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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4.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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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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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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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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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해파리 넘버 Two (2)

DUMMY

퇴출 수영에서 힘을 너무 뽑았다. 자고 싶다, 눕고 싶다, 쉬고 싶다. 물마시고 싶다. 하지만 참아야지. 부대의 근간은 나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육군 상사. 할 것 못 할 것 다 해봤고, 아래를 가르치면서도 뒤처지면 안 되는 짬밥. 후배들에게 말한 대로는 해야지. 상사가 무너지면 우리 부대 무너진다.


곤조를 창조해! 작전을 지속해! 우리에게 별 의미도 없는 식스팩의 고랑을 야전삽으로 판다. 계속. 계속. 1mg의 지방이라도 찾아서 분해하라. 없으면 근육을 빨랫감 짜듯이 몸을 구동하라. 4일 전에 비행장에서 먹은 밥이 떠올라. 자주색 멀국에 소시지 김치 계란 토막. 짬통에 반은 버렸는데... 후식처럼 나온 사이다는 두 모금 먹고 버렸는데... 그 단 것을...


정신 차려. 정지하면 다시 못 뛴다.

De Oppresso Liber. 압제로부터 해방시킨다.

말이 좋아 씨이벌. 좋은 말이 상상력에 최고지.


또 다시 뒤에서 펑! 펑 펑 펑. 다다다다... 다라라라락...

탄두는 어디 엿 바꿔 먹었니. 휙휙 근접탄이 없다.


몇을 쏘아 쓰러트렸나. 다 죽었는진 모르지. 몇을 맞췄나. 조준선정렬 양손가락은 넘어. 허울 좋은 (일)당백? 아쉽다. 해안에서 많이 못 벗어나고 너무 쉽게 몰렸어. 사방 다 트이고 멀리 보이고 기도비닉으로 갈 루트가 없어. 나침반. 지금 지도정치가 가능이나 한가?


언젠가 시간도 죽일 겸 카운트 했다. 내가 군 생활 동안 쏜 총알. 발수를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노력했다. 최소, 6만 발 쐈다. 정찰대 내려와서 쏜 따꿍이 sub-machine은 발수로 치고 싶지 않다. 총을 쐈다고 하면 사격장에서 측정사격 하는 그런 거지. K-7도 우리 상식으로 말하는 ‘총’ 같지 않고 무성무기지. 조준경을 사용하면서 쏜 거는 사격 같지도 않다. 허허. 난 늙은이야. 시대에 조금 쳐져 있는 거야. 이제 조준경은 스펙이 아니라 총의 일부야. 도트 사이트라도 달아야지. 하사 때부터 사격에 너무 시간투자를 많이 했어. 가늠자 가늠쇠 교미를 몇 만 번을 봤지. 그 시간을 빼서 다른 걸 훈련해야지. 그래야 뭐가 늘지. 맨날 씨...


어, 뜬다...

피~~~~~~~~우우우우우웅. ~~~우와앙!

드디어 드라구노프가 왔어. 일단 멈춰 관망 좀 해보자.


재집결지는 여기서 능선 두 개는 넘어서 3km 기레이. 막혔다. 아무리 봐도 지형은 병목으로 간다. 쟈들이 전술로 몰아. 날 토끼몰이 하고 있어. 엄청난 일이 벌어졌으니까. 내 장담하건데 북한이 가진 돌고래 중에서 작전 가능한 건 많아야 2/3. 사실 반이라고 본다. 그리도 출항을 꺼렸을 거다. 중국 땅 빼고 대만 포함해서 청음 센서 엄청 깔려 있을 거다.


우리나라에는 당연히 주한미군이 해안에 심었을 것이고. 바보가 아닌 이상 잠수함은 나오자마자 추적당한다 생각이 들 걸. 아니, 미군은 나오길 손꼽아 기다리지. 적 잠수함 격침은 미 해군 입장에서 엄청난 캐리어다. 아무리 낡았어도 한 척 보내면 그거 훈장이다.


한국 일본 미국은 북한 잠수함 추적만 40년은 넘었다. 우리가 모를 도료 신기술로 업그레이드됐다면 모르겠지만, 노후 함정을 계속 수리해 쓰는 건 현실이다. 내가 자신할 순 없지만, 미군은 모든 북한 잠수함 음문[own unique noise]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세 가지 음문 전부 다. 1) 스크류 개수와 돌아가는 음향 2) 스노클을 내놓고 운항하는 음향 3) 배터리로 완전 잠항해 기동하는 소리까지.


3~40년간 같은 잠수함을 미 해군이 상대했는데 정말 모를까? 모르는 게 더 믿을 수 없는 얘기지. 잠수함 최고 신기술은 미 해군이야. 북한해군은 그거 안 두려워? 그 출항은 장고 끝에 나온 결정이었어. 아니면 벌써 나가있어야 했고 비파곶은 폐쇄되었어야 정상이야. 좆된 거야.


폭격까지 왔고, 조은솔의 총소리가 정적을 깼어. 깨달았겠지. 여기 미군이나 남조선 관측조가 들어와 있다! 찾아서 다 잡아 죽여라. 복수하라. 잠수함 안에서 동료들이 수장당하는 비극. 군인이 전사하는 것 중에서 가장 비참한 종류지. 잠수함이 동강나면서 순간 엄청난 수압이 때리고 30초도 되지 않아 익사. 일부 구역만 뚫려 살아남은 구역이 있다면 생매장... 철천지원수, 우릴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거야.


다른 사람들이 걱정이다. 네 명은 어찌 된 건가. 은솔이와 팀장은 잘 빠진 거야? 우리 중 가장 유리한 조건이었는데, 괜히 지휘관이니 어쩌니 씨잘데기 없는 시간 끌다가 죽는다. 게릴라는 내 목이 걸렸다 치면, 일단 튀어서 목숨 부지해야 한다. 게릴라는 보충병이 없다. 남을 엄호해야할 경우가 아니면 계급 고하 튀어서 차후를 도모해야지. 차후가 뭐겠어. 아군이 올라올 때까지 쏘고 때려 부수면서 살아남는 거.


그나저나 승룡이 이 자식 어찌 됐을라나. 누구보다 찰진 놈인 건 알지만, 아.... 어떻게 내가 대원을 버리고 왔나. 이런 무책임한 병신이 어딨어. 사람을 버렸어. 그 자식 말을 들은 게 잘못이야. 그 몸으로 뭘 어떻게 혼자 하겠다고. 나 혼자 살면 이거 평생 갈 거다 니미.


산 정상을 뛰어 올라갔을 때 장대위와 은솔이는 없었어. 잘 생각한 거야. 문제는 염병할 군장이지. 나와 전중사 진하사 승룡이 것까지. 옛날 미군 앨리스팩 확장형을 특전군장이라고 쓰다가, 그래도 신형이라고 나온 것. 대체 누가 만들었어? 이런 작전에 쓰려면 도피탈출을 염두에 두고 3단 분리는 아니더라도 최소 1/3이나 2단 분리는 돼야지. 모양만 바뀌었어. 펑퍼짐한 특전군장에서 위로 솟은 SAS 비스무레 만들었지만 뭐가 달라. 진짜 목숨 걸고 도피탈출하려면 다 버려야 돼. 부대에서 쓰는 백팩이 정답이야. 그게 군장에서 분리되어 나오면, 딱 그 부피 그 질량이면 안 잡히고 뛸 수 있다. 이삿짐을 지고 도망가라고?


의문이다. 정상에 도착했을 때, 이미 치워지고 은폐위장이 돼 있었다. 작전계획이란 정말 전자회로 같은 꼼꼼함이 필요하다. 장대위와 은솔이가 먼저 뛰면서 남은 사람 군장을 어디 위장해 둘 것인지 약정하지 않았다. 그러니 북한 남파하는 공작조가 공작 하나에 석 달에서 6개월이나 집중 공부하지. 모든 유보사항을 꼼꼼히 파악하고 대처법을 암기하는 것. 그래야 빠진 것이 없어.


내 것과 승룡이 것. 한 1분 밤눈 조절하며 풀 더미 많은 곳을 봤을 뿐. 뭘 덮어놨을 건 뻔하니까. 땅을 팠겠어? 승룡이는 좀 쉬었다 1차 재집결지로 오기로 했고, 문제는 우리보다 남쪽으로 내려가 있던 전형추와 진영배. 우리 보다 남쪽 산에서 해안초소를 쐈어. 둘의 군장은 어디 있는 거야. 따로 숨겼나? 그 무거운 걸 장대위와 은솔이가 두 개씩 지고 갔다고? 죽으려면 뭔 짓을 못해.


장대위가 생각이 있었으면, 우리를 엄호사격하려고 내려 보낼 때 군장을 지고 가게 했어야 돼. 근처 능선에 위장해 놓고 사격 하고, 장대위 무전으로 퇴각! 명령이 났을 때 둘은 따로 뛰는 거야. 1차 집결지는 여섯 명 모두 백 번은 백지에 그렸어. 그랬다고 믿는다. 만약 1차나 2차에서 늦으면 5대대 섹터 ‘그 산’으로 가면 된다. 5대대가 마지막 보루, 살아서만 거기 도착만 하면 된다. 두 군장에서 필요 없는 거 빼서 수풀로 덮고, 실탄 수류탄 폭약과 특전식량 몇 개만 챙겨서 하나에 넣고 짊어졌다. 염병할 침낭만 빼도 부피 반으로 준다.


마지막으로 본 컴컴한 해안가... 다시 동쪽을 봤다.

‘5대대?...’

웃음 밖에 안 나온다.

손전등들이 줄을 지어 산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우리는 아프게 된다. 막을 수 없다.

우리는 늙게 된다. 막을 수 없다.

우리는 죽게 된다. 막을 수 없다.

우리가 가진 모든 걸 잃게 된다.

어떻게 사는 가는 당신의 마음이다.


수풀 속에서 총구가 1cm씩 들어온다. 그 동그랗고 차가운 것이 내 이마를 가볍게 톡 쳤고, 멈췄다. 거친 숨을 참는 악문 이빨이 느껴진다. 까딱 움직일 엄두를 낼 수 없다. 포로? 눈을 드니 총열에서 이어지는 AK 가스활대 초입 동그란 모양. 야, 아직 전쟁 시작도 안 했어. 포로라고?


바보 같은... 수풀로 들어왔고, 이놈이 수색해 온 것이 아니다. 숨을 헐떡이다 어느 순간 알 수 없는 긴장감/감각이 왔다. 있기는 있는데 모른다. 30초도 되지 않아 왼쪽에 뭐가 있다는 걸 알았다. 도사견이 조용히 날 응시하는? 그 무엇에서, 또한 기다란 무엇이 나를 향해 있었다. ‘무엇’은, 군인이라면 아무리 초점이 흐릿해도 모를 수가 없다.

‘잠복초...’


“총... 놓으라...”


음성은 떨린다. 심하게 떨린다.


선택은 지체 없어야 돼. 기회는 생각이 떠오른 지금! 아, 창피하지만 결심이 안 선다.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부족하다. 총을 땅에 놓고 오른손을 펴 보였다. 총을 놓으면서 - 그에게서 안 보일 - 왼손으로 조끼의 수류탄 더듬는다. 진짜 해? 해? 일단 주의를 돌려. 말. 말을 해. 왼손에 잡히기는 하는데 똑딱이 단추 감가놨네. 소리 날 텐데... 말을 해. 움직이게.


“동무... 나 4군단 정찰대대야. 군복 언어 남조선을 쓰다나니까.”


말과 함께 똑딱이를 땄다. 끌어내서 손가락이 동그란 고리로... 당겨? 하지만 한 손으로 뽑기가 쉽지 않다. 아... 안 빠진다. 왼손 하나로 당겨 보지만 약간 빠지고 손가락 장력에 한계점이 온다. 엄지가 걸렸으면 뽑았을 텐데, 검지로 빼려니 안 빠진다. 안전클립은 분명 제거했지? 죽는 것도 제대로 안 되냐. 서러운데 절차도 그렇냐?


선택... 혹시 믿어도 되나? 투항하면 살아서 돌아가? 날 살려주나? 살아서 마누라와 애를 보나. 죽으면 끝인가. 내가 저승에서 딸아이가 자라는 건 지켜볼 수 없나? 지옥이라도 그게 보고 싶다. 코흘리개가 제법 숙녀가 되어 책 옆구리 끼고 캠퍼스를 거니는... 고리. 왼손 검지에 걸린 군인의 반지, 안전핀. 고참들은 동그란 안전핀을 야전상의 자크에 달아 잡기 편하게 했었지. 거 무슨 하사 1호봉부터 2호봉과 중사까지 하지 말라는 게 많은지. 아, 이렇게 가는 거야?


반쯤 뽑혔다.


간첩들이 자폭하는 이유를 알겠다. 고문당해 죽는다 그런 거 아니다. 지금 떠오르는 건 상상 너머다. 조밥. 치욕. 무장해체 병신. 무기력하고 눈치 보는 포로? 나는 투항한 포로 조밥입니다... 기분 드럽네. 이 새끼 계급 뭐야? 보자... 가느다란 거 세 줄. 상급병사, 병장이네. 어, 총구 떨리네. 내 얼굴과 목과 귀까지 시커멓게 잔득 바르고 눈동자만 하얗게 번쩍이고 있겠구나.


놈이 천천히 일어서는데 총구는 고정 유지된다.

어떻게든 틈을 봐서 오른손까지 써서 까자.


“동무, 차분히 말로 하자.“


계속 총구가 떨린다. 묵묵부답. 얘도 지금 어쩌지 못한다.

가슴에서 양손으로 한 번에 빼자...


“나 장군님 좋아한다... 쏘지 마.”


하지 말라고 오른손을 들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포효한다.

“여기다~~~!!! 잡았다~~~!!! 잡았다~~~!!!”


어두운 산야에 비명 같은 고함. 이 새끼.


드디어 가슴에 수류탄, 오른손으로 안전핀을 잡았다.

순간, 놈도 봤다. 수류탄을 봤다. 눈이 마주쳤다.

아무리 카메라를 고속으로 돌려도 장면은 멈췄다.


나도 몰랐다. 몰랐어...

뽑혔다 안전핀.

이제 손을 펴면 터진다.


오른손으로 놈의 버클을 움켜쥔다.

“어쩌냐 씨.”

“어, 어...”

병사가 버클 움켜쥔 손을 풀려고 안간힘을 쓴다.

내 손을 풀어봐. 지금 직벽 로프 인공등반 상태다.

이 손 놓으면 바위에서 slip! 떨어져 작살난다.


“왜 또 소리 질러봐! 잡긴 개 뭣을 잡냐.”


총구가 가슴을 민다.

“총 맞는다고 내가 널 놓을 거 같어?”


“어, 어... 어.”


“나 군사칭호 상사다. 경례 해봐 이 새끼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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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나의 투쟁 1 20.11.02 461 17 16쪽
125 불신의 벌판 6 20.11.01 355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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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불신의 벌판 4 20.10.30 366 20 12쪽
122 불신의 벌판 3 20.10.29 379 21 12쪽
121 불신의 벌판 2 20.10.28 389 20 11쪽
120 불신의 벌판 1 20.10.27 565 19 12쪽
119 해파리의 유령 2 20.10.26 393 21 11쪽
118 해파리의 유령 1 20.10.25 406 23 11쪽
117 해파리 three (2) 20.10.24 382 18 11쪽
116 해파리 three (1) 20.10.23 418 21 12쪽
» 해파리 넘버 Two (2) 20.10.22 429 21 13쪽
114 해파리 넘버 Two (1) 20.10.21 468 21 11쪽
113 내추럴 본 : 종결 2 +2 20.10.20 469 26 13쪽
112 내추럴 본 : 종결 1 20.10.19 459 25 12쪽
111 내추럴 본 : 인민군복으로 2 20.10.18 448 23 12쪽
110 내추럴 본 : 인민군복으로 1 20.10.17 525 26 12쪽
109 마천령 산맥 2 20.10.16 440 23 11쪽
108 마천령 산맥 1 20.10.15 537 21 11쪽
107 블랙홀 속으로 : Baseball sign 20.10.14 485 2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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