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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me 님의 서재입니다.

퍼펙트 메이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연재수 :
223 회
조회수 :
408,059
추천수 :
6,068
글자수 :
1,143,357

작성
19.06.1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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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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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
12쪽

070. 4막 5장 - 악마가 사는 숲 (3) | Isaac

DUMMY

이 미친 마을은 도대체 뭘까. 마을 광장에 도착하자마자 반지가 경고하기 시작했다. 누군가 나에게, 우리에게 진득한 살기를 뿜어내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느끼지 못해도 나는 확실히 느껴진다.

말에 등을 기대고 어디서부터 오는 악의인지 찾아본다. 눈에 뜨이는 것은 없다. 집 사이에 숨어 있는 것 같지는 않고.

"마력 탐지."

마법을 통해 본 마을은 놀라웠다. 온 마을이 마법의 영향권 안에 들어가 있다. 공기가 마법으로 가득 차있다. 더 신기한 건 사람들이 아닌 공간에 마법이 걸려 있다는 것.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냐.

하늘을 노려본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지만, 너무나 많은 것으로 가득한 하늘을. 저 하늘 너머에 이 살기를 보내는 존재가 있다. 보이지는 않아도 느껴진다. 마나가 하늘의 한 곳에만 크게 뭉쳐져 있다.

"아이작! 잠시만 여기로 와 주실 수 있겠습니까?"

에스나가 나를 부른다. 또 왜? 나 지금 정체불명의 무언가 때문에 되게 바쁜데. 보이지도 않는 것을 설명할 방법을 모르므로 에스나에게 걸어간다.

에스나는 양손에 가죽으로 보이는 것을 한가득 들고 있다. 그 옆에는 글린다가 중년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맥은 그 대화를 듣고 있다.

"왜. 왜. 왜."

지금 내 말이 까칠한 건 알고 있다. 날이 바짝 서 있지. 이해해 주길 바란다. 나는 지금 하늘의 뭔가 때문에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정체도 모르는 존재가 온몸이 따가울 정도의 적의를 보내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이것 좀 맡아 주십시오."

에스나는 들고 있는 가죽들을 다 나에게 떠넘긴다. 가벼울 줄 알고 받았는데, 순간 무릎이 꺾였다. 많이 무거운데? 어떻게든 넘어지는 불상사는 피했다.

"일단 그걸 보관해주세요."

여성과 대화가 끝났는지 글린다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이걸 다 보관하라고? 어디다 쓸 건데?

의문은 일단 접어두자. 생각에 빠지기에는 가죽 더미가 너무 무겁다. 빨리 치워버려야지.

"보관하기. 가죽 더미."

들고 있던 가죽 더미가 사라진다. 몸이 가벼우니 한결 편하다.

"저···. 정말 마법사야."

"마법사다."

"저 사람 마법사야."

이러면 안 되는 거였나. 주변에서 쏟아지는 시선이 느껴진다. 부담스럽다. 눈빛에는 두려움과 함께 기대가 담겨 있다. 뭘 기대하고 있는 거지?

"잠깐만 따라오세요."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나를 글린다가 끌고 간다. 옷 소매를 잡고 말 근처로 데려간다. 맥과 에스나에게도 따라오라는 손짓을 보낸다. 맥과 에스나는 글린다를 따라온다.

"마법사님. 주변 시선 차단하실 수 있죠?"

가능하지. 고개를 끄덕인다.

"비밀의 장막. 소리 제어."

마법을 사용한다. 내 주변에 비밀의 장막이 펼쳐진다. 일행과 말을 전부 감싸는 크기. 소리 제어로 말소리가 장막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한다.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마을 사람들의 눈에는 우리가 갑자기 사라진 것 처럼 보일 거다. 그러니 저렇게 소란이 일지. 하늘 위의 존재는 장막을 뚫고 나를 보고 있지만. 반지의 경고가 멈추지 않는다. 하. 진짜 싫다.

"제가 여기 부른 건 일이 있어서예요."

그렇겠지 뭐. 무슨 일이냐가 중요하지.

글린다는 몸을 낮추고 가까이 오라고 손짓한다. 어차피 마법 때문에 밖에 들리지도 않는데. 그래도 분위기는 맞춰줘야겠지.

허리를 숙여 글린다의 옆으로 다가간다. 맥도 글린다의 옆에 바싹 달라붙는다. 에스나는 한숨을 쉬고 우리를 바라본다. 에스나를 바라본다. 글린다도 에스나를 바라본다. 맥도 에스나를 바라본다. 에스나는 깊은 한숨을 쉬고 자세를 낮춘다.

"제가 아까 들은 소식을 전달할게요."

글린다가 침을 삼키며 말한다. 나타나는 표정은 긴장보다는 흥분감. 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여기는 원래 티파나에 가죽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던 마을이래요."

티파나에? 마르코스가 있는 그곳에?

"교역을 중심으로 하는 마을의 물가가 왜 그렇게 낮은 겁니까? 그리고 목책이라는 것도 어울리는 것도 아니고요."

물가는 잘 모르겠다. 목책은 잘 안 어울리는 건가? 이것도 잘 모르겠다. 모르는 게 너무 많은 거 같은데. 그냥 얌전히 듣고만 있자.

"그게 문제입니다. 교역 마을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바로 악마 때문이죠."

맥의 말을 곧바로 글린다가 이어간다. 그나저나 악마? 소을이 말했던 그거? 사신이 상대하는 그 악마? 그럼 저 위의 존재가 악마인가?

"...악마 말입니까."

에스나의 말투가 차가워졌다. 원수를 발견한 사람처럼 얼음장 같은 목소리. 몸에 소름이 돋는다. 에스나. 생각보다 무서운 사람이구나.

"일단 이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있어요."

"그 악마가 뭔가 술수를 부려서 마을의 아이들을 전부 데려갔다고 합니다. 목책도 그걸 방비하기 위해 건설했답니다."

"소용은 없었지만요. 덤으로 외부에 이 사실을 알리면 모든 아이를 죽이겠다고도 했데요."

아이를 가지고 하는 협박인가. 악마다운 비열한 술수다.

"그러므로 이 마을을 도와줄 겁니다."

"어떻게요?"

"그거야 마법사님이 생각하셔야죠."

와. 지금 날 이용하겠다는 거야? 글린다는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본다. 어쩔 수 없다. 그냥 빠르게 해결하고 떠나자. 악마라고 해도 사신이 있으니 어떻게 해결되겠지.

"당연히 도와야 합니다."

에스나가 나를 바라본다. 투구 너머에서 차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돕지 않는다는 선택은 진작에 없었구나.

"알았어. 어떻게든 해보지 뭐."

"감사합니다."

"글린다 양. 뭔가 정보가 있나요?"

"소문에 의하면 우리가 지나쳐 온 숲 한가운데에 악마의 탑이 있다고 해요."

악마의 탑이라. 이름에 특색이 없다. 아이작이라고 이름 붙인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만.

"일단 그곳부터 조사해야겠군요."

"그게 좋을 거 같습니다."

맥도 고개를 끄덕이며 애 의견에 동조한다. 그럼 이제 움직이기 시작해야지.

"마법 풀겠습니다. 비밀의 장막 해체. 소리 제어 해체."

마법이 사라진다. 마을 주민들의 놀란 표정이 드러난다. 사라졌던 사람들이 다시 나타났으니 놀라지. 그래도 너무 시선이 몰리는 거 같은데.

"빨리 떠납시다. 여기 오래 있어서 좋을 건 없어 보입니다."

에스나가 말의 고삐를 잡고 들어왔던 문을 향해 걸어간다. 우리를 두려움의 눈동자로 바라보는 시선을 피하며 걸음을 옮긴다.

마을 입구에 있던 촌장은 떠나는 우리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좋아요. 이제 바로 숲으로 들어가죠. 자세한 위치는 모르겠지만, 탑이라고 불리는 이상 어느 정도 높이 이상일 거예요."

글린다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머리 위에서 살의와 악의가 진득하니 달라붙는다. 마을만 빠져나오면 문제없을 줄 알았는데, 이 상황을 해결하기 전에는 놓아줄 생각이 없나 보다. 에휴. 빨리 처리하자. 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감각은 불쾌하다.

"마법사님. 왜 한숨을 쉬세요?"

맥의 질문은 그냥 웃어넘긴다. 글린다가 나를 수상쩍게 바라본다. 그렇다고 정체도 모르는 누군가가 우리를 죽이려고 하고 있다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역시나 그냥 웃어넘기자.

"묻고 싶은 게 있지만, 어차피 대답 안 해줄 거죠?"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싶군요."

머리를 긁적이며 글린다의 질문에 답한다. 글린다는 한숨을 쉬더니 몸을 돌려 숲으로 걸어간다. 에스나와 맥이 나를 바라본다.

"뭐. 왜."

"아무것도 아닙니다."

에스나는 한숨을 쉬고 글린다를 따라간다. 맥은 그냥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망할.

걸어왔던 길을 되짚어간다. 앞서가는 글린다와 그 뒤를 쫓는 맥. 에스나와 나는 약간 떨어져서 걷고 있다.

"악마를 상대할 자신은 있습니까?"

바람이 불어오는 길 가운데서 에스나가 질문을 던져온다.

"글쎄다.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확답은 못 하겠네."

"그렇군요."

에스나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인다.

"너는 어때?"

"혼자라면 힘들었어도 아이작이 있으니 문제없을 겁니다."

날 너무 믿는 거 아니야? 저런 과도한 믿음은 부담스러운데.

"여기로 들어가면 될 거 같아요!"

앞서 가던 글린다가 멈춰 서서 손을 흔든다. 맥은 그 옆에서 무릎을 잡고 숨을 몰아쉰다. 글린다와 보폭을 맞추다 보니 지쳤나 보다.

글린다가 서 있는 곳 옆에는 숲으로 들어가는 작은 길이 나 있다. 사람이 들어가기는 힘들어 보이는 좁은 길. 작은 동물들이나 이용할 길이다. 조금 전에 보았던 토끼 같은 거.

"들어갈 수 있는 거야?"

"주변 가지만 정리하면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에스나가 말에서 검과 방패를 꺼내 들며 말한다. 정리하더라도 불편할 거 같은데. 어쩔 수 없지 뭐.

"말은 어떻게 할 건가요?"

맥의 질문에 에스나가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저기 묶어두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에스나는 말을 끌고 튼튼해 보이는 나무로 간다. 쥐고 있는 고삐를 나무에 단단히 묶는다.

"궁금한 게 있는데 만약 다른 사람이 데려가면 어떡해?"

"천하무적은 백룡 기사가 훈련한 전투마입니다. 주인이 아닌 사람이 고삐를 풀면 뒷발로 차버린 다음 달아날 겁니다."

"천하무적?"

"천하무적이요?"

"설마 말 이름이에요?"

동시에 세 가지의 질문을 받은 에스나가 당황한 듯 뒤로 살짝 물러선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그렇게 이상하십니까?"

"엄청!"

"많이요!"

"되게 이상해요!"

에스나의 입에서 바람 빠진 웃음소리가 나온다.

"왠지 다른 백룡 기사들도 제 말 이름을 보고 코웃음을 치더군요. 그냥 그 사람들의 작명감각이 떨어지는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문제였군요."

말투가 너무 우울해. 에스나는 천하무적을 한 번 바라보고 깊은 한숨을 쉰다.

"지금 생각해보니 조금 괜찮을지도?"

"위로는 필요 없습니다."

어색한 미소를 동반한 위로는 에스나의 한마디로 거절되었다. 약간 화가 났다는 느낌인데. 글린다도 맥도 어색하게 웃을 뿐.

"말 이름 따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얼른 들어가서 악마나 처리합시다."

에스나는 콧방귀를 끼고 검을 빼 든 채 숲 속의 작은 길을 향해 걸어간다. 빠른 걸음과 거칠어진 호흡을 보니 확실히 화가 났다.

"따라가야겠죠?"

"당연한 말씀을 하시네요."

저렇게 화난 사람을 따라가는 건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닌데. 아니. 그전에 말 이름이 이상하다고 한 거로 화내는 거야? 엄청 놀린 것도 아니고.

한숨을 쉬고 나무를 정리하며 나아가는 에스나를 따라간다. 그런 나의 뒤로 글린다와 맥이 따라붙는다.

에스나가 정리를 한다고는 하지만, 역시 길이 좁다. 땅도 나무뿌리로 울퉁불퉁하고. 나무와 수풀들이 시야를 방해한다.

"여기서부터는 조금 넓어지는군요."

조금 화가 가라앉은 듯한 목소리로 에스나가 말한다. 그 말대로 다. 숲 안쪽에는 누군가가 정비한 듯한 길이 펼쳐져 있다.

땅도 평탄하고 나뭇가지도 정리되어있다. 누군가 이 길을 관리하고 있다.

"악마인지는 몰라도 누군가 사는 건 확실하네요."

글린다가 나뭇가지에 걸린 드레스 자락을 들어 올리며 말한다. 뒤따라오던 맥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한다.

"그리고 이 길 끝에는 그 누군가가 있을 겁니다."

에스나는 그대로 걸어나가기 시작한다. 좋아. 악마인지 뭔지는 몰라도 한 번 만나러 가보실까. 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살의를 받으며 길을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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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074. 5막 1장 - Reborn (2) | Isaac +2 19.06.24 1,780 23 11쪽
73 073. 5막 1장 - Reborn (1) | Glinda +2 19.06.22 1,801 27 11쪽
72 072. 5막 서장 - Awaken | Glinda +6 19.06.21 1,802 27 11쪽
71 071. 4막 종장 - 숲 속에서 | Isaac +4 19.06.20 1,843 27 11쪽
» 070. 4막 5장 - 악마가 사는 숲 (3) | Isaac +6 19.06.19 1,837 30 12쪽
69 069. 4막 5장 - 악마가 사는 숲 (2) | Glinda +4 19.06.18 1,871 29 11쪽
68 068. 4막 5장 - 악마가 사는 숲 (1) | Isaac +10 19.06.17 1,927 31 11쪽
67 067. 4막 4장 - 찰나의 휴식 (3) | Isaac +6 19.06.15 1,936 30 11쪽
66 066. 4막 4장 - 찰나의 휴식 (2) | Isaac +5 19.06.14 1,923 30 12쪽
65 065. 4막 4장 - 찰나의 휴식 (1) | Isaac +6 19.06.13 2,019 33 12쪽
64 064. 4막 3장 - 다시, 티파나 (3) | Isaac +2 19.06.12 1,991 30 11쪽
63 063. 4막 3장 - 다시, 티파나 (2) | Isaac +3 19.06.11 2,001 30 12쪽
62 062. 4막 3장 - 다시, 티파나 (1) | Glinda +4 19.06.10 2,054 33 12쪽
61 061.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6) | Isaac +4 19.06.08 2,071 36 12쪽
60 060.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5) | Isaac 19.06.07 2,036 34 11쪽
59 059.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4) | Isaac +14 19.06.06 2,093 36 12쪽
58 058.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3) | Isaac 19.06.05 2,132 33 12쪽
57 057.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2) | Isaac +8 19.06.04 2,130 32 11쪽
56 056.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1) | Isaac +6 19.06.03 2,155 35 11쪽
55 055. 4막 1장 - Over the Death (2) | Isaac +6 19.06.01 2,124 35 11쪽
54 054. 4막 1장 - Over the Death (1) | Isaac +2 19.05.31 2,125 32 11쪽
53 053. 4막 서장 - 기사와 소년 | Glinda +2 19.05.30 2,125 39 12쪽
52 052. 3막 종장 - 오스왈츠 가문 | Isaac +4 19.05.29 2,170 36 13쪽
51 051. 3막 4장 - 오스왈츠 성으로 (4) | Isaac +6 19.05.28 2,161 38 11쪽
50 050. 3막 4장 - 오스왈츠 성으로 (3) | Isaac +10 19.05.27 2,164 34 11쪽
49 049. 3막 4장 - 오스왈츠 성으로 (2) | Isaac +2 19.05.25 2,197 38 11쪽
48 048. 3막 4장 - 오스왈츠 성으로 (1) | Isaac 19.05.24 2,224 41 12쪽
47 047. 3막 3장 - 티파나에서 휴식을 (4) | Isaac 19.05.23 2,206 42 11쪽
46 046. 3막 3장 - 티파나에서 휴식을 (3) | Glinda 19.05.22 2,260 38 11쪽
45 045. 3막 3장 - 티파나에서 휴식을 (2) | Isaac +2 19.05.21 2,241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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