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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me 님의 서재입니다.

퍼펙트 메이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연재수 :
223 회
조회수 :
408,048
추천수 :
6,068
글자수 :
1,143,357

작성
19.05.24 10:30
조회
2,223
추천
41
글자
12쪽

048. 3막 4장 - 오스왈츠 성으로 (1) | Isaac

DUMMY

모든 공격은 방패로 막아내고, 모든 적을 검으로 베어내라.


- 오스왈츠 백작가의 가언 -


"그럼 안녕히 계세요! 다음에 아버님 생신 때 봬요!"

말을 탄 글린다가 뒤를 돌아보며 손을 흔든다. 마르코스도 뒤에 남겨진 채 글린다에게 손을 흔들어준다.

"그럼 갑시다!"

글린다가 말에 박차를 차며 호쾌하게 외친다. 마르코스가 내어준 호위 병력은 다섯. 가벼운 가죽 갑옷과 활, 짧은 창으로 무장하고 있다. 마르코스는 호위병 말고도 그들이 탈 당나귀와 나와 글린다의 말에 채울 마구들, 그리고 가면서 먹을 식량을 쥐여줬다.

그렇게 글린다의 집까지 가는 마지막 여행이 시작된다.

어젯밤 내린 비로 땅은 물웅덩이로 가득하다. 질척질척한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직접 발을 땅에 디디지는 않아도,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마음에 들지 않는 거지.

"상당히 더운 편이네요."

비가 갠 하늘에는 태양이 정말 미친 듯이 타오른다. 글린다와 호위병들은 땀을 흘린다. 나는 생리현상이 필요 없는 몸이고, 땀도 흘리지 않는다. 그냥 더위가 느껴질 뿐.

"저. 아이작 씨."

옆에서 호위병 하나가 말을 걸어온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 이름이 미하일이랬지. 호위병력의 대장이기도 한 사람이다.

"네. 미하일 씨. 왜 그러시죠?"

미하일은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연다.

"더위를 내쫓을 방법이 있습니까? 마법으로 가능하지 않나요?"

가능은 할걸? 당장 떠오르는 마법이 하나 있다.

"한번 해 보겠습니다."

미하일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와 살짝 거리를 둔다.

"냉각."

내 몸 주위에서 찬 바람이 뿜어져 나온다. 원래는 무언가를 얼리는 데 사용하는 마법이지만, 단순하게 온도를 조절하는 기능도 있지.

마법의 바람이 더위를 내어쫓는다. 글린다와 호위병들의 땀이 식어간다. 나와 보폭을 맞추어 가고 있는 글린다가 뭔가 중얼거린다. 안 들어도 뭔지 알겠다. 역시 마법은 사기야.

생각보다 가는 길은 평화롭다. 습격도 없고, 공격도 없고. 약간 지루하다고 할 정도.

"여기서 쉬면서 점심을 해결하죠."

앞서 가던 미하일이 손을 들어 올리며 정지 신호를 보낸다. 글린다와 호위병이 일제히 멈춰 선다. 말을 모는 데 익숙하지 않은 나는 조금 더 걷고 멈춘다.

당나귀에서 내린 호위병들이 짐을 풀기 시작한다. 짐이라고 해봤자 돗자리와 저택에서 가져온 샌드위치 정도지만. 호위병들은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런 일이 익숙하다는 듯 돗자리를 쫙 펼치고, 그 위에 준비된 샌드위치를 올려놓는다. 토기 잔을 꺼내 물병의 물을 옮겨 담는다.

"준비 다 됐습니다."

빠르고, 확실하고, 정갈하다. 호위병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나와 글린다는 잠깐 눈치를 살피고 말에서 내린다.

적당한 수풀에 자리를 깔았기에 약간의 습기가 올라온다. 진흙탕 위에 앉는 것보다는 나으니 신경 쓰지 말자. 마르코스가 준비해준 샌드위치를 씹는다. 나와 글린다가 간단한 점심을 해결하는 동안 호위병들은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여러분은 식사 안 하시나요?"

글린다의 질문에 미하일이 대답한다.

"걱정하지 마시지요. 이동하면서 건량으로 때우고 있습니다."

호위병이라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구나. 식사도 제때 못하다니. 그것과 별개로 글린다는 엄청난 속도로 샌드위치를 해치우기 시작한다. 왠지 식사량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열 개가 넘어가는 샌드위치는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없어졌다. 나는 하나밖에 먹지 않았는데. 심지어 글린다의 표정에는 불만족이 떠오른다. 그걸로도 부족한 거야?

"식사를 다 하셨으면 계속 이동하겠습니다."

미하일이 샌드위치를 다 먹은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온다. 나와 글린다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고 돗자리에서 일어난다. 미하일은 샌드위치를 쌌던 천 조각들을 거둬가고 돗자리를 흔들어 가루들을 털어낸다. 다른 호위병들은 언제 벗겨냈는지 모를 마구를 다시 말에게 씌운다. 식사준비만큼 빠른 출발준비로군.

호위병들이 자신의 당나귀에 올라탄다. 나와 글린다도 말레 올라탄다. 선두에 선 미하일의 출발 신호에 맞추어 발굽들이 움직인다. 구름이 조금씩 태양을 가리기 시작한다.

"비가 올 것 같군요."

하늘을 올려다보던 미하일이 앞으로의 날씨를 예측한다.

"조금 속도를 올리겠습니다. 운이 좋으면 적당한 동굴에 들어가서 비를 보낼 수 있을 겁니다."

동굴에서 비를 보내야 하는 걸까? 그냥 마법 쓰고 달리면 안 돼? 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람이 일곱 명이다. 다섯까지는 어떻게 해 볼 수가 있겠는데, 일곱은 좀 많다.

UMO는 시스템적으로 여섯 명부터 군중으로 판단한다. 다섯 명까지는 대인 마법으로 강화를 줄 수 있지만, 여섯 명보다 숫자가 많으면 광역마법으로 강화를 해줘야 한다. 그리고 광역마법 중에는 실생활에 사용할 만한 것이 전혀 없다. 비를 막아줄 수 없으니 그냥 비를 보내는 거에 동의하자.

앞서 달리는 미하일의 속도에 맞추어 말을 몬다. 말을 몬다기보다는 명령한다. 실제로 내가 하는 것은 등자에 발을 잘 걸고, 고삐를 꽉 쥔 채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뿐. 말을 타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허리도 많이 아프고.

"더 빠르게 가겠습니다!"

미하일이 소리친다. 달려나가는 다른 사람에게 맞추어 속도를 조절한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태양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언제 비가와도 이상하지 않을 하늘의 모습. 아직 완전히 마르지 않아 질척질척한 땅을 스물여덟 개의 발굽이 짓밟는다.

"옆으로!"

미하일은 오른손을 오른쪽으로 쭉 뻗는다. 그러면서 당나귀의 기수를 확 돌린다. 당나귀라는 동물이 저런 움직임이 가능한가 싶을 정도의 급커브. 그 뒤를 따르던 호위병들도 방향을 튼다.

나도 말에게 명령을 내려 방향을 틀어버린다. 격한 흔들림에 잠시 균형을 잃을 뻔했다. 옆에서 글린다가 받아주지 않았다면, 진짜 바닥을 굴렀다.

글린다는 한숨을 깊게 쉬고 아무 말도 없이 미하일을 따라간다. 망할.

진흙으로 범벅되어있던 도로의 옆은 그리 크지 않은 갈대밭. 갈대가 있다는 것은 주변에 강가도 있다는 거다. 이런 곳에 동굴이 있긴 해?

"땅 상태가 좋지 않으니 속도를 줄이겠습니다."

말과 당나귀들의 속도를 걷는 수준으로 줄인다. 발굽을 땔 때마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일행은 말없이 미하일을 따라간다. 미하일은 타고 있는 당나귀의 방향을 이리저리 바꾸며 앞으로 나아간다.

"저기 보이는군요."

언덕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수준의 둔덕. 그 아래쪽에는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굴이 있다. 미하일은 그 굴 앞에 멈춰 서서 당나귀에서 내려온다.

"말은 밖에 묶어 두겠습니다."

나와 글린다가 말에서 내리자 다른 호위병들이 능숙하게 밧줄로 말을 묶는다. 짐에서 꺼낸 말뚝을 땅에 박고 밧줄을 꽉 동여맨다. 당나귀에 실려있는 짐들을 풀어 하나씩 짊어진다.

하늘에서 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정말 딱 맞춰서 도착했구나.

"그럼 안으로."

미하일이 횃불에 불을 붙인다. 말릴까 했지만, 내가 나서면 왠지 저들의 자존심을 긁어버릴 거 같다. 그냥 얌전히 있자.

밝게 불타는 횃불을 든 미하일이 굴 안으로 들어간다. 다른 호위병 둘도 횃불에 불을 붙인다. 세 개의 횃불이 타들어 가며 밝히는 빛이 어두운 굴 안을 밝힌다.

자세히 보니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곳은 아닌 것 같다. 당장 보강을 하려고 둔 것으로 보이는 나무 기둥이 있다. 자연적으로 나무기둥이 생길 리는 없잖아?

"여기는 꽤 예전에 쓰던 탄광입니다. 기록에 남아있죠."

나의 궁금증을 눈치챈 것인지 옆에서 걷고 있는 젊은 호위병이 대답해준다. 약간 어두운 금발의 호감형 얼굴. 이름은 오손.

오손은 한 손에 횃불을 든 채 이 탐광이었던 곳의 설명을 이어나간다.

"70년 전까지만 해도 정상적으로 채굴하던 곳이었답니다. 강이랑 붙어있다는 문제 때문에 밑에 물이 터져서 폐쇄되었다고 하지요."

근처에 진짜 강이 있구나.

"그 강의 이름은 큰뱀 강입니다. 예전에 엄청 커다란 뱀이 저 강에 살다가 용으로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어요."

드래곤도 아니라 용? 이무기가 승천하는 내용의 전설도 있어? 이 세계에 대해서 전혀 모르겠다.

"참고로 그 큰뱀한테는 동생이 있는데 나쁜 뱀이라서 땅에 영원히 봉인되는 벌을 받았답니다."

정말 강의 이름만큼 시답잖은 전설이네.

"이쯤이면 잠시 쉬기 좋을 겁니다."

울퉁불퉁했던 통로를 지나 도착한 곳은 공터. 넓다고 하기는 뭣하지만, 일곱 명 정도는 쉬었다 갈 수 있겠네. 자세히 둘러보니 돌로 깎아 만든 의자들도 보인다. 그냥 벽을 깎아내 앉을 자리를 만든 정도지만. 예전에는 광부들의 쉼터로 사용되었던 곳일까?

미하일은 자신이 들고 있던 횃불을 주변의 돌을 이용해 세워둔다. 손짓으로 호위병 두 사람을 굴 입구 쪽으로 보낸다.

타닥거리며 타들어 가는 횃불을 가운데 두고 다섯 사람이 둥그렇게 모여 앉았다. 입구에서부터 빗소리가 들려온다. 단조롭고 반복되는 소리가 글린다에게 잠을 가져다준다. 돌의자에 앉은 글린다가 꾸벅꾸벅 졸고 있다.

"다음 두 사람 교대하러 가게."

휴식을 취하고 있던 오손과 다른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두 사람이 동굴 입구를 향해 걸어간다. 잠시 뒤, 입구에서 경계를 서던 두 사람이 돌아온다.

"날씨는 어떻지?"

"쉽게 그칠 비는 아닙니다. 온종일 내릴 것 같더군요."

"오늘은 아예 여기서 보내야 할 정도인가?"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다. 쉬고 있도록."

미하일에게 보고를 마친 두 사람이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벽에 등을 기댄다. 오늘은 더 움직이지 않는 건가. 빨리 가는 게 좋을 것 같지만, 길잡이의 말을 따르자.

지루하고 재미없는 시간이 흘러간다. 글린다는 완전히 잠에 취해 아예 자리를 잡고 누웠다. 가끔 자리가 불편한지 몸을 뒤척인다. 돌 바닥이 편할 리는 없겠지.

"밖의 두 사람 안으로 들여보내. 저녁 식사나 하자고."

벌써 때가 그렇게 된 건가. 굴 안에 들어와 있으니 시간 감각이 무뎌진다. 미하일의 말에 한 사람이 동굴 입구로 걸어간다.

"마법사님. 불 좀 피워주실 수 있습니까?"

미하일이 짐에서 장작들을 꺼내 바닥에 쌓는다. 거기에 불을 붙여 달라는 거다. 어려운 일도 아니니 바로 해주자.

손가락을 튕긴다. 장작에 불이 붙는다. 불꽃은 잘 마른 나무를 태우며 빛과 열기를 전한다.

"마법은 편리하군요."

"마법은 편리하지요."

동굴 입구에서 세 사람이 돌아온다. 미하일은 그들을 보자 짐에서 뭔가를 꺼내기 시작한다. 냄비와 천에 쌓여있는 가루. 냄비를 옆에 앉아 있던 호위병에게 건넨다.

"가서 물 좀 받아 오게."

냄비를 받은 호위병은 동굴 입구로 걸어간다. 슬슬 글린다를 깨울 때가 되었다.

"글린다 양. 식사할 때입니다. 일어나시죠."

글린다가 몸을 일으킨다. 기지개를 켜고, 하품하고, 눈을 비빈다. 호위병이 물이 가득 담긴 냄비를 들고 온다. 아마 빗물이겠지. 미하일은 타고 있는 장작 위에 냄비를 올려놓는다. 가루를 부글거리며 끓는 물에 풀기 시작한다. 일종의 수프인가? 맛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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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072. 5막 서장 - Awaken | Glinda +6 19.06.21 1,802 27 11쪽
71 071. 4막 종장 - 숲 속에서 | Isaac +4 19.06.20 1,842 27 11쪽
70 070. 4막 5장 - 악마가 사는 숲 (3) | Isaac +6 19.06.19 1,836 30 12쪽
69 069. 4막 5장 - 악마가 사는 숲 (2) | Glinda +4 19.06.18 1,871 2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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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067. 4막 4장 - 찰나의 휴식 (3) | Isaac +6 19.06.15 1,936 3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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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058.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3) | Isaac 19.06.05 2,132 3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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