하의 입김이 지대하게 작용하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 아니겠사옵니까?”


‘아아, 왕이든 킹메이커든 상관없으시다.’


“그러하옵고... 각하, 목이 잘릴 각오를 하고 한 말씀 더 올리겠사옵니다.”

“지금까지 자네가 한 말만으로도 충분히 목이 잘리고도 남겠는데. 더 참담한 말이 남아 있는가?”

“각하께서는 현재 군자금 확보 차원에서라도, 다수의 노동력이 필요하시지 않사옵니까? 사실 그런 쪽으로는 브리갠트 내에 저희만 한 놈들이 또 있겠사옵니까?”


생글생글 웃으며 대화를 이어 가던 하지운도 그 순간만은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치솟는 살기를 억누르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입꼬리는 어떻게 노력해서 올리고 있는데, 눈이 웃어지지가 않았다.


“각하, 각하의 가문에서 철저하게 틀어막고 있던 테일강 서쪽 지역에 대한 정보가 지금은 줄줄 새고 있사옵니다.”

“아아흐아아... 아호오... 이런 씨발!”

“빠른 시일 내에 수복하시면, 저희가 어느새 채굴 준비를 마치고 있을 것이옵니다. 저희는 두 개의 금광 중 하나만 주시면 되옵니다.”

“크흑. 이 새끼들이 점점.”

“천한 놈이 무례하게 굴었다면 벌을 주소서. 달게 받겠사옵니다. 하지만 각하의 가신들이 모두 운명해 버린 작금의 상황에서, 그들을 대신할 만큼 눈썰미 있는 놈들이 저희 말고 또 있겠사옵니까? 굽어 살피소서.”

“너, 나랑 따로 얘기 좀 하자. 잠깐! 그런데 언제 다 바꿔치기한 거냐? 원래부터 거주민들이 아니라, 너희 졸개들로 이 성을 다 채워 두고 있었던 거냐? 내가 너무 대충 보고 지나왔었구나!”

“그러하옵니다, 각하. 저 두 놈이 두 주의 형제들 대부분을 동원하여, 이곳 주민들을 대신하도록 하였나이다.”

“거주민들은?”

“반나절 거리에서 대기 중이옵니다.”

“너희가... 그런 게 가능할 정도였냐?”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아그네스 님 휘하에 있던 토머스 경의 명령이 있었사옵니다.”

“아아... 뭐, 어쨌든. 널 호위하는 애들은 내성 밖에서 대기하게 하고, 너만 따라와. 아, 잠깐! 요리할 줄 아는 놈도 데려와!”

“네, 각하!”


입에 흡족하게 맞지는 않았지만, 시장이 반찬이라고, 빵과 대량의 포도주 그리고 새끼 돼지 다섯 마리의 통구이를 먹고 입가를 닦았다.


“잘 먹었다. 네놈들 솜씨가 괜찮구나.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만족스러웠다. 이걸로 다들 술이나 한 잔씩 하여라.”


세 놈에게 금화 한 닢씩을 던져 주었다.

놈들의 눈에서 끓는 물이 용솟음쳤다.


“고귀하신 백작님! 천세까지 홍복을 누리소서!”

“미인을 천 명 얻으시옵소서!

“천세! 천체! 천천세!”


내성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 소리에, 세 놈 다 바들바들 떨고 있다가, 밤이 깊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잠이 깊이 들려고 하는데, 전사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와 자신들을 업어 갔다.


그러더니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에 밥상을 차리라는 지엄한 명이 내려졌다.

속으로 온갖 쌍욕을 다 했다.


그러다가 식사하실 두 분의 존함을 듣고, 생의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잘못하면 자신들의 생살이 탈 수가 있어, 혼신의 힘을 다해 하얗게 태워 버렸다.


그리고 그 대가로 무려 금화를 받았다.

오체투지를 마친 후, 주먹을 꽉 쥔 세 놈이 부리나케 홀 밖으로 뛰쳐나갔다.

대장장이 영감이 한숨을 쉬면서 한마디 건넸다.


“각하, 여전히 금전 감각이 없으시군요. 금화 한 닢이면, 저희 같은 놈들이 먹는, 싸구려 맥주 서른 잔을 사고도 남을 돈이옵니다. 남은 돈으로는 일 톤 무게의 보리를 살 수 있고요.”

“아아...”


참고로 이곳은 도량형이 지구의 국제 표준 규격으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대충 ‘보’ 같은 것도 사용하지만, 특정 국가들만이 사용하는 측정 단위는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 점에 있어서는 저승사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다.


“틸다 그 아이에게도 금화를 무려 열 닢이나 주셨더군요. 단숨에 지부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신붓감이 되어 버렸습니다.”

“어쩐지... 그 시간에 어쩌다가 그놈에게 붙들렸나 했더니. 우리 집안 덕에, 자네들이 그날 밤에 많이 바빴었군.”

“그러하옵니다, 각하. 그 아이가 오라비와 함께 심부름을 나가던 중, 운 나쁘게도 리처드 경에게 붙잡혔던 것이옵니다.”

“그래도 의지할 곳이 있어 다행이군. 그 아이 홀로 생존이 가능하겠나 싶었는데.”

“각하께서만 좋으시다면 그 아이에게 시중을 들도록 지시하겠습니다. 기꺼이 따를 아이입니다. 사실 두 지부 총책이 각하를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정보를 상부에 밀고한 것도 그 아이입니다.”

“그럴 것 없다. 인기 있는 신붓감으로 놔 두거라. 나는 이미 선조이신 위드링튼의 로저 경의 이름으로 맹세를 하였다. 가문의 원수들을 모조리 다 죽이기 전까지는, 이곳에서 철저하게 금욕 생활을 하기로 말이다.”

“저런... 각하... 어쩌자고 그런 끔찍한 맹세를...”


‘이 영감탱이가...’


“이제 내성 안에 사람이라고는 네놈과 나 둘뿐이다. 그러니 잡담은 그만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일단 네놈들의 제안은 그대로 받아들이겠다.”

“과연 화통하십니다, 각하.”

“이곳의 차기 권력이 누구에게 돌아가든, 난 솔직히 상관없다. 네놈들이 원하는 놈을 밀어줄 수도 있고, 원치 않는 놈을 죽여줄 수도 있다. 물론 네놈들도 그에 합당한 헌신을 아끼지 않아야겠지.”

“물론이옵니다. 저희 같은 놈들에게 계산이 철저한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습지요.”

“네놈들이 원하는 대로 금광을 하나 넘길 터이니 마음껏 파먹어라. 대신 남은 하나의 금광과 세 개의 보석광을 가루도 남기지 말고 싹 긁어내라. 보석은 다듬을 필요 없이 원석을 그대로 모아 두거라.”


웨스털랜드의 보석광에서 채굴된 것은 취록 빛깔의 녹주석 덩어리였다.

하지운은 그것들로 성을 지어, 그 앞에서 애창곡을 부를 꿈에 젖어 있는 중이다.


“네, 각하. 차질 없이 거행하겠나이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해 둘 일이 있다.”

“혹시... 모튼이나 탤머스를 말씀하시는 것이온지?”

“여우 같은 새끼들... 모튼은 급할 것이 없고, 탤머스와 베이퍼드다. 탤머스는 유용하기가 이를 데 없어 빨리 취하면 취할수록 좋고, 베이퍼드는 빨리 죽이면 죽일수록 마음이 편안해진다. 오래 살려 두면 골치 꽤나 썩일 놈이지. 그런데... 설마 네놈들 뒤에 있는 것이 베이퍼드는 아니겠지?”

“각하, 아시지 않사옵니까? 저희는 저희 뒤에 어떤 분이 계시는지 모르옵니다. 단지... 막연히 추측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몇 명까지 추렸느냐? 나는 이번에 세 놈으로 좁혀 봤는데.”

“저희는 네 분입니다. 각하의 가문과 베이퍼드의 틸리얼 가문을 제했습니다.”

“험프리도 빼야지.”

“외람되오나 그건 너무 성급하신 게 아니시온지요?”

“네놈들이 은근히 험프리를 모르는구나. 놈은 나와 같은 부류다. 교활한 것 같으면서도 제 성질을 못 이기는 놈이지. 놈이 그동안 너희의 정보를 꼬박꼬박 받아먹어 왔다면, 지금 여기에 네놈이 있을 리가 없지 않느냐? 놈의 친위대와 거버스가 틸다를 방패에 묶은 채로 나와 대치 중이었겠지. 그게 놈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다.”

“......”

“그런데... 크흑... 네놈들은 네놈들 뒤에 험프리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차기 왕권을 운운한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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