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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곗돈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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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아마곗돈
작품등록일 :
2022.11.07 17:07
최근연재일 :
2022.12.05 17: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2,438
추천수 :
2
글자수 :
310,481

작성
22.11.23 17:00
조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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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무덤

안녕하세요!




DUMMY

34. 무덤


“와하하하! 우리가 잡은 거야?”


나는 너무나도 기분이 좋아서 외쳤다.


“그렇습니다! 별것 아니군요!”


케이도 기분이 좋게 외쳤다. 원인이야 어찌 됐든 총탄으로 헬기를 잡았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니었다. 마치 낚시에서 대어를 낚은 것과도 같은 기쁨이 넘쳐났다. 그런데 무척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파바박! 틱-팅! 핑!”


뭔가가 차체를 스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콩알이 부딪치는 소리와도 같은 것이 사이드미러로 살피니 승용차 2대가 바짝 따라붙으면서 총을 쏘고 있었다. 아마 호텔로 들이닥쳤던 보위대원들의 차가 아닌가 싶었다.


나는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앞서 가는 차들의 사이사이를 뚫고 달렸다. 그럴 때 케이는 조수석의 의자 등받이를 넘어서 뒷좌석으로 옮겨갔다. 좌측 창문을 내린 그는 토카레프 권총을 빼 들어서 총구로 우릴 따라오는 차들을 겨냥하면서 쏘았다.


“탕탕탕!”

“파박! 팅팅!”


놈들이 쏘는 총탄이 우리 차에 박히는 소리가 끔찍하기만 하였다.


“속도를 늦춰 봐요!”


속도를 늦추라니. 놈들의 차가 우리의 차 뒤꽁무니에 바짝 붙어있는 상황인데 말이다. 나는 불안한 심사임에도 케이의 말을 쫓아서 속도를 늦췄다.


놈들의 차 한 대가 우리의 차 옆으로 바짝 붙었다. 룸미러로 보니 뒷좌석의 케이가 상체를 등받이에 깊이 묻는 동시 나에게 외쳤다.


“형님! 등받이를 젖혀서 누워요!”


나는 그 말을 쫓아서 좌석 등받이를 뒤로 길게 젖히면서 눕다시피 하였다. 그럴 때 우리의 차를 추월할 듯 붙었던 놈들의 차 조수석에 탄 놈이 내가 있는 쪽으로 권총을 겨누는 것이 보였다.


“탕탕!”


한 발 앞서 케이의 권총이 불을 뿜었다. 그의 총구는 곧 조수석 옆에서 운전하는 놈에게로 향하여 또다시 불을 뿜었다.


“탕탕!”

“끼이이익!”


나는 브레이크를 잡으며 속력을 늦출 수밖에 없었다. 케이의 총에 맞은 운전석의 놈이 우리의 차가 있는 쪽으로 차를 밀어붙이면서 죽었기 때문이다. 우리 차가 속력을 늦추자 그 차는 그대로 우리 차를 비켜나서는 옆 차선에서 따라붙던 자기 동료의 차를 들이받고야 말았다.


“끼이익! 우당탕탕!”


두 차가 엉켜서 미끄러져 나가다가는 주변에서 달리던 차들과 이중 삼중으로 추돌을 벌였다. 희열이 느껴지면서 뿌듯한 감이 들었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도 느끼기도 전에 우리의 차 옆으로 총탄 세례가 퍼부어졌다. 무슨 일인가 하여서 하늘을 올려다볼 찰나 시커먼 물체가 홱 지나가면서 요란한 소리를 내었다.


“푸다다다다다!”

“검은 까마귀예요!”


케이가 외쳤다. 내 시야에서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시꺼먼 물체는 검은 까마귀 MI-17-BC 헬기였다. 그 헬기가 선회해서 다시 우리 차를 향하여 날아왔다. 나는 지그재그로 차를 몰아나갔으나 왕복 10차선 도로에는 차가 점점 많아지는 것이 피할 수 있는 공간적 여유가 적었다.


“파바바바박!”


헬기가 날아들면서 우리 차를 향하여 기관총을 쏘았다. 다행히 실탄들이 옆으로 스치고 지나갔지만, 또다시 선회하여 올 때는 영락없이 사살되고 말 것 같았다. 왜냐하면, 점점 차들이 많아지고 속력들이 느린 것이 앞에 톨게이트가 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뒤쪽에서 들려온 헬기와 기총소사에 놀란 운전자들이 차에서 내려 도망을 치는 등 톨게이트 앞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여 차로는 전진할 수가 없었다.


“형님! 내려요!”


어느새 케이는 소총과 내 것을 포함한 배낭 두 개를 든 채 뒷좌석에서 내려서 있었다. 나는 허리춤의 권총을 확인하면서 재빨리 운전석에서 내렸다.


“저쪽으로 요!”


케이가 앞장서면서 손으로 좌측을 가리켰다. 그곳은 갓길 끝으로 1미터 높이의 가드레일이 도로와 들판의 경계를 구분 지었다.


우리가 가드레일을 넘어서 질퍽한 들판을 달리는 것이 검은 까마귀에서도 똑바로 내려다보일 것이다. 그 헬기는 우리를 따라오면서 기관총을 쏘았다. 그 총탄이 우리 사이로 떨어지면서 진흙탕이 튀어 올랐다. 그건 어마 무시한 공포를 몰고 왔다.


나는 케이를 따라서 지그재그로 달렸다. 뚱뚱한 몸으로도 기관총에 맞아 죽을까 봐 달리는 속도는 나 자신을 놀라게 할 정도로 빨랐다.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일 뿐 다른 사람이 봤다면 곰이 뛰는 것으로 여길 것이다.


마침 굴다리라고 하는 토끼굴이 있었다. 우리가 차를 타고 달려왔던 왕복 10차선 도로 밑으로 뚫어 놓은 차 한 대가 지나다닐 수 있는 넓이였다. 케이가 먼저 그 안으로 들어가서는 서서 쏴 자세로 헬기를 향하여 소총을 겨눴다. 그동안 헬기에서 쏘는 기관총 탄알이 기진맥진해서 달리는 내 주변으로 날아들었다. 이대로 죽는 건 아닌가 싶었다.


“타타타타타!”


케이가 쏘는 소총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어가면서 난 골인 지점에 도달한 마라토너처럼 토끼굴 안으로 들어서는 동시 허리를 숙이면서 숨을 골랐다. 그것도 잠시였다. 케이의 손이 내 팔을 잡더니만 안으로 잡아끌며 외쳤다.


“뛰어요!”


난 영문도 모른 채 그가 잡아당기는 대로 토끼굴 안으로 더 뛰어들어갔다.


“꽈 쾅!”


폭음 소리가 나면서 뜨거운 열기가 폭풍처럼 밀려와 우리의 등을 떼밀었다. 그 힘에 우린 갈대처럼 휘청거리며 안으로 날다시피 떠밀려서는 바닥을 뒹굴었다. 더듬어보니 헬기가 기총소사와 함께 토끼굴을 향해 로켓탄을 쏜 것이었다. 그 바람에 우리가 들어왔던 토끼굴 입구의 한쪽 콘크리트 벽면이 무너져 내려서 마치 바위산이 막고 있는 듯했다.


케이가 반대편 출구로 달리기에 나도 따라서 달렸다. 위가 왕복 10차선 도로였기에 굴다리의 길이는 제법 멀었다. 반대편 출구로 나와 보니 헬기가 비가 내리는 회색빛 하늘을 높이 올랐다가는 이쪽으로 나올 줄 알았다는 듯 막 선회하고 있었다. 매가 병아리를 채이듯 곧 이쪽으로 달려들 기세였다. 케이가 외쳤다.


“형님! 저쪽 숲으로 뛰어가세요!”


우리가 달려온 토끼굴 건너편은 울창한 숲이었다. 30여 미터에 이르는 그곳으로 뛰라는 것인데 침이 말라 갔다. 헬기는 이쪽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말이다.


“타타타타타!”


케이가 헬기를 향하여 총을 쏘았다. 엄호사격을 해주는 것이다.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나는 숲이 있는 곳을 향하여 사력을 다하여 달렸다. 헬기에서 쏘는 기관총탄이 나인지 아니면 케이를 향해서 인지 날아들었다. 거기다 로켓탄까지 가세하였다. 다행히 내가 목표는 아닌 모양이었다.


내가 숲에 이르러 썩은 나무가 쌓인 참호와도 같은 엄폐물로 뛰어들어 물에 빠진 생쥐 꼴로 케이가 있는 쪽을 바라보니, 토끼굴이 로켓탄에 맞아서 그 입구도 무너져 내렸다. 더불어 그 위의 도로 쪽에서는 중앙방위사령부 병사들이 쏟아져 내려오고 있었다. 그걸 보니 절망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헬기가 선회하기 위해 하늘로 날아오를 때 케이가 앞에총 자세로 내가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 날렵하면서도 빠른 발놀림이었다. 그가 가까이에 이르러서는 홈을 향해 뛰어드는 야구선수처럼 몸을 날렸다. 흙탕이 튀면서 그의 몸과 내 몸이 엉켰다. 곧 우린 흙탕 속에서 자세를 바로 하였다. 그가 고개를 들어 사태를 살피는 듯하다가는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벗어서 던져버렸다. 그걸 보니 나는 웃음이 나왔다. 이 판국에 그것들이 얼마나 불편했을까나. 눈뜬장님에다가 산소 호흡기를 끼고 있는 기분이었을 테니 말이다.


헬기가 우리가 있는 쪽의 하늘 위에 머물러 있었다. 케이가 포복으로 몸을 살살 움직였다.


“가요.”

“저게 내려다보고 있잖아?”

“숲 때문이기도 하지만, 흙투성이 몸들이라 잘 보이지가 않을 겁니다.”


가을이라지만 아직 나뭇잎은 상당수가 건재하였다. 그랬기에 빽빽한 나무 숲 속에 있는 우리의 모습이 헬기에서는 잘 포착이 되지 않아서 무작위로 기관총을 쏴대고 있었다.


경찰시절 헬기를 타봤었는데 숲 속에 있는 것은 사물을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지금도 그와 같은 상황일 것이다. 더군다나 비는 내리고 다행히 숲은 계속 이어져 있었다. 우리는 일어나서 숲 속을 달리다가 간혹 헬기의 눈에 띄어서 기총소사를 받고는 하였다.


겨우 따돌렸다 싶었다. 하지만 헬기 소리는 계속하여 하늘 위에서 맴을 도는 게 대수도 더 늘어난데다가 전투헬기까지 동원된 것 같았다. 그건 그렇다 치고, 약간 지형이 높은 숲속 나뭇가지 사이로 아래를 내려다보니 수많은 보병이 우비를 입은 채 수색을 벌이고 있었다.


“숨어 있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디에?”


케이의 말에 내가 묻자 그가 주변을 둘레둘레 살피며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무덤을 파서 땅속에 숨어야지요.”

“땅속에? 죽어서나 갈 곳에 숨자고?”

“맞습니다. 미리 가보는 것도 괜찮겠지요.”


이어서 그는 경사가 진 곳의 굵고 긴 고사목들이 엉켜서 지붕을 드리우고 있는 곳으로 갔다. 부근에서 땅이라고는 그곳이 만만해 보였다. 그가 그런 땅을 대검으로 곱게 파내기 시작하였다. 특히 풀들을 고이 다루는데 그것들은 따로 옆으로 얌전히 옮겨 놓았다. 그런 다음 흙을 본격적으로 파내기 시작하여서 그 흙들을 벗어 놓은 트랜치 반코트 위에다가 담는 것이었다.


그는 흙들이 수북이 담긴 코트를 들고는 그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버리고 왔다. 상황을 추측하자니 땅을 팠다는 흔적을 남기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비로소 나도 면이 날카로운 돌멩이를 가지고 적극 땅을 파는 것을 도와 두더지 굴과도 같은 참호가 겨우 완성되었다.


그 위에 나뭇가지들을 얼기설기 걸쳐서 흙과 풀들을 덮어 치장한 다음 우리는 코트를 깐 그 속에 배낭을 베고 쪼그려 누웠다. 비록 관속엔 들어가지 않았지만, 비는 맞지 않는 그럴듯한 무덤이 완성하였다. 내 생각으로는 문외한이 봤을 때는 사람의 흔적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흙과 풀을 덮고 편하지 않게 누워있자니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케이가 나뭇잎 속에 숨어 있던 것이 떠올랐다. 그는 이런 위장에 특성화가 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이런 위장은 적과 싸운다기보다는 숨거나 도망을 치려는 방편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은밀한 작전을 수행하는 특수부대원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다행히 군견소리는 들리지가 않았다. 우린 대화도 나누지를 못하였다. 서로 상념에 잠긴 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자니 병사들의 두런거리는 소리가 밑에서 들려왔다. 각자 거리를 둔 채 수색을 벌이는 모양이었다.


“벌써 도망쳤을 거야.”

“그럼. 이 넓은 숲에서 도망칠 곳이 어디 한두 군데인가.”


두 놈이 이런 대화를 나눠가며 우리가 있는 곳을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그러다가는 곧 뜨듯한 물이 내 머리 위로 스며드는 것이 아닌가. 물을 것도 없이 두 놈이 고사목을 겨냥하여 소변을 보는 것이었다. 오줌을 더 싸다가는 내 위에 덮은 흙과 풀들이 쓸려 내려가 내 머리가 드러날 것만 같은 위기에 봉착하였다. 시간이 매우 급하여 흙을 두텁게 않게 덮어서 불안한 가운데 다행히 오줌발이 가늘어지면서 뚝 그쳐 나갔다.


“야! 거기서 뭐 해! 빨리 안 움직여!”

“알았습니다! 가고 있습니다!”

“에이, 오줌도 못 싸냐 짜식아.”


지휘관의 재촉에 두 놈은 구시렁대면서 움직였다. 습기를 머금은 풀들이 두 놈의 군홧발에 눌리고 스치는 소리가 내 귀에는 생생히 들려왔다.


나는 그 상태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케이가 움직이지를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전문가가 꼼짝 않고 있는 건 뭔가가 있기 때문일 것으로 보고 전적으로 그의 행동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한데 어이없게도 코를 고는 듯한 소리가 들리지를 않는가. 다시 귀를 집중하니 그건 분명 사람이 곤할 때 고는 코골이 소리가 분명하였다. 참으로 대범한 것인지 아니면 신경이 무딘 것인지 알 수가 없는 놈이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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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일심동체 22.11.29 26 0 12쪽
44 여전사 22.11.28 26 0 12쪽
43 철없는 다툼 22.11.28 27 0 12쪽
42 나팔수의 눈물 22.11.27 28 0 12쪽
41 협상 22.11.27 25 0 12쪽
40 빛이 동방에서 오듯 22.11.26 27 0 12쪽
39 독 안에든 신세 22.11.26 27 0 12쪽
38 캘리포니아 드리밍 22.11.25 29 0 12쪽
37 고성(古城) 22.11.25 29 0 12쪽
36 육박전 22.11.24 28 0 12쪽
35 지옥의 숲으로 22.11.24 26 0 12쪽
» 무덤 22.11.23 27 0 12쪽
33 도발 22.11.23 28 0 12쪽
32 사냥감을 기다리는 사자처럼 22.11.22 30 0 12쪽
31 허를 찔러라 22.11.22 29 0 12쪽
30 브라키아의 참상 22.11.21 28 0 12쪽
29 브라키아의 총성 22.11.21 30 0 12쪽
28 한국군의 의리 22.11.20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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