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아마곗돈의 서재입니다.

보은전사

웹소설 > 자유연재 > 전쟁·밀리터리

완결

아마곗돈
작품등록일 :
2022.11.07 17:07
최근연재일 :
2022.12.05 17: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2,440
추천수 :
2
글자수 :
310,481

작성
22.11.28 17:00
조회
27
추천
0
글자
12쪽

철없는 다툼

안녕하세요!




DUMMY

43. 철없는 다툼


텁석부리와 그 동료 두 명이 점심으로 딱딱한 빵과 커피를 가져와서는 비밀의 문이 곧 뚫릴 것이라고 하였다. 우리는 고무적이 되었다. 그렇지만 우비싸는 그때까지 기다려주지를 않았다. 점심을 아직 다 먹기도 전에 경고하듯 포탄 서너 발이 해자를 때리고 들었다.


“슈~우!”

“펑!”


우비싸가 마음을 먹고 밀고 들어오기는 우스운 일이었다. 그 옛날이야 해자가 훌륭한 방어막이었겠으나 현대에서는 하수구에 불과한 것이다.


피란민들은 비밀의 문을 뚫는데 동원이 되어서 지하에 있기를 다행이었다. 케이가 여자들과 아이들에게 지하로 대피하라고 일렀다. 듀르지카와 마르시아가 여자들을 이끌 때, 이변을 보이는 광경이 펼쳐졌다. 여기에 남겠노라고 고집을 부리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밀리카였다.


“밑에는 아버지가 있으니 저는 여기에 있겠습니다.”

“나도 누나랑 있을 거야!”


루이스마저 그랬다. 당돌함 들을 보이고 있었다. 밀리카의 불만에 찬 시선은 계속 케이를 쏘아 보고 있었다. 그 태도만으로도 뭐가 못마땅한지를 알 것 같았다. 그걸 직시한 케이가 그 이유를 물었다.


“왜? 나 때문에 여기에 남겠다는 거니?”

“네! 저 앵커 언니를 울게 하였잖아요! 아직 사과하지 않았어요!”


나는 속으로 실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격변을 겪어서 성숙한 면모를 보이는 것으로 봤는데 역시 어린애였다. 밀리카의 눈에는 아멜리아가 화려한 앵커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텔레비전에서 늘 대해왔기에 그 미모와 그 부드러운 목소리가 어린 영혼을 잠식했을 뿐 어떤 내용을 지껄였는가는 소녀에게는 중요치가 않을 것이다.


“아니야. 언니가 잘못했기에 저분이 혼내준 거야. 사과하지 않아도 돼.”


의외의 대답이 아멜리아의 입에서 나왔다.


“언니가 잘못했다고요? 뭘 잘못했는데요?”

“여러 가지로. 아직은 네가 이해하기가 힘들 거야.”

“그래요? 그럼 화해하세요. 그럴 수 있죠?”


맹랑하게도 밀리카는 그런 제의를 하였다. 아멜리아가 케이의 눈치를 살폈다. 선뜻 자기가 화해하자고 손을 내밀 수가 없어서 보이는 쑥스러움이었다. 그러자 케이가 우측 손에든 소총을 좌측 손으로 넘겨잡으며 그 손을 내밀었다.


“본의 아니게 여러 가지로 그리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제, 제가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제정신을 찾게 해주셔서. 은인이십니다.”


박수 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의 화해를 축하하는 일행의 박수였다. 그걸 보고 나는 슬쩍 세페에게 속삭였다.


“당신도 화해하는 게 좋지 않아?”

“그럴 생각 없어. 사람의 성격은 바뀌지가 않는 법이야.”

“속 좁게 굴기는. 까다로운 성격도 좋은 건 아니야. 단체를 위해서 풀자는 거지.”


그러할 때 케이가 밀리카와 루이스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는 한편, 돌계단 쪽으로 이끌었다.


“자! 여기는 위험하니 어른들을 모시고 지하로 내려가 있어.”


하며 아멜리아를 향해서도 아래로 내려가라고 손짓하였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변명 아닌 변명을 하였다.


“파코반과는 이념적인 동지였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어요. 그리고 보위사령관을 잡으려고 라스 씨를 노렸다는 여러분의 추측은 사실입니다.”


진실을 말해줘서 고맙다는 듯 케이가 손가락 두 개를 이마에 붙어서는 익살스러운 경례를 올렸다. 이 어색하고도 위급한 순간에 말로 대꾸하는 것보다는 그게 실용적이리라. 스칼렛이 격려의 말을 던졌다.


“정치적으로 밀린 것뿐이니 용기를 잃지 마세요. 당신은 그들보다 월등한 세계 언론을 등에 지고 있어요. 이 나라를 떠나서 당신을 이용한 자들을 비판하는 길만이 나라를 위함입니다.”

“고마워요······.”


아멜리아는 진심으로 감사한 모습을 보였다. 개심한 사람의 얼굴은 보기만 해도 그걸 느낄 수 있을 만큼 밝은 빛으로 가득 차게 됨을 알았다. 그러나 그건 또 다른 그녀의 결심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저도 여기에 남아서 저놈들과 싸우겠어요! 제가 총을 든 걸 보면 저놈들이 놀랄 겁니다!”

“뭐, 뭐예요?”


모두가 얼떨떨함을 보였다. 유치하게도 밀리카의 행동을 보고서 따라 하는 것은 아니리라. 다시 그녀를 살피니 생사를 초월했기에 평온하고도 활기차게 보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게도 총을 주세요! 권총은 쏠 줄 알아요!”


그녀가 케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가 이마에 주름을 잡아가며 곤란함을 보였다.


“무기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승대가 오면 얻어 주지요. 그러니 우선은 지하에 가서 기다려요.”

“싫어요! 여기서 저놈들을 상대하겠어요!”


아멜리아는 고집을 부렸다. 지금 이러고 있을 여유가 없는데 말이다. 철없는 만용을 보이는 것인가. 그러고 보니 혹시 총기를 얻는 즉시 자살이라도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기도 하였다. 자포자기의 마음으로 우선 겉모습을 밝게 보이면서 생을 마감하려는 의도가 있을지도 몰랐다.


“좋아요.”


케이가 자기의 옆구리에 차고 있는 토카레프를 빼내어서 권총 손잡이를 그녀 쪽으로 내밀었다.


“케이!”


나는 그걸 말리려고 그를 불렀다. 하나 늦어 있었다. 그 권총 손잡이를 아멜리아가 잡았다. 희고 고운 그녀의 손에 잡힌 그 총의 총구가 우려했듯이 서서히 케이에게로 향했다.


순간 케이의 얼굴은 돌같이 굳어졌지만, 아멜리아의 입가 끄트머리에는 조소가 넘쳐흘렀다. 역시 타고난 성정은 변하지가 않는 것인가. 따지고 보면 이 자리에서 그녀에게 가장 미운 사람은 케이일 수 밖에 있었다. 그녀를 무시하고든 게 어디 한두 번이던가. 수류탄을 손에 쥐여 준 것도 그렇고······.


굳은 표정을 풀며 어이없음의 한숨을 내쉬던 케이가 이마에 주름을 잡아가며 능글맞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가 예전에 라스가 겨눈 권총을 번개처럼 채려다가 오발이 되어 총소리가 들리게 한 것처럼 그녀의 총을 낚아채려나 싶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우리나라의 속담에 싸우면 친해진다는 말이 있지요. 우리 그동안 많이 싸웠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저에 대한 감정이 많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닙니다. 나중에 실컷 앙갚음하게 해드리지요. 자, 총구의 방향은 저쪽입니다.”


케이가 그녀가 든 권총의 총구를 손으로 살짝 잡아서 성 바깥으로 돌리자 그녀는 순순히 따랐다. 그러면서 상큼하게 웃으며 한마디 하였다.


“미국에 가서 따지기로 하겠어요.”

“휴!”


모든 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놀랬잖아!”

“케이 오줌 쌌겠네!”


듀르지카와 마르시아가 한마디씩 하고는 아이들과 여자들을 이끌 때, 우르즈도 그 대열에 합류하려고 하였다.


“우르즈! 넌 이리 와야지!”

“저, 저는! 그, 그게······. 아멜리아가 대신 남잖아요!”

“하하하하!”

“호호호!”


잔뜩 불안에 구겨진 얼굴과는 달리 그는 일행에게 웃음을 선사하였다. 겁에 잠겨 있는 놈보다는 그녀가 날 것도 같았다.


“알았어! 가봐!”


나는 내 쫓듯 손을 휘둘렀다. 그들이 내려가자마자 비로소 케이는 심각성을 보였다. 그곳에 남은 사람은 나와 케이와 아멜리아와 세페와 캐나다 사진기자 윌리엄이었다.


“시간을 더 끌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아무래도 제가 성문 바깥으로 나가봐야 하겠습니다.”

“네가 내려가서 뭘 어쩌겠다고?”

“요구를 안 들어주면 아멜리아를 너희가 보는 앞에서 처형할 것이라는 거짓을 해보죠. 생면부지의 동양인이 그러면 다시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겠어요? 그렇게라도 해서 시간을 벌어야지요.”

“그럴 놈들이 아니야.”


케이의 말에 내가 그리 대꾸하자 아멜리아가 자기의 결심이 담긴 의견을 내놨다.


“그렇게 하도록 해요. 아예 저를 인질로 삼아서 데리고 나가세요. 이렇게 여기에 총을 겨누고요.”


그녀는 손에든 권총의 총구를 자기의 관자놀이에다가 대었다. 영화를 자주 본 모양이었다. 윌리엄이 부정적으로 나왔다.


“그런다고 놈들이 속아 넘어갈까요? 외려 두 사람을 잡아서 인질로 삼지 않을까가 걱정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협상을 벌이자고 해야 할 판이야. 내가 나가서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할 게. 의견이 엇갈린다고 말이야.”

“그것도 무리예요. 속지 않을 겁니다. 제가 얘기한 방법이 최고예요.”


아멜리아는 마치 죽기를 자청한 듯 혹은 복수의 화신이 된 것인지 자기의 방법을 고집하였다. 이렇게 설왕설래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자승대가 올 때까지나 아니면 비밀의 문이 뚫릴 때까지 버티고 있을 방법에는 뭐가 있을까. 이 인원으로 저들을 저지한다는 것은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성벽에 숨어서 망원경으로 성 아래를 관찰하던 케이가 군인다운 방법을 제시하였다.


“저들 뒤로 장갑차 대대가 있습니다. 저걸 한대만 폭파시켜도 놈들은 자승대 특공대가 온 걸로 알고 뒤를 신경 쓸 것입니다. 제가 후방을 교란하고 오겠습니다.”

“네가?”

“당연하지요. 누가 또 있나요?”

“저요! 저도 같이 가겠어요!”


죽지 못해 환장한 것처럼 이번에도 아멜리아는 자청하고 나섰다. 이 현실이 애들 장난인 줄로 알고 있나 하는 의아심마저 들었다. 나는 그녀의 의도가 어떤지는 몰라도 그걸 차단하고자 하였다.


“그럴 게 아니라 나랑 같이 가자.”

“형님은 여기 남아서 상황을 주시해야지요. 그리고 저 혼자서 갔다 와도 됩니다.”

“미안합니다. 저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되네요.”


우리의 그러한 다툼에 윌리엄이 미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로가 죽기를 자청하는 꼴인데 총이나 쏴봤을지가 의심인 그의 맘이 편치 않을 건 자명한 노릇이었다.


“그리 말씀하시면 저는 어쩌란 말입니까. 염치가 없는 사람이 되지 않소.”


샐쭉한 표정으로 세페가 윌리엄을 째려보았다. 서장이란 자가 아멜리아는 둘째로 치고 캐나다인 윌리엄보다도 사태 파악에 미온적이다. 자기의 일이 아니면 관심을 끊고 오로지 수동적으로만 살아온 삶이 몸에 굳어진 모양이다.


“서장이란 자가 이럴 때 나서야 마땅하잖아.”

“서장은 무슨? 잘려서 딴 놈이 으스대고 있을 텐데. 제길! 이웃을 잘 만나야 평온한데 말이야.”

“날 두고 하는 말이야?”

“그게 아니라, 세상 사는 이치가 그렇잖아. 나쁜 친구 사귀어서 패가망신하는 그런 경우 말이야. 안드릭은 친구가 아니라 후배잖아.”

“그 말이 그 말이잖아! 말이 나와서 하는데, 내 신세를 망쳐 놓은 게 누구야?”


나는 턱을 추켜 올려가며 세페에게 따지고 들었다. 윌리엄은 자기 때문에 일이 커진 것 같은지 안절부절의 모습을 보였다. 케이와 아멜리아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건만 치밀어 오르는 성질을 주체치 못한 나는 어느새 세페와 철없는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멜리아가 한 성깔을 보였다.


“위선을 뒤집어쓴 이 무능력한 인간! 너 같은 인간이 할 말은 안 하고 몸을 사리니 파트릭 같은 살인마가 생기는 거라고! 회개할 줄도 모르는 인간은 죽어야 해!”


그리 소리면서 그녀가 권총의 총구를 세페에게로 겨누는 것이었다.


“왜, 왜 이래! 이 여자가 미쳤나!”


기절초풍할 정도로 놀라면서 세페가 내 등 뒤로 숨었다. 나는 내 등을 그녀의 정면을 향해 돌려가면서 외쳤다.


“쏴버려! 쏴버리라고!”

“왜 이래! 이러지 말라고! 내가, 내가 나가서 달래볼 게!”


내 뒤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세페를 떨어트리기 위해서 나는 그를 등으로 힘껏 밀어붙였다. 그 힘에 그는 그만 조그만 원탁과 함께 뒤로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그 바람에 원탁 위에 놓인 커피잔과 함께 소중한 송수신기 리시버가 부서지고 말았으니······.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보은전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7 보은전사(마지막) 22.12.05 35 1 13쪽
56 마지막 접선지 22.12.04 32 0 12쪽
55 저격 마을 22.12.04 27 0 13쪽
54 접선 22.12.03 27 0 12쪽
53 자유를 위한 선물 22.12.03 26 0 12쪽
52 구출 22.12.02 29 0 12쪽
51 구조의 길 22.12.02 26 0 12쪽
50 갱, 보위대를 치다 22.12.01 28 0 12쪽
49 보스의 등장 22.12.01 29 0 12쪽
48 갱단을 만나다 22.11.30 26 0 12쪽
47 체포가 되다 22.11.30 24 0 12쪽
46 지도자의 길 22.11.29 31 0 12쪽
45 일심동체 22.11.29 26 0 12쪽
44 여전사 22.11.28 26 0 12쪽
» 철없는 다툼 22.11.28 27 0 12쪽
42 나팔수의 눈물 22.11.27 28 0 12쪽
41 협상 22.11.27 25 0 12쪽
40 빛이 동방에서 오듯 22.11.26 28 0 12쪽
39 독 안에든 신세 22.11.26 27 0 12쪽
38 캘리포니아 드리밍 22.11.25 29 0 12쪽
37 고성(古城) 22.11.25 29 0 12쪽
36 육박전 22.11.24 28 0 12쪽
35 지옥의 숲으로 22.11.24 26 0 12쪽
34 무덤 22.11.23 27 0 12쪽
33 도발 22.11.23 28 0 12쪽
32 사냥감을 기다리는 사자처럼 22.11.22 30 0 12쪽
31 허를 찔러라 22.11.22 29 0 12쪽
30 브라키아의 참상 22.11.21 28 0 12쪽
29 브라키아의 총성 22.11.21 30 0 12쪽
28 한국군의 의리 22.11.20 36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