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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天
작품등록일 :
2011.02.18 23:24
최근연재일 :
2011.02.1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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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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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4
글자수 :
295,994

작성
10.11.03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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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공작 5화-믿어주면 안 될까?(4)

DUMMY

저스틴은 미련없이 등을 돌렸다. 그의 눈에 비친 지휘관들은 재각기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결연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도, 곧 다가올 전투에 대한 두려움에 질린 이도, 나와는 상관 없다는 듯 수수방관하는 표정을 지은 이도.

어쩔 수 없었다. 애초부터 저들은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있는 것일 뿐, 무슨 충성심 따위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대부분의 귀족들은 그랬다.

아니,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었다.

"개전에 앞서 한 마디 하죠."

지휘관들 중 저스틴에게 비협조적인 자들, 다시 말해 귀족파의 지휘관들이 저스틴에게 고개를 돌렸다. 저스틴은 그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마주보며 말했다.

"지휘관들 중에 제가 총지휘관이라는 것에 불만을 가지신 분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귀족파의 지휘관들은 대부분 저스틴과 눈을 똑바로 마주하지 못했다. 아무튼 총지휘관을 믿지 않는다는 것은 상당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귀족 특유의 오만으로 '그게 뭐 어떻다는 거지?'하고 저스틴을 바라보는 자도 있었다.

저스틴은 그들을 오만하게 내려다보았다. 그가 한번도 지어보지 않은, 평소 그를 알고 있는 이라면 결코 믿지 않을 표정이었지만, 그의 피에 각인된 고귀함은 그 표정을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그의 표정은 지금의 그, 크로아 공작에게 너무도 잘 어울렸다.

"그 불만을 없에 드리겠습니다. 아니,"

그는 기사들을 향해 돌아섰다.

"크로아 공작의 이름이 어떤 무게를 지녔는지 알게 해 주지."

순간 그에게서 퍼져나온 기운은 모두를 무겁게 짓눌렀다. 그 엄청난 존재감에, 저스틴 주변의 모든 이들은 몸이 떨림을 느꼈다. 그것은 더 소드에 근접한 일탄 백작도 마찬가지였다.

'이 내가…떨고 있다고?'

"들어라!"

저스틴의 벽력같은 함성은 아센의 모든 기사들의 눈을 한곳으로 모았다. 저스틴은 그들을 향해 당당하게 말했다.

"지금부터 저들을 깨트릴 것이다! 허나 우리들이 전부 몰려가 저딴 오합지졸을 상대한다는 것은 수치! 그렇기에 우리는 단 50기로 저들을 깨부수겠다! 물론 그 선두에는 내가 서 있을 것이다! 그 누가 나를 따르겠는가!"

순간 펠하임 평원 전체가 침묵에 휩싸였다. 저스틴의 목소리는 펠하임 성에까지 미쳤기에 델로아군도 모두 들을 수 있었다. 기병만 150에, 기사 30, 거기에 이미 대기병용 바리케이트를 설치한 창병 300을 단지 기사 50명으로 상대한다고?

"저런 미친…"

에스타리 자작의 목소리에는 아직 마력의 기운이 남아있던지 다른 이의 귀에 그 목소리가 미쳤다. 그리고 그 말은 모두의 심정을 대면하는 듯 싶었다.

"나 라타리의 기사 에트, 공작 전하를 따르겠습니다."

그 때, 제법 뒷줄에 있던 기사 하나가 검을 치켜들며 외쳤다. 그를 효시로 많은 기사들이 자신의 검을 들었다.

"나도 참전이다."

"나 태희 피카치야 전도 참전합니다. 아무래도 내가 마지막인 것 같군요."

에드워드의 뒤를 이어 태희가 자신의 창을 들어 올림으로 50명이 모두 채워졌다. 저스틴을 따르기로 한 기사들은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평민 출신의 기사들이었다.

"저, 저런 어이없는 촌극을 계속 봐야 합니까? 뭐라 말씀을 하세요!"

모여 있던 귀족출신의 기사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나와 귀족파의 지휘관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순간 모두의 눈이 그에게 쏠렸다. 그는 당당하게 한 손을 허리에 얹고 말했다.

"저딴 천민들이니깐 그런 말을 하는 것 아닙니까! 언제부터 우리 귀족들이 저 천민들의 눈치를 보게 되었단 말입니까! 그러고 너 가스트리엘!"

그는 50기의 기사들 중 유일한 귀족 기사를 향해 고래고래 삿대질을 했다.

"귀족으로서 긍지도 버린 거냐! 그딴 냄새나는 천민 따위와 어울리기나 하고!"

"난 내 긍지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다."

"흥, 밥맛없는 놈. 네놈이 그러니깐 알텡포 남작이 정계에 진출하지 못하는 것…"

"거기까지."

저스틴은 그의 말을 끊었다. 그는 저스틴을 바라보더니 경멸 가득한 눈빛을 한 번 보내고는 정말 내키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한 번 숙였다.

"거 정말 가지가지 하는 놈일세…"

"에드워드, 자원한 기사들에게 조금만 기다리라고 해 주겠습니까?"

"알았다. 흠. 나라면 저런 놈은 손 좀 봐주는 쪽을 택할거다."

"충고 감사합니다."

"저, 저 천민놈이…"

그 기사는 에드워드의 말에 거품을 물고 발작했다. 그런 안하무인격의 행동을 본 저스틴은 의아함을 가득 담아 일탄 백작을 쳐다보았다. 일탄 백작은 한숨을 내쉬고는 저스틴에게 다가와 그에 대해 살짝 귀뜸해주었다.

"카라밀로 후작가의 장남 리필로입니다. 제 아비가 오냐오냐하고 키워서 그런지 버릇이 없습니다. 오죽하면 귀족들 사이에서 거만한 자로 소문났겠습니까."

저스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리필로의 앞으로 다가섰다. 리필로는 한참 발악하다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저스틴을 보고 '이건 또 뭐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건방진 표정에 주변의 모든 지휘관들의 표정이 굳었다. 특히 태희는 얼굴을 사정없이 일그러트린 채 창을 꽉 쥐었다.

"리필로 드 카라밀로인가?"

"리필로 세잔 카라밀로입니다. 아무리 공작이라도 남의 고귀한 이름 정도는 조금 존중해 주셨으면 하는군요."

주변은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 에드워드가 태희의 어깨를 붇잡지 않았다면 아마 태희의 창은 라필로를 꽤뚫고 있었을 것이다.

저스틴은 그런 주변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라필로를 쳐다보았다.

"직위와 계급은?"

"예?"

"네 직위와 계급을 물었다, 라필로 세잔 카라밀로."

라필로는 어이없다는 듯 하, 하고 웃고 말했다.

"그걸 내가 왜…"

차앙!

저스틴의 허리에 매달려 있던 하얀미르가 창명한 소리를 내며 허공에 그 고귀한 백색 자태를 드리웠다. 라필로는 자신의 목에 드리워진 하얀미르에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이…"

"네 직위와 계급을 물었다, 라필로 세잔 카라밀로."

주변은 저스틴과 라필로의 묘한 대치에 숨소리마저 죽였다. 그러기도 잠시, 귀족기사들 중에서 누군가가 검을 빼어들었다. 그 검소리를 기점으로 귀족기사들은 모두 검을 빼어들었다.

"아무리 공작이라 해도 귀족가의 기사를 그렇게 핍박할 수 없소, 공작!"

"개판이군."

저스틴은 그들을 돌아보았다. 기사들의 대부분인 평기사들과 지휘관들은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귀족기사들만 그를 향해 검을 빼어들었던 것이다. 애초부터 지휘체계를 제대로 정립하지 않은 것이, 지금 와서 이렇게 터진 것이다.

저스틴은 라필로를 한 번 흘끗 처다보고는 자신을 향해 검을 빼어 든 귀족기사들을 향했다. 그러자 저스틴에게서는 엄청난 기운이 폭풍처럼 흘러나와 그들을 덮쳤다.

"아무리 공작이라도 귀족가의 기사를 그렇게 핍박할 수 없다고? 난 크로아 공작이고, 너희들의 총지휘관이다. 지휘관의 명령에 불복할 경우, 하극상을 일으킬 경우의 군법은 어떻지?"

"…"

귀족기사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군법에 따르면 명령불복종과 하극상은 사형이었다.

"라필로 세잔 카라밀로."

"예, 옛!"

"네놈에 대한 죄는 이번 전투가 끝난 다음 묻는다. 일탄 백작!"

"옛!"

저스틴이 흘린 기세에 얼어붙은 일탄 백작은 저도 모르게 큰 소리로 대답했다. 저스틴은 그에게 시선을 잠깐 던진 다음 말했다.

"내가 델로아군을 격파하고 올 때까지 저들을 모두 제압해둘 것. 아센 왕국의 군문에는 하극상을 일으키는 병사 따위는 필요 없다."

저스틴은 자신의 말에 올랐다. 그는 태희에게 손짓했고 태희 역시 말에 올랐다. 저스틴은 자신을 따르기로 한 49기의 기사들이 모두 말에 오르자 귀족기사들을 향해 말했다.

"내가 어째서 너희들의 지휘관인지 보여주겠다. 그리고 네놈들에게 돌아오겠다. 기억하라, 나는 너희들이 충심을 다한다면 나 역시 충심으로 이끌 것이고, 너희들이 오만함으로 대한다면 나 역시 오만하게 너희를 이끌 것이다. 그것이 나 크로아 공작 저스틴 린카스터 크로아가 너희에게 해 주는 약속이다."

그 말만을 남긴 채 저스틴은 천천히 말을 몰았다. 하나, 둘. 그의 뒤를 따라 49기의 기사들이 전장을 향해 달려나갔다. 그들이 가고 난 뒤의 자리에는 흙먼지만이 남아 있었다.

"배, 백작님…"

"이들을 제압하라!"

일탄 백작의 말이 떨어지자 평기사들이 달려들어 귀족기사들을 제압했다. 귀족기사들은 이미 저스틴의 기세에 전의를 상실한 상태였기에 손쉽게 제압되었다.

일탄 백작은 그들이 제압되는 광경을 보지도 않은 채 전장으로만 시선을 집중했다. 그의 시선 끝에는 검은 말이 있었고, 그 위에는 검은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당당하게 적진을 향해 진격해 들어가는 남자가 한 명 있었다.

"크로아 공작…"

그라면, 어쩌면 자신이 오랫동안 기다려 온,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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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1 Bon
    작성일
    10.11.04 00:35
    No. 1

    오타 발견

    귀족가의 기사를 그렇게 핍박할 수 업다고?>>> 없다고로 고쳐 얼른 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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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공작 5화-믿어주면 안 될까?(1) +1 10.10.20 855 5 12쪽
59 공작4화-눈꽃 위의 냉기(15) +1 10.10.13 892 8 7쪽
58 공작4화- 눈꽃 위의 냉기(14) +2 10.10.06 908 7 12쪽
57 공작4화-눈꽃 위의 냉기(13) +2 10.09.29 1,141 7 8쪽
56 공작 4화-눈꽃 위의 냉기(12) +3 10.09.22 1,042 6 10쪽
55 공작 4화-눈꽃 위의 냉기(11) +2 10.09.15 1,111 7 9쪽
54 공작4화-눈꽃 위의 냉기(10) 10.09.08 1,103 6 9쪽
53 공작 4화-눈꽃 위의 냉기(9) +1 10.09.08 1,240 7 9쪽
52 특집 대담(對談)!! 1.-저스틴 린카스터 크로아 +2 10.09.01 1,093 3 2쪽
51 공작4화-눈꽃 위의 냉기(8) +2 10.09.01 1,237 7 9쪽
50 공작 4화-눈꽃 위의 냉기(7) +1 10.09.01 1,195 8 11쪽
49 공작4화-눈꽃 위의 냉기(6) +4 10.08.25 1,303 7 10쪽
48 공작 4화-눈꽃 위의 냉기(5) +4 10.08.18 1,731 5 9쪽
47 공작 4화-눈꽃 위의 냉기(4) +4 10.08.11 1,872 7 9쪽
46 공작 4화-눈꽃 위의 냉기(3) +4 10.08.04 1,522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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