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으로 들었소
신대륙이라는 태양을 향해 날아가다가 이카로스처럼 추락해버린 몰락의 대명사.
그야말로 유럽의 이카로스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콜럼버스의 한심한 말로는 이미 신대륙에도 널리 퍼져 있었다.
콜럼버스가 약속한 건 죄다 공수표였고 사실상 이 섬은 돈 될 거라고는 쥐꼬리만큼밖에 없는 거지 소굴이었다.
이 붉은 진실을 마주한 선원들이 얌전히 있을리가 있겠는가?
당연히 콜럼버스는 여기서도 엄청난 욕설과 조롱을 배터지게 먹어댔다.
집단 구타를 당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운이 좋다고 봐야겠지.
툭 까놓고 말해서 여기 온 선원들의 9할은 일확천금을 기대하고, 또 그게 가능할 거라 믿고 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사실은 아니었다고 하면 화가 나다 못해 눈이 뒤집히는 게 정상 아니겠는가.
여기에 추가로 칙령이 하나 더 내려왔다.
[앞으로는 적대적이지 않은 원주민들을 향한 일체의 가혹행위를 금지한다]
무려 이사벨과 페르난도 2세의 이름으로 내려온 명령인 이상 제 아무리 거친 뱃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물론 거역할 수 없다 뿐이지 납득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콜럼버스가 없는 동안 선원들을 이끌며 실질적인 지휘관 역할을 한 디에고 벨라스케스 같은 이들은 바로 나를 찾아와 불만을 터트렸다.
“아니, 그러면 우리는 여기 대체 왜 온 겁니까? 대서양 한복판에 새로운 섬이 있고 거기 원주민들이 살고 있다는 걸 밝혀냈으니 그걸로 끝인 겁니까?”
이제 서른이 될까말까한 나이라 그런지 혈기 왕성하고 행동력이 넘치는 게 딱 원역사에서 콜럼버스의 앞잡이 노릇을 했을 거 같은 인상이네.
실제로 안면이 있었던지 콜럼버스가 즉각 눈을 부라리며 벨라스케스를 향해 언성을 높였다.
“제독님께 그 무슨 무례한 말버릇이냐!”
“제독···아니, 이제 제독이 아니긴 하지만 콜럼버스 당신이야 빚을 갚으려면 저 제독님의 딸랑이 역할을 해야겠죠. 그런데 우리는 아니거든요? 나름대로 목숨걸고 여기까지 왔는데 보상이 없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뭔가 눈에 보이는 보상이 있어야 할 거 아니에요!”
“이···이놈이 미쳤나?”
아이고 불쌍한 우리 콜럼버스 그냥 동네북이 되어버렸네.
벨라스케스 말마따나 콜럼버스 저 인간이 내 딸랑이라는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그렇기에 이렇게 무시를 받으면 사실 조금 곤란하다.
머슴이 무시를 받는다는 건 그 머슴의 위에 있는 주인의 권위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사실 원주민들과의 관계 정립은 일단락 됐으니 이제는 내부 단속에 신경써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알아서 와줬으니 나로서는 나쁠 게 없다.
“두 사람 다 시끄러우니까 잠깐 목소리 좀 낮추도록. 벨라스케스, 네 말대로 노력에는 대가가 있어야 한다는 말은 나도 동감한다. 그러니 안심해도 좋아. 나는 누구처럼 여기에서 나온 이득을 혼자 독식하려는 마음은 없거든.”
“···하지만 약탈을 금지당한 이상 이곳에서 나올 이득도 없지 않습니까.”
“이번에 내가 데려온 사람들을 보지 못했나? 앞으로 이곳은 유럽에 설탕을 보급하는 황금향이 될 거다. 설탕이 얼마나 비싼지는 잘 알겠지?”
지금 시대에서 그냥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행복의 가루를 꼽으라고 한다면 대표적으로 후추와 설탕이 있다.
이상한 의미가 아니라 그만큼 비싸서 파는 사람들이 기분이 좋아진다는 의미다.
그러나 후추는 수년내로 포르투갈이 인도에서 직수입을 해오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설탕 역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 가격이 떨어지긴 하겠지만 후추만큼 급격히 가격이 하락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린다는 게 AI의 설명이었다.
그러니 이 땅은 당분간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그 자체가 될 수 있다는 거지.
“···설탕을 생산한다고요? 여기서?”
“그래. 이미 내 명령을 받은 농부들이 실제로 농사를 지을만한 장소들을 살펴보고 있을 거다.”
“그게 가능하다면 물론 더 바랄 게 없겠지만···상식적으로 그게 됩니까? 일손도 모자랄 거고 섬 곳곳에 원주민들이 우글거리는데···.”
“콜럼버스. 이 근처 부족장들이 뭐라고 했는지 벨라스케스에게 말해주도록.”
“예. 과카나가릭스를 비롯한 인근의 부족들은 이미 제독님의 말씀에 충실히 따르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꾸준히 적대행위를 하던 카오나보도 제독님의 권위 앞에 복종했습니다.”
이 일대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을 형성한 카오나보가 나를 따르기로 한 이상 아이티와 도미니카쪽은 사실상 대부분 내 손에 들어온 거나 마찬가지다.
남은 건 쿠바 쪽인데 이곳도 이곳의 타이노족을 앞세워서 차근차근 설득해 나가면 된다.
“···저 놈들이 목숨이 아까워서 겉으로만 따르는 척 하는 걸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사탕수수 농사는 사람도 많이 필요하다는데 그냥 저놈들을 잡아다가 강제로 노역을 시키는 게···.”
“벨라스케스, 너도 이곳에 있으면서 원주민들이 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지 않았나? 이들을 노예로 다루기 시작하면 너희는 하루가 멀다하고 병으로 죽은 원주민들을 대신할 새로운 노예를 구해와야 할 거다.”
“확실히 여기 원주민들은 이상할 정도로 나약하긴 했습니다만···.”
“그래. 폐하께서 원주민들을 학대하지 말라고 한 건 저들이 예뻐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죄다 죽을만큼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부터 저들과의 접촉은 최소한도로 줄이고 점진적으로 교류를 늘리는 걸 방침으로 삼아야 한다.
물론 이렇게 해도 전염병은 퍼지고, 수많은 원주민들이 죽긴 하겠지만 어느 정도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일단 급한 대로 원시적 수준의 종두법만 시행해도 천연두가 퍼져서 부족 단위로 전멸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이런 내 진의를 알리가 없겠지만 새로운 수입원에 대한 희망이 생긴 벨라스케스의 안색은 이전보다 훨씬 더 밝아졌다.
“그런데 제독님, 접촉을 최소 한도로 줄이면 결국 사탕수수 제배는 우리가 스스로 해야 하는 겁니까?”
“아니. 당연히 저들의 일손은 빌려야지. 원주민들의 일부를 시켜서 사탕수수 농사를 짓게 할 거다. 배우는데 시간이 좀 걸리긴 하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감내해야겠지.”
“···노예로 굴리는 게 아니라 저들이 자발적으로 농사를 짓게 한다고요?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당연히 대가는 지불할 거다. 다만 어차피 노예를 굴린다고 해도 잠자리와 먹을 거리는 제공해야 하니 비용이 그렇게 차이가 나지는 않을 걸?”
툭 까놓고 말해서 노예제는 사실 그리 효율이 좋은 제도가 아니다.
우선 자발적 노동과 다르게 창칼을 들고 노예가 될 대상을 때려잡고 끌고 오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여기서 일단 한번 상당한 자원이 낭비된다.
게다가 이렇게 잡혀온 노예들에게 근로 의욕 같은 게 있을리가 없지 않나.
그러니 채찍이라는 이름의 도파민을 공급해줘야 하는데 이게 과하게 주입되면 종종 반란이라는 이름의 부작용이 나온다.
적당히 말로 구슬려서 노동을 시키는 게 몇 배는 더 효율이 좋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건 현실적으로 이게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라면 가능하다.
원주민들에게 있어서 나는 멸망할 위기에 처한 그들을 구하기 위해 신이 내려보낸 구원자나 다름없었으니까.
게다가 AI의 지혜를 극한까지 활용해 농사의 효율을 올릴 수 있는 방법들을 동원한다면 최소한의 생산량도 담보할 수 있을 터.
이미 AI를 통해서 노예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협동조합식으로 사탕수수 농장을 경영해 제법 성과를 낸 사례들을 산더미처럼 찾아냈다.
처음에는 설탕부터 나중에는 커피, 그리고 마지막으로 은광과 금광까지.
이렇게 야금야금 세력을 넓혀 종국에는 신대륙의 경제 체제를 나라는 존재에게 종속시키는 것.
즉, 이몸을 대체불가능한 존재로 격상시키는 게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은 나의 궁극적인 목표였다.
당연히 이 모든 과정을 평화적으로만 해결은 할 수 없을 테니 무력을 집행할 사람들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그런 점에서 콜럼버스나 벨라스케스 같은 이들은 나름 쓸모가 많았다.
“그런고로 벨라스케스, 앞으로 너희들은 나만 잘 모시고 있으면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이익의 일부를 배당 받을 수 있을 거다. 정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면 본국으로 돌아가도 말리진 않으마. 퇴직금은 챙겨줄 테니까.”
“···진짜로 사탕수수 농사가 잘 되기만 하면···일단 원주민들이 어떻게 나오는지 최종적으로 보고 답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지.”
돈만 주면 충성을 바치는 족속들은 오히려 다루기가 쉽다.
그러나 벨라스케스 역시 인성이 더럽기로는 콜럼버스와 가히 쌍벽을 이룰 정도로 행적이 화려한 인물.
원역사에서는 무려 4년 동안 20만이나 되는 쿠바의 원주민들을 전멸시킨 놀랍기 그지없는 심성의 소유자다.
아무리 돈만 주면 물주에게 충성하는 인간이라 해도 이런 놈에게 전권을 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콜럼버스와 경쟁시키면서 어느 한쪽도 실권을 잡지 못하게 한 다음 밑의 인물들은 차차 내 심복으로 다 갈아치워버려야지.
* * *
상황을 보겠다던 벨라스케스는 며칠도 채 지나지 않아 나를 찾아와 고개를 숙였다.
원주민들이 사탕수수 농사를 짓기 위한 초기 인력을 알아서 선별해 보낸 걸 보자마자 태도가 싹 바뀐 걸 보면 눈치는 있는 모양이다.
농사 자체는 접촉을 최대한 피한 상태로 추진하는 일이다 보니 효율이 조금 떨어지긴 하겠지만, 그것도 어차피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다만 맨 땅에 새로 농사를 짓는 거라 준비해야 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사탕수수라는 농작물이 그냥 대충 씨앗을 뿌리기만 해도 잡초처럼 잘 자르면 좋았겠으나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단 농경지로 사용할 땅에 있는 나무와 덤불을 싹 제거하고 토양을 갈아엎어서 경작지를 정리해야 한다.
게다가 사탕수수는 물을 많이 퍼먹는 작물이다 보니 관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잡초 관리를 포함한 전반적 농사 기술을 익히는 과정도 필요하다.
교류를 최소화한 상태에서 이 모든 게 이뤄지려면 아무리 부지런하게 일해도 1년으로도 빠듯하지 않을까?
그러니 그 동안 본국에 내세울만한 최소한의 실적을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
이사벨은 긴 안목으로 봐준다고 했지만, 실적에 연연하지 말라는 상사의 말만큼 신뢰성 없는 말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는 원주민 부족장들과 콜럼버스, 벨라스케스를 불러 임시 회의를 개최했다.
물론 혹시 모를 사태를 위해 과카나가릭스와 카오나보에게는 내가 가져온 비말 차단용 마스크를 씌웠다.
“본국에 제출할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내 생각에는 일단 이 지도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게 좋을 거 같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제독님이 가져온 지도만 봐도 이 일대의 거의 모든 섬과 인접해 있는 대륙의 일부가 보이는데 이게 확실하다는 보장만 생기면 저희는 최소 몇 년의 시간을 버는 겁니다. 이건 엄청난 성과라 할 수 있겠죠.”
“그럼 이곳 섬의 지리는 여기 원주민들이 잘 알 테니 그쪽의 확인을 받으면 될 테고···혹시 너희 중에 서쪽에 있는 섬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 있나?”
쿠바와 아이티는 100k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으니 이 근처 부족 중에서도 아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예상대로 카오나보는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서쪽에 있는 쿠바나칸 섬을 말하는 거라면 아주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굉장히 큰 섬이고 그쪽에도 많은 부족들이 살고 있다는군요.”
“대충 지형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은 있고?”
“그 정도로 상세한 지리를 아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래도 쿠바나칸에서 여기로 넘어온 사람들있으니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아참, 말이 나와서 말인데 예전에 그들에게 꽤나 신기한 소문을 들은적이 있습니다.”
“신기한 소문이라니? 어떤?”
카오나보는 잠시 콜럼버스와 벨라스케스 쪽을 둘러보더니 조금 자신없어 보이는 태도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확실한 건 아닙니다만, 쿠바나칸보다 더 서쪽으로 가면 커다란 땅이 나오는데 거기 황금으로 된 나라가 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서쪽, 황금, 나라, 소문, 있다.”
어설프게나마 통역을 통해 의미를 이해한 콜럼버스와 벨라스케스의 눈이 거의 동시에 놀라움과 기대감으로 번뜩였다.
“제독님! 저 쿠바 어쩌고 섬에서 더 서쪽이면 제독님이 가져온 지도에도 표시되어 있는 지역 아닙니까?”
“소문은 원래 와전되는 법이니까. 십중팔구는 부풀려진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엘 도라도 같은 허황 된 전설을 찾아 스페인 정복자들이 남미 전역을 들쑤시고 다녔다는 건 현대에서는 유명한 상식이다.
당연히 도시 전체가 금으로 도배 된 곳이 있을리가 없으니 탐사하는 이들의 대다수는 도중 사망하거나 소득없이 돌아왔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뻔히 아는데 저런 헛소문에 놀아날 이유가 없지.
“제독님, 하지만 정말로 황금으로 뒤덮혀 있는 나라를 발견한다면 저희는 엄청난 공을 세우게 되는 겁니다. 폐하께서도 지금과 비교가 안 되는 물자와 인원을 지원해주실 텐데 이건 기회가 아닙니까?”
“그랬다가 만약에 그런 나라가 없으면 우리만 독박을 쓸 수도 있잖아.”
“그럼 배를 띄워서 살짝 확인만 해보고 오는 건 어떻겠습니까.”
“맞습니다. 정 뭐하면 저와 벨라스케스만 가서 확인해 보고 오겠습니다.”
황금이란 단어가 나오니 이놈이고 저놈이고 그냥 다 눈이 뒤집혀버렸구만. 한심한지고.
“지금 쿠바조차 제대로 개척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보다 더 서쪽으로 가겠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모르지 않을텐데?”
“하하하! 제독님, 저희는 뼈속까지 모험심으로 뭉친 탐험가들입니다. 조금의 위험요소는 그냥 음식을 더 맛있게 해주는 향신료 같은 거죠.”
“암요, 암요. 미지에 대한 개척! 그것이야말로 저희를 움직이는 원동력 아니겠습니까.”
표정만으로도 벨라스케스와 콜럼버스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한 카오나보가 다급하게 몇 마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라 무서운 소문도 있었습니다. 그쪽 사람들은 사람을 잡아다가 살점을 고기 대신 먹고 뼈로 그릇이나 잔을 만든다고 합니다.”
“사람, 잡아먹는다. 뼈, 잔과 그릇으로 쓴다.”
“······.”
순간적으로 찾아온 정적.
이내 그 정적을 깨고 콜럼버스가 과장된 몸짓으로 탁자를 치며 소리를 높였다.
“아···이런! 벨라스케스, 생각해 보니 나에게는 제독님을 모셔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가 있었지? 안타깝지만 자네만 다녀오는 게 좋겠군.”
“······.”
우디르도 울고 갈 태세 전환 좀 보소.
내가 어이없어 고개를 젓는 와중 벨라스케스도 질세라 반격에 나섰다.
“아니, 아니, 생각해 보니 저야말로 제독님을 도와 사탕수수 농사를 위한 관개 시설을 설치해야 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항해술 하면 우리 콜럼버스 전 제독님의 영역 아닙니까? 전 제독님이 다녀오셔야죠.”
카오나보와 과카나가릭스가 카스티야 말을 못 알아들어서 다행이다.
이 가슴이 졸렬해지는 하남자들의 공방전을 보고 있자니 괜히 나까지 부끄러워지네.
“두 사람 다 호들갑 좀 떨지 말도록. 아까 말했다시피 소문이란 과장되기 마련이니 저것도 다 부풀려진 이야기겠지.”
“···그렇겠죠?”
“저, 콜럼버스. 사실 처음부터 믿지도 않았습니다.”
“그래. 그럼 일단 저런 소문이 있다는 것 정도만 폐하께 보고하는 걸로 결론을 짓자고.”
그나저나 쿠바에서 더 서쪽이라면 멕시코 인근을 말하는 걸 텐데 멕시코에 있던 나라라면 아즈텍인가?
자신있게 말하기는 했지만 사실 나도 역사 전공이 아니라 아즈텍이나 마야 같은 나라는 이름만 들어본 정도다.
회의를 파하고 독방으로 돌아온 나는 몰래 스마트폰을 켰다.
“사라야, 혹시 아즈텍에 식인 문화가 있었다는 게 진짜니?”
[아즈텍 제국에서 식인 문화가 존재했다는 주장은 역사적으로 논란이 많지만, 어느 정도 사실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아즈텍 문명에서는 전쟁 포로나 적국에서 잡아온 사람들을 제물로 바치는 인신 공양이 중요한 종교적 의식 중 하나였습니다. 아즈텍 사람들은 신들에게 피와 생명을 바쳐야 세상이 유지된다고 믿었기 때문에, 이 의식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 인신 공양 후에 제물로 바쳐진 사람들의 일부 신체 부위를 먹는 행위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특히 아즈텍 귀족층이나 전사 계층이 이러한 신체 일부를 먹음으로써 신성한 힘을 얻거나, 신들에게 더 가까워지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기록들이 있습니다.]
어라?
“예상했던 거랑 대답이 다른데···.”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졌다.
- 작가의말
앞으로는 오후 5시 20분에 쭉 연재를 하도록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화에 언급된 아즈텍의 식인문화는 조금 논쟁적인 사안이라 먼저 짚고 넘어가도록하겠습니다.
아즈텍의 식인문화는 원래 얘넨 악마의 제국이다->그런 거 없었다 유럽의 날조다->유물이 나왔는데 이거 보면 빼박으로 있었다->있긴 있었는데 의식용이나 복수용이지 유럽측 기록만큼은 아니다 과장이다
이런 흐름으로 계속 업데이트 되면서 전개되는 중입니다. 따라서 본작에서는 그나마 최신에 나온 주장을 채택해 이야기를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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