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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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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天
작품등록일 :
2011.02.18 23:24
최근연재일 :
2011.02.1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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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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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06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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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4화- 눈꽃 위의 냉기(14)

DUMMY

그런 하루여서랄까, 한창 제장회의 중인 저스틴은 알지 못할 오한 때문에 몸을 살짝 떨었다. 웬일이지? 라는 의문도 잠시, 그는 지금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집중하기로 했다.

눈앞의 귀족들의 표정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처음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끌려온 귀족들의 표정은 그야말로 뭐 씹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의 작전을 들은 그들은 안색이 새하얗게 표백되어 버렸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작전이다!

하긴, 나도 처음에 들었을 때는 그런 반응이었으니깐…

저스틴은 왠지 이해가 된다는 뜻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의 한숨을 기점으로 귀족들은 얼음땡 상태에서 풀려 천천히 떠들기 시작했다.


"그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는가? 조립 합체라니! 이게 무슨 애들 장난인 줄 아는가?"

"조립 합체?"

"흠, 흠. 그건 이쪽 용어라네. 아무튼 그게 말이나 되냐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건가 자네는!"

데스탕틴 후작은 그의 분노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귀족파의 태두답게 많은 귀족들이 그의 말에 동감하는 기색을 보였다. 어차피 이런 결과쯤은 예상하고 있었다. 이제는 태희가 말한 대로, 자신에게 달렸을 뿐이다. 저스틴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서며 대답했다.

"이번에 제가 제시한 작전이 역사상 유래가 없을 정도로 무모한 작전이라는 점, 저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귀족들은 그가 '무슨 소리를 하나' 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저스틴은 그런 그들에게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나 크로아 공작 저스틴 린카스터 크로아가, 그만한 것도 계산하지 못하고 이런 일을 벌였다고 생각합니까?"

홀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모든 것이 배경이 되었다. 그 가운데서 저스틴은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시간마저 배경이 되어버린 이 공간에서 유일하게 살아 움직이는 자였다. 그의 손짓에 배경이 밀려나고, 감추어져 오고, 밝혀지고, 팽창과 수축을 반복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중심이었다.

"이번 작전은 군에서 가장 중요한 통솔체계를 거의 무시하다시피 한 작전이지만, 이것이 성공한다면 우리는 강력한 기동력을 이점으로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단 한 가지 조건만 만족된다면, 통솔체계 역시 강력하게 구축할 수 있을 겁니다."

저스틴은 귀족들을 한 번 둘러보았다. 모두는 숨을 죽이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믿음."

"…"

"그대들도 이 왕국의 귀족이라면, 왕국을 지키기 위해 아낌없이 싸워주십시오. 그리고 그 귀족 이전에 이 나라의 지휘관들에게 명령합니다. 당신들의 지휘관의 지휘에 따라주십시오. 그리고 그 지휘관 이전에 이 나라의 국민들에게 부탁합니다. 당신들의 나라를 믿어주십시오."

"…"

"그러면 우리는 이번 작전에서 승리할 것입니다. 그 누구도 시도한 적 없기에 실패할 거라는 생각은 버리십시오. 언제나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고, 그 시작에서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가장 소중한 그것, 믿음이 있다면, 그리고 저를 따라온다면, 우리는 이길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따라갔는데도 이기지 못한다면?"

"반드시 이기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설령 내 자신을 모두 불사른다 할지라도."

귀족들은 서로서로를 마주보았다. 어떻게 해야 할 지 주저주저하며 서로의 눈치 보기에 바빴던 것이다. 그런 그들 사이에서, 카랑카랑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하하하. 질 거라는 상황은 가정하지도 않은 채, 무조건 따라오라는 것인가? 이거야말로 무모의 극치로군. 젊기 때문에나 할 수 있는 말이야."

데스탕틴 후작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스틴은 긴장한 채로, 하지만 표정만은 느긋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데스탕틴 후작은 천천히 몸을 돌려 홀을 나가며 말했다.

"나 같은 늙은이가 가 봐야 아무 소용도 없겠지. 이 나이 먹어서 모험을 하기도 힘들고. 하지만 저런 도박에 주저 없이 뛰어들 만한 젊은 놈들이 몇 놈쯤 있는 것 같구만."

적어도 귀족파의 태두인 데스탕틴 후작이 이 작전에 반대하지 않은 것이다. 비록 그는 이번 전투에 참전하진 않지만, 그의 다른 많은 귀족들이 참전할 것이다. 지금의 저스틴에게는 그 정도의 원조도 충분히 고마웠다.

저스틴은 홀을 빠져나가는 데스탕틴 후작을 향해 고개를 숙여보였다.

"크로아 공작 전하."

저스틴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뒤돌아보았다. 콧수염을 멋지게 다듬은 귀족이 그를 향해 고개를 숙여 보이고 있었다.

"나 랑펠로 백작 다임 케슬티 랑펠로는 공작 전하의 지휘를 따르겠습니다."

"나 일탄 백작 다스크 델로 일탄의 검 역시 전하와 함께할 겁니다."

자신을 일탄 백작이라고 소개한 귀족이 자신의 검을 빼어들어 기사의 예를 취했다. 그를 뒤따라 많은 귀족들이 일어서 저스틴의 지휘에 따를 것을 약속했다. 비록 모든 귀족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2/3정도의 귀족들이 협조를 약속한 것이다. 지금이라면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했다.

뭔가 실마리가 보일 것 같기에 저스틴은 미소 지었다.


결국 태희가 계획한 이 전무후무한 작전은 한 번 해보기로 결정이 났다. 왕국의 책사인 랑펠로 백작과 저스틴의 추천으로 나선 태희가 세부적인 사항을 결정했고 그날 저녁, 저스틴은 둘의 노고가 가득 담긴 작전 계획서를 들고 국왕을 찾아갔다. 작전 계획서를 천천히 읽어 내려가던 국왕은 그 쪽수가 더해짐에 따라 표정 역시 딱딱하게 굳었다. 계획서가 끝났을 때, 저스틴은 얼굴이 굳다 못해 창백하게 질린 채로 그래도 승인을 해 준 국왕에게 깊은 감사를 느꼈다.

국왕의 재가가 떨어지고 나자 계획은 착착 진행되어갔다. 저스틴에게 협조를 약속한 귀족들은 마법구로 자신의 영지에 연락, 각각의 기사단장에게 기동력이 좋은 병사들을 이끌고 탈라스 평원으로 집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탈라스 평원은 에레사크 성에서 펠하임으로 가는 직선상에 있는 평원으로, 얼어붙은 강 너머에 있는 평원이었다.

"귀족들의 결의가 모인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시간입니다."

정식으로 펠하임 탈환군이 편성되고 난 후 모인 작전회의. 크로아 공작의 작전참모로 회의에 참가한 태희가 예의 진지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 저 표정이 얼마나 무서운지 아는 저스틴은 가만히 불안감을 누르고 있었지만 다른 지휘관들은 '과연'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탈라스 평원에서 지휘부와 군사부, 그리고 보급대의 합류가 하루, 아무리 적어도 이틀 안에는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지휘계통을 비롯한 현지에서 이루는 체계도 하루. 그래서 적어도 사흘 안에는 펠하임으로의 진군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계획이라니…"

"뭐 우리의 공작 전하께서 해주시겠죠. 우리도 그걸 믿으니깐 여기 모인 것 아니겠습니까."

일탄 백작은 그렇게 말하고는 저스틴에게 살짝 미소 지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저스틴을 비꼬는 것이 아닌 강한 신뢰감이 담겨 있었다. 저스틴 역시 고개를 살짝 끄덕여줬다. 하지만 속으로는 살짝 식은땀이 흘렀다. 새삼 지휘관으로서의 무게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보급부대를 아예 구성하지 않는 쪽이 어떻겠습니까?"

왕국 최고의 전략가라고 불리는 랑펠로 백작의 말에 지휘관들은 다시 한 번 굳어버렸다. 지금까지 논의하고 있는 작전도 상식에서 벗어난 작전인데 거기에 한 술 더 뜨는 말이었던 것이다. 태희가 내놓은 작전이 상식 타파라면, 랑펠로 백작이 내놓은 건 상식 파괴였다.

지금의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 바로 보급대였다. 보급대는 병사들의 식량을 공급하는 역할을 기본 역할로 담고 있고, 유사시에는 군대의 뒤를 보조해주거나 퇴로를 확보해주는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가장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는 부대라는 것이다. 영지 대 영지 같은 소규모 전투라면 모를까, 이정도의 국가전에서 대부분의 승부를 결정짓는 보급대를 편성하지 말자는 것은 그야말로 상식 파괴다.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상식에 머리가 굳은 사람들의 생각이고, 저스틴이나 태희는 조금 달랐다.

"어쩌면 그 쪽이 나을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보급부대를 편성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여파는 랑펠로 백작께서 더 잘 알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대책이 있습니까?"

"그 정도도 생각지 않고 이딴 어이없는 말을 꺼냈을 리가 없지요. 말을 꺼낸 저도 어이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깐."

랑펠로 백작의 농담에 차갑게 얼어붙어 있던 분위기가 조금은 녹았다. 랑펠로 백작은 빙긋 웃었고 여기저기서 피식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순간 랑펠로 백작의 눈초리가 사납게 치켜떠졌다. 왕국 제일의 책사 랑펠로 백작의 오랜 버릇으로, 그가 저런 모습을 할 때면 델로아 공작마저도 한 수 접어준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보급부대를 편성하지 않는다면 틀림없이 전쟁에 있어 엄청난 차질을 빚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작전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기동력이 떨어지는 보급부대를 편성하지 않을 때 작전이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보급부대의 역할은? 그리고 지금 우리는 적의 부대를 기습하는 것이 아닙니다. 펠하임 성을 공략하는 것이죠. 성을 공략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공성무기는 어떻게 수송하실 생각이십니까? 또 식량은?"

태희의 날카로운 질문에 랑펠로 백작은 굴하지 않고 대답했다.

"모든 군사들이 탈라스 평원에 모인 시점에서부터 부대를 둘로 나누어 진격하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가는 길에 최대한 식량을 많이 모으게 하고요. 그리고 나머지 모자란 식량은 바로 이곳에서 충당할 겁니다. 공성무기 역시 이 부근의 안전한 곳에 대기를 끝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랑펠로 백작은 지도 위의 한 지점을 짚었다. 그의 손아래에는 '펠하임'이라는 글씨가 있었다. 랑펠로 백작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설마 이런 준비를 하지도 않고 보급부대를 편성하지 말자는 소리를 했겠습니까?"

그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몇몇 귀족들은 피식 웃었다. 다른 귀족들도 랑펠로 백작의 의견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다소 억지스런 면이 있긴 하지만, 그건 랑펠로 백작의 자신만만한 태도가 매워주었다.

저스틴은 태희를 살짝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을 느낀 태희가 나쁘지 않다는 뜻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저스틴은 살짝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그럼 보급대는 편성하지 않고 펠하임까지 두 갈래로 나뉘어 진군하는 것으로 합니다. 단,"

저스틴의 말이 끊어지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모였다. 그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식량은 약탈하는 것이 아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사야 합니다. 그들도 우리 아센의 백성이니, 피해를 입혀서는 안 되지 않겠습니까?"

그의 말에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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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제가 정연에 올라온 이후로....꾸준히 선작수가 200에 달하고 있어요. (제 친구의 평가로는)졸린 이런 글을 재미있게 읽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쿨럭 환절기의 친구 감기가 찾아오네요. 모두 몸조심하세요오^^

p.s. 만약 이거...책으로 나온다면, 사실건가요?(댓글을 바라는 눈빛 반짝반짝 어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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