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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님의 서재입니다.

용캐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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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작품등록일 :
2023.10.07 21:12
최근연재일 :
2023.10.30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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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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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80,622

작성
23.10.09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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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찾았다 내 물주!

DUMMY

" 전 빙빙이라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


빙빙이는 야채죽을 고급무기강화석을 받듯 소중하게 가져갔다.


이게 뭐라고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야채죽을 말며 흘렸던 땀과 눈물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 아껴 먹지 말고 출출할 때마다 먹고 얼른 농사해! 난 여기 잠깐 쉬다 갈게. "


내가 또 한 츤데레 하는지라 나무 밑에 앉아서 빙빙이가 잘 농사하고 있는지 지켜봤다.


만약 여기 나같은 도적놈이 하나라도 있다면 약해 빠졌지만 집만 좋은 빙빙이를 타켓으로 삼을 확률이 높았다. 물론 재산을 보관하고 있는 상자들은 보호권의 보호를 받는 지하에 있어서 함부로 털지 못하겠지만 빙빙이가 농사를 하고 있는 옥상까지는 보호권의 영향을 받지 않아서 언제든 죽을 수 있는 파리 목숨이었다. 난 그 도적놈들에게서 빙빙이를 지키고 있는 거다.



" 꺄아아아아악! "


그때, 어둠을 틈타 작은 박쥐들이 빙빙이에게 날아들었다. 레벨 3짜리 검으로 몇 번만 휘둘러도 죽는 약한 몬스터라 난 굳이 나서지 않았다.


그런데 빙빙이는 검이 아닌 곡괭이를 몇번 휘두르더니 박쥐들한테 피가 빨려 그대로 사망했다.



' 쟤는 얼마나 약한 거야..! '


내 살다 살다 박쥐보다 약한 캐릭터는 처음이었다. 쟨 그냥 지금까지 번 돈을 레벨업에 안 쓰고 집에 완전 꼴아박은 거 같았다.


하는 수 없이 난 이 게임에서 유일한 12강 무기를 꺼내 박쥐들을 좋은 곳으로 보내줬다. 그러는 사이에 부화할 빙빙이가 허겁지겁 달려와 땅에 떨어져 있는 곡괭이부터 챙겼다.



" 밤에는 박쥐들이 출몰해서 자주 죽거든요! 대신 무찔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 와중에도 애가 어두운 기색없이 밝아서 좋았다.



" 근데 너 검은 없니..? "


" 전 하루 종일 농사랑 요리만 해서 필요없을 거 같아서 곡괭이로 바꿔왔는데요. "


넌 그냥 죽어라. 이 험한 RPG 게임 안에서 무기를 팔아먹은 캐릭터는 그냥 죽는 게 맞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버려두고 가면 온갖 몬스터들에게 공격을 당해서 죽을까봐 쉽사리 떠날 수도 없었다.


난 말없이 구석에 앉아 있다가 쪼무래기 몬스터들이 등장할 때마다 등장해 멋지게 물리쳐 줬다. 그 짓을 몇 번 했더니 몬스터들 사이에도 소문이 났는지 더 이상 침입해 오는 놈이 없었다. 한결 여유로워진 김에 난 가만히 앉아 밤하늘에 있는 별을 올려다 봤다. 이게 얼마만에 보는 하늘인지 모르겠다.


현생에선 늘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느라 잠깐이라도 볼 시간이 없었는데. 여기선 더 업그레이드 할 스팩이 없어서 그런지 시간이 남아돌았다. 이렇게 놀고 먹는 삶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 여기다 맥주 한 잔만 하면 딱인데... "


하지만 여기서나 현생에서나 술값이 금값이라 그냥 그림의 떡처럼 상상만 해야 했다. 다른 건 몰라도 고달파서 마시는 술값은 반으로 줄였으면 좋겠다.


그때 갑자기 마법처럼 눈 앞에 나무로 만든 술잔이 나타났다.



" 술 드시고 싶다고 하시는 걸 들어서요! 저한테 많이 있으니까 부담 갖지 말고 쭉 들이키세요! "


" 술이 많다고?! "


설마. 야채죽도 못 먹어서 굶어 죽는 애가 그 비싼 걸 많이 가지고 있으려고.



" 예! 시간 날 때마다 만들어 놨더니 한 박스가 넘었지 뭡니까. 헤헤. "


" 그 비싼 걸 한 박스 씩이나?! "


역시 이 집이 대리석으로 된 이유가 있었다. 얘가 그냥 약해빠진 농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엄청난 재력을 가지고 있는 부농이었던 거다.



" 너 밀 얼마나 있는데? "


하루 종일 농사만 짓다 와서 그런지 내 기준은 어느새 밀로 맞춰져 있었다. 부농이라면 적어도 밀로 3상자 이상은 쟁여놔야 할 거다.



" 음.. 잠시만요. 보고 올게요! "


" 아니 굳이 갈 필요까진...! "


하지만 빙빙이는 방방 뛰며 지하실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저렇게 뛰면 금방 배고파 질 텐데. 난 앉으나 서나 빙빙이 체력 걱정뿐이었다.



" 아까 요리를 만들어서 밀이 30개밖에 없어습니다! "


생각보다 더 얼마 안 되는 양이라 난 적잖이 실망했다. 저걸론 야채죽을 10개밖에 못 만들 거다. 야채죽 10개밖에 못 만드는 애를 부농이라 부르기도 민망했다.


얜 부농이 아니라 그냥 좋은 집에서 살고 싶어서 영끌한 술을 좋아하는 체력이 무지 약한 농부일 뿐이었다. 그런 애한테 내가 뭘 바라냐.



" 혹시 배가 고프신 거면 국밥 좀 드릴까요? "


" 국밥이 있어?! "


국밥이라 하면 한 번에 피를 30이나 회복시켜주는 든든한 요리였다. 저걸 만들려면 밀 10개에 양파 1개, 당근 1개, 그리고 소고기 1개가 필요했다.


고기를 못 구해서 나도 아직 못 만들어본 요리를 얘가 가지고 있다니. 뭔가 자존심이 상했다.



" 예! 국밥이 효율이 좋은 거 같아서 농작물이 나오는 족족 국밥으로 다 말아뒀지요! "


" 그..그래서 얼마나 있는데? "


" 상자로 5개 있습니다! "


" 그렇게나 많이?! 그럼 너 아까 왜 굶어 죽은 거야? "


" 어차피 금방 되살아날 텐데 먹기 아깝잖아요! "


" 죽으면 경험치가 깍이잖아..! "


나같은 용캐들은 이미 경험치가 만땅이라 아무리 죽어도 티가 안 나지만 얘처럼 약해 빠진 캐릭터는 한 번 죽을 때마다 레벨이 위태로울 거다.


근데 얜 얼마나 더 약해지려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자린고비 정신을 택한 건지 모르겠다.


얜 정말 생존에 관심이 없나..?



" 어차피 전 농사만 지어서 레벨은 필요없지요! "


넌 그냥 약해라.


애초에 얜 강해질 의지가 없었다. 그럼 그냥 평생 이 세계에서 가장 약한 박쥐들한테 쫓기며 사는 게 맞았다.



" 그럼 저 요리들은 왜 만든 거야? 네가 먹을 것도 아니잖아. "


" 글쎄요... 그냥 전 농사랑 요리가 너무 재미있어서 정신없이 하다 보니 저렇게 쌓여 버렸지요.. "


그 말에 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벙쪘다.


성장에는 관심없고 그저 노동이 좋아서 하루에도 수십 번 죽어가면서 요리와 농사만 하는 노동 머신.


드디어 나의 물주를 찾은 거 같았다. 얘만 있으면 난 아무 걱정없이 보스를 물리치러 갈 수 있을 거다.



" 미안하지만 너 나한테 먹을 것 좀 대줘야겠다. "


" 예..?! "


아까까지만 해도 분명 정다웠던 거 같은데 빙빙이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한 발 물러났다.


왜 그런가 봤더니 하필 내 손에 12강 도적의 검이 들려 있었다. 무기를 든 순간 난 도적이 아니라 강도가 된 거다.



" 그..그게 아니라! 이건 아까 몬스터 처치할 때 꺼낸 거고! 나랑 계약을 하자고! "


난 얼른 무기를 등 뒤로 감추며 잔뜩 겁이 나서 눈이 왕방울만큼 커진 빙빙이를 달랬다.


얘가 아니면 난 다시 성으로 돌아가서 하루 종일 농사 지옥에 빠져야 했다. 용캐 인생에 그런 치욕은 더는 허용할 수 없었다.



" 무..무슨 계약이요? "


" 난 도적이라 농사엔 영 젬병인데 음식이 없어서 사냥도 못 나가고 보스도 못 잡으러 갔거든. 내가 밤마다 널 호위해 줄 테니까 대신 나한테 음식을 줬으면 좋겠어. "


원래 이런 건 용캐 길드원들이랑 무작정 처들어 와서 11강, 12강 무기를 들이밀며 협박조로 말해야 하는 건데, 지금은 나 혼자라서 어쩔 수 없이 부탁을 해야 했다. 하지만 빙빙이가 내 제안을 거절한다면 나도 물불 안 가리고 예전에 했던 방식 그대로 해줄 작정이었다. 최악의 경우엔 빙빙이가 농사를 못하게 하루종일 썰자를 하며 귀찮게 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러니까 서로 추한 꼴 보기 전에 좋게 좋게 잘 해결하자.



" 어..얼마나요? "


" 글쎄. 너 하루에 국밥 몇 개까지 마는데? "


" 전.. 한 100개 정도요.. "


" 그렇게나 많이?! "


" 네! 제 부직업이 5성급 요리사라서 성공 확률이 90퍼센트입니다! "


X발.. 난 50퍼센트라서 5개 만들면 3개 정도 터지는데...


아무래도 농사와 요리는 내가 하는 것보단 빙빙이가 도맡아 하는 게 효율이 좋을 거 같았다.



" 그럼 나한테 하루에 국밥 30개만 줘! 그럼 내가 밤마다 널 지켜주고, 사냥에서 얻은 재료들로 갑옷도 만들어 줄게! "


" 전 집에만 있어서 갑옷은 필요없는데요..? "


" 얘가 진짜 아무것도 모르네? 갑옷을 입으면 체력이 올라가서 3번 죽을 거 1번만 죽을 수 있다고! 그럼 부활할 시간 아껴서 더 농사에 열중할 수 있는데, 이래도 필요 없다고? "


" 정말요?! "


반응을 보니 얜 모르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앞으로 얠 데리고 절대 PRG서버 근처에도 가지 말아야겠다.


넌 그냥 죽을 때까지 평생 농사와 요리만 하는 걸로 하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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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운명을 건 강화! 23.10.15 19 0 10쪽
6 사냥 테스트 23.10.15 23 0 10쪽
5 용캐 전용 힐러 23.10.11 25 0 10쪽
» 찾았다 내 물주! 23.10.09 30 0 9쪽
3 난 도적이야! 23.10.08 35 0 10쪽
2 굶어죽은 용캐 23.10.07 50 0 10쪽
1 20년 전 용캐 부활하다 23.10.07 9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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