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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me 님의 서재입니다.

퍼펙트 메이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연재수 :
2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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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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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68
글자수 :
1,143,357

작성
19.06.2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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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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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글자
11쪽

073. 5막 1장 - Reborn (1) | Glinda

DUMMY

두려움을 잊고

다시 새롭게

쇠사슬을 떨치고

다시 새롭게


- 시, `재탄생` 中 발췌 -


맥과 마법사의 토론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맥은 쩔쩔매며 마법사의 비논리적인 대화에 장단을 맞춰둔다. 상당히 재미있는 광경이지만, 슬슬 대화를 끊어보자. 맥도 자기가 한 요리 맛은 봐야 하지 않겠어?

"자. 둘 다 거기까지."

포크로 소리가 나게 접시를 때린다. 마법사와 맥이 동시에 나를 돌아본다.

"맥은 식사를 계속하고. 마법사님은 저랑 잠시 대화를 합시다."

내 말을 들은 맥은 안도의 한숨을 쉰다. 접시 위에 외로이 있는 포크와 스푼을 들고 스파게티를 먹기 시작한다.

마법사는 기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단어로 표현하기 힘들다. 문장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글린다 양이 저와 대화를 해준다고요?"

몸을 기울여 나에게 다가온다. 식탁이 사이에 있긴 한데 너무 가까운 거 아니야? 마법사의 숨결마저 느껴진다는 착각이 든다. 부담스러워서 눈을 돌린다.

"저를 바라보세요."

그 말에 눈을 돌려 마법사와 얼굴을 마주한다. 눈동자가 녹색이었구나. 마치 보석처럼 빛나는 눈동자다. 오래 보고 있으면 홀려버릴 거 같다.

"글린다 양. 저는 누구인가요?"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너무나 어려운 질문. 나도 내가 누군지 명확하게 말하지 못한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을 평가하지? 물론 나름의 대답을 내렸기에 마법사를 부른 거지만.

녹색으로 빛나는 마법사의 눈동자를 바라본다. 흔들리지 않고 또렷한 눈동자. 마법사의 숨결이 실려 온다. 토마토의 새콤한 냄새가 실려있다. 마법사의 이마에 내려온 머리카락을 본다. 불처럼 새빨간 색. 아니면 저녁노을의 아름다운 하늘색. 이렇게 보니 꽤 미남인걸?

"대답해주세요."

마법사의 말에 겨우 정신을 차린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구나. 빨리 마법사를 제정신으로 만들어야지. 이 방법이 통할 가능성은 너무나 적지만.

"제가 전에도 말했었죠."

밀란에서도 마법사는 같은 질문을 던졌었지. 그러면 같은 대답을 해주는 게 인지상정.

"당신은 아이작이죠. 마법사고요. 저를 보호해주는 사람이자, 재밌는 걸 최고로 치는 사람이에요."

마법사는 담담히 내 말을 듣고 있다. 음···. 저번과는 다른 반응인데?

"아니요.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엑."

내 대답을 전면부정했어? 한 번에 해결될 거라는 생각은 안 했지만, 이런 대답은 예상 못 했다. 조금 상처가 된다.

마법사는 음울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부담감이 심하다. 눈동자를 조금 돌리면 녹색의 눈동자가 바로 쫓아온다.

"글린다 양. 다시 대답해주세요. 저는 누구인가요."

망할. 나는 이 질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가? 맥과 같은 꼴이 되는 건가? 등줄기가 오싹해진다.

"그만두십시오. 아이작. 글린다도 잠을 자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시 질문을 던지려는 마법사를 에스나가 막아선다. 다행이다. 정말 큰일 날 뻔했다.

"그리고 저희는 악마의 탑을 조사하려 가야 합니다. 스스로에 대한 질문은 나중으로 미룹시다."

에스나의 말에 마법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한동안 저 질문으로 괴롭힐 일은 없겠지. 그러는 동안 식사를 마친 맥은 식탁의 접시들을 치운다.

그렇게 오늘의 밤이 지나간다.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거다.

아직도 익숙하지 못한 너무 푹신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하얗기만 한 천장. 어떤 방식으로 색을 칠했는지 빛이 바랜 곳이 없다. 어차피 마법이겠지만.

마법사의 질문은 나에게도 많은 고민을 가져다주었다. 마법사는 누구인가. 그에 대한 대답이 머릿속에 많이 떠오른다. 덤으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과 대답도.

창문이 있었으면 좋았겠다. 밤바람을 쐬며 달을 바라볼 수 있게.




"글린다! 날이 밝았습니다."

아으. 으어어. 으아으아.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비빈다. 덮고 있는 이불을 한쪽으로 치우고 몸을 일으킨다.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침대 옆에 놓인 신발을 신는다. 자리에서 일어나 양팔을 천장으로 쭉 뻗는다. 불편한 드레스가 팔의 움직임을 방해한다. 아. 나 아직도 이 옷 입고 있구나.

어깨 쪽에 코를 가까이 대고 냄새를 맡아본다. 이상한 냄새가 나지는 않는다. 다행인가. 그러고 보니 속옷도 며칠째 그대로다. 에스나에게 남은 옷이 있으려나?

"글린다! 아침 준비됐어."

다시 방문이 두드려진다. 맥도 밖에 있구나.

"일어났어! 나갈게!"

흐트러진 머리를 얼른 정리한다. 옷도 손으로 쓸어내려 단정하게 한다. 나가서 사람을 만날 준비가 되었다.

나무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맥과 에스나가 나란히 기다리고 있다. 에스나는 언제나처럼 갑옷 차림. 맥도 어제 본 차림 그대로다. 얘 옷도 필요하겠네.

"마법사님은요?"

"아이작은 식당에서 식사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빵 정도지만요."

그렇군. 일단 정상적인 일과를 보내고 있다는 거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망할. 마법사 때문에 저녁 식사량이 부족했던 게 원인이다.

얼굴이 빨개진다. 맥은 시선을 얼른 돌린다. 에스나는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주억거린다.

"괜찮습니다. 다 그럴 수 있는 겁니다."

아니야. 에스나는 모른다. 어렸을 때부터 백룡 기사로 살아와서 모른다. 이게 여자로서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인지!

"어. 일단 가자. 여기 있어서 뭐가 되지는 않으니까."

맥의 말이 맞다. 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 것은 이미 지나간 일. 또 나게 하지 않으려면 배를 채워야지.

"이동. 15층."

식탁에 앉아 있는 마법사의 모습이 보인다. 마법사의 앞에는 유리잔에 담긴 우유와 접시에 담긴 바게트가 놓여있다.

"오셨습니까?"

칼로 바게트를 썰고 있던 마법사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본다. 녹색의 눈동자에 음울한 빛이 엿보인다.

"밤은 잘 보내셨나요?"

마법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다시 바게트를 써는 일에 집중한다. 대화를 이어나갈 의지가 없어 보인다.

작게 한숨을 쉬고 식탁으로 다가간다. 성실한 맥은 이미 나의 몫을 준비해 두었다. 에스나와 자신의 몫도. 비어있는 자리, 마법사와 마주 보는 자리에 앉는다. 마법사는 그런 것과 상관없이 바게트를 자르고 있다.

"벌써 식사하고 계셨군요."

뒤이어 도착한 맥과 에스나도 각자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한다. 나이프가 움직이는 소리만이 식당을 가득 채운다. 식사 시간에 떠드는 건 예의가 아니지만, 이건 너무 분위기가 무거운데···.

다 마법사 때문이다. 저 인간이 저러고 있으니 분위기가 무거울 수밖에.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분명 식사 도중 목이 막혀 죽을 거다. 확실하다.

"전 다 먹었습니다. 먼저 밖에 나가 있겠습니다."

마법사가 나이프를 접시에 내려놓는다. 바게트는 조금밖에 줄지 않았다.

"이동. 1층."

한마디의 말과 함께 마법사의 모습이 사라진다. 남아 있는 우리는 동시에 한숨을 쉰다.

"일단 우리도 식사를 시작하도록 합시다."

에스나의 말에 나이프를 들어 올리고 빵을 자른다. 침묵 속에서 불편한 식사가 계속된다.

"제기랄!"

갑자기 화가 치솟아 들고 있는 나이프를 바닥에 집어 던진다. 금속이 부딪히는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진다. 에스나와 맥이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본다.

"죄송합니다."

사과하고 양손으로 얼굴을 덮는다. 이 빌어먹을 성격. 예의 없는 일이란 건 아는데 화가 너무 난단 말이지.

접시의 바게트를 손으로 집어 든다. 나이프 따위는 필요 없다. 이빨로 바게트의 끝 부분을 불고 뜯어낸다. 고소한 향이 입안에 확 퍼져나간다. 젠장. 맛있어!

맥과 에스나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무례하기 짝이 없게 바게트를 먹는다. 입안을 가득 채운 빵은 우유를 마셔 억지로 넘긴다.

"저기. 글린다."

내 이름을 부르는 맥과 눈이 마주친다. 맥은 흠칫 놀라며 눈동자를 돌린다. 그래. 지금 내 눈매가 무섭겠지.

"불렀으니까 말해."

말투도 장난 아니네. 지금 나를 제어하지 못하겠다. 말투도 눈매도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 누군가 건드리면 그대로 폭발해버릴 거다.

"조금 진정하는 게 어떨까 해서···."

맥이 말의 끝을 흘린다. 소심한 맥의 성격을 드러내는 평소대로의 모습. 그런데 지금은 이게 그렇게 화가 날 수 없다. 들고 있던 바게트를 얌전히 접시 위에 올려놓는다. 크게 숨을 들이쉬고,

"지금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결국, 폭발해버렸다. 이젠 나도 모른다. 그냥 분노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는 수밖에.

의자를 박차고 일어난다. 아무 곳이나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마법사라는 인간이 저 모양 저 꼴인데! 진정하게 생겼느냐고!"

말을 하니까 더 화가 난다.

"으아아아!! 내가 진짜 그 인간 때문에 미치고 팔짝 뛴다!"

한 번 소리 지르고 나니까 조금 괜찮아졌다. 심호흡으로 흥분을 가라앉힌다. 조금 진정되니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생겼다.

맥은 공포에 질린 채 의자 등받이에 바짝 붙어 있다. 에스나는 나를 바라보며 머리를 긁적인다. 눈동자를 나와 마주치지 못한다. 얼굴에는 어색함이 잔뜩 드러나고 있다.

"흠흠. 저는 좀 진정됐으니 다시 식사를 시작합시다."

헛기침하고 다시 의자에 앉는다. 맥과 에스나가 나를 빤히 바라본다.

"저 보지 마시고. 식사 시작!"

박수를 치고 접시에 놓인 바게트를 집어 든다. 한입 크게 베어 물고 입안에서 우물우물. 맥과 에스나도 내 눈치를 살피며 나이프를 움직인다.

배도 고플 대로 고팠고 순식간에 기다란 바게트 하나가 배 속으로 들어갔다. 다른 두 사람은 아직 식사 중. 혼자 멍하니 있기도 그러니 마법사를 보러 가보자.

"전 마법사를 보러 가볼게요."

간단하게 양해를 구한다. 맥과 에스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가 볼까?

"이동. 1층."

검은색의 방. 사방에 걸려있는 그림. 마법사의 붉은 코트가 굉장한 이질감을 불러일으킨다. 조심스럽게 마법사에게 다가간다. 마법사는 멍하니 그림 하나를 바라보고 있다.

저녁노을이 지는 다리. 그곳에서 비명을 지르는 사람. 뒤에 보이는 두 개의 검은 그림자. 멀리 보이는 바다. 그것들이 흔들리는 듯이 표현되어있다. 기이한 그림. 마법사는 그 그림에 홀린 듯 내가 다가오는 것도 모르고 있다.

"마법사님."

"아."

말을 걸고 나서야 놀란 듯 나를 바라본다.

"뭐하고 계셨나요?"

"그림을 보고 있었습니다."

마법사는 다시 그림으로 시선을 옮긴다. 난 별로 마음에 안 드는 그림이다.

"무슨 그림인가요?

"절규."

이름부터가 마음에 안 든다. 절규라니. 자고로 그림이라면 풍경을 그리거나 인물화를 그려야지. 그런데도 마법사는 그림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입니다."

거 취향도 참.

"글린다 양."

마법사가 그림에서 눈을 떼고 나를 바라본다.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겠습니까?"

순간 몸을 떨었다. 마법사는 거부하기 힘든 제안을 해오고 있다. 아마 잘만하면 마법사의 상태를 바꿀 기회. 동시에 별로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 그래도 들어야겠지?

고개를 끄덕인다. 마법사는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띠고 입을 열기 시작한다.


작가의말

모든 것을 잊고

다시 태어나

새롭게 날개를 펴고

다시 날아가

과거는 저만치

현재는 이만치

나는 다시 태어나

새롭고 새롭게

두려움을 잊고

다시 새롭게

쇠사슬을 떨치고

다시 새롭게

그렇게 나는

새롭게 태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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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074. 5막 1장 - Reborn (2) | Isaac +2 19.06.24 1,780 23 11쪽
» 073. 5막 1장 - Reborn (1) | Glinda +2 19.06.22 1,802 27 11쪽
72 072. 5막 서장 - Awaken | Glinda +6 19.06.21 1,803 27 11쪽
71 071. 4막 종장 - 숲 속에서 | Isaac +4 19.06.20 1,843 27 11쪽
70 070. 4막 5장 - 악마가 사는 숲 (3) | Isaac +6 19.06.19 1,837 30 12쪽
69 069. 4막 5장 - 악마가 사는 숲 (2) | Glinda +4 19.06.18 1,871 29 11쪽
68 068. 4막 5장 - 악마가 사는 숲 (1) | Isaac +10 19.06.17 1,928 31 11쪽
67 067. 4막 4장 - 찰나의 휴식 (3) | Isaac +6 19.06.15 1,936 30 11쪽
66 066. 4막 4장 - 찰나의 휴식 (2) | Isaac +5 19.06.14 1,923 30 12쪽
65 065. 4막 4장 - 찰나의 휴식 (1) | Isaac +6 19.06.13 2,019 33 12쪽
64 064. 4막 3장 - 다시, 티파나 (3) | Isaac +2 19.06.12 1,991 30 11쪽
63 063. 4막 3장 - 다시, 티파나 (2) | Isaac +3 19.06.11 2,001 30 12쪽
62 062. 4막 3장 - 다시, 티파나 (1) | Glinda +4 19.06.10 2,054 33 12쪽
61 061.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6) | Isaac +4 19.06.08 2,071 36 12쪽
60 060.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5) | Isaac 19.06.07 2,036 34 11쪽
59 059.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4) | Isaac +14 19.06.06 2,093 36 12쪽
58 058.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3) | Isaac 19.06.05 2,132 33 12쪽
57 057.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2) | Isaac +8 19.06.04 2,130 32 11쪽
56 056.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1) | Isaac +6 19.06.03 2,155 35 11쪽
55 055. 4막 1장 - Over the Death (2) | Isaac +6 19.06.01 2,125 35 11쪽
54 054. 4막 1장 - Over the Death (1) | Isaac +2 19.05.31 2,125 32 11쪽
53 053. 4막 서장 - 기사와 소년 | Glinda +2 19.05.30 2,125 39 12쪽
52 052. 3막 종장 - 오스왈츠 가문 | Isaac +4 19.05.29 2,170 36 13쪽
51 051. 3막 4장 - 오스왈츠 성으로 (4) | Isaac +6 19.05.28 2,161 38 11쪽
50 050. 3막 4장 - 오스왈츠 성으로 (3) | Isaac +10 19.05.27 2,164 34 11쪽
49 049. 3막 4장 - 오스왈츠 성으로 (2) | Isaac +2 19.05.25 2,197 3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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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045. 3막 3장 - 티파나에서 휴식을 (2) | Isaac +2 19.05.21 2,241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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