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쌍칼쌤 님의 서재입니다.

천명의 깃발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쌍칼쌤
작품등록일 :
2023.05.18 18:30
최근연재일 :
2023.07.19 07:00
연재수 :
122 회
조회수 :
34,735
추천수 :
290
글자수 :
784,884

작성
23.05.27 06:00
조회
466
추천
6
글자
12쪽

5. 신분제 폐지를 결정하다.

DUMMY

그들의 은밀한 모임이 끝나고 각자 삼삼오오 짝을 이루며 그들의 숙소로 향하려 할 때 소현세자는 장과장에게 기다리라는 명을 내린다.


"장과장


내 그대에게 긴히 상의할 일이 있고 마침 빈궁께서도 그대에게 전할 말이 있다 하니 예서 잠시만 기다려 주시오."


"예. 저하


그리하겠습니다."


모두가 돌아가고 방에 홀로 남게 된 장 과장은 오늘 하루도 긴 하루였다 생각하면서 당장 내일부터 시작하게 될 거룩한 일에 대한 세부적 계획을 구상하며 세자 내외를 기다린다.


잠시 후 세자 저하 내외분이 들어오시니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장과장


대감과 나의 이야기는 조금 후에 하기로 하고 우리 빈궁께서 그대에게 긴히 청할 일이 있다 합니다."


"빈궁마마


청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소신 그 무엇이든 마다 하지 않고 마마의 명을 따를 것이니 개의치 마시고 하명하십시오."


"장과장 대감


대감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고 기쁘게 받아 준다 하니 내 머뭇거림 없이 말씀드리겠습니다.


대감...


우리 왕자들의 스승이 되어 주시오."


"헉


마마


제가 어찌 감히 귀하고 귀하신 왕자님들의 스승이 될 수 있겠습니까?


바라건대 그 말씀을 거두어 주시기 바랍니다.


소신 학식도 짧고 세상의 이치도 모르는 아직도 부족한 점이 너무나 많은 소인배이옵니다.


또한 소신


지금도 배움의 갈증이 넘치고 넘쳐 가르침을 받고자 옛 선인들의 말씀을 늘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덕이 없는 약하고 약한 사람일 뿐입니다.


마마


게다가 소신은 이곳 조선의 학문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습니다.


그런 소신이 어찌 왕자님들의 스승이 될 수 있겠습니까?


소신 그 명을 받들기가 너무나 힘이 드옵고 그 재주 또한 보잘것없사옵니다."


"장과장 대감


겸손이 너무 지나치시구려,,


대감.


내 대감께 우리 왕자들에게 조선의 학문을 훈육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비록 대감과 우리와의 인연이 짧다 한들 그간 대감과의 대화를 통해 내 대감의 성품과 인품을 능히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대감께서 알고 계신 서구 세계의 이야기를 그들에게 들려주어 그들의 눈이 크게 떠 지기를 바라는 것이오.


또한 우리 왕자들이 훗날 어진 성군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역사의식 그리고 왕자로서의 사명감과 책임감 등을 심어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국사에 전념하느라 바쁘실 거라 알고 있지만 자식을 둔 어미의 마음을 헤아려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왕자들의 좋은 스승이 되어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하하하하


장과장


나도 청 하외다.


빈궁의 생각이 얼마나 대견하오.


자식을 둔 부모로서 나 또한 빈궁의 생각과 같다오.


장과장은 거절하지 마시고 우리 왕자들에게 조금씩 틈을 내어 주기를 청하오.


그리하여 대감의 그 지혜롭고 현명한 생각 그리고 풍부한 경험을 그들에게 알려주어 그들이 바른길로 걸어갈 수 있도록 인도해 주길 바라오."


"아...저하


소신 참으로 어려운 명을 받아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장과장은 참으로 난감하고 부담감이 팍팍 생기는 부탁이지만 거절할 명분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히도 한자도 아니고 공자 맹자도 아닌 실생활과 관련한 교육이라니 다소 안심하고 장과장은 수락하기로 결심한다.


"저하 그리고 빈궁마마


소신 배움의 끝에 도달해 본 적도 없고 또 훈육을 해 본 경험도 없기에 어찌해야 하는 것이 옳은 길인지 잘 모르옵니다.


소신 보잘것없는 지식의 소유자이고 아직은 완성이 덜된 사람이옵니다.


또한 여러모로 부족하옵니다.


허나 신하된 도리로 어찌 저하의 명을 소신이 마다 하겠습니까?


소신


열과 성의를 다해 왕자님들께서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온몸을 던지겠나이다."


"장과장 대감


정말 고맙소이다.


이제 왕자들은 좋은 스승을 만났으니 그들의 앞날에 대한 걱정은 잠시 뒤로 넘겨도 될듯합니다."


환하게 웃으며 걱정이 없는 얼굴로 만족감을 표시하는 빈궁을 바라보고 있자니 장 과장은 몸 둘 바를 모르면서 문뜩 몇 해 전에 티브이에서 보았던 인조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


제목이........"꽃들의 전쟁인가?"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그 사극이 불현듯 생각났다.


그 당시 빈궁 역할을 했던 송선미 배우가 극 중에서 소현세자를 잃고 그 힘든 정국에서 홀로 왕자들을 지키려 했던 그 처절한 모성애와 지금의 그 앞에 앉아 즐거움을 표현하는 빈궁의 모습이 교차되어 눈앞에 펼쳐지려 한다.


장과장은 그 연유가 무엇인지 의아해하며 빈궁마마가 지금 보니 송선미를 많이 닮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는 그 생각을 이내 떨치고 고개를 숙여 화답하였다.


"빈궁마마


마마께서 기쁘다 하니 소신 역시 참으로 좋습니다. "


"하하하


장과장


빈궁의 시름을 덜게 되어 나 역시 기쁘기 그지없소."


큰 웃음으로 화제를 돌리려 하는 건지 소현세자는 이내 자세를 고쳐 잡고 심각한 표정으로 장과장을 부른다.


"장과장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 하오."


"예 저하 하명하십시오."


"장과장...


과거 내가 청나라에 볼모로 있을 때 지금 청나라 왕의 동생인 도르곤이라는 자가


"저하께서 조선으로 돌아가 임금이 되었을 때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요 "라고 내게 물었던 적이 있소.


난 그 물음에 주저 없이 대답하였소.


나의 가장 귀한 소망은 귀천이 없는 조선의 건설이오라고 말이오.


장과장 대감


난 아직도 그 대답을 나의 가슴에 품고 있다오.


이에 그대의 생각을 듣고 싶어 내 하나 물어보려 하오.


그대가 살았던 화란국은 노비제도가 있소?"


"허거덕....


장과장은 깜짝 놀라며 예상 못 한 그의 발언에 큰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짧은 시간에 수만 가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감을 느낀다.


그 후 소현세자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그의 얼굴을 바라만 볼 뿐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다.


이 주제는 너무나 예민하여 조선사회 전체의 근간을 뒤집어 놀 수 있는 아주 위험한 발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선 팔도의 모든 사대부들의 거센 저항이 예상되는 아니 자칫 내전까지도 갈 수 있는 개혁 중에서도 가장 으뜸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이유로 반드시 철폐해야 할 제도이지만 장과장 역시 정국이 안정되고 나라가 강성해질 무렵이야 겨우 언급하려 했던 민감한 문제였던 것이다.


그러나 예상 못 하게 노예제도의 폐지에 관하여 이 나라의 최상위권 지배층이라 할 수 있는 왕세자의 입에서 나왔기에 더더욱 그가 받은 충격은 상상 이상으로 컸다.


또한 그가 애민정신이 투철하고 서양의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열린 생각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이 정도까지 개혁적이고 이렇게까지 파격적인 사상의 소유자라고는 생각도 못 한 장과장이었다.


그러 하기에 그의 발언이 주는 충격은 장과장의 머리를 망치로 때리는 듯하였다.


"저하....너무나 민감한 사안입니다.


소신 역시 이 주제는 입에 담기가 너무나 이르다 싶고 조선의 정체성을 고려해서 뒤로 미루고 미루어 추후에 언급하려 했습니다.


저하의 하문에 소신 많이 당혹스럽습니다."


"장과장


나의 의도는 이미 눈치챘을 거라 보오.


나는 이에 관한 서구의 상황과 장과장의 생각을 듣고 싶소.


이 자리는 나와 빈궁 그리고 장과장만 있는 자리니 숨기지 말고 그대의 고견을 말해 주시오."


소현세자의 이야기를 다 들은 장과장은 당장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하나 이왕 세자께서 먼저 꺼낸 이야기고 언젠가 한 번은 겪어야 할 주제라 판단하여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로 한다.


"저하


화란국을 포함한 서구 세계는 노비제도가 없습니다.


아니 신분제 그 자체가 없습니다.


물론 귀족과 왕족이라고 일부 특권층은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조선의 그것과는 너무나 다르옵니다.


이웃 나라 중국은 송나라 때 법으로 이미 노예제도는 철폐되었고 왜국도 전국시대를 거치면서 사실상 폐지되었습니다.


물론 이후에도 그들 나라에 노비가 완전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단지 그것은 어디까지나 채무 관계라든지 경제적 형편으로 벌어지는 사적인 영역에 속했고 국가 차원에서 노비제도는 사실상 사라진 겁니다.


그러나 우리 조선만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아니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조건 없이 당연히 폐지되어야 함이 당연한 처사이옵니다.


우리 조선의 노비제도는 서구의 그것과는 너무나 다르옵니다.


전쟁 포로나 다른 민족을 노예로 삼는 것이 서구의 전례이지만 우리 조선은 우리 민족 즉 동족을 노비로 삼고 게다가 세습까지 시키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 현재 우리 조선에는 10명 중 4명꼴로 그 신분이 노비입니다.


과거보다 더 이렇게 노비 수가 늘어나게 된 것은 "양천교혼"이라 하는 법의 피해가 그 우선입니다.


즉 양반의 노비와 일반 중인들을 결혼시켜 그 둘을 다 노비로 만들게 되는 악습으로 인해 이렇게 증가가 돼 버린 것입니다.


물론 과거에 이를 저지하기 위해 태종 임금 시절에 "종부법"이라 하여 양인 남성과 노비 여성에게 태어난 자식은 양인의 자격을 주도록 하여 노비를 줄인 예도 있습니다.


하지만 양반 관료들의 반발로 인하여 급기야는 그 제도 폐지를 요구하니 결국 그들의 요구를 이기지 못하고 폐지되었습니다.


이후 성종 임금 시절에 "일천즉천"이라 하여 부모 중 하나라도 노비이면 자녀도 노비가 된다는 것을 확정해 법으로 명문화해 버려 노비는 다시 급증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나라가 부담해야 할 재정적 압박이 증가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니 나라 살림이 더욱 황폐화돼 버리는 결과를 낳게 되었습니다.


즉 병역과 세금을 담당할 양인의 수가 감소하게 되어 국가 재정에 막대한 타격을 입히게 되니 이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와 버렸습니다.


노비는 사람 취급을 받지 않고 가축으로 전제하기에 군 면제가 되었고 세금 역시 그 부과 대상이 아니니 이 얼마나 국가적 손실이옵니까?


그로 인한 혜택은 온전히 양반 관료 즉 사대부들에게 돌아가니 그들의 힘이 막강해지는 원동력이 되어 버리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이를 저는 성리학이 낳은 폐단이요 사대부라 불리는 저들이 그들만의 특권을 유지하려는 얄팍한 술수라 보고 있습니다.


저하.


노비제도를 폐지해야만 하는 명분 중 나라 살림의 안정화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사옵니다."


"그래요?


그것이 무엇이오?"


"예..저하


비록 노비라 할지 언정 그들은 우리와 같은 똑같은 사람이며 저하의 가련한 백성이라는 사실입니다.


그것 하나 만으로도 당연히 노비제도는 폐지되어야 하고 두 번 다시 등장해서는 안 되는 악습입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존중받아야 할 존엄성이 있습니다.


외람되지만 그것은 임금이나 사대부나 노비나 다 똑같습니다.


한발 더 나가 사람이라면 남녀노소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에 상관없이 누구나 평등하며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저의 확고한 의지이며 또 그렇게 교육받아 왔습니다.


그런 연유로


귀천이 없는 조선을 만들겠다는 저하의 그 의지는 존중받아야 맞당하고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숙명이옵니다.


또한 저하의 그 의지가 소신이 저하를 흠모하는 연유 중 하나이옵니다.


저하


엎드려 청하옵니다.


그 시기는 뒤로 미룰지 언정 그 의지만은 변함없이 간직하여 주십 사 원하옵니다.


그리하여 때가 이루었을 때 그 어떤 거센 저항을 받더라도 반드시 신분제는 폐지해야 함을 어심에 안고 가 주시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라 옵니다."


"장과장


고맙소이다.


나의 생각과 같은 이가 이 조선 천지에 빈궁 하나라 여겨 왔는데 또 다른 이가 장 과장이니 내 어찌 그대를 옆에 두지 않을 수 없겠소?


장과장!!!!!!!!


그대의 뜻과 과인의 뜻이 같으니 내 약조하리다.


과인 역시 길게 끌지 않으려 하오.


아니 내 분명히 명 하건대 조선에서 신분제는 반드시 사라질 거요.


과인이 만들 조선은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는


모든 백성이 평등한 조선이오.


모든 백성이 더불어 살아가는 조선이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명의 깃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3 11.개혁의 시작 23.06.03 432 7 19쪽
32 10. 정면돌파 +2 23.06.02 442 9 15쪽
31 9-4. 소현세자의 새로운 조선 +1 23.06.02 453 7 17쪽
30 9-3. 소현세자의 새로운 조선 +1 23.06.01 422 6 12쪽
29 9-2. 소현세자의 새로운 조선 +1 23.06.01 470 5 11쪽
28 9-1. 소현세자의 새로운 조선 +1 23.05.31 475 6 11쪽
27 8-5.소현세자 대권을 쥐다. 23.05.31 457 4 14쪽
26 8-4.소현세자 대권을 쥐다. +2 23.05.30 446 7 11쪽
25 8-3.소현세자 대권을 쥐다. +1 23.05.30 447 7 12쪽
24 8-2. 소현세자 대권을 쥐다. +2 23.05.29 473 6 10쪽
23 8-1.소현세자 대권을 쥐다. +2 23.05.29 492 5 19쪽
22 7.쿠데타의 한 가운데에서 +1 23.05.28 486 7 12쪽
21 6-2. 쿠데타의 서막 +1 23.05.28 465 5 11쪽
20 6-1.쿠데타의 서막 +1 23.05.27 471 6 12쪽
» 5. 신분제 폐지를 결정하다. +1 23.05.27 466 6 12쪽
18 4-3. 위대한 출발 +1 23.05.26 474 5 15쪽
17 4-2. 위대한 출발 +1 23.05.26 466 7 13쪽
16 4-1. 위대한 출발 23.05.25 537 6 17쪽
15 3-8 외로운 결단 +1 23.05.25 487 5 15쪽
14 3-7. 외로운 결단 +1 23.05.24 469 5 13쪽
13 3-6. 외로운 결단 +2 23.05.24 478 6 13쪽
12 3-5. 외로운 결단 +1 23.05.23 484 6 11쪽
11 3-4 외로운 결단 +2 23.05.23 503 5 12쪽
10 3-3 외로운 결단 +1 23.05.22 547 6 11쪽
9 3-2 외로운 결단 +2 23.05.22 526 6 11쪽
8 3-1 외로운 결단 +2 23.05.21 557 5 11쪽
7 2-5. 엉켜버린 시간 +2 23.05.21 526 7 14쪽
6 2-4 엉켜버린 시간 +4 23.05.20 594 7 15쪽
5 2-3 엉켜버린 시간 +2 23.05.20 593 7 13쪽
4 2-2 엉켜버린 시간 +4 23.05.19 671 12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