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아마곗돈의 서재입니다.

보은전사

웹소설 > 자유연재 > 전쟁·밀리터리

완결

아마곗돈
작품등록일 :
2022.11.07 17:07
최근연재일 :
2022.12.05 17: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2,439
추천수 :
2
글자수 :
310,481

작성
22.11.26 17:00
조회
27
추천
0
글자
12쪽

빛이 동방에서 오듯

안녕하세요!




DUMMY

40. 빛이 동방에서 오듯


얘기가 잘 되는 듯 시시덕거리면서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여 나가던 그들의 동선에 변동이 생겼다.


“탕! 탕!”


권총 소리가 들리면서 쥐새끼 두 마리가 인도교에서 해자로 풍덩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관자놀이를 향해 쏜 것이었다. 핏물이 맞은편 관자놀이로 분무액처럼 뿌려지는 현상을 보였다. 두 놈은 악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총을 쏜 주인공은 바로 우비싸였다. 미국제 권총 M1911A1을 레인 코트 안쪽 홀스터에다 꽂으면서 히죽 웃는 광경은 사이코를 연상시켰다.


뿌듯한 감에 사로잡힌 우비싸가 불룩하니 나온 배를 더 내밀면서 뒤쪽의 병사들을 향해 전진하란 손짓을 보이려고 할 때였다. 케이가 내게 소리쳤다.


“형님! 저쪽 성탑에 가서 도개교를 다시 올려버리세요!”


그는 내가 대답도 하기 전에 복면을 뒤집어쓰더니 벌떡 일어나서 성벽 아래 해자 중간쯤 인도교 쪽에 서 있는 우비싸의 무리를 향해 소총을 쏘았다. 거기에 수류탄도 던져 버렸다.


“타타타타타타!”

“꽝!”


나는 우비싸 일행이 혼비백산하면서 뒤로 후퇴하는 장면을 잠깐 내려다보고는 다리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기계가 설치된 성문 위의 성탑으로 달렸다. 그동안 케이가 쏘는 총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다.


나는 권총을 빼 든 채 기계실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탕!”


우선은 총 한 발을 쏜 다음에 외쳤다.


“다리를 올려! 어서 서둘러!”


그곳에는 두 놈이 있었는데 쥐새끼들인 모양이었다. 그 둘은 총소리에 기겁하다가는 아직도 옛날식으로 작동하게 돼 있는 나무로 만든 원형의 톱니바퀴를 손수 손으로 돌려가며 밧줄을 감아올렸다. 내 눈치를 살피며 벌벌 떠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어쩌다 먹고살기 위해 우비싸의 총에 맞아 죽은 놈들과 어울린 모양이었다. 창문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니 다리가 들어 올려지고 있었다.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이런 장치는 아직 운영되고 있었다.


케이가 쏘는 총탄을 피해서 다리 바깥으로 물러나 있던 우비싸 일행은 도개교가 서서히 올라가자 허겁지겁 달려들어서 그걸 붙잡으려고 점프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다 안 될 것 같으니까 사격명령을 내려서 성문과 성벽으로 총알이 빗발쳤다. 그러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몇몇 피란민이 달려들어서 육중한 판목의 성문을 닫아버렸다.


다리가 완전히 올려지고 나서 나는 케이가 있는 곳으로 갔다. 성안의 피난민은 우왕좌왕 술렁거렸다. 일부는 소심한 국민이 보이는 그런 겁에 질린 표정들로 돌계단을 밟아 가며 성벽로로 올라왔다. 그들은 우리 일행이 있는 원형의 성탑 앞으로 몰려들었다.


“지금까지 안전한 곳이었는데 당신들이 오고 나서는 이런 사태가 벌어졌소! 이걸 어쩔 것이오! 책임지시오!”


우리를 원망하는 성토가 벌어졌다. 그 반면 우리를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무렴 이분들이 아무런 생각도 없이 이러겠소! 다 방법이 있으니까 저놈들에게 대항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믿어봅시다!”


하면서 나를 쳐다보는데 나라고 뾰족한 수는 없었다. 나는 케이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는 검은 눈망울로 골똘한 생각에 잠겨 있다가는 당당히 자기의 생각을 밝혔다.


“우선은 시간을 끌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을 끌어줄 협상대상자가 필요하고요!”

“그게 누군데?”


그리 물으면서 나는 드라가나를 바라보았다. 협상대상자라면 그밖에 더 있을까 싶어서였다. 그건 나만의 생각이 아닌 모양이었다. 우리 일행은 심지어 아멜리아까지 의기양양 드라가나를 바라보았다. 그걸 짐작한 듯 드라가나는 엷은 미소를 머금은 채 담담하게 굴었다. 아마 자기 한 몸을 희생해서라도 여기 있는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다면 지난 잘못이 조금이나마 희석되리라고 여기고 있을 것이다.


그 반면 상황 판단이 가능하고도 남을 나이의 딸은 아버지를 바라보는 눈동자에 슬픔을 가득 담고 있었다. 말리지도 못하는 그 비애는 일찍 격변을 겪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도 루이스와 밀리카는 남매처럼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누이의 슬픔이 전이됐는지 루이스 또한 미간을 찡그린 채 언짢은 얼굴로 있다가는 한 손으로 케이의 손가락을 잡아서 흔들어대었다.


케이가 고개를 숙여 루이스를 내려다봤다. 그 애의 모습에서 케이는 과연 무슨 감정을 읽었을까. 그래서 그런가. 케이의 방법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저들이 가장 관심을 둘 사람은 드라가나 전 대통령이 아닙니다!”


그 소리에 피란민들의 웅성거림이 물결쳤다. 그 파장은 설마 그가 진짜 드라가나일 줄이야 몰랐다는 모습들이었다. 그들 역시 나처럼 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은 있으나 막상 대상이 눈앞에 존재해 있다는 것만큼 큰 부담감으로 작용하는 건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국민이란 이렇다. 대상이 앞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권력자들에게는 공손해지는 게 선함을 타고난 근본이다. 그 태생을 이용하는 게 위정자들이다. 꼭 위정자가 아니더라도 파트릭 정부가 외치는 ‘쇄신’을 좋아하는 자들이 국민의 근본을 부채질하기도 한다. 지금도 그랬다. 사람 대부분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있는데 반해 저 뒤쪽의 몇몇 사람은 따지고 들었다.


“뭔 소리여! 보위사 놈들이 바라는 게 드라가나가 아니면 누구란 말이여!”

“맞았어! 저 사람을 안 내보내면 우릴 몰살시킬 거란 말이다! 여러분! 저 무능했던 대통령 때문에 우리가 죽어야 합니까?”


그 불평불만은 금세 퍼져 나갔다.


“안 되지! 왜 우리가 죽어야 한단 말이야!”

“드라가나를 몰아내자!”

“와아!”

“나가라! 성에서 나가라!”


군중은 주먹을 추켜들면서 성난 사자처럼 굴었다.


“타타타타타!”

“쾅! 쾅!”


바깥에서 성 쪽을 향해 총을 쏘고 박격포를 쏘는데 성 안을 향해서는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 포탄은 해자로 떨어져서 물길이 치솟아 올랐다. 그걸로 보면 우비싸는 이런 내분을 바라며 심리전을 펼치는 것이리라. 그는 쥐새끼 두 마리의 정보로 이 성에는 드라가나와 특수군을 흉내 낸 동양인과 배가 나온 놈의 일행이 있는 걸로만 알고 있을 것이다.


군중의 일부는 성벽에 숨어서 바깥을 향해 백기를 흔들기도 했다. 이렇게 선한 자들의 단점은 귀가 엷다는 점이다. 누군가가 레일의 방향을 바꿔만 놓으면 그쪽으로만 달리는 철마와도 같다. 그럴 때 드라가나가 두 팔을 위아래로 흔들면서 그들을 진정시켜 나갔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을 위해 저 드라가나는 죽음의 길을 피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아서 여러분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성문을 열어주십시오!”


마음을 굳게 먹었는지 그는 병색이 완연한 얼굴에 애써 의연함을 보였다. 나 같아도 마지막까지 비굴했다는 세간의 평을 듣기 싫어서 그런 모습을 취했으리라. 그렇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군중이 모르는 것은 우비싸가 드라가나만 처단할 것이라고 믿는다는 점이다.


차라리 드라가나는 잡히는 게 나을 수가 있었다. 왜냐하면, 조사를 받기 위해 여기저기 끌려다니는 등 세계적으로 비중이 있게 다뤄지는 한편, 파트릭 정권에는 자기편으로 이용할 값어치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자기 나라의 정권이 싫어서 여기에 숨어 있었다는 죄명으로 어리석은 국민은 즉결 심판을 당할 수 있었다.


백기를 흔드는 것으로 총소리는 그쳤다. 그 반응에 고무됐는지 어떻게 말릴 수도 없이 사태는 급진전 되어 나갔다. 직접 드라가나를 잡아서 바깥으로 끌고 나가려고 군중은 좀비처럼 그에게 달려들 기세였다. 이대로라면 끌려나가기도 전에 몰매를 맞아 죽을지도 몰랐다. 군중심리란 누군가가 주먹으로 한 대 때리기라도 하면 덩달아서 따라 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사태를 말릴 사람은 케이 밖에는 없다고 여겼는지 이번에는 밀리카가 그의 손을 잡고는 흔들어대었다. 그럴 때의 그 애의 눈동자는 애잔한 것이 아버지를 걱정하는 빛이 가득하였다. 스칼렛 또한 이러한 사태에 당황한 나머지 케이를 향해 목이 메는 표정으로 주먹을 쥐어 보였다.


“탕!”


총소리가 울렸다. 케이가 권총을 빼 들어서 쏜 것이었다. 막 드라가나의 멱살과 고수머리를 되는대로 손으로 움켜잡은 사람들이 움찔 놀라면서 떨어져 나갔다.


“드라가나 전 대통령을 넘겨준다고 여러분이 안전할 거라고 보십니까? 그렇게 저들을 모르십니까? 여러분이 살 길은 최대한 시간을 벌어서 이 성을 탈출하는 겁니다!”


케이는 미간을 찡그려 가며 열변을 토하였다.


“제가 듣기에 이곳에서 가까운 곳에 자승대의 전진 기지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곳에 연락해서 도움을 청하는 겁니다! 이곳에 드라가나 전 대통령이 있다면 자승대는 기꺼이 달려올 겁니다! 어떤 게 좋겠습니까! 드라가나 전 대통령을 갖다 바친 다음 여러분의 목숨도 내놓는 게 좋은가, 아니면 최대한 상황을 지켜봐 가면서 자유를 얻는 게 좋은지 선택하십시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내가 생각했듯이 케이의 생각 또한 별반 틀리지가 않았다. 그러니 군웅의 생각 또한 우리와 크게 다르지는 않으리라. 그건 그의 의견에 이유를 달지 않고 자기들끼리 웅성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던 차 케이에게 힘을 실어 주는 자가 등장했다.


“저분의 말이 맞습니다! 우리가 드라가나 전 대통령을 바치고 성문을 열어준다고 해도 저들은 우리를 살려주지 않을 겁니다! 싸우든가 도망을 치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싸우다니! 무기도 없는 우리가 뭐로 싸운다는 말입니까?”

“그 말이 옳습니다! 더불어 독 안에 든 쥐새끼 꼴의 이 성에서 어떻게 도망을 친다는 말입니까! 날개가 있다면 그럴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비로소 살고자 하는 군웅의 외침이 들려왔다. 용기가 있게 선 듯 앞서서 케이의 편을 들고 나온 사람은 바로 쥐새끼의 일행 중 한 사람으로 우리를 감시했다가 케이에게 붙잡혔던 그 텁석부리였다. 그는 그다음으로는 대책이 없는지 케이를 바라보았다.


그런 긴박한 틈을 파고들어서 군중에게 케이를 영웅화시키는 사람이 있었다. 이럴 때 보면 두 사람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이가 아닐까 하고 여겨졌다. 그 사람은 바로 스칼렛이었다.


“빛이 동방에서 오듯 그곳에서 온 여기 이 케이 씨가 여러분을 이끌 것입니다! 이 케이 씨는 전장에 참여해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전사입니다!”

“와아!”


사람들이 함성을 질렀다. 이렇게 군중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 그녀가 진정한 투사로 보였다. 외국인이면서도 적극 이 나라의 내전에 관심을 보이지만, 아멜리아는 자국민으로서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것이다.


그 한편으로는 케이가 스칼렛의 할아버지 때문에 그녀를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녀에게 연민을 지니고 있기에 호감을 보이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였다. 한껏 추켜 올려진 케이는 겸손함을 보였다.


“여러분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기 드라가나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쳐야 합니다! 왜냐하면, 드라가나 전 대통령을 구출하기 위해서 자승대가 이 성에 관심을 보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케이는 단편적으로 들어왔던 이런저런 내용을 토대로 정확한 판단을 유추해내었다. 사실 자유승리대에게는 스칼렛을 비롯한 살아남은 기자단보다는 드라가나가 더 필요할지도 몰랐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보은전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7 보은전사(마지막) 22.12.05 35 1 13쪽
56 마지막 접선지 22.12.04 32 0 12쪽
55 저격 마을 22.12.04 27 0 13쪽
54 접선 22.12.03 27 0 12쪽
53 자유를 위한 선물 22.12.03 26 0 12쪽
52 구출 22.12.02 29 0 12쪽
51 구조의 길 22.12.02 26 0 12쪽
50 갱, 보위대를 치다 22.12.01 28 0 12쪽
49 보스의 등장 22.12.01 29 0 12쪽
48 갱단을 만나다 22.11.30 26 0 12쪽
47 체포가 되다 22.11.30 24 0 12쪽
46 지도자의 길 22.11.29 31 0 12쪽
45 일심동체 22.11.29 26 0 12쪽
44 여전사 22.11.28 26 0 12쪽
43 철없는 다툼 22.11.28 27 0 12쪽
42 나팔수의 눈물 22.11.27 28 0 12쪽
41 협상 22.11.27 25 0 12쪽
» 빛이 동방에서 오듯 22.11.26 28 0 12쪽
39 독 안에든 신세 22.11.26 27 0 12쪽
38 캘리포니아 드리밍 22.11.25 29 0 12쪽
37 고성(古城) 22.11.25 29 0 12쪽
36 육박전 22.11.24 28 0 12쪽
35 지옥의 숲으로 22.11.24 26 0 12쪽
34 무덤 22.11.23 27 0 12쪽
33 도발 22.11.23 28 0 12쪽
32 사냥감을 기다리는 사자처럼 22.11.22 30 0 12쪽
31 허를 찔러라 22.11.22 29 0 12쪽
30 브라키아의 참상 22.11.21 28 0 12쪽
29 브라키아의 총성 22.11.21 30 0 12쪽
28 한국군의 의리 22.11.20 36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