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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me 님의 서재입니다.

퍼펙트 메이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연재수 :
223 회
조회수 :
408,291
추천수 :
6,068
글자수 :
1,143,357

작성
19.06.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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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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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
12쪽

066. 4막 4장 - 찰나의 휴식 (2) | Isaac

DUMMY

"이건 진짜 너무한 거 아닙니까?"

탑을 둘러본 에스나가 불만을 토로한다. 좋기만 한데 왜 저럴까. 마법사의 탑 1층. 내가 로비로 꾸민 곳. 이 마법을 익히고 나면 탑을 꾸밀 권한이 생긴다. 한 50층 정도까지만 어떻게든 꾸미고 그 위로는 내버려두었다. 솔직히 100층은 너무 많아.

로비는 검은색을 기본으로 하여 단출하게 꾸며졌다. 물론 내 기준이라는 건 알고 있다. 벽면 가득히 지구의 명화가 걸려있는 걸 단출하다고는 안 하지 보통.

"저 그림들은 뭐에요? 본적 없는 화풍인데."

귀족인 글린다는 화풍도 구별할 수 있나 보다. 그녀가 주로 보는 것은 피카소의 작품들. 나도 왜 유명한지 모르는 그런 그림들.

"제가 건너온 차원의 그림들입니다."

"마법사님은 원래 있던 곳에서도 부자였나요? 어느 정도 실력 있는 화가들의 작품인 거 같은데, 그런 게 한가득하면···. 돈이 얼마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로비에 걸려있는 그림들은 돈으로 환산하면 몇조 정도는 나올 거다. 그래 봐야 다 가짜지만.

"이것들은 실제 그림이 아닙니다. 마법으로 만들어낸 복제품이죠."

"그래도 이렇게 많은 그림을 본 건 처음이에요."

맥이 얼빠진 얼굴로 중얼거린다. 20층부터 있는 미술관을 보면 놀라 까무러치겠군. 그림부터 조각까지 전 세계의 유명 작품들을 수집해놨지.

"그래서 숙소는 어디입니까?"

에스나는 한숨을 쉬더니 질문한다. 고삐를 잡은 손에는 힘이 꽉 들어간다.

"일단 말부터 두자. 8층이 마구간이야."

"탑 안에 마구간···."

나도 만들 때 그런 생각을 했어. 그런데 마구간 같은 거라도 안 만들면 채우질 못하겠더라고. 그래서 마구간과 버금가는 수준의 이상한 방들도 상당하다. 천문대, 부두, 대장간, 들판 같은 것들. 실제로 사용할 수 없는 물건들로 가득한 탑이다.

"위층으로는 어떻게 올라가나요? 계단도 안 보이는데."

마법사의 탑에는 계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설치 자체는 가능하지만, 내가 방문했던 수십 개의 탑 중 계단이 있었던 탑은 단 하나뿐. 그것도 인테리어를 맞추기 위한 선택이었다.

"당연히 마법이죠."

마법사의 탑답게 모든 이동은 마법으로 한다.

"저를 따라 해주세요. 이동. 8층."

풍경이 바뀐다. 주변에 보이는 것은 목재로 만들어진 작은 방들. 나는 이걸 마구간이라고 만들었지. 나름대로 구유도 있다.

"으어."

방 중앙에 나타난 맥이 바람 빠진 소리를 낸다. 놀란 듯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우와. 어떻게 된 거에요?"

뒤이어 올라온 글린다도 감탄사를 내뱉는다.

"놀랍군요. 탑 자체가 공간 이동 마법이 걸려있는 겁니까?"

마지막으로 등장한 에스나. 나름대로 추리를 하고 있지만, 나도 원리를 모르므로 설명해 줄 수 없다.

"일단 말은 묶어놔."

내 말에 따라 에스나는 말을 마구간에 집어넣는다. 실려 있는 짐을 꺼내 한쪽 구석에 옮겨둔다. 말 갑옷도 전부 벗겨 말을 편히 쉬게 한다. 그런데 말 갑옷이나 갑옷이 혼자서 벗고 입고 할 수 있는 건가? 내가 알고 있는 바로는 아닌데. 갑옷을 입을 일은 없을 테니 깊게 생각하지 말자.

"건초와 물은 있습니까?"

"당연히 있지."

백마 앞에 놓인 구유를 발로 찬다. 구유가 건초로 가득 차오른다. 그 옆에 있는 구유도 발로 차 물이 가득 차게 만든다. 그 모습을 본 에스나는 이마를 짚고 한숨을 쉰다.

"당신은 정말 제가 한 고생을 전부 부정하시는군요. 마법을 배울 걸 그랬습니다."

배워도 소용없겠지만. 내가 가진 힘은 배우고 익혀서 얻은 게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운이 좋아서라고 할 수 있겠지. 대기록원의 사서도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로 아이작의 육체를 입고 살아가는 거다.

"그건 됐고. 빨리 숙소로 가죠. 이 정도 되는 크기면 욕탕 정도는 있겠죠?"

"17층이 욕탕입니다. 16층은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요. 15층은 부엌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층마다 뭔가 있으니 마음대로 이용하셔도 좋습니다."

"......."

다들 질린 표정을 하고 있다. 왜 그래? 좋은 게 좋은 거잖아?

"이런 걸 가지고 있었으면 왜 이제야 꺼내시나요? 왜 제가 며칠 동안 맛없는 음식을 먹고 불편한 곳에 잠자게 내버려 두셨죠?"

글린다가 나를 노려본다. 그러게. 왜 안 쓰고 있었지. 답은 알고 있다. 까먹었었지. 내가 모든 마법을 다 기억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 마법사의 탑이란 것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마법이다 보니,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지.

그렇다고 진실을 이야기하면 글린다한테 한 소리 들을 게 분명하다. 하루의 마무리를 잔소리로 끝낼 생각은 없다. 마침 적당한 변명도 생각났다.

"보셨다시피 이 탑이 100층이 넘어갑니다. 이런 걸 사용했으면 추격하던 사람들이 저희 위치를 다 알아냈을걸요?"

변명이 통했는지 글린다가 말을 이어가지 않는다.

"저기 마법사님?"

맥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올린다. 뭔가 질문이 있는 모양.

"질문 있으면 말해봐."

"이 탑에 다른 사람이 침입할 위험은 없는 건가요?"

"없어."

"확실한가요?"

의심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 그래도 대답은 해 줘야지.

"마법사의 탑에 들어오고 나가기 위해서는 시전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허락을 무시하고 들어오려면 저보다 강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은 없을 겁니다."

"너무 오만하신 거 아닌가요?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아요."

글린다가 팔짱을 끼고 나를 노려본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내가 이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는 나름의 확신이 있다. 인긴이라는 초월자가 힘을 함부로 쓰지 말라고 경고할 정도지. 그걸 글린다에게 설명해주기는 어렵지만.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아이작의 말은 아마 사실일 겁니다. 살아있는 사람 중에 그의 마법 실력에 버금가는 존재는 대공이 전부일 겁니다."

에스나의 말에 글린다와 맥이 고개를 끄덕인다. 대공이 누구길래? 말하는 걸 보니 상당히 강한 마법사인 거 같은데. 한번 만나보고 싶다.

"어쨌든 걱정은 붙들어 매고 잘 쉬라고. 난 간다. 이동. 16층."

마구간이 기다란 복도로 변한다. 십자 모양으로 퍼져 있는 복도에는 나무문이 주르륵 놓여있다. 근처에 있는 문 하나를 열고 들어간다. 나타나는 흰색 벽지를 바른 방. 침대와 책상, 의자와 옷장. 사실 로테리아의 다른 여관과 다를 바가 없다. 미안하다. 내 인테리어 능력이 이게 전부다.

그래도 여관에 비할 바는 아니지. 일단 침대가 다르다. 제대로 된 매트리스가 있는 침대. 누우면 허리가 편하지. 그러므로 눕는다. 옷을 그대로 입고 침대에 몸을 던진다. 으아. 푹신푹신해. 기분 좋다. 침대에 누웠을 뿐인데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다. 피로가 쌓이는 몸은 아니지만.

"좋아. 이제 뭘 하지?"

항상 밤이 되면 하는 질문. 잠을 잘 수 없는 사람은 밤이 지루하기만 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시간이지. 눈을 감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 침묵 속에 문뜩 떠오른 생각이 있다. 초월자를 불러 볼까? 인긴이 말했지. 언제나 원한다면 초월자와 대화할 수 있을 거라고. 해 볼 가치는 있을 거다.

눈은 이미 감고 있다. 부르기만 하면 되겠네. 불러보자. 누굴 부를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나 불러보면 누구든 만나겠지.

자. 초월자 한 분. 저랑 대화 좀 하시죠.

"대화할 거면 눈을 뜨라고."

"헐."

진짜 되네. 그것도 바로. 부담스러울 정도의 관심이다. 들려오는 것은 약간 어린 아이인듯한 목소리. 눈을 뜬다. 온통 검은 공간. 초월자들은 죄다 이런 곳에서 만나네.

"다음부터는 좀 더 빨리 눈을 떠 주었으면 좋겠어."

반바지와 반팔. 왕좌와 같은 의자에 반쯤 기댄 채 한 손으로 책을 읽는 소년. 소년? 청년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니지. 사실 초월자에게 나이란 게 의미가 있을 리 없잖아? 그냥 그것이라 부르자.

"방금 되게 실례되는 생각을 한 것 같은데?"

"설마요."

하하하. 웃어넘기자. 그것은 나를 무심히 바라보더니 자세를 고쳐 앉는다.

"일단 앉아."

무언가 뒤에서 무릎 부분을 친다. 당연히 그대로 주저앉는다. 그냥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을 줄 알았는데 무언가 포근하고 가볍게 나를 붙잡는다. 황금 손잡이가 인상적인 의자. 아마 그것이 앉아 있는 의자와 같은 디자인일 거다.

"그래. 아이작. 차원을 넘어온 자. 세계의 규칙과 순리 따위는 다 무시하고 박살을 내는 존재. 무슨 일이지?"

음. 가지고 있는 칭호가 너무 무섭다. 초월자들은 다 저런 시선으로 날 바라보는 건가···. 일단 대답해야겠지?

"어. 음. 사실 별다른 일은 아닙니다. 그냥. 어. 음."

말이 나오지 않는다. 나를 세계의 규칙과 순리 따위는 다 무시하고 박살을 내는 존재라고 부르는 존재에게 심심해서 불렀다고 말하기는 힘들지.

"심심해서 초월자를 불렀다니······. 대단하군."

으앗! 생각 읽혔다. 그것은 나를 명백하게 비꼬고 있다.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진정하라고."

좋아. 진정하자. 심호흡하고. 내쉰다. 조금 진정이 되었다. 나를 바라보는 그것을 바라본다.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내 소개를 안 했던가? 그 부분은 사과하지. 나는 하라익. 기록자. 관찰자. 지식을 추구하는 자. 이야기 밖의 존재. 대기록원의 원장이지."

대기록원의 원장. 귀에 딱 들어온다. 세계의 모든 것을 기록하는 곳. 그곳의 원장이라고?

"그렇지 뭐.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야."

내 생각을 마구 읽어대고 있다. 이러다가 말을 할 필요도 없는 거 아니야?

"꼭 그렇지는 않지만."

한숨이 절로 나온다. 다른 존재에게 생각을 읽히는 건 불편한 일이다.

"저를 보러 오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인긴의 말에 따르면 초월자를 만나는 건 나 혼자만 바래서 되는 일이 아니다. 시간이 남는 초월자가 그 연락에 응해야 만날 수 있지. 즉 하라익은 나와 대화를 나누고 싶은 거다.

"없어. 나도 너랑 비슷한 이유야. 차원을 넘어온 너라는 존재를 직접 보고 싶었지."

"그랬나요······."

나랑 비슷한 상황이구나. 별다른 이유 없이 만나는 거. 나를 비꼴 건 아니었네.

"그래서 하고 싶은 말 있어? 없으면 그냥 끝내려고 하는데."

"그 백룡 기사라는 사신들 믿을 만 한가요?"

솔직히 에스나를 완전히 믿을 수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글린다를 죽이려 했던 단체 소속이니까. 초월자라는 존재한테 한 번 검증을 받으면 좋지.

"우선 사신들이 백룡 기사만 있는 건 아니야. 사신들로 구성된 다른 조직들도 있지."

그렇구나. 좋은 정보다. 백룡 기사에게만 의지할 필요가 없어졌다.

"일단 사신들은 믿을 만한 존재야. 거짓을 말할 리는 없지. 문제는 백룡 기사는 사신 중에서도 가장 폭력적인 집단이라서. 필요 때문에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지."

별로 좋은 이야기는 아니군. 동시에 아주 좋은 정보지. 백룡 기사를 완전히 믿어서는 안 되겠다.

"자. 내 이야기는 여기서 끝! 잘 가라고!"

"에?"

하라익이 손가락을 튕긴다. 몸이 아래로 떨어진다. 등에 약간의 충격을 받고 깨어난 곳은 방의 침대. 어휴. 돌려보내는 방식이 뭐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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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074. 5막 1장 - Reborn (2) | Isaac +2 19.06.24 1,782 23 11쪽
73 073. 5막 1장 - Reborn (1) | Glinda +2 19.06.22 1,803 27 11쪽
72 072. 5막 서장 - Awaken | Glinda +6 19.06.21 1,804 27 11쪽
71 071. 4막 종장 - 숲 속에서 | Isaac +4 19.06.20 1,844 27 11쪽
70 070. 4막 5장 - 악마가 사는 숲 (3) | Isaac +6 19.06.19 1,838 30 12쪽
69 069. 4막 5장 - 악마가 사는 숲 (2) | Glinda +4 19.06.18 1,872 29 11쪽
68 068. 4막 5장 - 악마가 사는 숲 (1) | Isaac +10 19.06.17 1,929 31 11쪽
67 067. 4막 4장 - 찰나의 휴식 (3) | Isaac +6 19.06.15 1,937 30 11쪽
» 066. 4막 4장 - 찰나의 휴식 (2) | Isaac +5 19.06.14 1,926 30 12쪽
65 065. 4막 4장 - 찰나의 휴식 (1) | Isaac +6 19.06.13 2,021 33 12쪽
64 064. 4막 3장 - 다시, 티파나 (3) | Isaac +2 19.06.12 1,992 30 11쪽
63 063. 4막 3장 - 다시, 티파나 (2) | Isaac +3 19.06.11 2,002 30 12쪽
62 062. 4막 3장 - 다시, 티파나 (1) | Glinda +4 19.06.10 2,055 33 12쪽
61 061.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6) | Isaac +4 19.06.08 2,073 36 12쪽
60 060.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5) | Isaac 19.06.07 2,038 34 11쪽
59 059.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4) | Isaac +14 19.06.06 2,094 36 12쪽
58 058.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3) | Isaac 19.06.05 2,133 33 12쪽
57 057.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2) | Isaac +8 19.06.04 2,131 32 11쪽
56 056.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1) | Isaac +6 19.06.03 2,156 35 11쪽
55 055. 4막 1장 - Over the Death (2) | Isaac +6 19.06.01 2,126 35 11쪽
54 054. 4막 1장 - Over the Death (1) | Isaac +2 19.05.31 2,126 32 11쪽
53 053. 4막 서장 - 기사와 소년 | Glinda +2 19.05.30 2,126 39 12쪽
52 052. 3막 종장 - 오스왈츠 가문 | Isaac +4 19.05.29 2,172 36 13쪽
51 051. 3막 4장 - 오스왈츠 성으로 (4) | Isaac +6 19.05.28 2,162 38 11쪽
50 050. 3막 4장 - 오스왈츠 성으로 (3) | Isaac +10 19.05.27 2,165 34 11쪽
49 049. 3막 4장 - 오스왈츠 성으로 (2) | Isaac +2 19.05.25 2,198 3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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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045. 3막 3장 - 티파나에서 휴식을 (2) | Isaac +2 19.05.21 2,243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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