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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님의 서재입니다.

용캐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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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작품등록일 :
2023.10.07 21:12
최근연재일 :
2023.10.30 21:15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587
추천수 :
1
글자수 :
80,622

작성
23.10.2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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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길드 살림꾼

DUMMY

***



일단 마을로 내려오기는 했는데 농부랑 요리사를 어디서 어떻게 구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물론 지금 당장 논밭에 가서 아무나 잡고 부탁해볼 수는 있겠지만 그럼 우리 길드가 너무 허접해 보일 거 같았다.


그래도 명색이 1등 길드인데 나도 어느 정도는 가려서 받고 싶었다. 특히 꿍스타 같이 싸가지 없고 우리 길드를 X밥으로 여기는 것들은 바로 서류에서 거를 거다.


어디 농부도 하면서 요리도 하고 거기다가 전투 좀 잘 치는 인재 없을까..



“ 그럼 전 마을 회관에 가서 공지 좀 올리고 오겠습니다. 대장님은요? ”


“ 전 마을 돌아다니면서 인재 좀 찾아볼게요. 일 다 끝나시면 지도 보고 제가 있는 곳으로 와주세요. ”


“ 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


난 필모 아재랑 헤어지고 나서 사람이 북적대는 시장 거리로 향했다. 확실히 내가 처음 왔을 때보단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진 거 같았다.


시장경제가 활기차져서 좋긴 한데 다들 처음 보는 얼굴이라서 누가 누구고 스팩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가 없어서 답답하기만 했다. 여기에 내가 찾는 인재가 있다 한들 알 수 있을 거 같지가 않았다.


그렇게 난 운이 좋아 하나만 걸리라는 마음으로 정처없이 떠돌았다.


그때였다.



“ 아이고, 식사들 하고 가셔! ”


오랜만에 듣는 이모의 정겨운 음성에 나도 모르게 멈춰선 곳은 국밥집 앞이었다.


그 앞에서 노랑 머리를 길게 늘어트린 젊은 아가씨가 사람들에게 안으로 들어오라며 손짓하고 있었다.



‘ 국밥은 빙빙이가 매일 말아주는데 뭐 하러 여기에 돈 쓰냐. 그냥 가자.. ’


그러고보니 내가 그동안 얼마나 황제 식사를 해왔는지 알 수 있었다.


남들은 9골드를 주고 사 먹는 이 귀한 음식을 난 광질을 하면서 한 시간에 3개씩 처먹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 빙빙이가 내 식성을 견디지 못 하고 지친 거다. 거기다 나의 배를 처먹는 석문이까지 합세했으니 말은 다한 거다.


물론 직접 만들면 원가가 1골드도 안 할 테지만 나머지 8골드는 우리 빙빙이의 땀과 눈물의 값이라고 생각하니 절대 싼 게 아니었다. 그런 마당에 비싼 돈을 주고 사치를 부릴 수 없었다.


정 배고프면 집에 가서 야채죽이나 먹어야지. 그게 빙빙이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이었다.


그때 노랑머리 아가씨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먹이를 발견한 맹수마냥 눈을 번뜩이며 씨익 웃었다.



‘ 미인계로 꼬셔보겠다? 그래도 안 먹어! ’


그녀도 아름다운 외모에 속했지만 나에겐 지금 이성보단 빙빙이의 건강이 우선 순위였다. 내 절개 높은 소나무처럼 절대 흔들리지 않으리라.



“ 아따, 총각! 국밥 말고 가! ”


그런데 그녀의 입에선 내가 조금 전에 들었던 이모의 구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얼굴이랑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발성에 난 뒤통수를 맞은 얼굴로 한동안 말을 잃었다.


내가 지금 뭘 보고 뭘 들은 거야..?


내 시각이나 청각 중 하나가 고장난 게 분명했다.



“ 저..요···? ”


난 공포에 질린 얼굴로 물었다.



“ 그래! 거기 잘생긴 총각! 내가 뜨끈뜨끈한 국밥 말아줄 테니까 하나 잡수고 가! ”


“ 아니요. 괜찮습니다.. ”


미인계를 써도 넘어갈까 말까 했는데 그런 감정이 사라지니 나 굳건해질 수밖에 없었다.



“ 그러지 말고 국물 한 모금만 잡수고 가! 이거 내가 다 농사 짓고 직접 만든 요리들이랑께! ”


“ 농사에 요리까지 하신다고요..? ”


그 말에 나도 모르게 그녀를 따라 국밥집 안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이모의 장사 수완 탓인지 국밥집 안은 나같이 홀로 온 남자들로 바글바글했다. 남자들이 이 정도로 환장할 집이라면 여긴 맛집이 분명했다.



“ 국밥 한 그릇 맞지? ”


“ 예.. ”


빙빙이한테 미안하지만 나도 오랜만에 이모표 집밥을 먹고 싶었다.


우리 이모도 예전에 작은 식당을 하셔서 손맛이 담긴 음식들이 꽤나 맛있었었다. 가끔 그 맛이 그릴 울 때가 참 많았는데, 우리 집이 어려워지고부터 친척들과 연락이 싹 끊겨서 한동안 먹지 못 했더니 오늘 이렇게 성불하려나 보다.


잠시 후, 이모가 김이 펄펄 나는 국밥 한 그릇과 아삭아삭해 보이는 깍두기 김치를 가져다 주셨다. 이걸 보고 참을 수 있는 남자는 적어도 이 대한민국엔 없을 거다.


난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일단 국물부터 맛봤다.



“ 이모..! ”


이 맛은 우리 이모의 맛이 분명했다!


물론 우리 빙빙이의 국밥도 훌륭했지만 막 성인이 된 사람이 그저 레시피를 보고 겨우 따라 만든 수준의 것이라면 이모의 국물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진하고 구수한 감칠맛이 느껴졌다. 이건 글로 설명하고 따라할 수 있는 수준의 깊이가 아니었다.



“ 와. 나 불렀어? ”


연세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이모’란 말에 달려오신 걸 보면 여기 이모님 연세도 우리 이모만큼이나 구수하신 거 같았다. 그래서 난 더 정이 갔다.



“ 이걸 다 직접 만드셨다고요? ”


“ 와. 맛이 별로야? ”


“ 아니요! 너무 맛있어서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


이모님 앞이라 말을 순화해서 말한 거지 내 식대로 표현했다면 이 말이 가장 적합할 거다. 국물 지렸다.



“ 아이고. 그렇게 맛있었어? ”


“ 예. 마치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서 굶주린 인간들을 위해 사랑이 듬뿍 담긴 따듯한 국물을 선물해준 느낌이랄까요. ”


“ 당연하지! 이래 보여도 내가 5성급 농부에 5성급 요리사야! 이 정도는 껌이지! 허허허 ”


그 말에 난 그만 들고 있던 수저를 바닥에 떨어트리고 말았다.


찾았다..빙빙이와 함께 우리 길드의 살림을 도맡아 해줄 우리 이모···.


스팩으로만 보면 그런데... 걸리는 게 딱 하나있다면 이모님의 연세였다. 이모님이 우리 길드에 들어오는 순간 평균 연령이 갑자기 수직 상승하는 상황이 벌어져서 남은 길드원들의 생각도 들어봐야 했다.


난 국밥을 원샷하다시피한 후에 급하게 필모 아재에게 달려갔다. 아재는 이제 막 마을 회관에서 나오고 있었다.



“ 큰일났어요! ”


난 이모 만큼이나 연륜이 넘사벽인 아재에게 소리쳤다.



“ 왜요! 어디 몬스터라도 출몰했습니까?! ”


“ 아니요! 5성급 농부에 5성급 요리사를 찾았어요! ”


“ 예..? 그럼 경사스러운 일 아닙니까..? ”


“ 근데.. 그 분이.. 아재보다 연배가 많은 거 같아요··· ”


만약 국밥집 이모가 우리 이모와 비슷한 연배라고 한다면 최소 60대셨다. 반면 내가 추측하는 아재의 연세는 최소 40대 초반에서 최대 50대 중반이었다. 어쨌든 우리 이모가 무조건 아재보다 누나라는 건 변하지 않았다.



“ 예..? 그러기 쉽지 않을 텐데··· ”


“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있더라고요. ”


“ 그 분은 누군데요? ”


“ 시장에서 국밥집 하시는 이모요. ”


“ 한 번 가봅시다. ”


백문이 불여일견이오, 난 아재를 데리고 다시 이모네 국밥집에 왔다.



“ 아따, 우리 잘생긴 총각 또 왔구만! 우리집 국밥이 그렇게 맛있었어?! ”


고작 한 번 왔을 뿐인데 이모님은 날 단골처럼 맞아 주셨다.


이게 바로 내가 현생에서 그렇게 바라던 MZ세대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한국인의 정이었다. 이 정이 뜨끈한 국물보다 더 뜨듯했다. 어쩜 여기 단골들도 국밥보다는 이모님의 정을 느끼려 다시 여길 찾아오는지도 모르겠다.



“ 예. 너무 맛있어서 동료를 데리고 왔습니다. 여기 국밥 2그릇 말아주세요. ”


“ 오케이! 조금만 기다려! ”


그래도 우리 이모님이 나름 신세대신지 영어도 할 줄 아셨다.


이모님은 우리에게 국밥을 서빙해주신 후에도 손님 맞느라 정신이 없으셨다. 우린 몰래 이모님을 관찰했다.



“ 아따, 내가 빵은 서비스로 챙겨 줄랑께 다음에 친구들도 데리고 오셔! ”


역시 맛집 국밥집 사장님답게 이모는 정겨운 서비스 정신을 발휘해 단골을 확보해 갔다.


그 후에 손님이 잠시 빠지자 이모님은 카운터에 앉아 장부를 점검하셨다. 딱 예전 우리 이모의 모습을 보는 거 같았다. 우리 이모는 쫄딱 망한 집안에서도 열심히 식당을 운영하시며 서울에 아파트도 사고 자식들도 전부 명문대에 보내신 대단한 분이셨다. 만약 우리 이모가 무적 길드의 살림을 맡아주신다면 우리 길드가 돈 때문에 울 일은 없을 거다.


아니, 정확히 일년 후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성과 똑같은 성 하나를 더 지어 올릴 수도 있을 거다.


그래도 걸리는 게 있다면.. 역시 나이였다. 이모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원래 나이가 들면 반사 신경이 느려서 전투에서 삐끗할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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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중년 로맨스 23.10.30 13 0 10쪽
» 길드 살림꾼 23.10.26 17 0 9쪽
17 식충이들 23.10.25 13 0 10쪽
16 MZ 신입 23.10.24 15 0 10쪽
15 좀 치는 궁수 23.10.23 13 0 8쪽
14 광산의 독수리 23.10.22 15 0 9쪽
13 1등 길드라는 자부심 23.10.21 21 0 10쪽
12 영입 전쟁 23.10.19 18 0 9쪽
11 겁나 센 아이돌 전사! 23.10.18 16 0 9쪽
10 벽을 느꼈다.. 23.10.17 15 0 9쪽
9 용캐 공격 원툴 파티 23.10.17 17 0 10쪽
8 사지론 23.10.16 14 0 9쪽
7 운명을 건 강화! 23.10.15 19 0 10쪽
6 사냥 테스트 23.10.15 22 0 10쪽
5 용캐 전용 힐러 23.10.11 25 0 10쪽
4 찾았다 내 물주! 23.10.09 29 0 9쪽
3 난 도적이야! 23.10.08 35 0 10쪽
2 굶어죽은 용캐 23.10.07 50 0 10쪽
1 20년 전 용캐 부활하다 23.10.07 9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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