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justme 님의 서재입니다.

퍼펙트 메이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연재수 :
223 회
조회수 :
408,073
추천수 :
6,068
글자수 :
1,143,357

작성
19.06.17 10:30
조회
1,927
추천
31
글자
11쪽

068. 4막 5장 - 악마가 사는 숲 (1) | Isaac

DUMMY

숲은 오래전부터 악마가 사는 곳이라 여겨져 왔다. 태양조차 쉽사리 발을 들이밀지 못하는 어둠 속에는 악마가 살기에 적합해 보인다. 물론 대부분은 은둔 생활을 하는 마법사거나, 마을에서 쫓겨난 사람들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 저자 불명, `검은 숲의 너머에는` 머리말 -


"마법사의 탑. 해제."

하늘에 닿을 듯한 탑이 땅속으로 내려간다. 크기가 크기인 만큼 사라지는 것도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맥과 글린다, 에스나는 사라지는 탑을 보며 한숨을 내쉰다.

"한숨 쉬지 말고. 움직이자고."

멍하니 탑이 사라진 자리를 보고 있는 일행들을 내버려두고 길을 걸어간다. 알아서 따라오겠지. 뭐.

"같이 가요!"

역시나. 글린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달려온 글린다는 나와 보폭을 맞추어 걷고 있다. 손에는 맥의 머리카락이 붙잡혀 있다. 손을 잡고 오는 것도 아니라 머리카락을 붙잡고 오다니. 저게 글린다가 생각하는 친구인가. 맥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다.

"얼른 움직입시다. 인테아까지 겨울이 오기 전에 가려면 바쁘게 움직여야 합니다."

갑옷을 입은 에스나가 말의 고삐를 쥔 채 다가온다. 그리고 맥과 글린다가 걸음을 멈추고 침울한 표정으로 땅을 바라본다.

"정말 인테아까지 가는 건가요?"

"네."

출발할 때도 인테아라고 하자 저런 표정을 지었었지.

"인테아는 어디야?"

"모르시는 겁니까?"

"나야 다른 차원 사람이니까."

글린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손에서 맥의 머리카락을 놓고 팔짱을 낀다. 맥은 눈물 젖은 눈으로 머리를 문지른다.

"인테아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에요."

대충 뭔지 알겠다. 에베레스트 같은 거구나. 침울해질 만한 하겠네. 중세 시대의 장비로 에베레스트를 오른다면 나 같아도 저런 표정이 될 거다.

"정상에 있는 건 아닙니다. 중턱쯤에 본부를 세웠으니 올라가는데 3일이면 될 겁니다."

중턱인데도 올라가는 데 3일? 생각보다 무시무시하구나. 에스나의 설명을 들은 글린다와 맥은 한숨을 쉰다.

"한숨을 쉬어도 소용없습니다. 빨리 걷기나 합시다."

에스나의 말이 맞다. 본적도 없는 곳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말을 끌고 걸어가는 에스나의 뒤를 따라간다.

"인테아 까지는 얼마 정도 걸려?"

"걸어서 가면 80일이 넘어갑니다. 말이라도 구할 수 있으면 50일까지 줄일 수 있겠군요."

켁. 엄청 오래 걸리네. 그 정도면 나라 하나 정도 넘어가는 거 아니야? 말이 필요하겠다. 80일 동안 걸어 다니고 싶지는 않아.

"일단 최우선 목표는 테페리를 벗어나는 겁니다. 국경을 넘으면 기사단도 추적하기 힘들겠지요."

맞네. 우리 추적당하고 있지. 한 번도 실물은 본 적이 없어서 잊을 뻔했다. 백룡 기사에게 추적당할 때는 매일매일 습격도 받고 그랬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다 추억이다. 추억이 이럴 때 쓰는 거 맞지?

오른쪽으로 펼쳐져 있는 숲을 따라 난 길을 걸어간다. 나무들 사이로 깊은 어둠이 엿보인다. 뭔가 튀어나올 것 같은 어둠.

"어?"

"왜 그러십니까?"

"아니. 저기 수풀이 움직인 거 같아서."

모두 걸음을 멈추고 내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본다. 어느 숲에나 있을법한 평범한 관목 덤불. 나는 저게 흔들린 걸 봤다. 덤으로 왼손의 반지도 누군가가 내뿜는 적의를 경고하고 있다.

"바···. 바람에 흔들린 거 아닐까요?"

맥이 겁먹은 목소리로 질문한다. 저런 게 흔들릴 정도의 바람이라면 못 느꼈을 리가 없다. 손에 화염구를 만들어낸다. 에스나도 말에 실려있는 검과 방패를 꺼내 든다. 글린다는 굳어버린 맥의 뒷덜미를 붙잡고 말 뒤에 몸을 숨긴다.

스산한 바람이 긴장감을 몰고 다가온다. 덤불이 다시 흔들린다. 바람 때문인지, 안에 숨은 누구 때문인지 모르겠다. 이런 분위기 안 좋아하는데. 그냥 다 불태워버릴까?

"이상한 생각하지 마십시오."

"응?"

"지금 숲을 불태워 버리려는 생각하지 않았습니까?"

완전 족집게네. 어떻게 안 거지?

"알았어. 불태우지는 않을게."

"참으로 감사합니다."

"둘 다 뭐하는 거예요! 얼른 집중하세요!"

말 뒤에 숨어있는 글리다가 얼굴만 내밀고 소리 지른다. 자기는 안전한 곳에 숨어있으면서 말은 많아요. 말 자체는 틀린 게 아니므로 집중하자.

수풀이 흔들린다. 바람 한 점 없는데도. 에스나가 자세를 낮추고 검을 앞으로 겨눈다. 나도 언제든 화염구를 던질 준비를 한다. 와라. 빨리 끝내고 출발하게.

무언가 튀어나온다. 하얗고, 작고, 귀가 길쭉한 토끼. 토끼? 자그마한 하얀 털의 동물은 빨간 눈으로 나와 에스나를 본다.

"저게 답니까?"

뭔가 많이 담겨 있는 질문이네. 에스나가 나를 빤히 바라본다. 토끼는 뭔가를 우물거리며 우리를 지나쳐간다.

"아니. 뭔가 더 있어."

반지는 경고를 멈추지 않는다. 계속해서 무언가 더 있다고 알린다. 저 수풀 너머에.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침을 삼킨다. 흥분되는 긴장감이 나를 덮는다. 혀로 입술을 핥는다.

"언제까지 기다려요?"

또 글린다다. 하얀 갑옷을 쓰고 있는 말 뒤에서 고개만 내밀고 불평하고 있다. 되게 사람을 짜증 나게 하는 재주다. 에스나도 비슷하게 생각하는지 투구 속에서 한숨을 내쉰다.

"나오지 않으면 먼저 들어가야죠. 엄호 부탁하겠습니다."

기다리다 지친 에스나가 방패를 들어 올려 좌반신을 가린다. 오른손의 검을 앞으로 뻗은 채 조금씩 수풀로 다가간다.

화염구는 엄호에 어울리는 마법이 아니다. 주먹을 쥐어 화염구를 사라지게 한다. 다시 손을 펼쳤을 때 손바닥 위에는 뼈로 만들어진 작은 화살이 떠다니고 있다.

내가 준비된 것을 확인한 에스나는 검을 수풀 속에 쑤셔 넣는다. 좌우로 검을 흔들어 수풀을 정리하며 안으로 진입한다. 칼이 작은 가지들을 부러트린다. 잎들을 잘라낸다. 누군지는 몰라도 숨어 있을 공간이 점점 줄어든다.

"제기랄!"

고함과 함께 나뭇잎이 달린 녹색 옷을 입은 사람이 수풀 밖으로 튀어나온다. 왼손에는 뾰족한 단검 같은 것이 들려있다. 너무 빠른 움직임에 반응하지 못했다. 내가 머뭇거리는 사이 왼손의 단검은 에스나의 목덜미를 향해 찔러 들어간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지금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허리부터 양단된 복면인의 시체. 에스나가 몸을 빙글 돌리는가 싶더니 이 상태로 땅에 떨어졌다.

"이게 끝인 겁니까?"

에스나가 나를 바라본다. 눈처럼 새하얀 갑옷에 붉디붉은 피를 흩뿌린 채. 그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마치 명화 속의 기사처럼. 고고하게 서 있는 그 모습이. 너무나. 너무나. 나의 마음을 흔들었다.

뭔가 마법이 걸려있는지 갑옷은 피를 스스로 지우고 있다. 피가 묻은 부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며 새하얀 모습으로 돌아간다.

"아이작?"

"어?"

상념은 에스나의 부름에 깨어졌다. 에스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바라본다.

"무슨 생각하셨습니까?"

"별로 안 중요한 생각."

"주변에 다른 적이 있나 살펴봐 주실 수 있습니까?"

반지가 알려주는 적의는 없다. 아마 방금 그게 끝이었나 보다. 고개를 저어 적이 없다는 것을 알린다.

"그럼 시체를 살펴보도록 하죠."

에스나는 방패와 검을 등 뒤에 매달았다. 밧줄 같은 것도 없이 걸린 걸 보니 갑옷 자체에 걸만한 부분이 있나 보다. 양손이 자유로워진 에스나는 발로 엎어진 시체를 뒤집는다. 얼굴을 가린 복면 사이로 크게 뜨여진 노란 눈동자가 보인다.

"끝난 건가요?"

말 뒤에 숨어있던 글린다가 모습을 드러낸다. 글린다는 바닥의 시체를 보고 인상을 찌푸린다. 뒤이어 나온 맥은 시체를 보고 헛구역질을 시작한다. 글린다는 한숨을 쉬며 맥의 등을 두드려준다.

"아이작. 이걸 보십시오."

에스나는 복면인의 민얼굴을 보여준다. 죽은 상태 그대로 굳어버린 얼굴. 에스나가 나를 바라본다. 아는 얼굴이냐는 질문이겠지. 모르는 얼굴이므로 고개를 젓는다.

"누구일까요?"

그러게. 나는 잘 모르겠네. 내 표정을 보던 에스나가 한숨을 쉬고 복면인의 상의를 벗기기 시작한다. 그 가슴팍에 이상한 문신이 나타난다. 검게 칠해진 날개. 검은 날개다.

"설마?"

가까이 다가온 글린다가 눈을 크게 뜨고 물어본다. 에스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 설마가 맞습니다. 검은 날개 소속의 암살자입니다."

기억났다 검은 날개. 글린다와 나를 납치했던 조직. 테페리 최대의 범죄 조직이라고 했나? 내가 밀란 지부를 박살 낸 게 들켰나 보군.

"혹시 검은 날개와 척을 진 일이 있습니까?"

에스나가 날카로운 어투로 말한다. 하하하. 투구 너머로 느껴지는 눈빛에 눈을 살짝 돌린다. 말하기 좀 곤란하다.

"밀란 지부를 박살 냈어요."

"..... 뭐라고 하셨습니까?"

숨기고 싶었던 일은 글린다의 입을 통해 밝혀진다. 진짜 너무하다. 좀 숨겨주면 안 되는 건가?

"저기 계시는 마법사님이 검은 날개 밀란 지부를 날려버리셨다고요."

명백한 비꼼이다. 글린다는 나를 바라본다. 눈동자로 내가 뭐랬어요? 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래요. 제가 잘못한 겁니다. 글린다의 시선을 따라 에스나와 맥의 눈동자도 나에게 날아온다. 에스나는 투구에 가려 모르겠지만, 맥의 눈에는 공포가 깃들어있다.

"대단하시군요."

에스나의 말에는 비꼼이 없다. 순수한 감탄만 있을 뿐. 글린다도 이런 식으로 말하면 좋을 텐데.

"에휴. 이제 어쩔 수 없어요. 검은 날개의 목표로 설정된 이상 죽어라 도망치는 수밖에요."

글린다가 다시 나를 노려본다. 무섭다. 눈을 돌려 시선을 피한다.

"일단 이곳을 벗어납시다. 검은 날개는 조직원을 혼자 보내지 않습니다. 아마 다른 한 명은 상부에 보고하러 갔을 겁니다."

"우리 이제 어떻게 되는 거에요?"

맥이 공포에 눈동자를 이리저리 돌리며 물어본다. 침을 삼키고 어깨를 떨고 있다.

"별다른 일 없을 거야. 내가 있으니까 말이야."

"마법사님이 밀란의 지부를 무너트리지 않았으면 이런 일도 없었겠지만요."

아픈 곳을 찌르는구나. 이대로 계속 가면 내가 나쁜 놈이 될 거 같다. 얼른 화제를 돌리자.

"글린다 양.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얼른 인테아로 가는 것이 중요하지요."

과장된 몸짓으로 길을 걸어간다. 팔다리를 크게 휘적휘적. 이걸로 제발 넘어가 주라.

"그렇죠. 일단 가는 게 중요하죠. 테페리를 벗어나면 영향력도 줄어들 테고."

뒤에서 글린다가 따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빨리 인테아로 가도록 합시다."

에스나의 철갑 부츠 소리도 들린다. 맥은 그냥 한숨을 쉬고 따라온다.

"대신 검은 날개 관련 일은 마법사님이 알아서 처리하세요."

"알겠습니다."

일단 넘어갔구나. 다행이다. 그나저나 검은 날개라니. 상당히 귀찮은 일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저기 보이는 마을에서 식사를 해결하도록 합시다."

에스나가 가리키는 곳에는 목재로 성벽 비슷한 것을 새운 마을. 나무 성벽 너머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진다. 저 마을에서 일에 휘말릴 거 같은 느낌이 온다. 다른 사람들은 못 느끼는 건지 그냥 마을을 향해 걸어간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퍼펙트 메이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4 074. 5막 1장 - Reborn (2) | Isaac +2 19.06.24 1,780 23 11쪽
73 073. 5막 1장 - Reborn (1) | Glinda +2 19.06.22 1,801 27 11쪽
72 072. 5막 서장 - Awaken | Glinda +6 19.06.21 1,803 27 11쪽
71 071. 4막 종장 - 숲 속에서 | Isaac +4 19.06.20 1,843 27 11쪽
70 070. 4막 5장 - 악마가 사는 숲 (3) | Isaac +6 19.06.19 1,837 30 12쪽
69 069. 4막 5장 - 악마가 사는 숲 (2) | Glinda +4 19.06.18 1,871 29 11쪽
» 068. 4막 5장 - 악마가 사는 숲 (1) | Isaac +10 19.06.17 1,928 31 11쪽
67 067. 4막 4장 - 찰나의 휴식 (3) | Isaac +6 19.06.15 1,936 30 11쪽
66 066. 4막 4장 - 찰나의 휴식 (2) | Isaac +5 19.06.14 1,923 30 12쪽
65 065. 4막 4장 - 찰나의 휴식 (1) | Isaac +6 19.06.13 2,019 33 12쪽
64 064. 4막 3장 - 다시, 티파나 (3) | Isaac +2 19.06.12 1,991 30 11쪽
63 063. 4막 3장 - 다시, 티파나 (2) | Isaac +3 19.06.11 2,001 30 12쪽
62 062. 4막 3장 - 다시, 티파나 (1) | Glinda +4 19.06.10 2,054 33 12쪽
61 061.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6) | Isaac +4 19.06.08 2,071 36 12쪽
60 060.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5) | Isaac 19.06.07 2,036 34 11쪽
59 059.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4) | Isaac +14 19.06.06 2,093 36 12쪽
58 058.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3) | Isaac 19.06.05 2,132 33 12쪽
57 057.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2) | Isaac +8 19.06.04 2,130 32 11쪽
56 056.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1) | Isaac +6 19.06.03 2,155 35 11쪽
55 055. 4막 1장 - Over the Death (2) | Isaac +6 19.06.01 2,125 35 11쪽
54 054. 4막 1장 - Over the Death (1) | Isaac +2 19.05.31 2,125 32 11쪽
53 053. 4막 서장 - 기사와 소년 | Glinda +2 19.05.30 2,125 39 12쪽
52 052. 3막 종장 - 오스왈츠 가문 | Isaac +4 19.05.29 2,170 36 13쪽
51 051. 3막 4장 - 오스왈츠 성으로 (4) | Isaac +6 19.05.28 2,161 38 11쪽
50 050. 3막 4장 - 오스왈츠 성으로 (3) | Isaac +10 19.05.27 2,164 34 11쪽
49 049. 3막 4장 - 오스왈츠 성으로 (2) | Isaac +2 19.05.25 2,197 38 11쪽
48 048. 3막 4장 - 오스왈츠 성으로 (1) | Isaac 19.05.24 2,224 41 12쪽
47 047. 3막 3장 - 티파나에서 휴식을 (4) | Isaac 19.05.23 2,206 42 11쪽
46 046. 3막 3장 - 티파나에서 휴식을 (3) | Glinda 19.05.22 2,260 38 11쪽
45 045. 3막 3장 - 티파나에서 휴식을 (2) | Isaac +2 19.05.21 2,241 3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