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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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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최근연재일 :
2024.09.17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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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10,448

작성
23.09.2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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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9쪽

정진 (1)

DUMMY

87화


철썩 하는 소리와 함께 사내의 고개가 믿기지 않는 속도로 돌아갔다.

더 믿기지 않는 것은, 사내의 머리통이 초고속으로 좌우 왕복 운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의 숨이 붙어 있다는 것이다.

사내의 강인한 생명력을 실감케 하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 강인한 사내가 보여 줄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는 고작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것뿐이었다.


“이 도다리 같은 새끼야! 왜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먹어? 네 손으로 내 상판대기를 치지 말고! 여기 발목을 후려치라고, 그 몽둥이로!”

“음메에에에에엑!”


퍽!

쿵!


“꾸웨에에에엑!”


끝까지 자존심을 부리면서 개긴 대가로, 사내의 우람한 쌍방울이 폭죽 터지듯 터져 버렸다.

사타구니를 움켜쥔 사내가 바닥을 나뒹굴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토해 냈다.


“이 씨발놈의 소새끼가 말을 들어 처먹지를 않네! 그냥 처맞고 있으라는 것도 아니고, 때리게 해 주겠다고! 왜 말을 안 들어! 씨발놈이, 어릴 적에 장래 희망이 맞아 죽은 변사체였어? 말을 들으라고, 이 좆같은 축생아! 하아, 진짜! 훈련시키기 더럽게 힘드네!”


정보 길드 영업 사원들과 작별을 고한 후, 하지운은 다시 늪으로 돌아왔다.

뗏목을 타고 대습지를 통과해, 늪지대의 서남부에 위치한 웨스털랜드주에 상륙했다.


로저의 고향에 왔다고 딱히 심경의 변화가 있지는 않았다.

그 숲이 그 숲인지라 북부의 숲과 그다지 달라 보이는 것도 없었고, 로저나 하지운 자신이나 정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 냉혈한들이었다.

그저 숲에서 어슬렁거리는 소머리들 잡아 족칠 생각밖에 없었다.


웨스털랜드의 요새들과 광산들을 수복하는 일은 천천히 할 생각이다.

병신 같은 험프리의 졸개들이 테일강 서부 지역을 완전히 장악하고, 광산 채굴에 전념하려면, 족히 삼사 년은 넘게 걸릴 것이다.


드레이시의 전력을 상대하면서 개고생 중이던 소머리들의 입장에선 살판이 났을 것이다.

한참 미숙한 새끼들로 대전 상대가 교체되었으니, 패악질의 묘미가 쏠쏠할 것이다.


왕성의 병신들은 그저 졸개들에게 괴물 피만 처먹이면, 만사 해결되는 줄 아는 놈들이다.

수백 년 동안 괴물들과 드잡이질을 하면서 축적해 온 노하우라는 것이 있다.

어디서 주워들은 풍월로 흉내 내기에는 버거운 일일 것이다.


하지운의 입장에서 지금의 소머리들은 동맹군이나 다름없다.

이 사랑스러운 동료들에게 절실함을 심어 주기 위해, 하지운은 일부러 숲 깊숙이 진입하여, 소머리들의 거주지를 박살 내고 있다.


훈족 등 이민족들의 깽판에 시달리던 게르만 족이 로마에 가서 화풀이를 했듯이, 소머리들에게 참을 수 없는 스트레스를 심어 주어, 로저의 고향으로 강제 이주시키려는 것이다.

개빡친 소머리들이 웨스털랜드와 콘체스터에서, 인간을 향한 증오심을 폭발시키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안 그래도 익숙지 못한 일을 하느라 정신없을 놈들에게, 변경 지역의 고달픔을 절실하게 체험시켜 주고 싶은 하지운이었다.


험프리를 비롯한 궁정의 돼지들에게도 새삼스럽게 가르쳐 줄 생각이다.

왜 역대 아머릭 왕조의 왕들이, 삼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오만불손한 변경 영주들의 시건방을 인내해 왔는지를 말이다.

쉽게 대체가 가능했으면, 성격이 좆같은 아머릭의 종자들이 그 꼴을 보아 넘겼을 리가 없다.


드레이시 가문 덕에, 왕이나 궁정의 귀족들이 그 동안 너무 편안한 삶을 살아왔다.

요즘에 와서는 소머리가 무슨 흑염소 같은 것인 줄 착각하곤 하는 그들이다.

애기들 폭풍 성장을 위해, 여기저기 피나 빨리고 다니는 발 달린 약봉지인 줄 안다는 것이다.


하지운은 그들에게 진정한 재난을 겪게 해 줄 생각이다.

기왕 이놈들을 동쪽으로 대이동을 시키는 김에 무기술까지 가르쳐서 보낼 작정이다.


그래서 소머리 족장 놈을 붙들고, 나무 몽둥이를 하나 쥐어 준 후, 봉술을 가르치고 있는데 진정 쇠귀에 경 읽기였다.

거기에다, 안 그래도 돌대가리 같은 것이, 꼴에 반항한다고 중간중간 성질도 부렸다.


그래서 놈을 동족들이 다 보는 앞에서 내시로 만들어 줬다.

진작 이랬어야 했다.

괴물 놈들을 따뜻하게 말로 타이를 생각을 한 하지운 자신이 등신이었다.


몇 놈만 가르쳐서 보내 놓으면 알아서들 흉내 낼 것이다.

유혈이 낭자한 전장에서 동족들이 색다른 수법으로 인간들을 쥐어패고 있는 장면을 목도하게 된다면, 아무리 닭대가리 같은 소머리들이라 해도, 따라 해 보려 애쓰지 않을 리가 없을 것이다.

로저의 기억을 바탕으로 판단해 봤을 때, 그 정도 지능은 있는 종족이다.


서부 숲을 북에서 남으로 종단하면서, 일곱 마리의 소머리 족장을 중성화시켰다.

하지운은 손무가 오왕 합려 앞에서 보인 저세상 패기를 떠올렸다.

말 안 듣는 것들을 말 듣게 만들려면 결국 충격 요법만 한 것이 없다.


수백의 소머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놈들의 우두머리를 암수 구분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럼으로써 무사안일했던 짐승들에게 상실에 대한 극도의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족장 놈들을 중성화만 시키고, 목숨에 지장이 없도록, 절단면에 치료 마법까지 시전해 주었다.

특히 요도가 막히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 주었다.


족장 놈들이 아무리 환관이 되었다 하여도, 놈들의 압도적인 용력을 고려해 봤을 때, 결코 허투루 없애 버려서는 아니 될 인물들이다.

동족들을 이끌고 로저의 과거 소유지를 초토화시킬 주역들이 바로 그들이다.

하지운은 그들을 보며, 무협지에 엔간하면 등장하는, 동창의 태감들을 떠올리곤 했다.


두 달에 걸쳐 이루어진 철거 작업을 통해, 테일강 서쪽에 수백 년을 죽치고 살아왔던, 수천의 비인간적인 거주민들을 모두 동북 방향으로 강제 퇴거시켰다.

첫 번째 과업을 깔끔하게 완수한 하지운은 두 번째 목표물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일곱 번째 족장 놈의 서식지를 털어먹은 후, 동남쪽으로 반나절을 더 이동했다.

하지운의 눈앞에 거대한 테일강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폭이 대충 이 킬로미터는 족히 되어 보였다.


살벌하게 넓은 강폭 때문에 한숨이 나왔지만, 강 하류다 보니 유속이 느려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하지운은 수납장에서 마개조한 뗏목을 꺼내 강에 띄웠다.


테일강 서쪽에서 드레이시가 주도적으로 해 처먹고 다닐 수 있도록, 결정적인 기여를 한 일등 공신이 바로 이 테일강이다.

서부의 대삼림 지대를 좌우로 가르는 이 강은, 과거 대지진 당시, 들이닥친 해일에 직격을 맞았던 곳이다.

바닷물이 어느 정도 빠지고 난 후 드러난 그곳에는, 원래 흐르던 개천 대신에, 거대한 강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서부 변경 지역의 최북단에 위치한 콘체스터주 근방을 제외하면, 이 강에 다리를 놓을 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다.

그나마 강폭이 좁은 곳이 오백 미터가 넘는다.

건너편에는 뭐 하나 궁금해서 구경 나온 소머리들로 북적거리고, 강물 속에는 주둥아리가 살벌한 민물고기들이 득시글거린다.

도저히 다리 건설이 가능할 리가 없었다.


이번에 하지운에게 행패를 당한 소머리들도 갈 곳은 이미 정해져 있다.

강을 두려워하는 것은 괴물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민물고기들의 무는 힘이 그만큼 살벌하다는 것이다.


정보 길드의 목수들이 달라붙어 뗏목을 유람선처럼 탈바꿈시켜 놓았다.

돛대를 세우고 나무 의자도 설치한 후, 그 위로 그늘막까지 쳐 놓았다.


개조된 뗏목에 올라 바람 마법을 시전했다.

돛이 한껏 부풀어 오르며, 뗏목이 쏜살같은 속도로 물살을 가르기 시작했다.

의자에 앉은 하지운이 느긋하게 다리를 꼰 채로 시원한 강바람을 즐겼다.


사실 다리를 꼬고 개폼을 잡으려 한 것은 맞지만, 전혀 즐기지는 못했다.

뗏목의 좌우로 솟구치는 물고기들 덕분이다.

그놈들의 역동적인 솟구침이 돌고래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이곳은 강 한복판이다.

대양 한복판이 아니다.


“아니, 씨발... 방금 날았냐? 날치야? 아니... 그리고... 저게 민물고기 사이즈가 맞아? 백상아리냐? 내가 방금 뭘 봤던 거야?”


하지운은 방금 전 자신이 염동력으로 분쇄해 버린 생물체를 떠올리며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당황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좌우에서 다리통만 한 메기 열 마리가 동시에 튀어 올랐다.

그냥 다리통이 아니라 하지운의 다리통만 한 메기였다.


하지운이 식은땀을 흘리며 염동력을 발동했다.

까딱 잘못하면 돛대가 박살 난다.

조준을 정확하게 해야만 했다.

강 한가운데서 돛대가 사라지는 순간, 하지운은 말 그대로 좆 되는 것이다.


로저의 기억 속에 있던 이곳의 민물고기는 커 봐야 농어만 한 것들이었다.

이 정도로 무지막지한 것들이 아니었다.

하지운이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다.

이곳에서 바다까지는 수 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물고기도 사는 곳에 따라 변이가 다양한 법이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저도 시기가 시기인지라

 신경 쓸 일이 있어 조금 더 늦었습니다.

 연휴 중에도 글은 평소처럼 쓰겠습니다.

 어차피 평소에도 늦기 때문에 업로드 속도가

 크게 차이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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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정진 (2) 23.09.29 90 3 9쪽
» 정진 (1) 23.09.27 96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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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인연 (13) 23.09.23 92 3 10쪽
85 인연 (12) 23.09.21 94 3 10쪽
84 인연 (11) +2 23.09.20 100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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