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justme 님의 서재입니다.

퍼펙트 메이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연재수 :
223 회
조회수 :
408,025
추천수 :
6,068
글자수 :
1,143,357

작성
19.06.24 10:30
조회
1,779
추천
23
글자
11쪽

074. 5막 1장 - Reborn (2) | Isaac

DUMMY

제가 다른 차원에서 왔다는 사실은 알고 계시죠? 저는 지구라고 불리는 곳에서 태어났습니다. 이곳과는 많이 다른 곳이죠.

그곳에는 마법이 없습니다. 대신 과학이라는 기술이 발전했죠. 마법 없이 마차를 달리게 하고, 하늘을 나는 기계를 만들며, 인간을 하늘 너머로 보내는 곳입니다.

"진짜요?"

글린다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놀란 건 알겠는데 말은 끊지 않아 줬으면 좋겠다.

진짜니까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저는 그런 것이 평범하게 여겨지는 세계에서 태어났습니다.

부모님은 일종의 귀족이었습니다. 밑에 사람들을 부리고, 거대한 권력과 자본을 가지고 있었지요. 저는 그런 가정의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오. 저도 막내예요."

알고 있으니까 제 이야기나 들어주시죠.

글린다는 자기 입을 막고 고개를 끄덕인다. 눈동자에 호기심을 기반으로 한 흥분이 가득하다. 중간에 또 끼어들겠네.

이야기를 이어나가겠습니다. 부족함이 없는 삶이었습니다. 아홉 살 때까지는요. 그때부터 제 삶이 바뀌었습니다.

평범했던 삶이 망가졌습니다. 병이 생겼거든요. 이름조차 없는 병이였습니다. 저는 병실에 누워서 하루하루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병실이요? 죽을 병이 있는 환자를 치료해줘요?"

네. 지구는 그런 일이 일상적인 곳입니다. 저는 그곳에서 17년 정도 누워있었습니다.

"잠깐만요. 죽을병이라면서요. 17년 동안 살아있었으면 죽을병이 아니지 않나요?"

그렇게 되는 건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고민해 본 적이 없어서 대답해줄 수 없다. 그냥 무시하고 진행하자.

어찌 되었든 그 상황이 저를 만들어냈습니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저를요.

너무나 고통스러웠습니다. 시도 때도 없는 수술. 하루의 절반을 마취되어 있어야 하는 삶. 나를 바라보는 다른 사람의 걱정스러운 눈동자. 그 모든 것이 고통이었습니다.

"지금은 괜찮으신 건가요?"

저 눈. 나는 저런 눈이 너무 싫었다.

지금은 괜찮습니다. 한 번 죽고 났더니 병이 싹 사라지더군요.

아아. 그렇게 놀라실 것 없습니다.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고만 알고 계시면 됩니다. 차원을 넘으려면 일단 죽어야 해서 그럴 뿐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저는 병에 걸려 언제나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하루 들로 가득 찬 삶이었죠. 다행히 기술의 발전은 저에게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줬습니다. 바로 게임이었죠.

"어. 게임이 뭐에요?"

그러게. 뭘까.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지구 용어로도 게임을 설명할 수 없는데. 글린다가 알아듣게 설명하려면···. 마법을 예로 들어야 하나?

음. 환상 마법을 통해 다른 사람이 되는 삶을 체험하는 거랑 비슷한 겁니다. 아마?

"그런 게 재밌어요?"

저는 재밌더라고요.

글린다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아마 내 설명이 잘 와 닿지 않는 거겠지. 중요한 건 아니니 넘어가자.

게임은 저에게 상당히 중요했습니다. 현실에 지친 저에게 유일한 안식처였죠. 삶을 살아가는 유일한 원동력이었죠. 거기서 지금의 제가 다듬어졌습니다. 전에 말씀하신 지금의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으로서 말이죠.

그냥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현재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오직 순간의 즐거움을 쫓으며.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게 아닌 듯이.

"어···. 저도 비슷하게 살아왔는걸요?"

글린다의 눈동자가 사방으로 흔들린다. 무슨 말을 이어가야 할지 모르는 모습. 위로를 건네고 싶어한다는 건 알겠다. 별 도움은 안 되지만. 이야기나 이어가자.

십 년을 넘게 그렇게 살았습니다. 현실이 아닌 환상에서요. 모든 것을 잊고 거짓을 보면서요. 그냥 그렇게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게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죽었습니다.

"엑!"

글린다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른다. 그렇게 놀랄 일인가. 어차피 지금은 살아있는데.

죽었으면 모든 게 끝날 줄 알았는데 아니더군요. 맥발라 숲에서 정신을 차렸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도 몰랐습니다. 소을에게 간단한 설명을 듣고 나서야 알았죠. 내가 죽었고, 다른 세계에 왔다는 것을.

"잠시만요. 소을? 그 소을? 천사 소을?"

네. 맞습니다. 천사 소을. 악의로운 순수 소을. 스스로는 초월자라고 부르지만요.

글린다는 상당한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눈동자가 멈추지 않고 진동한다. 입에서는 어버버 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집중하시고 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소을은 제가 다른 차원에 왔다는 것을 말해주었습니다. 제가 누군지 혼란스러워할 때 농담도 했고요.

"자신이 누군지 혼란스러워해요? 왜 그런 거죠?"

내가 입을 열려는데 글린다가 말을 끊는다. 너무 자주 끊는 거 같은데. 내 말이 긴 건 알겠는데 좀 안 끊기고 말하고 싶다.

제가 지구에 살았던 시절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은 다릅니다. 그때는 키도 더 작았고 얼굴도 다르게 생겼습니다. 지금 이 모습은 제가 게임을 할 때 사용하던 모습이죠. 이름도 달랐고요.

글린다의 눈동자에 무수히 많은 물음표가 떠오른다. 게임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없어서 발생하는 일이지. 설명은 귀찮으니 넘어가자.

처음에는 원래 살던 삶과 지금 새롭게 얻은 삶에 혼란을 느꼈죠. 마법을 쓰고 나서는 많이 사라졌지만요. 실제로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저를 아이작이라는 사람으로 만든 것 같습니다.

"잠깐만요! 그럼 원래 마법은 못 쓰셨어요?"

이제 슬슬 화가 난다. 진정하고 하나씩 대답해주자. 내가 먼저 들어달라고 부탁한 거니까.

지구에는 마법이 없습니다. 당연히 저도 마법을 쓰지 못했고요.

글린다가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런데 이 말 맨 처음에 했던 거 같은데?

"그럼 지금은 어떻게 마법을 쓰나요?"

차원을 넘어올 때 게임 속 모습을 입었다고 말했었죠? 제가 하던 게임 속 인물은 마법을 쓸 수 있었습니다. 그 육체를 입은 저도 그 능력을 그대로 받은 거고요.

"어······. 네. 그렇군요."

하나도 이해 못 했구나. 그래도 질문이 이어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처음 보는 세계에 와서 많이 당황했습니다. 일단 도시로 나가보자 생각해서 숲을 돌아다녔고요. 그러다가 글린다 양을 만났습니다.

그리고는 글린다 양도 알고 있는 일들이 일어났죠. 오스왈츠 성으로 가는 동안 습격도 받고, 요정 잡이도 해보고. 이제 와서 보니 다 추억이군요.




"제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혹시 질문 있으신가요?"

글린다는 묘한 표정을 짓는다.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고 나에게 질문해 온다.

"왜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셨나요?"

"그냥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나의 과거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누군가 내가 겪은 일을 알았으면 했습니다. 나를 누군가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내 대답을 듣고도 글린다는 나를 바라본다. 옆의 비명을 지르는 남자의 그림도 나를 바라본다.

찢어진 태양이 흘리는 피로 가득한 하늘. 흘러가는 구름도 공포에 질린 것 같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잇는 것 같은 다리. 그리고 건너편에서 오는 그림자 둘. 죽음의 그림자 둘.

그리고 절규하는 한 남자. 살려달라고 외치는 듯한 소리. 다가오는 죽음을 피하는 나의 외침. 그것이 저 그림에서 보인다.

"마법사님?"

아. 글린다와 대화하는 중이었지. 뭉크의 절규에 빼앗긴 정신을 되찾아온다.

"무슨 일이신가요?"

"지금 들려준 이야기. 상태와 관련 있나요?"

상관 있냐고? 엄청 많지. 글린다의 말대로 다. 쓸데없이 옛날이야기를 꺼낸 것도, 갑자기 절규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도 다 지금의 나 때문이다. 내가 누군지 몰라서. 과거를 떠올리면 알 수 있을까 해서 해 본 것들이지.

"관련 있는 게 확실할 겁니다."

글린다의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글린다도 얼른 고개를 돌려 그곳을 바라본다.

흰색으로 빛나는 갑옷. 등에 짊어진 방패와 검.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투구까지. 완전 무장 상태의 에스나가 걸어온다. 옆에는 맥의 모습도 보인다.

"언제부터 듣고 있었던 거야?"

내 대답에 에스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뭐 하는 거야?

"다행입니다. 조금 정상으로 돌아오셨군요."

왜 저래? 내 표정을 바라본 글린다가 의문을 해소해준다.

"어제 마법사님한테 들었던 존댓말에 충격을 좀 받았었죠."

내가 그랬었나? 솔직히 어제 일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칼라모일과 만나고 탑을 만들어 낸 것까지만 확실하게 기억난다.

그다음은···. 엄청난 우울감과 공포에 짓눌렸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뭐 상태가 괜찮아지신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에스나는 고개를 주억거린다. 옆에 있는 맥도 동의의 고갯짓을 선보인다.

"그건 됐고. 어디서부터 들었어?"

"제가 다른 차원에서 왔다는 사실은 알고 계시죠? 부터요."

켁. 맥의 대답에 헛기침이 나온다. 처음부터 다 들은 거잖아. 저 두 사람한테는 별로 들려주고 싶지 않았는데.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이던 에스나가 걸어온다. 내 앞에 머물러 서서 손을 뻗고 내 어깨를 두드린다. 이건 뭐 하는 거지? 당황스럽다.

"괜찮습니다. 누구든 죽음을 겪고 육체가 바뀌면 자아에 대해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겁니다."

뭐지. 이 짜증이 솟아오르는 느낌은.

"음음. 그럴 수 있는 겁니다."

고개를 끄덕인다. 이건 명백하게 나를 비웃는 거다. 네가 감히 나를 비웃어? 손에 마법을 만들어낸다.

"폭풍탄."

손에서 강한 바람이 터져나간다. 나와 바짝 붙어 있던 에스나는 폭발적인 바람에 휩쓸려 멀리 날아간다. 그대로 바닥에 부딪힐 줄 알았는데 공중에서 자세를 잡더니 정확하게 착지한다. 놀라울 정도의 운동신경이다.

땅에 똑바로 선 에스나는 나를 바라본다. 얼굴을 가리고 있던 면갑을 들어 올린다. 분노와 당황으로 일그러진 얼굴.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갑자기 마법이라니요!"

"네가 먼저 놀렸잖아! 어차피 공격 마법도 아니었어!"

공격 마법이 아니란 건 거짓말이지만. 폭풍탄은 주변에 작은 폭풍을 불러오는 마법. 맞은 사람은 아까의 에스나처럼 바람에 휘말려 멀리 날아가 버린다. 그래 봐야 저 갑옷을 입고 있는 에스나에게는 유의미한 피해를 주지 못하지만.

"좋습니다. 제가 먼저 잘못한 거니 넘어가겠습니다."

에스나는 호흡을 가다듬더니 면갑을 내려 얼굴을 가린다. 꼭 자기가 용서해준다는 것처럼 말하네.

"자자. 두 사람 다 진정하시고."

글린다가 나와 에스나 사이를 막아서며 양팔을 벌린다. 어차피 싸울 생각은 없었지만.

"맞아요. 얼른 악마의 탑을 정리하러 가야죠."

맥도 글리다의 옆에 서서 싸움을 말린다.

"그렇습니다. 저희는 갈 길이 바쁘므로 싸움은 무의미합니다."

어느새 에스나도 글린다와 같은 편에 서 있다. 이거 내가 나쁜 놈이 된 거 같은데?

"알았으니까 그만해. 얼른 가기나 하자."

어쩔 수 없이 한발 양보해주자. 맥의 말이 맞지.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퍼펙트 메이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074. 5막 1장 - Reborn (2) | Isaac +2 19.06.24 1,780 23 11쪽
73 073. 5막 1장 - Reborn (1) | Glinda +2 19.06.22 1,801 27 11쪽
72 072. 5막 서장 - Awaken | Glinda +6 19.06.21 1,802 27 11쪽
71 071. 4막 종장 - 숲 속에서 | Isaac +4 19.06.20 1,842 27 11쪽
70 070. 4막 5장 - 악마가 사는 숲 (3) | Isaac +6 19.06.19 1,836 30 12쪽
69 069. 4막 5장 - 악마가 사는 숲 (2) | Glinda +4 19.06.18 1,871 29 11쪽
68 068. 4막 5장 - 악마가 사는 숲 (1) | Isaac +10 19.06.17 1,927 31 11쪽
67 067. 4막 4장 - 찰나의 휴식 (3) | Isaac +6 19.06.15 1,936 30 11쪽
66 066. 4막 4장 - 찰나의 휴식 (2) | Isaac +5 19.06.14 1,923 30 12쪽
65 065. 4막 4장 - 찰나의 휴식 (1) | Isaac +6 19.06.13 2,019 33 12쪽
64 064. 4막 3장 - 다시, 티파나 (3) | Isaac +2 19.06.12 1,991 30 11쪽
63 063. 4막 3장 - 다시, 티파나 (2) | Isaac +3 19.06.11 2,000 30 12쪽
62 062. 4막 3장 - 다시, 티파나 (1) | Glinda +4 19.06.10 2,054 33 12쪽
61 061.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6) | Isaac +4 19.06.08 2,071 36 12쪽
60 060.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5) | Isaac 19.06.07 2,036 34 11쪽
59 059.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4) | Isaac +14 19.06.06 2,093 36 12쪽
58 058.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3) | Isaac 19.06.05 2,132 33 12쪽
57 057.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2) | Isaac +8 19.06.04 2,129 32 11쪽
56 056.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1) | Isaac +6 19.06.03 2,155 35 11쪽
55 055. 4막 1장 - Over the Death (2) | Isaac +6 19.06.01 2,124 35 11쪽
54 054. 4막 1장 - Over the Death (1) | Isaac +2 19.05.31 2,124 32 11쪽
53 053. 4막 서장 - 기사와 소년 | Glinda +2 19.05.30 2,125 39 12쪽
52 052. 3막 종장 - 오스왈츠 가문 | Isaac +4 19.05.29 2,170 36 13쪽
51 051. 3막 4장 - 오스왈츠 성으로 (4) | Isaac +6 19.05.28 2,160 38 11쪽
50 050. 3막 4장 - 오스왈츠 성으로 (3) | Isaac +10 19.05.27 2,163 34 11쪽
49 049. 3막 4장 - 오스왈츠 성으로 (2) | Isaac +2 19.05.25 2,197 38 11쪽
48 048. 3막 4장 - 오스왈츠 성으로 (1) | Isaac 19.05.24 2,223 41 12쪽
47 047. 3막 3장 - 티파나에서 휴식을 (4) | Isaac 19.05.23 2,206 42 11쪽
46 046. 3막 3장 - 티파나에서 휴식을 (3) | Glinda 19.05.22 2,260 38 11쪽
45 045. 3막 3장 - 티파나에서 휴식을 (2) | Isaac +2 19.05.21 2,240 3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