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아마곗돈의 서재입니다.

보은전사

웹소설 > 자유연재 > 전쟁·밀리터리

완결

아마곗돈
작품등록일 :
2022.11.07 17:07
최근연재일 :
2022.12.05 17: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2,437
추천수 :
2
글자수 :
310,481

작성
22.12.04 17:00
조회
31
추천
0
글자
12쪽

마지막 접선지

안녕하세요!




DUMMY

56. 마지막 접선지


“팍!”


그 소리가 들리기 전 나는 본능에 따라서 고개를 밑으로 숙였다. 총알이 내 머리 위의 시멘트 벽돌을 맞춰서 그 먼지가 내 머리를 거쳐 눈과 입으로 재처럼 뿌려졌다. 하마터면 제대로 미끼가 될 뻔했지만, 어쩌면 놈이 나를 가지고 놀려고 공포용으로 쏜 것일지도 몰랐다.


내가 몸을 숨기고 있는 곳은 겨우 사람 하나가 엎드려 있을 만큼의 높이만 남아 있는 시멘트 벽돌로 된 담장이었다. 머리만 내밀면 여차 없이 스콜피언의 먹이가 되고 마는 상황이었다.


고개를 숙인 채 곁눈질로 내가 나온 곳을 보니 창틀과 벽면 일부분만이 남아 있는 그 입구에는 드럼통이 굴러가서 멈춰서 있었다. 케이의 목소리가 유리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창문을 통하여 들려왔다.


“우르즈 형님! 저걸 집어쓰고 바깥으로 나가 봐요!”

“모, 못 해! 나, 난 못 한다고!”


벌벌 떠는 우르즈의 모습이 상상이 되었다. 그놈에게서 뭘 바랄 것이냐. 케이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저대로 있으면 안드릭 형님이 위험하다고요! 형님이 스콜피언의 시선을 돌려야 합니다! 어서요!”

“못한다고 했잖아!”


나는 기대도 안 했지만 놀려주자는 의미로 농담을 던졌다.


“우르즈! 뉴욕에서 소매치기 한번 해보고 싶다고 했잖아! 그러려면 그걸 쓰고 나와! 그럼 케이가 스콜피언을 잡을 거야!”

“아 씨! 내가 언제 그랬다고 그래요! 형님 땜에 미치겠다니깐!”


투덜거리는 우르즈의 목소리에는 갈등의 흔적이 역력히 묻어 있었다. 딱히 결정을 내릴 수 없을 때 보이는 그만의 특징이 담겨 있는 목소리였다. 그러할 때 의외의 목소리가 들려와서 나를 놀라게 했다.


“내가 할게요!”


아멜리아의 목소리였다. 나와 케이는 그걸 말렸다.


“그만둬!”

“나서지 말고 가만있어요!”


우리의 그 목소리 뒤로 화가 난 또 다른 목소리가 아멜리아를 꾸짖었다.


“저건 내꺼란 말이에요! 나보러 쓰라고 했는데 왜 나서요!”


우르즈였다. 결정을 내린 모양이었다. 쌔비는 말이 들어가야 용기가 나는 모양으로 대체 뇌 구조가 어떻게 된 녀석인지 알 수 없었다.


곁눈질로 보니 우르즈가 드럼통을 살살 안으로 가져가는 게 보였다. 케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르즈 형님! 혹시 모르니 소총을 등 뒤로 메고요, 우측에 있는 부서진 차 뒤로 가서 몸을 숨기세요!”

“알았어!”


하는 우르즈의 대답 소리에 이어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그의 출발 신호가 울렸다.


“나간닷!”


그런 소리와 함께 우르즈가 드럼통을 쓰고는 바깥으로 달려나오는 게 보였다. 그가 막 케이가 시킨 부서진 승용차 뒤로 몸을 숨길 찰나였다.


“팅!”


하며 총알이 드럼통의 쇠붙이에 맞는 소리가 내가 있는 곳까지 들려왔다. 그 동시 우르즈의 몸이 그 총탄의 힘에 의해서인지 아니면 탄환이 뚫고 들어가서 맞은 것인지 모르게 뒤로 발랑 쓰러져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우르즈!”


나는 안타까움으로 그를 불렀다. 그와 동시 나는 케이가 저격총을 겨누고 있는 틀만을 유지하고 있는 창문을 눈동자만을 굴려서 바라보았다. 대체 내가 어떠한 행동을 취해야 할지를 몰라서였다.


그런 순간 그 창문에서 불화살과도 같은 것이 솟구쳐 나오는 것이 아닌가. 내 눈동자는 그걸 따라서 움직였다. 하얀 연기를 뒤로 내뿜으며 날아가는 그것은 바로 로켓탄이었다. 케이는 저격총을 쏜 게 아니라 RPG를 쏜 것이었다.


그건 우리가 있는 곳에서 우측으로 50여 미터쯤 떨어진 곳, 폭탄에 의해 2층 내부가 절반은 드러나 보이는 곳을 향하여 날아갔다.


“펑!”


로켓탄이 그 안으로 들어가서 명중하여 먼지 구름이 뽀얗게 일었다. 그와 때를 같이하여 케이가 창문을 뛰쳐나오면서 외쳤다.


“돌격!”


그는 민첩하게도 로켓탄이 터진 곳을 목표로 소총을 앞세워서 달리는 것이었다. 그러자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돌격!”


죽었거나 다쳤을 것으로 여긴 우르즈가 벌떡 일어나서는 등에 멘 소총을 앞으로 잡고는 케이가 달리는 곳으로 뛰는 것이 아닌가. 나는 잠시 잠깐 내가 허상을 보는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내 곁을 스쳐 지나가는 것은 분명 우르즈가 맞았다.


“돌격! 돌격!”


고함도 우렁차게 힘차게 달리는 그를 보고서 나도 벌떡 일어나서는 그의 뒤를 따르며 외쳤다.


“돌격 앞으로!”


나이가 있어 그런지 우르즈는 확실히 나보다는 빨랐다. 나는 금방 지쳐버려서 그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근 50여 미터를 달려서 2층 계단을 오를 때 안에서 총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타다다다당!”


나는 불안감과 긴장감에 휩싸였다. 그러다가는 곧 마음을 놓았다. 케이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형님. 그만, 그만 하세요!”


내가 그 안으로 들어섰을 때는 우르즈는 바깥이 훤히 내려다보일 만큼 전면의 벽이 완전히 무너져 버린 그 집의 거실 이곳저곳을 향하여 닥치는 대로 총을 쏘아대고 있었다. 그런 그의 얼굴은 기쁨에 넘친 것으로 늘 피로감에 젖어 있는 몰골이 아니었다. 봄날의 새싹처럼 윤기를 발하고 있었다. 그러한 상태로 그가 우리에게 외쳤다.


“형님! 내가 해냈어! 내가 해냈다고! 하하하! 케이야! 내가 해냈다고! 으하하하!”

“그래! 장하다!”


물론 우르즈가 이뤄낸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그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 그를 격려하였다. 케이가 다가가서 두 팔로 그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형님. 형님이 해냈습니다. 무척 용감했습니다. 축하합니다.”

“고맙다 케이야! 하하하하!”


그는 앙천대소하면서 케이를 끌어안은 채로 내게로 와서는 나마저 부둥켜안았다. 우린 셋이서 부둥켜안고는 모처럼, 아주 모처럼 기분이 좋게 웃었다. 그런데 왜 눈가에는 눈물이 맺히는지 몰랐다. 나만 그런 게 아닌 모양이었다. 우르즈의 눈가도 케이의 눈가에도 축축한 물기가 배어 있는 것만 같았다.


한바탕 웃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그 안을 살폈다. 아직도 먼지가 내려앉아 가는 그 집의 안방이라고 여겨지는 곳은 로켓탄에 맞아서 맞은 편 벽이 훤하니 뚫어져 있었다. 침대와 탁자와 가구들로 엄폐물을 만들어 놓은 그곳에는 우리 쪽을 저격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소련제 드라구노프(SVD) 저격소총이 떨어져 있었다. 저격수의 시신은 갈가리 찢겼는지 살점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붉은 피와 함께 털이 거뭇거뭇 나 있는 사람의 팔이었다. 오른팔로서 어깨에서부터 찢겨 나간 것으로 보였다. 그걸 케이가 집어 들어서 살펴보고는 끔찍하게도 나와 우르즈에게 내밀었다.


“보세요. 이놈이 스콜피언인 모양입니다. 전갈 문신이 있는 게 말입니다.”


그 팔뚝에는 파란색으로 그려진 4센티미터 가량의 전갈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자투조 조장이 말했었다. 놈에 대해서 알려진 것은 없고 다만 팔에 전갈 문신이 있기에 스콜피언으로 불린다는 것이다.


“그놈이 틀림없군. 옛 다! 네 공이 크니 네 상품이다.”


나는 그 팔을 우르즈에게 던져주었다. 그전 같았으면 겁먹은 얼굴로 그걸 피했을 텐데 우르즈는 씩씩하게도 그 팔을 잡고서는 트로피라도 받은 듯이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바깥을 내려다보니 우리가 있던 곳에서 일행이 조심스럽게 나와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그 뒤로는 피난민들도 나와서 기웃거렸다. 그들 쪽을 향하여 우르즈가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리면서 자랑스레 소리쳤다.


“내가 해냈다! 우르즈가 해냈다! 만세! 만세!”


나와 케이는 우르즈의 그 모습을 보고는 서로 씩 웃었다. 살인에 대한 자신감이 붙은 것인지 머리가 살짝 돌아버린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케이가 전진해도 좋다고 밑을 향해 손짓하였다. 아멜리아가 그런 그의 손짓을 올바르게 해석한 모양이었다. 그들이 팔을 흔듦과 동시 환호하였다. 곧 마을을 벗어나기 위해서 걸음들을 재촉하였다.


우리가 아래로 내려가서 일행과 합류했을 때는 세페의 모습이 보이지가 않았다. 내가 묻자 마르시아가 대답하는데 우습기만 한 내용이었다.


“먹은 것도 없는데 설사가 난다고 볼일을 보러 갔어요.”

“가지가지 하는군. 그냥 놔두고 우리끼리 갈까?”


내 말에 듀르지카가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치면서 턱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그 말을 들은 모양이네요. 마침 저기 오는 걸 보면 말이에요.”


세페가 부리나케 우리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


우리는 아르단 언덕을 향해 야트막한 산길을 걸었다. 시간은 02시에 가까웠다. 달은 밝고 나의 수심은 깊어만 갔다. 피난민과는 헤어져서 그들은 각자의 루트를 찾아갔다.


나는 루이스를, 케이는 밀리카를 등에 업고 갔다. 우르즈는 고무적으로 소총을 손에서 놓지 않고 앞장을 서기도 하고 맨 뒤에서 후미를 경계해 가며 오기도 했다. 전사가 또 하나 생긴 것이다.


아르단 언덕이 멀지 않았다. 여유 있게 도착해서 그곳에서 쉬면서 접선하기 위해 부지런히 걸음들을 옮겼다. 그때 케이가 가지고 있는 위성전화가 신호를 보내왔다. 케이가 그것을 받았다. 사방이 고요하여 상대 쪽에서 말하는 내용이 다 들렸다.


“일부 정부군의 동향이 그쪽으로 향하기 때문에 장소를 변경한다! 3차 접선지는 슬라보단 언덕 06시! 그때도 이와 같은 동향이 있을 시는 없던 일로 하겠다! 이상!”


전화는 또 일방적으로 끊겼다.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란 말이냐. 천신만고 끝에 접선장소에 왔건만 또다시 장소가 변경되고 말았다. 농락을 당하는 것 같기도 하여서 기분이 나쁜 점도 있었다. 세페가 케이에게 불뚱거렸다.


“그거 전화가 도청되는 거 아니오? 제대로 된 전화기를 달라고 하시지! 아무리 보위대에서 쓰던 거라곤 해도, 자국산이 좋아 봤자지!”


그의 말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 위성전화가 도청이 되기에 비밀이 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나만이 아니라 전부가 드는 모양이었다. 케이가 반격에 나섰다.


“이 전화기가 도청이 된다면 미군이 그걸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방공포 진지가 있나 없나 까지를 알고 있을 미군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 전화기가 안전하다는 것은 미군이 재차 접선 장소를 알려주는 것으로 증명되는 게 아닙니까?”

“맞아요! 이건 전화기 탓이 아니라 우리 중에 첩자가 있다는 증겁니다!”


아멜리아가 협공에 나섰다. 일견 그녀의 말이 맞는 것도 같아서 우리는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했다. 마르시아가 물었다.


“그게 누군데?”

“······!”


아멜리아는 입술을 꼭 다문 채 세페만을 노려보았다. 그건 곧 그가 범인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묵시적인 고발이었다. 그럴 만도 하였다. 세페와 그녀는 관계가 안 좋았다. 그러니 당연히 그에게 보복을 가할 수도 있음이었다. 기자단 3명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 나라 국민의 일이기에 나설 수가 없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한 사람, 아니 전체의 운명이 걸린 문제이기에 섣불리 누굴 거론하고 편을 들기가 두렵다고 여기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천상 내가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자, 자! 아멜리아도 속이 터지니까 그러는 거지 뭐. 우연히 파트릭군이 우리가 접선하는 곳으로 모여들 수도 있지 않겠어? 이번 3차 접선지에 가보면 명확해질 거야. 이번은 틀림없다고. 가자고!”


듀르지카와 마르시아와 우르즈가 내 말에 찬성하면서 내 뒤를 따르니 나머지도 이의 없이 행보를 옮겼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보은전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7 보은전사(마지막) 22.12.05 35 1 13쪽
» 마지막 접선지 22.12.04 32 0 12쪽
55 저격 마을 22.12.04 27 0 13쪽
54 접선 22.12.03 27 0 12쪽
53 자유를 위한 선물 22.12.03 26 0 12쪽
52 구출 22.12.02 29 0 12쪽
51 구조의 길 22.12.02 26 0 12쪽
50 갱, 보위대를 치다 22.12.01 28 0 12쪽
49 보스의 등장 22.12.01 29 0 12쪽
48 갱단을 만나다 22.11.30 26 0 12쪽
47 체포가 되다 22.11.30 24 0 12쪽
46 지도자의 길 22.11.29 31 0 12쪽
45 일심동체 22.11.29 26 0 12쪽
44 여전사 22.11.28 26 0 12쪽
43 철없는 다툼 22.11.28 27 0 12쪽
42 나팔수의 눈물 22.11.27 28 0 12쪽
41 협상 22.11.27 25 0 12쪽
40 빛이 동방에서 오듯 22.11.26 27 0 12쪽
39 독 안에든 신세 22.11.26 27 0 12쪽
38 캘리포니아 드리밍 22.11.25 29 0 12쪽
37 고성(古城) 22.11.25 29 0 12쪽
36 육박전 22.11.24 28 0 12쪽
35 지옥의 숲으로 22.11.24 26 0 12쪽
34 무덤 22.11.23 26 0 12쪽
33 도발 22.11.23 28 0 12쪽
32 사냥감을 기다리는 사자처럼 22.11.22 30 0 12쪽
31 허를 찔러라 22.11.22 29 0 12쪽
30 브라키아의 참상 22.11.21 28 0 12쪽
29 브라키아의 총성 22.11.21 30 0 12쪽
28 한국군의 의리 22.11.20 36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