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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님의 서재입니다.

용캐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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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작품등록일 :
2023.10.07 21:12
최근연재일 :
2023.10.30 21:15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588
추천수 :
1
글자수 :
80,622

작성
23.10.1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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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사냥 테스트

DUMMY

***



빙빙이의 안내를 받으며 난 힐러의 집으로 찾아갔다.



“ 실례합니다. 여기가 이 마을 최강 힐러의··· ”


그런데 안에서 나온 건 핑크색 머리를 한.. 아저씨였다.


네···? 빙빙이 너 나한테 남자라고 말 안 했잖아.. 난 힐러라고 해서 당연히 여자인 줄 알았지···


자고로 힐이란 차오르는 체력도 중요하지만 옆에서 힐러가 산뜻한 목소리로 ‘힐’이라 외쳐줄 때 전투로 쩌든 내 정신도 함께 정화되는 효과도 중요했다. 적어도 우리 무적 길드의 힐러는 그랬다.


근데 이 아저씨가 옆에서 ‘힐!’이라 외치면 오히려 전의를 상실할 거 같았다.


아무튼 이건 아니었다.



“ 무슨 일이시죠? ”


아재는 목소리마저 걸걸했다. 저 목소리론 절대 힐을 받고 싶지 않았다.



“ 아니요. 근처를 지나다가··· ”


“ 우리 용사님께서 최강의 힐러를 구하신다기에 모시고 왔어요! ”


스무스하게 그냥 가려고 했는데 빙빙이 때문에 다 망해버렸다.



“ 당신이 정말 이 마을 최강 힐러입니까? ”


걸린 김에 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 뭐··· ”


부인하지 않는 걸 보니 자기 실력에 꽤나 자신 있는 모양이었다.



“ 전 이 마을, 아니 이 서버에서 가장 센 최고의 용캐 무적이라고 합니다. 지금 함께 할 힐러를 구하고 있습니다만..관심 없으시겠죠..? ”


난 제발 관심이 없길 바라며 물었다. 저런 칙칙한 아저씨 힐러를 쓸 바엔 차라리 길 가다가 귀여운 소녀를 섭외해서 처음부터 키운다는 마인드였다.



“ 전 힐러 필모입니다. 좋습니다. ”


“ 예..? ”


“ 예..? ”


“ 아니.. 거절하실 줄 알았는데··· ”


“ 저도 쟁을 좋아해서요. 오죽하면 시간 날 때마다 사냥 용병으로 뛰고 있겠습니까. ”


“ 그럼 진작에 다른 길드에 가입하시지··· ”


“ 가입은 했었죠. 근데 마음이 안 맞아서 나왔습니다. ”


" 어디가 어떻게 안 맞으셨죠?! "


그 이유만 알아낸다면 나도 정확히 같은 이유를 제공해줄 생각이었다.



" 그 길드는... 오로지 자기들 성장에만 미친 길드였거든요... "


필모 아재가 회상에 잠긴 듯한 얼굴로 말했다.


난 그 길드가 어떤 길드였는지 대략적으로 느낌이 왔다. 자기 길드원들의 성장이 중요해서 다른 유저들을 거의 노예 부리듯 일을 시키고 그들이 가진 재화를 갈취하고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는 강도같은 집단일 거다.


대게 라인을 잡고 있는 길드들이 그런 식이었다. 그런 이유라면 나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 우리 무적 길드도 다른 주민들의 성장보다는 우리 길드원들의 성장을 중요시 합니다! 왜냐하면, 우린 1등을 목표로 달리는 길드이기 때문입니다! 사냥터도 통제하고! 광산도 통제하고! 보스도 통제하고! 1등이 되기 위해서라면 모든 다할 겁니다! "


이쯤하면 필모 아재도 우리 길드에 정이 떨어져서 가입을 포기할 거다.



" 아니요. 무적 길드는 그런 길드가 아닙니다. "


" 여기 내 길드에요! 아저씨가 뭘 안다고요! "


" 아주 오래 전부터 무적 길드에 대한 소문은 자자했습니다. 거기 길드장이 마음씨 좋은 이장님 같아서 다른 길드들이 더 싼 값으로 재화를 강탈해 갈 때 오히려 10%를 더 얹어준다고요. 그래서 수많은 상인들의 꿈이 그 길드장과 거래를 터서 부상이 되는 거라 했습니다. "


그런 거였나..


이제와서 말하는 거지만 그때는 내가 재화의 가격을 정확히 몰라서 더 비싸게 사 온 걸 싸게 잘 사왔다고 자랑하다가 길드원들한테 언어의 힘으로 몰매를 맞은 후에 시장 거래 금지령을 받고 두번 다시는 거래에 참여할 수 없었다.


그 실수가 의로운 길드장에 대한 미담으로 와전이 되었다니... 당사자인 나도 당혹스러웠다.



" 아니요. 딱 말씀드리겠습니다. 전 그런 길드장이 아니고요. 이제부터 우리 길드원만 생각할 예정입니다. "


" 그리고 길드장이 이렇게 츤데레라는 소문도 들었습니다. 자기의 선행을 남한테 알리는 걸 부끄러워 해서 말로는 툴툴거리고 다니지만 마음씨는 이 서버에서 가장 따듯한 사나이라고요! 전 그런 길드에 몸 담고 싶어서 무적 길드가 있는 이 마을에 온 것입니다! "


아니.. 우리 길드 그런 길드 아니라니까! 그냥 나 혼자 바보짓 한 게 다라고요! 왜 이렇게 우리 길드를 좋아하는데!


하지만 난 필모 아저씨의 절실한 눈빛을 결코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 아, 몰라요. 일단 같이 해보던가! "


나랑 며칠만 같이 있다 보면 내가 소문만큼 마음씨 좋은 마을 이장이라는 걸 깨닫고 스스로 나가떨어질 거다. 그럼 서로 얼굴 붉힐 일 없이 잘 해결될 거다.


이렇게 해서 실력 좋은 동료를 구한 거 같은데, 아직 확인해 봐야 할 게 남아 있었다.



“ 일단 실력 한 번 볼 수 있을까요? ”


이번에 내가 뽑을 인원은 전적으로 실력픽이었다. 만약 실력이 안 좋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짐 싸서 가게 할 거다.


그렇게 난 아재의 실패를 바라며 사냥 필드로 나왔다.



" 그럼 전 성으로 가서 열심히 농사 짓고 있겠습니다! "


" 안돼..! 오늘은 너도 간다.. "


" 예..? 하지만 전 체력이 약해서 금방 죽을지 모르는데요..? "


" 내가 지켜줄 테니까 무조건 가! 오늘은 네가 꼭 필요해! "


RPG서버는 피통이 약한 빙빙이에겐 치명적이라 웬만하면 안 데리고 오려 했지만 여기서 빙빙이가 빠지면 분위기가 너무 칙칙해질 거 같아서 어쩔 수 없었다.


오늘 우리가 잡을 건 사냥터에서 중간 보스격인 늑대였다. 물론 우리 길드원들이 오면 30초 안에 이 안에 있는 늑대들을 전부 몰살할 수 있지만 나 혼자 오면 컨트롤이 안 좋아서 한 마리 잡는 데 3분이나 걸리는 몬스터였다.


과연 나와 필모 아저씨의 조합은 얼마나 강력할까.



“ 그럼 저랑 한 번 호흡 맞춰보시죠. ”


난 자랑스럽게 12강 도적칼을 꺼내 들며 말했다.


그런데 우리 필모 아저씨가 꺼낸 마법사의 지팡이는··· 고작 7강이었다. 저건 고급무기강화석을 안 쓰고도 갈 수 있는 개나 소나 다 가지고 있는 무기였다. 저딴 나무 지팡이로 어떻게 이빨이 사나운 늑대를 사냥하려는지 모르겠다.


이미 내 마음속에선 탈락으로 결정났다.


난 늘 하던대로 12강 칼을 하늘 위로 높이 쳐들고 시동을 걸었다. 이제 무적기를 띄우고 멋지게 필드를 휩쓸고 오면 됐다.


난 자신만만하게 한 발을 뗐다.



“ 아직 아닙니다! ”


그런데 이 아재가 또 내 흥을 꺾었다.



“ 뭐죠..? ”


“ 아직 때가 아닙니다! 제가 여기다가 은둔진을 쓸 테니까 기척을 숨긴 후에 가세요! ”


“ 전 무적기가 있는데요? ”


“ 무적기 10초에 은둔진 5초. 잘만 쓰면 15초 동안 상대를 아무것도 못하게 붙잡아 들 수 있습니다! ”.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예전에 나와 함께 했던 부길마도 대충 이런 말을 했던 것도 같았다.


우리 부길마로 말하자면 우리 서버에서 최강의 검객으로 내가 피를 쫙 빼 논 상대에게 원샷 원킬로 카운터를 날렸던 명검이자 우리 팀의 대표 오더였다. 내가 여기 저기 똥을 싸고 다녀도 그의 완벽한 오더가 있었기에 우리 길드가 굳건하게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 우리 부길마와 같은 소릴 하는 걸 보면 그래도 이 아재가 전투 경험이 꽤 두터운 모양이었다.



“ 지금 은둔진을 깔겠습니다! 셋하면 들어가세요! 휘젓다가 제가 신호를 주면 무적기를 쓰고 뒤로 빠져나오시는 겁니다! 알겠습니까?! ”


“ 예! ”


“ 하나, 둘. 셋! 들어가세요! ”


난 필모 아재의 말대로 무적기를 쓰기 않고 늑대에게 뛰어들었다.


일단 시키는 대로 하긴 했는데 무적 상태가 아니라는 게 쫄려서 재빨리 무표한을 날려 날 방어했다. 역시나 쓰레기 같은 에임 덕에 3발 중 2발이 미스가 나며 자체적으로 데미지가 너프됐다. 이건 아무리 연습해도 달라지지가 않았다.


이런 용캐라서 미안합니다...



“ 지금 입니다! 무적기를 써서 빠져나오세요! ”


“ 예! ”


좌절할 틈도 없이 바로 다음 오더가 떨어져 난 얼른 무적기를 써서 뒤로 휙 빠져나왔다. 그와 동시에 필모 아재가 갑자기 나 대신 늑대에게 달려들며 법사의 기본 공격 기술인 섬멸광으로 늑대를 공격했다. 아직 7강밖에 안 되는 무기라 공격력이 강하진 않았지만 그나마 내가 몇 번 긁어 나서 그런지 가볍게 늑대를 무찌를 수 있었다.


그렇게 걸린 시간은 단 27초.


아무래도 내가 탱킹에 오더까지 되는 엄청난 힐러를 찾은 거 같았다.


찾았다. 내 힐러···


이렇게 된 이상 전사 중 한 명 꼭 귀여운 소녀를 한 명 넣어야겠다.



***



결국 필모 아저씨도 내 성으로 거처를 옮겼다. 혼자였던 성에 머리수가 둘이나 느니 이제야 사람 사는 집처럼 온기가 도는 거 같았다. 그 기념으로 난 여기 다시 오고 나서 첫번째 회의를 가졌다. 우선 난 동료들에게 나의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 전 최종 보스인 키카루스를 잡고 생명의 수와 축복을 얻을 겁니다. "


그래야 내가 현생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로라가 살짝 힌트를 줬다. 하지만 길마의 탈퇴 예고로 팀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그 사실은 알리지 않기로 했다.



“ 키카루스를요? 아직 한 번도 본 적 없는 최강의 보스 아닙니까? 그러려면 지금 전력에 최소 100배는 더 보강해야겠는데요? ”


필모 아저씨도 키카루스에 대해 대강은 알고 있는 거 같았다.


솔직히 나도 아직 만나보지 못해서 녀석이 얼마나 센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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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등 길드라는 자부심 23.10.21 2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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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벽을 느꼈다.. 23.10.17 15 0 9쪽
9 용캐 공격 원툴 파티 23.10.17 17 0 10쪽
8 사지론 23.10.16 14 0 9쪽
7 운명을 건 강화! 23.10.15 19 0 10쪽
» 사냥 테스트 23.10.15 23 0 10쪽
5 용캐 전용 힐러 23.10.11 25 0 10쪽
4 찾았다 내 물주! 23.10.09 29 0 9쪽
3 난 도적이야! 23.10.08 35 0 10쪽
2 굶어죽은 용캐 23.10.07 50 0 10쪽
1 20년 전 용캐 부활하다 23.10.07 9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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