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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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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최근연재일 :
2024.09.17 05:37
연재수 :
260 회
조회수 :
28,279
추천수 :
574
글자수 :
1,110,448

작성
23.10.08 14:51
조회
88
추천
3
글자
9쪽

정진 (7)

DUMMY

93화


“이런 어리석은 자들을 보았나! 껍데기는 중요한 것이 아니거늘! 내면을 보아야지! 내 몸짓과 어투 그리고 이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보적인 기운까지! 그 어느 것 하나 나답지 않은 것이 없거늘! 네놈들 따위가 감히 나를 부정하는 것이냐! 진정 사지 육신이 찢겨 나가는 고통을 맛봐야, 네놈들 입에서 바른말이 나오겠느냐!”


열아홉의 전사들의 눈에서도 폭포수가 쏟아졌다.

하지운의 염동력에 잡혀서 체내의 수분을 쉴 새 없이 배출 중인 가엾은 청년까지, 총 스물의 늠름한 전사들이 나라 잃은 백성처럼 서럽게 울어 댔다.


안 그래도 서글픈 젊은이들의 심장에 비수가 연달아 꽂혔다.

통곡을 하고 있는 전사들의 발밑에, 갑자기 열아홉 개의 구덩이가 생성된 것이다.

너무도 뜬금없이 생겨난 것이라, 탁월한 신체 능력을 가진 전사들이 반응조차 못해 보고 허무하게 구덩이 속으로 쏙 빠져 버렸다.


하지운의 서릿발 같은 호통에 대경해 버린 용사들이 울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안구가 눈물로 뒤덮여 시야 확보가 어려웠던 것이 치명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어느새 스물의 용사들이 머리통만 밖으로 노출시킨 채, 산 채로 땅에 심어졌다.

하지운에게 제압당해 있던, 수분이 고갈되어 목마른, 청년마저도 눈 깜짝할 사이에 작물 신세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소머리와 여우머리의 피를 먹은 거구의 전사들이 고작 흙더미 따위를 떨쳐 내지 못해, 땅속에 처박혀 있는 꼴이 기괴해 보일 지경이었다.


하지만 진정으로 지랄 같은 상황에 고통받고 있었던 이들은, 누가 뭐래도 역시, 식물 체험 중인 스물의 용사 본인들이었다.

흙 알갱이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벌레라도 되는 것처럼, 그들의 살갗 위를 기어 다니고 있었다.

그렇게 기어 다니던 알갱이들이 땀구멍 하나 남기지 않고 온 전신의 구멍을 메워 버렸다.

그러고서는 온몸을 꽉 조여 오는데, 손가락 한 마디조차 까딱할 수가 없었다.


마력이 깃든 흙이 그냥 흙 쪼가리 따위와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운이 괜히 여우머리의 영역에서, 흙 마법 쓰는 족장 놈을 만날까 봐, 전전긍긍했던 것이 아니다.

죽음의 공포를 극대화시키는 쪽으로는, 뭇 마법 중에서도 군계일학의 위치에 있는 것이 이 흙 마법이다.


머리만 내민 채 생매장 중인 스물의 용사들이, 다 같이 뜻을 모아 전심전력으로, 비명을 지르기 위해 입을 쩍 벌렸다.

그리고 바로 입을 다물었다.

정확하게는 강제로 다물렸다.

하지운이 왼손 검지를 세워 입술 앞에 가져다 놓고는, 오른손에는 서슬 퍼런 도끼를 꺼내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로 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입 벌리지 마. 도끼로 혀 잘라 버릴 거야. 고함쳐서 너희 같은 병신들을 더 불러 모으면, 뭔가 달라지는 게 있을 거 같아? 내가 웃으면서 고문할 때 만족해. 화내면서 고문하면 어쩌려고 그래? 나도 어떨 때는 화내다가 깜짝깜짝 놀라. 내 스스로가 너무 무서워서.”


하지운의 허세 가득한 중이병 멘트에 스무 명의 전사들이 격렬한 기세로 땅속에 영양분을 공급했다.

정말 무럭무럭 자라나서 아름드리나무들이 되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운은 스무 개의 눈물, 콧물 범벅의 머리통들을 내려다보며 깊디깊은 상념 속으로 빠져들었다.

팔도 한쪽 없는 상태로, 망치와 쇠사슬을 휘두르며, 오지에서 개고생을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 하지운이다.

그런데 이래저래 어떻게 하다 보니, 손가락만 까딱하면서, 초인들을 땅에 심었다 허공에 띄웠다 하는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하지운의 눈에 벅찬 감동의 이슬이 맺혔다.


‘상전벽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구나. 본좌의 지고한 경지에, 눈이 부셔 견딜 수가 없도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기예란 말인가.’


“안 그래? 이 씨발놈아!”


일갈을 날린 하지운의 양손에는 어느새 도끼 대신 장검이 들려 있었다.

상체를 좌측으로 튼 상태로 온몸을 수그리고 있는 바람에, 오른 무릎이 바닥에 닿기 직전이었다.


하지운의 등 뒤에 서 있던 어중간한 크기의 나무 한 그루가 밑동이 잘린 채 옆으로 쓰러져 버렸다.


“우읍! 우으으읍! 끄우으으흡!”


잠시 후 양 무릎이 잘린 청년 하나가 하지운의 발 앞에서 억눌린 비명을 토해 내며 몸부림을 쳤다.


“계속 고양이인 상태로 있지 그랬어? 뭐 하러 나무로 변신한 거냐? 날 웃겨 보려고? 아니면... 설마 기습하려고? 그러면 더 웃기는데... 그게 기척을 숨긴 거야? 정보 길드의 어린애들도 너보다는 잘하던데. 너 땜에 웃음을 참느라고,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이 살인마 새끼... 사람을 웃겨 죽이려고 하다니... 잔인한 새끼.”


불쌍한 청년은 하지운의 조롱 가득한 주절거림을 듣고도, 받아칠 수가 없었다.

심지어 비명조차도 시원하게 지를 수가 없었다.

하지운이 염동력으로 청년의 턱을 움켜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둥이 놔줄 테니 고함치지 마. 너 생각해서 해 주는 말이야. 내 말 안 듣고 시끄럽게 굴면, 성기를 잘라서 네 이마에 봉합시킬 거야. 그러고는 콘체스터까지 널 끌고 갈 거야. 아! 네가 노출 매니아면, 오히려 좋아할 수도 있겠네. 네 맘대로 해라. 취향은 존중되어야 하는 거니까.”


다정한 한 마디와 함께 청년의 턱을 놓아 줬다.

다행히도 청년은 이를 악물고 터져 나오는 비명을 억눌렀다.


“얘들아, 내가 왜 열 개나 되는 무리들 중에, 너희를 가장 먼저 고른 줄 알아? 이 새끼 때문이야. 이 새끼가 너희 뒤를 졸졸 따라오고 있더라고. 아마 너희를 미끼로 써먹으려고 그런 거겠지. 이 새끼만 아니었으면 너희가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참 아쉽다.”


살모사 같은 하지운의 혀 놀림에, 스무 명의 흉포한 전사들이 일제히 다리 잃은 청년을 찢어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순식간에 천고의 죄인으로 몰린 청년이 이를 악물고 하지운을 쏘아보았다.


“다른 능력들도 많이 남았을 텐데. 굳이 변신 능력을 골라 온 걸 보니, 너도 전생에 흔치 않은 일을 하다 온 놈이구나. 여기 와서 정말 별놈을 다 만나 본다. 마약 딜러도 만나 보고, 강간범도 만나 보고. 너... 고문 좀 당한다고 쉽게 입을 열 놈 같지가 않네. 그렇다고 다짜고짜 알부터 터뜨릴 수도 없고...”


청년의 눈매를 보니 보통 깡다구가 아닐 것 같았다.

잠시 동안 청년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하지운이 스물의 전사들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그러고는 결심이 선 듯 청년의 무릎에 치료 마법을 발동했다.


상처가 아물기가 무섭게, 하지운은 염동력으로 부침개 뒤집듯 청년을 뒤집어 버렸다.

그러고서는 갑자기 엎드린 자세가 되어 당황한 청년에게 놀랄 틈도 주지 않고, 그의 사지를 땅에 심어 버렸다.

눈매가 매서운 청년에게 다소 민망한 자세를 만들어 준 하지운이 스무 명의 전사들에게 마지막 선의를 베풀었다.


“너희들은 곧 죽을 것이다. 한 놈도 빠짐없이 다 죽을 것이다. 너희들이 오늘 안 죽고 살아남을 방법은 적어도 이승엔 없다. 그래서 곧 뒈질 너희에게 이 자비로우신 대제후께서 마지막 선물을 안겨 주려 하신다. 그러니 다들 잘 듣고 신중하게 고민해 보아라. 과거 사내와 관계를 가졌던 적이 있거나, 혹은 가져 볼 의향이 있던 놈은 지금 당장 떳떳이 밝혀라. 여기 이놈을 통해 한을 풀고 갈 기회를 주마.”


스무 명의 사내다운 전사들이 급속도로 얼음처럼 굳어 버렸다.

그러다 이내 미친 듯이 눈알을 굴리기 시작했다.

어쩌면 좋을지 고민하는 모습들이 사뭇 진지하고 엄숙해 보여, 감상하던 하지운도 경건하게 침묵을 지켜 줬다.


줄곧 엎드려 있던, 의지가 굳세 보이던, 청년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구, 궁금한 것이 뭐냐? 다 말해 주겠다! 제발 사람답게 죽여 다오! 이 미치광이야!”

“저런! 넌 사내들끼리의 사랑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놈이구나! 스무 놈이나 상대해야 할 텐데... 너... 불쌍해서 어떡하지... 나 눈물 날 거 같아...”

“다 말해 준다니까! 이 미친 악귀 놈아! 사람 말이 들리지 않는 것이냐? 뭐가 궁금하냐고!”

“기회는 한 번 뿐이다. 내가 질문을 건네는 즉시 대답해라. 조금만 꾸물거려도 한 놈이 추가된다. 지어낼 생각하지 마라. 반복해서 물을 것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면, 쉴 틈 없이 사랑받게 되겠지. 저 스물의 건장한 미남들이 보이지? 저들만이 아니다. 지금 숨어서 우릴 엿보고 있는 저 병신 같은 마흔 마리의 겁쟁이들도 추가다. 도합 예순 마리의 튼실한 종마들과 아름다운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럼 넌 어느샌가 다소곳한 숙녀가 되어 있겠지.”


하지운의 진솔한 의사 표현이 끝나기가 무섭게, 흉기를 든 마흔 명의 전사들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어제 자기 전에 올리고 자려 했는데...

 예. 축구 봤습니다... 축구만 보고 말았어야 했는데... 한 골 먹히고...

 빡쳐서 맥주도 한 잔 했습니다. 그러다 두 골 넣고 역전할 동안...

 한 골에 한 캔씩 땄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동안 술을 멀리하고 사느라,

 술이 많이 약해져 늦잠까지 잤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축구 본방을 보지 않고, 술도 다시 멀리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항상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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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23 g1******..
    작성일
    23.12.21 08:31
    No. 1

    음.. 독자들마다 다르겠지만, 전 여친(귀신)이랑 그렇게 대화하는 장면이 없었으면 좀더 편하게 볼수있었을거같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3 g1******..
    작성일
    23.12.21 08:31
    No. 2

    어쨋든 잘보고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최고길동
    작성일
    23.12.23 00:02
    No. 3

    의견 감사합니다. ^^ 요즘 히로인이 주인공의 행보에 방해가 되면 많은 독자분들이 극대노하신 다는 것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예 신분을 귀신으로 바꿔버린 건데... 하지만 여기까지 보셨으니 점점 느끼셨겠지만, 히로인의 대사가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원래 이렇게 의도했거든요. 초반에는 여친을 의지하지만, 갈수록 주인공이 혼자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이려고요. 그래도 잘보고 있으시다는 말씀에 가슴을 쓸어내립니다.ㅠ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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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마왕의 길 (5) 23.10.31 69 2 10쪽
103 마왕의 길 (4) 23.10.27 66 2 10쪽
102 마왕의 길 (3) 23.10.25 68 2 9쪽
101 마왕의 길 (2) 23.10.24 80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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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정진 (8) 23.10.10 83 3 10쪽
» 정진 (7) +3 23.10.08 89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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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인연 (13) 23.09.23 92 3 10쪽
85 인연 (12) 23.09.21 94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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