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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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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天
작품등록일 :
2011.02.18 23:24
최근연재일 :
2011.02.1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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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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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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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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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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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29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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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공작4화-눈꽃 위의 냉기(13)

DUMMY

"…그런 어처구니없는 짓을."

"한동안 보지 못할 거야."

저스틴은 동료들의 모여 있는 방 문 앞에 서서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모두의 표정이 아프게 밀려왔다.

"어째서 그런 어처구니없는 짓을…"

"어쩔 수 없었어."

저스틴은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천천히 걸어 들어와 방 가운데 있는 소파에 털썩 걸터앉았다. 그 피곤해 보이는 모습에 모두는 입을 다물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전황이 진척이 안 돼. 이번 작전에서 이기든 지든, 전세는 바뀔 거야."

"그렇다고 해서 꼭 네가 지휘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아니."

아론의 말에 저스틴은 고개를 저었다.

"귀족들이란 참 단순해서, 이런 상황에서도 자기 밥그릇을 유지하기 위해 발악을 하지. 지금도 국왕 폐하를 누르고 신권을 강력하게 하기 위해 압박을 하고 있어. 그렇기 때문에 그나마 국왕 폐하의 편에 서 있는 내가 군대를 지휘해야만 해. 어쩔 수 없어. 이런 저질스런 면을 너희에게 보여줘서…미안하다."

아무도 말을 하지 못했다. 저스틴은 그들을 보며 묘하게 항상 무거운 분위기로 흐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만난 지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은데, 벌써 한 달이란 세월이 흘렀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저스틴 오빠, 그럼 우리도 가면 안 돼? 우리가 옆에서…"

"안 돼. 절대로."

저스틴은 리체의 말에 딱 잘라 말했다. 그의 표정에 리체는 입을 다물었다.

"이번 작전은 나마저도 생사를 점치기 어려울 정도로 위험한 작전이야. 내 욕심일지는 몰라도…너희들을 이런 위험한 전쟁터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에드워드가 마시던 포도주 병을 내려놓으며 저스틴의 말을 잘랐다. 그는 저스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우리는 동료다. 네가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닌, 동등한 동료인 것이다. 네가 우리를 동료로 생각한다면, 너의 등을 우리에게 맡겨라."

"에드워드…?"

"그 말이 옳네."

마침 방 안으로 들어오던 아벨이 말했다. 아벨은 저스틴에게 따스한 미소를 지어주며 말했다.

"우리는 같은 용병단의 '동료'가 아닌가? 그런 동료라면, 함께 가세나. 우리 역시 우리의 몸을 지킬 정도는 되네. 우리를 그렇게 못믿는건가?"

저스틴은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다. 태희는 몸을 기운차게 일으키며 말했다.

"자, 그럼 갈까? 펠하임 대탈환전으로?"

"바보. 오늘 결의된 사항이 그렇게 빠르게 진행될 리 없잖아. 군사를 모으고 보급을 하고 하면 적어도 2~3일은 걸릴걸?"

"거기에 각지에서 모이는 군대임으로 지휘체계를 세우고, 행군대열을 정하고 돌발 상황에서의 군호 등을 정하고 나면 못해도 일주일은 걸리지. 하지만 이번 작전의 특성은 기습이야. 그렇게 시간이 걸린다면 그 이점은 모두 잃어버리는 거다."

모두는 오랜만에 보여주는 태희의 정상적인 모습에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요리도 하던 사람이 해야 한다고, 지금 태희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알 수 없는 불안감을 가져다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옳은 말이야."

뜻밖에도 저스틴이 태희를 거들고 나섰다. 모두는 점점 이 알 수 없는 불안한 사태에 긴장하며 저스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저스틴은 꽤나 느긋해 보였지만 그도 이 알 수 없는 사태가 불안했던지 손을 하얀미르의 손잡이에 얹어놓고 있었다. 모두는 '그럼 그렇지'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 사태를 만들어낸 원흉을 바라보았다. 그는 손으로 턱을 살짝 짚고 심각하게 고민 중이었다.

불안감이 배가 되어버렸다.

"그럼 태희, 넌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는 거지?"

"일단 귀족들의 군대를 아센 평원 쪽으로 모이라고 해. 그곳이라면 얼어붙은 강 너머이니 곧바로 진격하는 데 무리가 없을 거야. 그리고 보급을 위한 수송대는 이곳에서 조직해서 간다. 지휘체계는 마침 이곳에 모든 지휘관이 모여 있으니 여기서 만들면 될 거야. 한마디로 제각각 부위별로 만든 후 하나로 합치는, 합체의 방법이지."

이젠 불안감을 넘어 소름이 돋았다. 왠지 이세계의 것이 아닌 듯 한 한기가 태희의 몸에서 폭사되어 나오는 느낌이었다.

"이 작전의 관건은 이곳의 지휘관인 귀족들이 자신의 병력에 대해 얼마나 잘 파악하는가, 그리고 네가 이들을 얼마나 잘 통솔하는가에 달려 있어. 즉, 모든 것이 너에게 달려 있다는 말이지."

그러고는 태희는 저스틴에게 다가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저스틴은 몸을 움찔했다. 블랙 드래곤 카이낙사드 앞에서도 꿀리지 않았던 그가, 정상 상태(?)인 태희의 오오라에 움찔한 것이다. 역시 어느 모로 보나 태희는 막강한 놈이었다.

"그 막. 강. 한. 공작이시자 우리의 동.료.인 저스틴이 설마 그런 놈들조차 제압하지 못한다는 건 아니겠지?"

태희는 그렇게 말하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동료들의 어딘가 황폐한 시선과 마주하고는 저스틴의 어깨에서 살며시 손을 내렸다. 그는 손을 볼에 살짝 가져다 대고는 말했다.

"아잉~그렇게 보면 부끄럽잖아아~"

퍼억!

우당탕

"끄…끄으윽…이…이건…"

"아아…나도 모르게 손이 나가버렸네…"

태희는 저스틴의 주먹을 맞고 바닥을 두어 번 구른 다음 저 구석에 가서 처박혀버렸다. 마침 그곳에는 그들이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때어둔 커튼이 가득 쌓여 있었다. 물론 그 커튼이 먼지가 잔뜩 쌓여 있다는 것은 설명 안 해도 알 것이다.

"잘했어. 나도 그러고 싶었거든."

"어쩐지 잘 나간다 싶었네."

"나도 한 대 치고 싶어지는걸?"

"말보다는 행동인 법."

"아이 언니, 저거 저대로 치면 먼지 나잖아요."

"어머, 그런가?"

일행의 반응에 저스틴은 아까완 다른 의미로 식은땀을 흘렸다. 태희는 먼지구덩이 속에서 "난 저거가 아니야…"라고 애타게 소리쳤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이제 점심시간인데 식사나 하러 갈까요?"

"그러자고. 자, 다 모인 거지?"

"저기 저건…"

"아론, 뭘 저런 물건에까지 신경을 쓰나? 어서 가세."

"아아, 포도주가 다 떨어져 버렸어. 어서 가자고."

"전 제장회의에 가보겠습니다. 방금 여기 왔다가 어떤 물건이 내는 소리에서 좋은 생각을 얻었거든요. 그리고…"

저스틴은 그들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숙였다. 모두는 갑작스런 저스틴의 행동에 당황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뭘. 우리는 동료가 아닌가. 동료들끼린 그런 일에 일일이 감사하는 게 아니야."

저스틴은 다시 한 번 인사하려다가 자신의 손을 잡아오는 한 손을 느꼈다. 그의 손을 잡은 리체가 그에게 밝게 웃어 보이고 있었다. 저스틴은 그녀에게 고개를 한 번 끄덕여주고는 홀을 향해 뛰어갔다.

"호오~리체, 혹시?"

"예? 뭐, 뭐요?"

"흐응~"

리체는 뛰어가는 저스틴을 바라보다가 뒤에서 들려 온 데니의 말에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데니는 눈을 가늘게 뜬 채 눈꼬리만으로 '우후후' 웃으며 리체에게 말했다.

"혹시, 리체, 혹시…"

"아, 아니에요! 그런 게 절대 아니에요!"

"흐응~ 뭐가? 난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걸?"

"아, 아무튼 아니에요!"

"호오, 그래? 리체 얼굴 빨개졌는걸?"

리체는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데니는 그녀의 반응에 깔깔깔 웃으며 식당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에드워드는 가볍게 훗 하고 웃은 다음 데니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고 아벨과 아론은 무척이나 심난한 얼굴로 그 뒤를 따랐다.

"얼른 안 오면 먹을 거 없다~"

"같이 가요!"

리체는 우두커니 서 있다가 데니의 말에 화들짝 놀라서 얼른 일행의 뒤를 따라갔다. 참 밝은 햇살이 쬐는 하루였다.




…응? 뭔가 잊은 게 있지 않나?

"…난 물건이 아니야…나도 데려가라고…"

정정하겠다. 잊혀진 자의 절규가 처절하게 울리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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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조심하시구 좋은밤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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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공작 5화-믿어주면 안 될까?(5) +4 10.11.10 786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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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공작 5화-믿어주면 안될까?(3) +1 10.10.27 839 7 8쪽
61 공작 5화-믿어주면 안 될까?(2) +1 10.10.20 934 4 11쪽
60 공작 5화-믿어주면 안 될까?(1) +1 10.10.20 855 5 12쪽
59 공작4화-눈꽃 위의 냉기(15) +1 10.10.13 891 8 7쪽
58 공작4화- 눈꽃 위의 냉기(14) +2 10.10.06 906 7 12쪽
» 공작4화-눈꽃 위의 냉기(13) +2 10.09.29 1,140 7 8쪽
56 공작 4화-눈꽃 위의 냉기(12) +3 10.09.22 1,041 6 10쪽
55 공작 4화-눈꽃 위의 냉기(11) +2 10.09.15 1,110 7 9쪽
54 공작4화-눈꽃 위의 냉기(10) 10.09.08 1,103 6 9쪽
53 공작 4화-눈꽃 위의 냉기(9) +1 10.09.08 1,240 7 9쪽
52 특집 대담(對談)!! 1.-저스틴 린카스터 크로아 +2 10.09.01 1,093 3 2쪽
51 공작4화-눈꽃 위의 냉기(8) +2 10.09.01 1,237 7 9쪽
50 공작 4화-눈꽃 위의 냉기(7) +1 10.09.01 1,195 8 11쪽
49 공작4화-눈꽃 위의 냉기(6) +4 10.08.25 1,303 7 10쪽
48 공작 4화-눈꽃 위의 냉기(5) +4 10.08.18 1,731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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