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justme 님의 서재입니다.

퍼펙트 메이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연재수 :
223 회
조회수 :
408,067
추천수 :
6,068
글자수 :
1,143,357

작성
19.06.21 10:30
조회
1,802
추천
27
글자
11쪽

072. 5막 서장 - Awaken | Glinda

DUMMY

눈을 뜬다

어둠 속에서

꿈 속에서

환상 속에서


- 시, `깨어나다` 中 발췌 -


"마법사님?"

한참을 기절해 있던 마법사가 몸을 움찔거린다. 눈꺼풀이 파르르 떨린다.

"이제 깨어나려나 보군요."

에스나가 누워있는 마법사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물 떠왔어요!"

맥이 수풀을 해치며 수통을 들고 다가온다.

"밤의 숲은 되게 무섭네요."

나무 틈 사이로 달빛이 내려온다. 마법사는 몇 시간 째 기절해 있는 상태. 나와 에스나가 간호를 하고 있지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으으."

나무에 기대있는 마법사가 신음을 흘린다. 에스나의 말처럼 곧 일어날 거 같다.

맥은 수통의 뚜껑을 열고 나에게 건네준다. 마침 목말랐는데 잘 됐다. 수통의 물을 마신다. 시원한 물이 목을 넘어간다. 다 마신 수통은 에스나에게 전해준다.

"전 괜찮습니다."

에스나는 받아 든 수통을 다시 맥에게 넘겨준다. 맥은 뚜껑을 열고 수통의 물을 마신다. 다 마신 맥은 수통을 거꾸로 들어서 탈탈 흔든다.

"다 떨어졌네요."

"마법사님만 깨어나면 물은 걱정 없는데."

나와 마법사 끼라만 다닐 때는 마법으로 물을 만들어냈다. 처음에야 어색했지만, 익숙해지니 이보다 편할 수가 없다.

마법사는 계속 몸을 움찔거리며 깨어날 낌새를 보인다. 빨리 일어났으면 좋겠다.

"커헉."

내 바람이 통했는지 마법사가 숨을 내뱉으며 눈을 뜬다. 눈을 몇 번 깜빡이며 주위를 둘러본다.

"깨어나셨습니까?"

에스나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다. 머리가 아픈지 손으로 이마를 짚는다. 얼굴을 찌푸리고 손을 대충 휘젓는다. 에스나의 질문에 대한 나름의 대답인 것 같다.

"제기랄."

나무에 기댄 마법사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온다. 웬만해서는 욕을 안 하는 사람인데. 그래도 저러는 걸 보면 상태는 괜찮은 것 같다.

마법사는 나무에 몸을 기댄 채로 호흡을 가다듬는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검게 변해버린 하늘에 약간 놀란 듯하다.

"내가 얼마나 누워 있었어?"

"저녁 먹을 시간은 확실히 지났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마법사가 깨어나길 기다리느라 식사도 못 한 상태다. 마법사는 에스나의 대답에 멋쩍은 듯 웃으며 머리를 긁적인다.

"그럼 일단 식사부터."

"거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문제?"

자리에서 일어나던 마법사가 에스나를 바라본다. 문제가 있지. 심각한 문제가.

"재료가 없습니다."

그게 문제다. 사냥이나 과일을 채집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다. 물이야 가까운 곳에 샘물이 있어서 받아올 수 있었던 거다. 빛 한 점 들지 않는 밤의 숲 속을 쏘다니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일이다. 그 숲이 악마가 살고 있다고 알려진 숲이라면 더더욱.

결국,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건 마법사뿐. 마법사는 자신에게 몰리는 여섯 개의 눈동자에 한숨을 쉰다.

"탑을 만들겠습니다."

"괜찮은 거에요? 들키는 거 아닌가요?"

마법사의 탑은 식당도 숙소도 있는 아주 좋은 곳이다. 너무 크기가 커서 눈에 띈다는 게 문제지.

내 질문에 마법사는 고개를 젓는다. 입가에는 허탈한 웃음이 담겨 있다.

"이미 들켰습니다. 마을에 들어갔을 때부터 누군가 우리를 감시했습니다."

별로 좋은 소식은 아니네. 마법사가 전해준 소식에 맥은 두려움에 몸을 떤다.

"그러므로 탑을 올리겠습니다. 마법사의 탑."

전에도 보았던 장면이 다시 시작된다. 땅에서 검은 탑이 솟아난다. 그 충격으로 대지가 뒤흔들리며 신음을 내뱉는다. 솟아오르는 탑은 자신을 방해하는 나뭇가지들을 수숫대처럼 부러트린다.

끝도 없이 올라가는 탑. 그로 인해 나타나는 거대한 그림자가 우리를 뒤덮는다. 두 번째 보는 거지만,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

"자. 들어갑시다."

마법사는 달을 찌를 듯이 솟아오른 탑으로 다가간다. 굳게 닫혀있던 철문이 마법사가 다가오자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다. 문 안쪽으로 하늘만큼이나 어두운 내부가 보인다.

"거기서 뭐 하십니까?"

"네. 갈게요."

어둠 속으로 걸어가는 마법사를 따라간다. 에스나도 맥도 한숨을 쉬고 어둠 속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탑의 1층은 예전에 보았던 그대로. 이름 모를 화가들의 그림이 한가득. 볼 때마다 화가들의 실력에 감탄하게 된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마법사를 데리고 구경을 하러 다녀야지.

"이제 식사를 하러 가 볼까요? 이동. 15층."

마법사의 모습이 사라진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갑자기 에스나가 말을 꺼낸다.

"마법사님이요?"

"네.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집니다."

그런가? 난 잘 모르겠는데.

"저도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맥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뭐야. 내가 맥보다 눈치가 없다는 거야? 이건 좀 충격인데. 나도 좀 알아야겠다.

"어디가 이상한데요?"

에스나도 맥도 한 번에 대답하지 못한다. 둘 다 잠시 생각을 하듯 고개를 숙인다.

"그냥 분위기가 조금?"

"제대로 된 설명은 어렵겠습니다."

고개를 젓는 맥과 에스나. 칫. 이러면 모르잖아. 내가 봤을 때는 평범하게 어벙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마법사인데.

"확실하지도 않은 것을 오래 고민해도 소용없습니다. 일단 올라가도록 합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도···. 신경 쓰이는 걸 어떡해?

"난 먼저 올라갈게. 이동. 15층."

맥은 마법사의 상태에 별 관심이 없는지 그냥 부엌으로 올라간다.

"저도 올라가겠습니다. 이동. 15층."

에스나의 모습이 사라진다. 그림이 한가득 걸려있는 1층에는 나만 남아 있다. 다들 마법사 걱정은 안 되는 거야? 아니면 내가 너무 신경이 날카로운 건가? 아. 머리 아파. 생각 그만할래.

"이동. 15층."

풍경이 바뀐다. 어제도 보았던 부엌. 내가 봤을 때는 식당에 가깝지만, 마법사는 이곳을 부엌이라 부른다. 집주인이 그렇게 부르니 부엌이지 뭐.

가장 먼저 이곳에 도착했던 마법사는 벌써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에스나는 투구를 벗고 아름다운 얼굴을 드러냈고. 맥은 자연스럽게 요리를 하고 있다.

"글린다 양. 어서 앉으시죠."

앉아 있던 마법사가 일어나 내가 앉을 의자를 빼준다. 이런 걸 보면 이상한 것도 같단 말이지.

"글린다 양? 왜 그렇게 빤히 보십니까?"

"아. 아니에요."

너무 빤히 바라봤다. 의문이 가득한 마법사의 눈을 피해 자리에 앉는다. 마법사도 나를 향한 눈을 거두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

내 자리는 마법사와 마주 보는 자리. 에스나는 내 왼편에서 하품하고 있다.

마법사는 팔짱을 끼고 나를 바라본다. 뭔가 싶어 살짝 몸을 움직여 보지만, 마법사의 시선에는 변함이 없다.

나를 보고 있는 게 아니다. 그냥 나와 마법사 사이의 어떤 공간을 보고 있는 거지. 자세히 보니 눈동자에 생기가 없다. 얼마나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거지?

"오늘은 토마토소스로 버무린 스파게티입니다."

오. 내가 좋아하는 거. 맥은 양손에 접시를 들고 식탁으로 다가온다. 맛있는 냄새가 퍼져온다. 맥은 조심스레 그릇들을 각자의 앞에 놓아준다.

먹음직스럽게 익은 면과 감각적인 빛깔의 붉은 소스. 올라간 허브로 장식까지 완벽하게 되어있다. 침이 절로 삼켜진다.

접시에 놓여있던 스푼과 포크를 집어 든다. 스파게티를 포크로 짚어 돌돌 만다. 스푼으로 떨어지지 않게 받치고 입으로 가져간다.

입안에서 면을 굴린다. 혀로 달콤한 소스의 맛을 느낀다. 이빨로 탄탄한 면을 끊고, 씹어 잘게 쪼갠다. 충분히 맛을 본 스파게티를 목을 넘긴다.

"음. 맛있어. 잘 만들었네."

칭찬에 맥이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는다.

"그렇게 있지 말고 얼른 식사하죠."

에스나도 맥도 스푼과 포크를 집어 든다. 저번에도 그렇고 내가 먹어야 식사를 시작하네. 설마 지금 나를 실험 대상으로 삼는 거야?

갑자기 기분이 팍 상해버린다. 다음에는 맥을 먼저 먹여야겠다.

내 기분만 제외하면 평화로운 식사시간이다. 음식은 맛이 있고, 식사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생각에 잠겨 있던 마법사도 식사하고 있다. 표정이 편해 보이지는 않지만. 이런 걸 보면 확실히 이상해 보인다.

"저는 누구일까요."

"풉."

예의 없게도 입에 있던 음식을 내뿜을 뻔했다. 간신히 음식물을 삼키고 마법사를 바라본다. 다른 사람도 비슷하게 입가를 훔치고 마법사를 보고 있다.

마법사는 우리들의 시선을 받으면서 포크로 스파게티를 깨작거리고 있다. 얼굴에는 우울함이 감돌고 있다.

제기랄. 저 얼굴 본 적 있어. 밀란에서 술을 마시고 다음 날 마법사의 표정이 딱 저랬다. 그때가 반복되는 거야? 몸에 소름이 쫙 돋는다.

"저는 누구일까요?"

이번엔 본격적으로 질문이다. 포크로 하던 장난질을 멈춘다.

"어···. 그런 질문을 하는 저의는 무엇입니까?"

에스나가 한껏 당황한 채 질문을 던진다. 저렇게까지 당황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 마법사의 말도 안 되는 마법에도 저렇게 놀라지는 않았지.

마법사는 그냥 멍하니 에스나를 바라본다. 그 눈짓을 받은 에스나는 몸을 흠칫하며 놀란다. 옆에 앉은 맥은 입에서 스파게티를 쏟고 있다. 되게 더럽네.

"제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에스나. 당신은 제가 누군지 아나요?"

"으아악!"

에스나는 의자를 박차며 일어난다. 그대로 마법사를 향해 손가락을 뻗는다.

"당신은 누굽니까! 아이작은 저에게 반말한단 말입니다!"

마법사의 존댓말에 놀랐나 보다. 확실히 놀라운 일이긴 하다. 반응도 놀라운 수준이지만.

나와 맥의 눈빛을 의식한 에스나는 헛기침을 하더니 쓰러진 의자를 바로 세운다. 그 위에 앉으며 마법사를 바라본다.

"아이작. 머리는 괜찮으십니까?"

상당히 예의 없는 질문이네. 마법사는 그런 질문에 화를 내지도 않고 고개를 젓는다.

"아니요. 안 괜찮아요. 제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마법사의 상태가 많이 안 좋다. 저번보다 더 안 좋은 거 같다.

"저. 마법사님? 마법사님은 마법사님이지 않나요?"

"그럴까요? 제가 정말 마법사가 맞을까요?"

맥의 질문에는 질문으로 답한다. 그리고 그 질문은 맥의 눈동자를 사방으로 움직이게 한다.

"어···. 그러니까···."

"말해주세요. 제가 마법사가 맞나요?"

"저는 그런 어려운 질문에 대해 대답을 못 하는데······."

맥과 마법사가 이상한 대화를 나누는 동안 에스나를 바라본다. 에스나의 예쁜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 있다. 마법사를 쳐다보는 그 눈빛에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담겨 있다.

"에스나 씨. 마법사님이 왜 저러는지 알아요?"

내 질문을 받은 에스나는 곧바로 대답한다.

"차원을 넘어온 후유증입니다. 백룡 기사 기록에 남아있습니다. 직접 보는 건 처음입니다."

그렇겠지. 저런 걸 어디서 또 보겠어.

"해결 방법은 있나요?"

에스나는 맥을 붙잡고 질문의 꼬리를 놓지 않는 마법사를 보며 한숨을 쉰다.

"특별히 없습니다. 차원이탈자 스스로가 해결하는 수밖에요."

"그럼 저 모습을 계속 보고 있어야 하는 거에요?"

다시 한숨. 대답하지 않아도 알겠다. 계속 봐야 하는구나. 앞으로 우리의 여정이 어려워질 게 분명하다.


작가의말

눈을 뜬다

어둠 속에서

꿈 속에서

환상 속에서

다시 현실로

실존하는 곳으로

돌아갈 시간

깨어난다

모든 것을 떨치고

눈을 뜬다

꿈과 어둠 속에서

일어난다

다시 돌아온 하루를

살아간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퍼펙트 메이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4 074. 5막 1장 - Reborn (2) | Isaac +2 19.06.24 1,780 23 11쪽
73 073. 5막 1장 - Reborn (1) | Glinda +2 19.06.22 1,801 27 11쪽
» 072. 5막 서장 - Awaken | Glinda +6 19.06.21 1,803 27 11쪽
71 071. 4막 종장 - 숲 속에서 | Isaac +4 19.06.20 1,843 27 11쪽
70 070. 4막 5장 - 악마가 사는 숲 (3) | Isaac +6 19.06.19 1,837 30 12쪽
69 069. 4막 5장 - 악마가 사는 숲 (2) | Glinda +4 19.06.18 1,871 29 11쪽
68 068. 4막 5장 - 악마가 사는 숲 (1) | Isaac +10 19.06.17 1,927 31 11쪽
67 067. 4막 4장 - 찰나의 휴식 (3) | Isaac +6 19.06.15 1,936 30 11쪽
66 066. 4막 4장 - 찰나의 휴식 (2) | Isaac +5 19.06.14 1,923 30 12쪽
65 065. 4막 4장 - 찰나의 휴식 (1) | Isaac +6 19.06.13 2,019 33 12쪽
64 064. 4막 3장 - 다시, 티파나 (3) | Isaac +2 19.06.12 1,991 30 11쪽
63 063. 4막 3장 - 다시, 티파나 (2) | Isaac +3 19.06.11 2,001 30 12쪽
62 062. 4막 3장 - 다시, 티파나 (1) | Glinda +4 19.06.10 2,054 33 12쪽
61 061.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6) | Isaac +4 19.06.08 2,071 36 12쪽
60 060.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5) | Isaac 19.06.07 2,036 34 11쪽
59 059.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4) | Isaac +14 19.06.06 2,093 36 12쪽
58 058.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3) | Isaac 19.06.05 2,132 33 12쪽
57 057.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2) | Isaac +8 19.06.04 2,130 32 11쪽
56 056.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1) | Isaac +6 19.06.03 2,155 35 11쪽
55 055. 4막 1장 - Over the Death (2) | Isaac +6 19.06.01 2,125 35 11쪽
54 054. 4막 1장 - Over the Death (1) | Isaac +2 19.05.31 2,125 32 11쪽
53 053. 4막 서장 - 기사와 소년 | Glinda +2 19.05.30 2,125 39 12쪽
52 052. 3막 종장 - 오스왈츠 가문 | Isaac +4 19.05.29 2,170 36 13쪽
51 051. 3막 4장 - 오스왈츠 성으로 (4) | Isaac +6 19.05.28 2,161 38 11쪽
50 050. 3막 4장 - 오스왈츠 성으로 (3) | Isaac +10 19.05.27 2,164 34 11쪽
49 049. 3막 4장 - 오스왈츠 성으로 (2) | Isaac +2 19.05.25 2,197 38 11쪽
48 048. 3막 4장 - 오스왈츠 성으로 (1) | Isaac 19.05.24 2,224 41 12쪽
47 047. 3막 3장 - 티파나에서 휴식을 (4) | Isaac 19.05.23 2,206 42 11쪽
46 046. 3막 3장 - 티파나에서 휴식을 (3) | Glinda 19.05.22 2,260 38 11쪽
45 045. 3막 3장 - 티파나에서 휴식을 (2) | Isaac +2 19.05.21 2,241 3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